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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격 인터뷰] 대권 향한 세 번째 여정(旅程) 나선 손학규 

“본격 대선국면 오면 능력의 손학규에게 공간 열릴 것” 

글 최경호 기자 squeeze@joongang.co.kr 정리 신승민 인턴기자 사진 김현동 기자 kim.hd@joongang.co.kr
■ 김대중 전 대통령 ‘적통’ 이어받은 사람은 오직 손학규뿐
■ 상대가 누구든 이길 자신 없었다면 국민의당 들어왔겠나?
■ 문재인의 정책·노선은 폐쇄적, 통합시대에 맞지 않아
■‘저녁이 있는 삶’에 더해 중산층이 튼튼한 나라 건설 고민 중
■ 국민 선택받는다면 ‘서민대통령·국민통합대통령’으로 보답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이 대권을 향한 여정(旅程)에 나섰다. 2007년과 2012년에 이어 세 번째다. 지난해 10월, 2년2개월여의 강진 칩거(蟄居)를 마치고 정계복귀를 선언한 그는 1월 22일 국민주권개혁회의를 출범시키며 링에 오를 준비를 마쳤다. 이어 2월 7일 국민의당과 통합하며 안철수 전 대표와의 경선도 결정했다. 손 의장은 “문재인을 꺾을 사람은 손학규뿐”이라며 대(大)역전을 자신하고 있다.


▎손학규 의장은 1월 2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국민주권개혁회의를 출범시켰다. 창립대회에 참석한 지지자들이 손 의장의 기조연설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이 2월 13일 서울 마포구 불교방송빌딩 사무실에서 월간중앙과 인터뷰하고 있다. 그는 “탄핵이 인용되고 나면 능력 있는 대통령을 찾게 될 것이며, 바로 손학규가 적임자”라고 말했다.
손학규(70)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이 서울 마포 불교방송빌딩 ‘손학규 캠프 사무실’에서 2월 13일 월간중앙과 만났다. 2월 7일 국민의당과 통합 선언 후 호남지역을 중심으로 광폭 행보를 이어가던 그가 잠시 짬을 냈다. 손 의장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헌법재판소에서 인용(認容)되고 나면 완전히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것이다. 국민은 대한민국을 다시 일으켜 세울 적임자를 찾게 될 것”이라며 “본격적인 대선정국이 되면 내게 공간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지금 누구를 이기겠다고 말하는 것이 교만스럽게 비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길 자신이 없었다면 국민의당과 통합했겠느냐”면서 “손학규가 안철수 전 대표든, 문재인 전 대표든 이기게 될 것”이라며 말끝에 힘을 실었다.

국민의당과 한몸이 된 이유가 궁금하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시급한 과제는 개혁이다. 국민의당은 개혁의지를 갖고 개혁환경 속에서 태어난 정당이다. 이번 대통령선거에서 개혁세력을 모아 승리하겠다, 그리고 그 중심이 국민의당이 될 수 있다. 그래서 통합하게 됐다.”

양측의 통합으로 이른바 제3지대가 완성됐다고 보나? 아니면 추가 연대 대상이 남아 있나?

“2~3월 정치권에 빅뱅이 있을 거라고 말해왔다.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헌재에서 인용되는 시점을 전후로 빅뱅이 있을 거라고 본다. 개혁세력이 크게 뭉칠 것이다. 이번 대선구도에서는 여권의 박근혜 세력이 후보를 낸다고 하더라도 별 의미는 없다. 따라서 야권 대 야권의 대결구도가 될 것이다. 한쪽은 문재인 후보가, 또 다른 쪽은 개혁세력이 될 텐데, 문재인 후보는 기득권세력 또는 패권세력의 후보다.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것은 패권세력의 교체일 뿐이다. 그래서 패권세력과 대항하는 개혁세력이 이기게 될 것이다. (제3지대가) 본격적으로 자리 잡아 세력을 확산할 때 문재인 후보를 뒤집을 가능성이 보일 것이고, 마침내 (전세가) 뒤집혀 빅뱅이 일어난다.”

