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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취재] ‘야권의 심장’ 호남의 선택은? 

민주당이 대세! 지속 여부는 ‘글쎄’ 

김명식 남도일보 기자 msk7234@nate.com
탄핵정국 범여권 유력주자 나타나지 않자 ‘여유로운’ 고심… 사회불균형 해소와 지역균형발전 적임자에게 쏠릴 수도

▎역대 대선에서 호남의 선택을 받은 후보는 야권의 대표성을 인정받았고, 그를 밑거름 삼아 유력 후보로 발돋움했다. 지난해 11월 19일 광주 동구 금남로 5·18 민주광장에서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위한 ‘광주시민 10만 시국촛불’ 행사가 열리고 있다.
남도는 겨울마저 포근하다. 어지간한 적설량이 아니면 금세 녹아 사라진다. 언제 눈이 왔나 싶을 정도다.

정월 대보름(2월 11일)을 앞두고 내린 눈 역시 마찬가지다. 올겨울 들어 가장 오래, 많이 내렸다. 이틀에 걸쳐 눈발이 날렸다. 바람도 매섭고 기온도 차가웠다.

이번에는 ‘생명력’이 있나 싶더니 역시나 오래가지 못했다. 지붕 위에 제법 쌓였던 눈도 한나절 만에 녹아 내렸다. 그 며칠간 광주의 날씨는 변화무쌍했다. 눈보라가 사납더니 어느새 잔잔하게 함박눈이 내렸다. 하늘은 파란색과 흰색, 회색 옷으로 갈아입기를 반복했다. 하룻밤 새의 날씨가 요동치는 요즘의 대선판을 보여주는 듯했다.

호남에서는 대선후보에 대한 뚜렷한 여론 형성 기류가 아직은 감지되지 않는다. 탄핵정국 속 여권의 몰락으로 정권교체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지만 급한 움직임은 없다. 호남에 기반을 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대선주자들의 적극적인 구애에도 민심은 여유롭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는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에 대해서도 “아직은 모르겠다. 더 지켜보겠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광주의 대표적 전통시장 중 하나인 양동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밝은 표정으로 점포들을 둘러보고 있다.
분명한 건 과거 대선과는 달리 불안감과 긴장감이 크게 줄었다는 점이다. 보수진영에 유력한 후보가 없다는 게 이유다. 역대 대통령선거는 호남을 지지기반으로 한 인물과 그 반대 진영의 일대일 구도였다. 호남민들은 자신들이 지지하는 후보의 당선을 위해 뭉쳤고,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대선을 치렀다.

올해는 야권끼리의 대결 가능성에 여유로움마저 느껴진다. 표심(票心)도 쉽게 표출되지 않는다. 한 발 비켜서서 누가 더 야무지게 대통령을 잘할 것 같은지, 호남을 위해 뭘 할 것인지 지켜보는 상황이다.

술자리·식사자리에서 인물평을 내놓긴 하지만 진짜 속내는 아닌 듯하다. 여론조사 결과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런 기류는 길거리에서도 쉽게 확인된다.

민심은 여유로운데 후보들은 ‘갈증’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2012년 9월 28일 광주 북구 우산동 말바우시장에서 한 상인과 포옹하고 있다.
광주 광산구 1913 송정역시장에서 만난 양동순(71·여) 씨는 “문재인이 1등이라고들 하는데 욕하는 사람들도 엄청 많다. 아직도 지난 대선 이후 (부정적) 인식을 바꾸지 않은 것 같다. 다른 후보들은 마땅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어 고민”이라며 “국민의당은 손학규가 들어오면서 텐트를 만든다고 하는데 좀 지켜봐야겠다”고 말했다.

담양에서 마트를 운영하는 정찬우(51) 씨는 “민주당 후보가 유력한 것 같은데 상황이 바뀔 것으로 본다”며 “이재명이도 한때 쑥쑥 올라가더니 요새는 뚝 떨어졌더라. 요즘 안희정이가 뜬다고 하는데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마음을 줄 사람을 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호남의 관망적 분위기가 이어지다 보니 대선주자들로서는 애가 탈 수밖에 없다. 야권의 심장인 호남 민심을 얻지 못하면 당내 경선 통과조차 장담할 수 없어서다. 앞서가는 주자는 굳히려고, 추격자는 따라잡으려고 하루가 멀다 하고 호남을 찾는 이유다.


