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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기획] 심리학자 3인의 박근혜-최순실 정신세계 탐구 

“의존과 나르시시즘, 자폐와 강박의 4중주” 

한기홍 월간중앙 선임기자, 김포그니 기자 glutton4@joongang.co.kr
불명확한 것, 다양한 의견 나오는 사안에 대한 공포…배신 트라우마보다 자폐성향이 박근혜 정신세계의 특질

인간은 욕망이 움직인다. 인간에게 자신의 은밀한 욕망은 또한 부끄러움의 대상이다. 최순실 씨는 그러나 자신의 욕망을 거침없이 이 세상에 개진했다. 인간 욕망의 속성을 마스터한 후, 권력의 세계에서 그 욕망의 충족을 추구했다. 이 오래된 덫에 박근혜 대통령이 걸려들었다. 치명적인 의존이 강박과 자폐의 비극을 낳았다. 정신분석, 심리학자 3인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 박-최 2인의 정신세계를 들여다봤다. (※기사 본문에서는 글의 흐름을 위해 주요 인물들의 호칭은 생략했습니다.)


▎최순실의 자기애적 성향의 가장 중요한 내적 구성은 불안이다. 자기 말을 잘 듣는 사람, 특히 권력에 약하고 정의감은 제로인 사람들을 좋아한다.
“박근혜의 성인기 자폐, 낯선 세계가 두렵다” | 황상민 전 연세대 교수


부모의 비극적 죽음과 박근혜 정신세계는 어떤 인과관계가 있을까? 결론적으로 부모의 비극적 죽음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정말 관계가 있는 건 부모의 갑작스러운 죽음이라고 보는 게 맞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박정희 부부가 박근혜가 독립적인 인간으로 성장하도록 양육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게 더 비극적인 상황이라는 걸 먼저 지적해야 한다. 박근혜와 관련된 가장 그릇된 프레임은 어린 시절에 부모를 잃었다는 규정이다.

박근혜의 미성숙한 정신세계나 심리행동을 더 이상 부모의 비극적 죽음으로 돌려선 안 된다. 실제로 박근혜의 행동 특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18년 동안 공주로 살았고, 심지어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그 시점에서도 공주로서 완벽하게 살아야 했고, 어쩌면 24세부터는 공주에서 어줍잖은 여왕 노릇까지 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의전이 없으면 인터뷰를 할 수 없는 사람


▎1972년 12월 27일 박정희 대통령이 제8대 대통령 취임선서를 하고 있다. 우로부터 근혜, 육영수 여사, 지만,김정렬 비서실장.
여기서 최순실이 등장한다. 그녀와 관련된 자료를 살펴보면 최순실은 완벽하게 공주를 호위하고 다니는 무수리의 역할을 한 거 같다. 최태민이 박근혜를 좌지우지하는 정신적 지주이자 박근혜가 가장 의존하고 존경하는 사람이었다면, 최순실은 박근혜를 ‘구국여성’이라 부르며 추종하는 공주의 무수리라 할 수 있다. 역시 관계의 중심은 최태민-박근혜였다는 것이다. 박근혜는 아마 최태민을 중심으로 관계를 형성하고, 나머지 사람은 자기를 도와주는 집사나 하인 정도로 생각하면서 지내지 않았을까 추정한다.

박근혜가 최순실에게 본격 의존하기 시작한 것은 1998년 국회의원에 당선된 직후부터라고 봐야 한다. 그때부터 ‘수첩공주’의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가만히 우아한 표정을 짓는 것은 박근혜의 특기다. 소위 의전이 있는 곳에서 박근혜의 처신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 그런데 의전이 분명하지 않은 곳에서 어떤 행동을 하고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하나? 박근혜가 가장 힘겨워 하는 상황일 것이다. 의원 시절 박근혜는 대통령보다도 인터뷰하기 어렵다는 소문이 자자했다. 의전이 없으면 인터뷰를 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박근혜는 일종의 자폐성향, 그중에서도 ‘성인기 자폐성향’을 보이는 사람으로 볼 수 있다. 성인기 자폐성향을 겪는 사람들의 대표적인 특징은 자신에게 익숙한 환경이 아닌 낯선 환경을 접하는 것에 대해 힘들어한다는 점이다. 특정한 물건이나 환경에 대해서도 강박적인 행동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자기 표현하는 데 있어서 상당히 서투르고, 언어표현에 있어서도 그런 특징이 보인다. 전형적인 성인기 자폐성향을 지닌 사람인 듯하다. 가끔 딴 세상에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도 성인기 자폐의 주요 특징이다. 장관과 참모들과의 독대를 가능한 피하려고 했던 박근혜의 평소 심리상태도 성인기 자폐로 설명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본인이 구체적인 아젠다에 대해 잘 모르고,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성인기 자폐성향의 특징은 낯선 세계나 새로운 사물, 현상에 대해 배우는 것을 힘들어한다. 절차적인 측면에서 불명확한 것,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사안에 대해 매우 곤혹스러워 한다.