“두 차례 당대표 때 통합 리더십 발휘”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2011년 4월 2일 성남시 분당구 AK플라자 앞에서 젊은 여성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당시 손 대표는 4월 27일 보궐선거에서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를 꺾는 ‘분당대첩’을 이뤄냈다.
바른정당과 통합 내지 연대 가능성은 있나?

“(연대 가능성을) 전적으로 부인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현재로선 바른정당이 박근혜 정권의 구성과 운영에 대해 책임을 면할 길이 없다. 좀 더 반성하고 성찰하면서 개혁노선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2월 10일 국민의당 최고위원회에 참석해 ‘김대중 대통령의 적통(嫡統)을 이어받은 사람은 손학규뿐’이라고 강조했다. 어떤 근거로 말하는 건가?

“나는 2008년 민주당 대표가 됐다. (2007년) 대선 후 민주당 대표로 추대됐을 때 김대중 대통령께서 ‘당신은 60년 야 당사(史)의 정통야당 대표’라고 격려해주셨다. 또 ‘당신은 정통야당의 정통대표로서 (18대 총선에) 비례대표 1번으로 나서라’고도 하셨다. 나는 2008년과 2010년 두 차례 정통야당의 대표를 지냈다. 2010년에는 전당대회를 통해 당선됐다. 대표가 됐을 때 두 번 모두 야권통합을 이뤄냈다. 2008년에는 박상천 대표 측과, 2011년에는 친노세력과 통합했다. 뿐만 아니라 대학교 때부터 민주화운동에 몸담았고, 1970년대에는 반(反)유신운동의 최전선에 섰다. 또 빈민운동을 하면서 개혁의 전사(戰士) 역할을 했다. 민주적 개혁과 함께 안정·통합의 리더십을 보여왔다. 또한 한나라당 소속 경기지사일 때도 DJ(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과 남북협력정책을 공개적으로 지지 선언했고, 실천했다. 손학규는 김대중 대통령의 적통을 이어받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당내에선 안철수 전 대표, 본선에선 문재인 전 대표를 이겨야 한다. 그것이 가능한 일인가?

“국민의당과 통합을 선언한 상태에서 교만하게 말할 건 아니지만, 자신 없었다면 들어왔겠나? 안 전 대표가 갖고 있는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결국 손학규가 이길 것이다. 손학규가 갖고 있는 안정감·경험·지혜 등이 ‘통합의 리더십’으로 승화될 것이고, 우리 국민의당 당원들은 손학규를 선택할 것이다. 문 전 대표는 민주당 내에서는 대세론일지 몰라도 종국에는 기득권세력의 연장선상이자 박근혜 패권세력을 연장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래서 충분히 이길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2014년 7·30 재·보궐선거 수원병(팔달)에 출마했다 패배한 손학규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이 이튿날 정계은퇴를 선언한 뒤 기자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문재인 전 대표는 ‘제3지대는 새누리 정권의 연장일 뿐’이라고 역공을 펼친다.