▎안희정 충남지사가 2월 11일 광주 동구 충장로의 한 카페에서 지지자들과 모임 도중 한 어린이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정월 대보름을 전후로 대선 주자들의 광주행 러시가 이뤄졌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는 2월 12일 지지모임인 ‘새로운 전북포럼’ 출범식에 참석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관철에 주력하고자 당내 경선 예비후보 등록 일정을 미뤘음에도 전북모임 참석은 예정대로 추진했을 정도다. ‘전인범 전 특전 사령관 논란’으로 애를 먹었던 터라 그의 발걸음은 어느 때보다 비장했다는 게 민주당 측 인사들의 전언이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하루 앞서 호남을 찾았다. 2월 11일 목포시민문화체육관에서 시민들과 즉문즉답 간담회를 가진 뒤 광주로 올라와 금남로 촛불집회에 참석했다. 광주 충장로에서 노사모 회원들과 즉문즉답 토크쇼도 가졌다. 이튿날에도 5·18 민주묘지 참배와 전남대 강연을 이어가는 등 강행군의 연속이었다. 중도보수층 공략으로 지지율이 상승한 상황에서 대대적인 호남 세몰이를 통해 야권 본산(本山)의 지지층을 결집시키려는 행보였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2월 13일 광주, 2월 14일 전북을 방문했다. 4·13 총선에서 국민의당에 지지를 몰아줬던 호남 민심이 민주당 주자들에게 쏠리려는 듯한 기류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안 전 대표는 1월에도 문 전 대표가 광주를 찾았을 때 맞불을 놓듯 광주와 전남을 같은 시간대에 방문했다.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과 천정배 전 국민의당 대표도 호남 민심 붙잡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손 의장은 국민의당과 통합을 선언한 직후 여수·순천·광주 등을 돌았다. 천 전 대표도 2월 초 모교인 목포와 광주향교, 광주도시공사 콜센터 방문에 이어 2월 11일에는 지지자 모임인 자구구국(自救救國) 광주·전남포럼 출범식에 참석했다. 두 사람은 광주 촛불집회에 나란히 참석하기도 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1월 1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손가락혁명군 출정식’을 가졌을 만큼 광주에 공을 들이고 있다.

부인들의 ‘내조 경쟁’도 뜨겁다. 문 전 대표 부인인 김정숙 씨의 ‘호남 공 들이기’는 특히나 유명하다. 언제부턴가 자리 잡은 반문정서를 누그러뜨리기 위함이다. 지난해 추석명절 이후 매주 토요일이면 빠짐없이 ‘남행열차’를 탔고, 어김없이 1박을 해오고 있다. 경로당 배식 봉사에서 복지시설 위문, 종교지도자나 시민사회 활동가와의 대화, 서민의 애환이 깃든 곳에서 하룻밤을 묵으면서 공을 들이고 있다. 벌써 6개월째다. 2월 10일에는 목포 세한대학교에서 열린 ‘희망민주포럼’ 발족식에 문 전 대표를 대신해 참석했다.

안 전 대표의 부인 김미경 씨도 내조정치를 본격 가동한 상황이다. 여수 출신인 김씨는 2월 초까지 광주와 여수 등 호남을 네 차례나 방문했다. 2월 8일에는 매년 참가하는 여수 마라톤대회에서 10㎞를 1시간5분에 완주하기도 했다. 김씨는 1월 29일에는 ‘안철수 부부의 설날 민심 따라잡기 올댓(글) 퍼포먼스’라고 이름 붙인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을 통해 남편의 지지세 확장에 앞장섰다.

이 시장의 부인 김혜경 씨 역시 호남을 방문해 이 시장의 장점을 알리는 데 주력한다. 설 연휴 이후 세월호광주시민상주모임 피케팅을 시작으로 광주공원 무료 배식 봉사, 국립 5·18 묘지 참배, 광주 트라우마센터 방문, 양동시장 방문까지 하루 동안 5건의 공식 행사를 소화했다. 5·18 묘지 참배는 남편 이 시장과 함께했다.