박근혜의 소위 ‘배신 트라우마’는 언론이 만들어낸 것이다. 박근혜가 거기에 대해 리액션을 보이는 건 아니다. 자폐성향을 멋있게 해석한 것이 배신 트라우마라는 얘기다. 자기에게 익숙하지 않은 사람, 자기에게 잘해주지 않는 사람에 대해 아이가 생떼를 부리듯 보이는 리액션은 성인기 자폐성향이 높은 사람에게 보이는 전형적인 모습이다. 그건 미성숙이 아니라 그 사람의 하나의 특성, 성인기 자폐성향을 지닌 사람의 특질이라고 보면 된다. 영화 <레인맨>에서 더스틴 호프만은 산수계산은 잘하지만 나머지 분야엔 거의 무능하다. 특정한 것에 매달리고 표현을 강박적으로 반복한다. 자기가 원하는 게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표독스러운 표정을 심지어 국민들한테도 보이곤 했다. 전형적인 성인기 자폐증의 증상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환관 세력’의 발호 위험은 여전하다


▎최순실 씨의 전 남편인 정윤회 씨는 한때 국정개입 의혹의 핵심 당사자였고 박근혜 대통령의 오랜 측근이었다.
박근혜가 처음 국회의원 나올 때부터 모든 것을 일종의 신비주의 전략으로 기획한 사람을 나는 정윤회라고 본다. 정윤회가 최순실의 지휘 하에 움직였던 사람인가 아닌가 하는 점은 여전히 미스터리다. 정윤회는 아주 잘 도망을 갔다. 십상시 사건 나고 두 사람은 이혼했는데 왜 이혼을 하게 되었을까는 지금까지도 미스터리다. 정윤회가 노출됐기 때문에 정윤회와 관계를 끊었다면 처음부터 최순실이 지휘를 한 것으로 봐야 한다. 박근혜와 정윤회 간의 강한 유대감은 없었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정윤회·최순실 이혼 시점 이후에 갑자기 많은 일이 벌어졌다. 정윤회가 바깥일을 맡고, 최순실은 박근혜의 사적인 일을 챙기는 분업이 이뤄졌었는데, 이혼으로 그런 틀이 깨진 것이다. 정윤회가 사실 이것저것 관여하고 챙기는 게 많다는 걸 최순실이 알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일반적인 프레임으로 생각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장차관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정윤회를 통해서 열심히 로비를 했기 때문 아니냐는 정황이 그간 불거지기도 했다. 박근혜는 그 자리에 임명되는 사람들이 누구인지를 알려고 하지 않는 사람이다. 그럼 그 얘기를 누가했을까? 정윤회와 문고리 3인방이 그걸 다 했을 것이라고 본다. 이혼으로 정윤회가 빠지면서 최순실이 직접 간여하는 케이스가 훨씬 더 많아졌을 것이다.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질 수밖에 없었던 배경이기도 하다.

최순실에게 특유의 책략가적인 기질, 재능이 있었을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 청담동 아줌마 수준을 조금도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일 뿐이다. 어느 정도 굵직한 조언을 해줬을 수도 있지만, 그게 다 엉망이었던 게 밝혀졌을 뿐이다. 많은 사람은 최순실의 기획에 의해 박근혜가 대통령까지 되었다고 생각하는데 가장 결정적인 공헌을 한 사람은 박근혜에게 패배 한 야당 정치 지도자다. 최순실은 진짜 복권에 당첨된 것이나 다름없다.