“그게 바로 패권세력의 오만이다. 어떻게 빅텐트, 제3지대를 그렇게 이야기할 수 있나? 현재의 집권세력은 누구를 후보로 세워도 안 된다. 박근혜의 아바타가 어떻게 집권하겠는가? 상식에 맞지 않는다. 문재인 전 대표 역시 패권이다. 마치 ‘어디서 까불어’ 하는 전형적인 교만함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국민의당은 단순히 제3세력이 아닌 우리나라 정치를 주도할 개혁세력의 모임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민주당 대표 시절이던 2011년 친노세력인 ‘혁신과 통합’과 통합했다. 당시 친노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오늘날 ‘대선후보 문재인’도 없었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나는 원칙의 정치인이다. 2010년 민주당 대표가 됐을 때 야권통합을 이루겠다고 약속했다. 대표가 되자마자 야권통합 위원회를 만들어 재야세력과 통합을 추진했다. 당시 친노세력은 당 밖에서 정당화(政黨化) 작업을 추진하고 있던 데다 여의도에서는 박근혜 후보가 최고 세력을 형성하고 있었다.(야권으로서는) 이기기 쉽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대선후보가 되지 않아도 좋다’는 각오로 통합을 이뤘다. 야권통합은 필연의 과제이자 대선을 치러볼 수 있는 기본조건이었다. 만약 통합이 안 됐다면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가 48%를 얻는다는 것은 상상조차 못했을 것이다. 이것은 개인적 유·불리를 떠난 대승적 결단이었다.”

“탄핵 인용 후 새 나라 이끌 능력·경륜 찾게 될 것”


▎2차 민심대장정에 나선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2007년 7월 5일 화순군 동면 대한석탄공사 화순광업소의 지하 500m 갱에서 작업을 마친 뒤 근로자들과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문재인·안희정·이재명 등 민주당 예비후보들은 흥행몰이 중이다. 지지율을 삼분한 듯하다. 국민의당 입장에서 반전카드가 있을까?

“삼분했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물론 민주당이 커다란 세력을 형성하고 있는 것은 맞다. 지금은 탄핵정국의 전 단계니까. 탄핵 인용 날짜가 정해지고, 실제로 인용될 때 우리나라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다. ‘이제 대통령은 물러났으니, 다음에 우리나라를 어떻게 건설할까’ 하는 문제가 가장 중요하게 대두된다. 탄핵으로 적폐(積弊)가 청산된 이후에는 새 나라 건설에 관심이 쏠릴 것이다. 그럼 누가 건설할 것인가? 누가 늪에 빠지고 절벽 아래로 떨어진 경제를 살릴 것인가? 누가 일자리를 만들 수 있을 것인가? 누가 사회적 안정을 이룰 수 있을 것인가? 국민은 안정과 개혁을 함께 이룰 수 있는 능력을 볼 것이다. ‘저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나, 무엇을 해왔나’를 실적을 통해 보게 될 것이다. 아울러 사회통합과 정치통합의 능력을 누가 갖추고 있는지 살펴보면서 개혁의 국민의당 세력, 능력의 손학규를 선택하게 될 것이다.”

인턴·계약직·비정규직이 많다. 연장근무·주말근무·야근 등도 여전하다. 대한민국 현실에서 ‘저녁이 있는 삶’이 가능할까?

“2012년 대선 때 ‘저녁이 있는 삶이 우리나라 현실에서 좀 빠른 것 아니냐’ 하는 의문도 있었다. 그러나 그건 우리 국민의 행복지수를 높이는 일이자 국가의 목표와 직결된다. 지금은 ‘저녁이 없는 삶도 좋으니 일자리만 다오’ 하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그만큼 경제가 어렵다. 모든 국민이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릴 수 있는 경제적·사회적 여건을 마련하는 게 나의 과제이자 책무다. 저녁 있는 삶에 더해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어떻게 하면 중산층이 튼튼한 나라를 만들 수 있을지, 그 마땅한 구호를 고민하고 있다.”

강진 만덕산의 토굴생활에서 얻은 지혜나 교훈이 있다면?

“강진에서는 자연과 함께 생활했다. 땅에서, 바다에서, 산에서, 하늘에서 자연의 위대함을 느꼈다. 자연의 이치에 순응하는 것이 살 길이라고 깨달았다. 자연에 순응한다는 것은 모든 것을 자연에 떠맡기고 마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순리를 잘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페르스 정복을 이룩한 키루스가 한 말 가운데 ‘전쟁에 나갈 때마다 기도하는 건 가장 큰 힘’이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그건 ‘기도할 자격이 있는 사람만이 기도하는 것’을 의미한다. 말을 탈 줄도 모르는 사람이 기병전(騎兵戰)에서 이기게 해달라고 기도하면 되겠나? 말 타기 훈련부터 하는 게 순서일 것이다. 이처럼 자연의 순리가 무엇인지에 대해 크게 배우고 깨달았다.”