안희정 충남지사의 부인인 민주원 씨는 안 지사의 캠퍼스 커플이자 학생운동 동지다. 아직 민씨는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봉사하는 것 외에는 특별한 활동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안 지사의 여론조사 지지율 상승과 맞물려 민 씨의 호남 행보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1위? 반문 < 정권교체!


▎지난해 9월 2일 광주 동구 금남공원에서 열린 ‘손학규와 함께 저녁이 있는 빛고을 문화한마당’ 행사에 참석한 시민들이 손학규 전 민주당 상임고문을 지지하는 내용이 담긴 팻말을 들고 있다.
야권끼리 경쟁을 벌이는 호남에서 여론조사로 나타난 민심은 민주당 주자 강세, 국민의당 주자 약세로 요약된다. 적어도 2월 중순까지는 그렇다.

2월 10일 여론조사 전문업체 한국갤럽이 발표한 2월 둘째 주(7~9일) 대선 후보 지지도 조사에 따르면 호남에서 ▷문 전 대표 31% ▷안 지사 20% ▷이 시장 15% ▷안 전 대표 11% ▷손 의장 2% ▷유승민 의원(바른정당) 1% 등을 기록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포함됐던 한국갤럽의 한 주 앞선 조사(1~2일)에선 ▷문 전 대표 41% ▷안 전 대표 13% ▷안 지사 9% ▷이 시장 8% ▷반 전 총장 3% ▷유 의원 3% 등의 순이었다.

반 전 총장이 대선을 포기한 이후 문 전 대표와 안 전 대표의 호남 지지율이 각각 9%와 2%포인트 빠진 반면 안 지사는 11%포인트, 이 시장은 7%포인트가 오르는 등 한 주 만에 민심이 술렁였다.


▎2012년 11월 5일 안철수 당시 무소속 대선후보가 전남대에서 열린 ‘2012년, 1997년의 새로운 변화가 재현된다’는 주제로 초청강연을 마친 뒤 두 손을 번쩍 들어 환호에 답하고 있다.
‘반문정서’에도 문 전 대표가 1위를 달리는 점이 눈에 띈다. 문 전 대표는 비록 30%대 박스권에서 등락폭을 거듭하지만 지난해부터 여론조사 1위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2위권과의 격차도 상당하다.

안 지사와 이 지사의 역전현상도 눈에 띈다. 안 지사는 한국갤럽 1월 둘째 주(10~12일) 조사에서 호남 지지율이 2%에 불과했다. 당시 이 시장은 13%로 안 지사가 11%포인트나 뒤졌다. 하지만 2월 첫째 주 조사에서 1%포인트 차로 역전하더니 다시 1주일 뒤에는 5%포인트로 격차를 벌였다. 최근 안 지사의 전국적 상승세가 호남에서도 확인된 셈이다.

민주당 주자들의 여론조사 강세는 곧 국민의당 주자들의 약세로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당이 호남을 기반으로 한 정당임에도 대표선수 격인 안 전 대표마저 민주당 주자들에게 뒤처진다. 손 의장과 천 전 대표 역시 5%대 이하에 머물러 있다.

민주당 주자들의 강세는 민주당 중심의 정권교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수권능력과 인물 경쟁력에서 국민의당보다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탄핵정국에서 표출된 지역민들의 정권교체 열망이 민주당 대선주자들에게 더 많이 투영된 결과라는 것이다. 문 전 대표 지지율 1위도 ‘반문’보다는 ‘정권교체’ 열망이 더 강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강세는 정당 지지율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한국갤럽이 2월 3일 발표한 정당 지지율 조사에서 민주당은 호남에서 52%로 국민의당(19%)을 크게 앞섰다. [전남일보]의 1월 26일 여론조사 역시 민주당 44.3%, 국민의당 27.8%, 새누리당 4.0%, 정의당 2.8%, 바른정당 2.5% 순이었다.

다른 여론조사도 비슷한 결과가 많다. 지난해 4·13 총선과는 전혀 다른 흐름이다. 당시 호남 28석 중 23석을 쓸어담은 국민의당은 정당 득표율도 47.9%로 민주당(30.3%)을 크게 앞섰다. 국민의당의 기세는 총선 직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도 잘 나타난다, 지난해 4월 넷째 주 호남지역 국민의당 지지율(한국갤럽)은 48%로, 민주당(23%)에 두 배 이상 앞섰다. 차기 대통령 선호도에서도 안 전 대표 28%, 문 전 대표 18%로 ‘안철수 바람‘이 거셌다.