박근혜가 만약 탄핵되지 않았다면 퇴임 후 최순실-박근혜 관계는 어떻게 변화했을까? 아마도 큰 변화는 없었을 것이다. 전직 대통령을 옆에 두고 그의 재산과 남은 영향력에 기대어 기생했을 것이다. 빨대 꽂아서 숙주가 죽을 때까지 빨아먹는 삶이라고 할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 국민은 많은 정치적 교훈을 얻었다. 가장 중요한 것이 대통령, 또는 권력자를 신성시하는 태도와 소위 ‘환관 세력’의 발호다. 측근에게 좌지우지 되는 사람은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된다. 측근, 또는 환관들은 대통령 후보를 한 점 부끄러움이나 흠이 없고, 완벽한 인품의 인간으로 이미지를 만들고 신성시한다. 그래야만 그 사람이 측근에 의해 움직인다는 것을 합리화할 수 있고 수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사람은 흠결이 전혀 없는 사람이니까 누군가 그 사람을 잘 모시지 않겠느냐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다. 황제를 모시는 심리가 되는 것이다. 왕이 있으면 환관이 있는 게 당연하다는 미신이 퍼지게 된다. 그런 미신이 존재하는 한 제2의 박근혜가 나타날 가능성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자기애(최순실)와 의존형(박근혜)의 환상 궁합” | 이승욱 정신분석 전문가


박근혜 정신세계의 이해를 위해서는 박정희, 육영수 부모의 비극적 죽음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육영수는 부친이 첩을 거느린 거부(巨富)의 딸로 태어나 기본적으로 남성에 대한 선망과 분노의 애증이 강했을 것이다. 박정희의 여성편력으로 박정희와 육영수의 관계는 늘 불안했다. 그들이 여자문제로 자주 ‘육박전’을 벌였다는 점은 잘 알려진 이야기다. 육영수 입장에서는 부친 육종관과 박정희가 자주 오버랩되었을 것이다. 그 관계 속에서 박근혜는 어떤 역할을 했을까? 미루어 짐작해보건대 박근혜는 박정희의 정서적 배우자였을 것이다. 즉 육영수와 심리적 라이벌 관계에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 물론 모녀 사이에는 당연히 깊은 애정이 형성돼 있지만 부모 자식 관계는 결코 단선적이지 않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 헤르타 뮐러는 한때 나치 부역자였던 자신의 아버지가 죽자 “우환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의미심장한 발언이다. 박근혜는 아버지로부터 심리적 독립을 성취하지 못했고, 박정희라는 인간을 객관적으로 평가하지 못한 유아기적 심리상태에 머물렀다. 박정희를 결코 한 개인으로 독립시켜 보지 못한 유아기적 트라우마다. 박근혜가 겪은 심각한 트라우마 중엔 ‘박정희 덕분에 권력을 누린 자들의 배신’이 있다. 박근혜는 그 트라우마를 끝내 극복하지 못했다.

두 딸이 두 아버지를 서로 ‘교차공유’ 하다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의 산에 있는 최태민의 묘지. 최태민은 박근혜가 가장 불안했던 시기에 정신적 구세주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왜 박근혜는 최순실이란 비선실세에게 권력의 일부를 위임했는가? 최순실은 박근혜의 심리적 그림자라고 볼 수 있다. 인간에게는 결코 드러내고 싶지 않은, 수치심과 부끄러움의 원천이 있다. 성격의 일부를 형성하는 치부다. 공적인 시스템 안에서는 자신의 그런 그림자가 드러나지 않는다. ‘심리적 그림자’ 최순실은 박근혜의 사적 영역을 넘어 공적인 시스템 안으로 침입했고, 그런 최순실에게 박근혜는 자기 권력의 일부를 위임했다. 두 사람 간에 이뤄진 여러 가지 이권사업이 이 같은 그림자 관계의 구체적 외화라고 할 수도 있다.