정계복귀에 대한 논란도 있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손 의장의 은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그것은 문재인의 홍위병(紅衛兵)으로서 한 얘기다. 안 지사가 차세대 리더로 건강하고 긍정적으로 우리나라 발전에 기여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그리고 (내가) 정당(당적)을 자꾸 바꿨다지만 바꾸지 않은 것이 있다. 나는 소신을 바꾸지 않았다. 만일 내가 정당을 바꾸지 않았다면 소신과 이념을 바꿨을 것이다. 내 소신과 이념을 계속 유지한 상태에서는 새누리당에 남아 있지 못했을 것이다. 과거에 학생운동·사회운동을 했던 사람이 지금 새누리당에서 하는 행태를 보라. 나는 정치적 배신이 아니라 소신과 정책을 제대로 지킨 것이었다. 민주당 당적을 버린 것은 새로운 정치를 위한 일이었다. 민주당의 기득권·패권세력은 지금 손학규에게 맞지 않다. 그래서 새로운 개혁세력을 찾아나선 것이다.”

“한나라당 출신? 중도보수 흡인력 월등”


▎2007년 5월 14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남북평화재단 창립대회에 참석한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과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담소하고 있다. 고 김 전 의장, 손 전 지사, 고 조영래 변호사는 서울대 65학번 동기이자 ‘운동권 삼총사’였다.
문재인 전 대표를 이길 자신이 없었기에 민주당을 나와야 했다는 말도 있다.

“문재인 후보가 나에게 특별한 상대는 아니다. 대세론은 있지만 경향각지(京鄕各地)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문재인 갖고 되겠는가’ 하는 말들이 많다. ‘저 사람 여론조사만 높아’ 하는 소리도 있다.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은 탄핵정국에서 드러나는 쏠림현상 중 하나일 뿐이다. 앞서 말한 대로 탄핵안이 헌재에서 인용되고 대선정국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누가 이 나라를 다시 건설할 것인가? 누가 안정적으로 개혁할 것인가? 누가 국민통합을 이룰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다. 그것에 따라 지지 방향이 달라질 것이다.”

본격적인 대선국면이 열리면 손 의장에게 공간이 열릴 거라는 말인가?

“그렇다.”

그럼에도 지지율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반등전략이 있는가?

“반등전략이라기보다 우리 국민의당을 개혁세력의 중심으로 키워 튼튼하게 만드는 것이 첫 번째 과제다. 국민의당의 집권능력을 높여야 한다는 말이다. 그 안에서 국민의당 당원·지지자들로부터 손학규의 안정적 개혁능력·통합능력이 이 사회를 새롭게 하고,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늘리고, 한반도 평화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인정받으려 한다.”

“탄핵만으로는 새 나라 건설에 역부족”


▎손학규 한나라당 후보가 2002년 지방선거에서 경기지사 당선이 확정되자 부인 이윤영 씨, 지지자들과 함께 기쁨을 나누고 있다.
다른 야권후보들에 비해 보수층 흡인력(吸引力)이 강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한나라당 탈당에 대해 뭐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지만 한나라당에서도 해보고, 민주당에서도 해보고, 국회의원·도지사·장관에 젊어서는 민주화운동도 했다. 도지사 시절에는 세계적 기업을 경기도에 유치해 일자리를 만들었다. ‘다양한 경험이 손학규 당신의 역량 평가에 도움될 것’이라고 하는 사람이 많다. 중도와 중도보수층에서 그런 능력을 평가한다면 나 손학규에 대한 지지가 높아지리라 생각한다. 참고로 지난 대선에서 내가 민주통합당으로 야권을 통합해 ‘대선 득표능력’이 최고치에 이르렀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도 막판에 문재인을 지지했는데, 48%를 넘지 못했다. 그건 중도보수층으로의 확장력이 약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나 손학규는 그런 지지를 높여갈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제7공화국을 외치는 개헌론자다. 왜 개헌이 필요한가?