민주당·국민의당 경선 거치며 변곡점 맞을 듯


▎이재명 성남시장과 부인 김혜경 씨가 지난 1월 15일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지지모임 ‘손가락혁명군 출정식’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그런데 채 1년도 안 돼 그런 기류가 변한 것이다. 국민의당이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 데다 안 전 대표도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한 게 원인으로 지적된다. 특히 탄핵정국이 도래하면서 정권교체 가능성에서 민주당보다 믿음을 주지 못한게 뼈아팠던 것으로 분석된다.

안 전 대표가 이 시장과 안 지사에게마저 뒤지자 국민의당과 지지자들은 고민에 빠졌다. 호남이 안 전 대표보다 민주당 대선주자들에게 더 큰 기대를 하고 있다는 방증(傍證)이기 때문이다. 안 전 대표의 “이번 대선은 문 전 대표와 1 대 1구도가 되고, 여기서 승리할 것”이라는 메시지가 ‘희망사항’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의 여론 흐름은 지속될까? 정치권에서는 소속된 정당에 따라 정반대의 해석과 전망이 나온다. 민주당 측 인사들은 시간이 갈수록 정권교체 열망이 더욱 강해져 수권능력에서 앞선 민주당 후보에게로 표가 결집될 것으로 본다. 반면 국민의당 측에선 탄핵정국이 마무리되면 지금의 흐름과 전혀 다른 양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는 자당(自黨) 소속 후보들의 능력과 비전이 탄핵이라는 큰 이슈에 가려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고 항변한다. 안 전 대표의 “먼지가 걷히면 나도 제대로 평가받을 것”이란 발언과 같은 맥락이다.

정치전문가들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여부 결정과 각 정당의 대선후보 경선 과정 등 두세 차례 변곡점(變曲點)을 맞을 것으로 예상한다. 먼저 호남은 여권 지지율이 미미한 관계로 탄핵 인용 여부로 민심이 크게 요동치지 않을 전망이다. 그럼에도 만일 탄핵이 기각되면 ‘분노의 민심’은 더 크게 표출되고, 정권교체 욕망도 동반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그 반사이익은 국민의당보다는 민주당과 민주당 주자들이 더 수혜를 누릴 것으로 관측된다.

반대로 탄핵 인용은 더 차분한 상태에서 대선판을 바라볼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당초 예상대로 대선이 진행되기에 탄핵 이전보다 대선 후보들을 더욱 면밀히 들여다보게 되고, 이 분위기가 여론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보다 국민의당이, 앞선 주자보다 추격 주자들이 기대하는 부분이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의 대선후보 경선도 주요 변수다. 민주당 내에서는 안 지사의 상승세와 이 시장의 추격세가 만만치 않다. 두 사람이 경선 과정에서 ‘문재인 대세론’을 흔들면서 역전 가능성을 보여준다면 호남은 물론 전국적인 대선판을 흔들 수 있다. 안 지사의 지지율 상승은 곧 문 전 대표의 지지세 하락을 의미한다.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결과에서 보듯 조짐은 이미 나타났다. 안 지사가 계속 상승세를 이어갈 경우 민주당 경선이 지금과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당으로선 ‘눈덩이’를 얼마큼 키우느냐가 중요하다. 현재 국민의당 대선후보로는 안 전 대표, 천 전 대표, 손 의장 등이 거론된다. 당내 입지와 지명도 등을 감안하면 안 전 대표의 승리에 좀 더 무게가 실린다.

하지만 무난한 경선은 무난한 패배로 귀착되기 십상이다. 손 의장 외에 정운찬 전 국무총리, 정의화 전 국회의장 등 유력인사들을 더 끌어들여 눈사람 만들 때 눈덩이를 키우듯 세력을 확장하는 게 필요하다. 젠틀하면서도 다이내믹한 경선을 연출할 수만 있다면 민주당에 쏠려 있는 국민적 이목을 국민의당으로 끌어올 수도 있다.

국민의당 주자들이 민주당 주자들보다 주목도가 낮은 상황에서 눈덩이도 못 키우고, 이에 따른 감동과 역동성마저 없다면 지금의 민주당 우세 흐름이 대선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반문정서’가 아무리 강하다 하더라도 국민의당 후보들이 이를 흡인(吸引)할 만한 동력을 만들지 못할 경우 ‘반문정서’ ‘패권주의’는 공허한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

빨라진 대선시계는 추격자로서는 큰 부담이다. 이 점에서 손 의장의 합류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경기 출신으로 중도 개혁 성향인 손 의장은 한때 호남지역 대선주자 지지도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여기에 충청 출신의 정 전 총리, 부산의 대표적 거물인 정 전 의장까지 가세한다면 눈덩이는 더 커지고 시너지효과도 상당할 전망이다.

회사원 오영록(47·광주시 남구) 씨는 “국민의당이라고 하면 안철수밖에 없었는데 손학규가 들어와 재미있게 됐다. 콘텐트는 이미 검증된 사람이니 안철수·정운찬·천정배와 세게 붙어봤으면 좋겠다”면서 “손학규가 말하는 ‘저녁이 있는 삶’이 무엇인지 제대로 설명을 들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대선도 몰표? 60~70%에 그칠 수도


▎광주 중외공원 홍매화가 꽃망울을 터뜨리며 봄을 재촉하고 있다. 산책 나온 시민들이 휴대폰 카메라에 홍매화를 담고 있다.
역대 대선에서 호남은 예외 없이 특정 후보에게 표를 몰아줬다. 출신 지역에 관계없이 ‘호남정서’를 더 잘 대변하고, 정권 교체 가능성이 높은 후보에게 밀어주기 투표를 했다.

하지만 올해는 표 결집 현상이 일어나더라도 과거와 같은 90%대는 아닐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대선이 다자구도로 치러지면서 최대 결집력은 60∼70%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된다. 야권의 승리가 확실시되고, 민주당 후보와 국민의당 후보 간의 양자대결로 압축될 경우 표심이 양분할 가능성도 있다.

이번 대선에선 정권교체와 함께 대한민국을 다시 세워야 한다는 시대적 과제가 민심 결집의 배경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두 가지는 현 탄핵정국에서 나타난 호남의 열망이다. 이 명제를 누가 가장 잘 풀어낼 것인가를 놓고 호남민들은 막판까지 고심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사회적 불균형 해소와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공약과 비전은 호남 민심을 결정할 키포인트로 꼽힌다. 대선 때마다 후보들이 서로 적임자라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불균형은 더욱 심해졌다고 체감하고 있어서다.

세대별로는 50대 표심이 민심의 향방을 좌우할 전망이다. 우리 사회의 가장 큰 고민인 청년실업과 은퇴세대의 직접적인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50대의 자녀들은 대부분 20~30대로 취업세대다. 곧 은퇴시기를 앞둔 그들로서는 청년실업 문제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이 문제에 관한 명쾌한 해법과 실천력을 담보할 수 있는 후보가 나타난다면 호남 민심은 급격히 쏠릴 가능성이 높다.

호남에서는 올해 대보름 둥근 달을 볼 수 없었다. 잠깐 달 빛을 보여주는가 싶더니 구름 뒤로 완전히 숨어버렸다. 다음날 아침은 쾌청했다. 햇볕은 눈이 부실만큼 밝으면서 따사로웠다. 푸른 하늘 아래로 유유히 흘러가는 흰구름은 남도의 겨울 정취를 더해주기에 충분했다.

봄이다. 광주 중외공원 홍매화는 꽃망울을 터뜨렸다. 만물이 소생하는 이 봄에 호남은 어떤 선택으로 대한민국에 생기를 불어넣을까?

- 김명식 남도일보 기자 msk7234@nate.com

[도움말] - ▲오승용 전남대 5·18연구소 교수 ▲심연수 호남대 인문사회과학연구소장(경찰학과 교수) ▲정현욱 원광대 행정·언론학부 교수 ▲나기백 전 참여자치21 공동대표 ▲이형석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 위원장 ▲곽복률 전 국민의당 광주시당 사무처장

201703호 (2017.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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