“우리나라는 기득권세력이 판친다. 대통령의 특권이 비선실세로 옮아가 국정농단 정도가 너무 심하다. 기득권 타파가 필요하다. 제왕적 대통령의 무소불위 권력이 타도 대상이다. 이제는 대통령의 특권을 걷어내는 체제 개편이 필요하다. 광장 민심이 ‘이게 나라냐’고 했을 때 그중 하나는 대통령의 적폐를 걷어내야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새로운 나라의 틀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대통령을 둘러싼 적폐를 걷어내는 건 탄핵으로 일단락될 수 있지만, 새 나라 건설은 기존의 틀로는 안 된다. 기존 틀에서는 누가 대통령이 돼도 제왕적 대통령의 특권을 남용할 것이다. 지난 30년 동안 6명의 대통령 가운데 비선실세가 없었던 적이 없다. 특히 형제·자제인 경우가 많았다. 또 구속 안 된 비선실세도 많았다. 이제 국민에게 권력을 돌려주는 국민주권시대가 열려야 한다. 지금과는 권력구조가 다른 국가가 탄생돼야 한다. 그게 바로 제7공화국이다. 제7공화국은 권력구조뿐 아니라 재벌·검찰의 특권구조도 바꾸는 국가이며, 지방자치가 강화되는 분권시대를 여는 나라다. 국민이, 기득권 없는 모든 사람이, 법 앞에 평등한 세상이 돼야 한다. 경제가 회복돼 일자리가 풍부한 나라를 이루는 게 제7공화국이다.”

바람직한 개헌 방향은 뭐라고 보나?

“원래는 내각제를 반대했다. 일본의 경우 때문에 그랬다. 총리가 평균 재임기간 1년을 넘기지 못하다 보니 정치가 경제를 리드하지 못했고 외교능력이 저하됐다. 그런데 독일에 가서 직접 보니 생각이 달라졌다. 개인적으로는 독일식 책임총리제가 답이라고 본다. 독일은 통일과 번영을 이뤘다. 세계 최고의 복지국가를 만들었는데, 이는 정치적 안정을 기반으로 일군 것이다. 지난 70년 동안 총리가 8번밖에 바뀌지 않았다. 내각제이면서도 정치적 안정을 기할 수 있었던 것은 ‘건설적 불신임안’이라는 제도도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연립정부가 지속돼왔기 때문이다. 독일 통일이 콜 총리에 의해 이뤄졌다지만, (중도좌파 사민당 대표인) 브란트 총리의 동방정책과 연결된 것이다. 독일은 또 2022년이면 원자력발전소가 하나도 없게 된다. 원자력 폐기정책을 2011년에 선포했는데 그것은 원래 좌파정당인 녹색당의 정책이었다. 말이 정책이지 거의 구호나 다름없었는데 연립정부를 통해 사민당·기민당으로 이어졌고, 메르켈 정부로 내려와 국가정책으로 채택됐다. 이렇게 정치적 안정과 정책적 통합을 기할 수 있는 독일식 책임총리제가 가장 적합하다.”

누가 집권해도 여소야대를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우리에게 여소야대는 현실이다. 거스를 수 없다. 누가 돼도 다당제가 현실이다. 정치적 불안이 가중될 것이다. 여기서 정치적 안정을 기하기 위해서는 연립정부제가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독일식 책임총리제가 바람직하다. 다만 우리 국민은 70년 동안 대통령을 뽑아왔기에 그에 대한 향수를 갖고 있다. 대통령을 국민이 뽑지 않고 국회에 맡기는 문제는 ‘대통령의 권한은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문제와 직결된다. 이는 국민에게, 그리고 국회 개헌특위에 맡겨야 한다.”

“경기지사 시절 74만 개 일자리 창출”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2007년 5월 19일 서울 동교동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자택을 방문해 인사하고 있다.
대선 전에 개헌이 가능할까?

“대선이 두세 달밖에 남지 않았다는 말을 한다. 개헌이 주요 이슈로 등장한 것이 서너 달 지났다. 그때 추진했으면 대선 전에 하고도 남았다. 개헌은 의지의 문제다. 시간의 문제가 아니다. 개헌하지 않고 지금의 제왕적 대통령제를 유지하겠다는 민주당 패권세력이 굳건히 자리 잡아 개헌이 안 되는 것이다. ‘대선 후에 개헌하자’는 식의 말로만은 안 된다. 제왕적 대통령의 권력을 누가 내놓겠나? 국회 개헌특위에서 개헌을 추진하는 개헌안이 지속될 수 있는 법적 장치와 고리가 대선전에 마련돼야 한다.”

대한민국에 어떤 리더십 필요하다고 보는가?

“크게는 개혁·안정·통합의 리더십이다. 특히 기득권을 다 벗어 던지는 개혁이 필요하다. 국민주권시대의 개혁, 법 앞에 평등한 국민이 될 수 있는 개혁이 필요하다. 개혁하려면 실천력과 능력을 가져야 한다. 또 안정적으로 이끌어야 한다. 개혁한다고 나라를 뒤집을 수는 없다. 경제파탄도 안 된다. 경제를 제대로 이끌고 사회를 안정시킬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국민통합·사회통합·정치통합의 리더십이 절실하다.”

여러 정파가 협치·연대·연정을 말한다. 손 의장이 추구하는 개혁연합정치는 무엇인가?

“개혁연합정치는 공동정부다. 누가 대통령이 돼도 여소야대다. 안정적 정국운영이 힘들다. 반대파를 끌어안아야 한다. 국회와 협의해 총리를 뽑고, 총리는 단순히 각료 제청권만 행사할 게 아니라 상대 당의 인물을 받아들이는, 그런 공동정부가 필요하다. 개헌 전이라도 개헌이 목표하는 바의 새 정부 구성은 대통령이 추진해야 한다. 협치와 합의를 통해야만 경제를 안정적으로 이끌고 복지문제와 남북관계도 잘 풀어나갈 수 있다.”

경기지사 시절 일자리를 많이 생산했다. 묘책이 있었나?

“2002년부터 4년 동안 경기지사로 일했다. 당시 전국에서 100만 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졌는데 그중 74만 개가 경기도에서 나왔다. 서울의 GDP 성장률이 2.8%였는데 경기도는 7.5%였다. 어떤 후보는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공공 일자리 81만 개를 만들겠다고 하더라. 그것은 일자리 창출이 아니라 세금을 쓰자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더 많은 공무원만 만들자는 것인가? 지도자라면 일자리는 기업이 만든다는 신념이 있어야 한다.”

손 의장은 경기지사 시절 일자리 창출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말끝에 힘을 실었다. 실제로 그는 각종 조사에서 ‘가장 일을 잘한 경기지사’로 꼽혔다. 정치부 기자들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늘 대통령감 1위를 기록하는 것도 지사 시절 실적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파주와 판교를 보면 손학규가 보인다’는 말이 있던데.

“경기지사 시절 파주에는 LCD단지를, 판교에는 허허벌판에 테크노밸리를 만들었다. LCD단지를 만들 때 파주 인구가 17만 명이었는데 지금은 42만 명이 됐다. 66만1000㎡(20만 평) 규모의 판교 테크노밸리에는 입주기업만 1100개가 넘는다. 7만5000개의 일자리가 생겼고 연매출만 100조원이라고 한다. 이게 바로 일자리 창출이다. 도지사 집무실에는 일자리 현황판을, 의왕~과천 고속도로 앞에는 전자 일자리 현황판을 붙여놓았다. 남들에게 자랑하려는 게 아니라 내 자신과 공무원들에 대한 경고였다. 모든 투자를 결정할 때 ‘1000평(3300㎡) 부지에 100억원을 투자하면 일자리가 50개 생긴다’는 식의 고용역량평가를 반드시 거치게 했다.”

“통합 리더십은 서민과 함께할 때 발휘돼”


▎2004년 1월 김영삼 전 대통령, 최형우(오른쪽에서 둘째) 전 내무부 장관, 손학규 경기지사가 만찬 후 신라호텔을 나서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의 뒤쪽은 박관용 국회의장.
사드(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입장을 듣고 싶다.

“사드 배치는 국민적 논의가 우선돼야 한다고 본다. 북한이 핵무기로 우리를 공격할 때 사드가 아무런 제어장치가 못 된다는 주장이 여전하다. 국방부에서도 서울·평택에 대한 공격은 성주에 배치된 사드로는 방어가 안 된다고 하지 않나? 중국이 사드를 트집잡아 경제보복을 가해오고 있다. 북핵 해결의 관건은 중국이고, 미국 대통령도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본다. 그런데 사드로 중국을 배제해버리면 북한에 핵을 그냥 발전시키라는 모순된 이야기밖에는 안 되는 것 아닌가?”

손 의장은 사드 문제와 관련해서도 독일식 해결 모델을 제시했다. “1970년대 초 소련이 서구 유럽을 겨냥한 SS20 미사일을 설치하려고 한 적이 있다. 당시 미국은 여기에 맞서 퍼싱2 미사일을 배치하려고 했다. 그 한가운데 있던 게 독일이었는데 당시 겐셔 외무장관이 미국과 소련을 오가면서 ‘제로 옵션’을 만들어냈다. 서로 사정거리 5500㎞ 안에는 아무것도 두지 않는다는 합의안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러한 협상 경험이 통독의 밑거름이 되기도 했다.”

어떤 대통령이 되고 싶나?

“개혁·안정·통합의 대통령이 될 것이다. 다시 종합해 말하자면 국민통합의 대통령이다. 우리나라가 어렵다. 경제·안보·일자리도 어렵다. 다시 말하면 국민의 갈등, 불평등 심화, 양극화 심화다. 우리 국민의 에너지와 지혜가 모이면 못할 것이 없다. 우리는 35년간 일제의 탄압에도 독립을 이룩했고, 4·19혁명으로 독재를 물리쳤다. 또 6월항쟁으로 군사정권을 몰아냈다. 1997년 IMF 위기 때도 금 모으기 운동으로 이겨냈다. 그 무한한 에너지와 지혜를 모으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다. 국민통합의 대통령이 돼서 이 난국을 국민과 함께 헤쳐나갈 생각이다.”

안정감·경륜·중량감 면에서는 후한 점수를 받는다. 그 밖에 숨겨진 나만의 저력이 있다면?

“통합의 리더십을 다시 강조하고 싶다. 통합의 리더십은 권위주의에서 나오지 않는다. 서민과 함께할 때 나오는 것이다. 경기중·고-서울대-옥스퍼드대 나오고 교수·장관·도지사를 했다고 해서 금수저가 아니다. 시흥 촌놈이고 늘 서민과 함께했다. 과거 100일간의 민심대장정을 통해 서민생활을 직접 겪고, 거기서 우리나라가 해야 할 일을 찾고자 했다. 서민대통령으로서 손학규, 이것이 나의 가장 큰 강점일 것이다.”

- 글 최경호 기자 squeeze@joongang.co.kr 정리 신승민 인턴기자 사진 김현동 기자 kim.hd@joongang.co.kr

201703호 (2017.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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