어떻게 최태민과 박근혜의 의존관계가 최순실에게까지 연결되었을까? 그 심리학적 메커니즘은 무얼까? 최순실은 ‘자기애적 성격장애’ 성향이 굉장히 강한 사람으로 보인다. 박근혜는 ‘의존형 성격장애’ 성향이 강하다. 둘의 조합은 환상적일 궁합이 될 수도 있다. 확장을 지향하는 자기애와 사소한 것 하나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는 의존형의 조합이다. 역사적 우연인지 필연인지 모르겠으나, 이 우연적 필연은 강력한 아버지(박정희와 최태민)를 둔, 그리고 그들의 후계자로 지목된 두 딸이 두 아버지를 서로 교차공유하는 심리상태로까지 발전했던 것 같다.

박근혜는 20대 초반에 부모를 상실한 위기를 맞았다. 이 시기는 생물학적으로, 또는 심리정서적으로 부모로부터 독립하려는 내적 욕구가 강한 시기다. 부모를 떠나려는 박근혜의 내면과 누군가에 의존하고 싶은 내면의 갈등이 있었을 것 같다. 그때 등장한 최태민은 아버지의 이미지에 부합하는 ‘유사 아버지’로 다가온 존재였다. “나에게 의지하라”는 최태민은 박근혜에게 매력적으로 비춰졌을 것이다. 노회한 최태민의 입장에서 박근혜 같은 ‘클라이언트’는 혼신의 힘을 다 해 관리해야 할 대상이 아닐 수 없다.

인간은 ‘더 나은’ 환경을 찾기보다, ‘더 익숙한’ 환경을 찾는 데 관심이 있다. 새 집을 구할 때도 친근하고 익숙한 요소가 있을 때 더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이것은 인간관계에서도 의식, 무의식적으로 드러난다. 많은 여성이, 사실은 모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자신의 남편 안에 친정아버지의 모습을 발견한다. 친정아버지 같은 사람이라서 결혼하고, 그런 사람이 아닌 것 같아서 결혼하지만, 결국 자신이 아버지와 너무 비슷한 사람과 결혼한 것을 언젠가 발견하게 된다.

최태민과 박정희는 여성편력과 부녀의 나이 차 등에서 유사점이 있다. 최태민은 어쩌면 박근혜의 다른 아버지였을 것이다. 덧붙여 박근혜에게 최태민의 심령술사적인 캐릭터는 아버지를 능가하는 어떤 다른 힘을 가진, 또 다른 전능한 남성으로 비춰졌을 가능성이 있다.

심리학계에 아주 재미있는 현상이 있다. 프로이트나 라캉의 후계자가 아들이 아니라 딸이었다는 점이다. 카를 융도 딸과 같은 여성 마리아 폰 루이제가 후계자가 되었다. 아론 벡이나 칼 로저스도 딸이 아버지의 업적을 승계했다. 정치인들도 부녀가 권력을 승계한 사례가 많다. 박정희와 최태민의 권력과 부 역시 아들이 아닌 딸에게 승계되었다. 이 네 명의 부녀 관계는 아마 모두 정서적 배우자로 기능했고, 그런 유사성이 두 여성의 감성적 동질감을 형성하는 데 큰 기여를 했을 것이다.

박지만 마약은 구강기적 퇴행의 전형

박근혜는 ‘오염강박’이 있었을 것 같다. 의존형 성격에서 종종 보이는 성향이다.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항문기에 엄격한 배변훈련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 어머니의 엄격함이 오염에 대한 아주 심층적인 두려움과 분노를 동시에 형성했을 것 같다. 물론 일반화시킬 순 없는 것으로 추정이 가능할 뿐이다.

그래도 한 가지 짐작을 예로 들자면 박근혜와 박근령의 나이가 두 살 차다. 박근혜의 항문기, 즉 대소변을 가리는 나이에 박근령이 태어났다. 육영수가 박근혜에게 아주 엄격한 배변훈련을 시켰다면, 항문기 강박은 분명 있을 것 같다. 게다가 박정희의 여성편력에 대한 육영수의 ‘오염’에 대한 혐오가 있었다. 그 혐오가 자녀 양육, 특히 큰 딸에게 투사되었다면 박근혜의 청결, 접촉, 오염 강박이 이해가 되는 측면도 있다.

박지만의 마약중독을 아버지-어머니의 죽음으로만 원인을 돌리는데, 정신분석적인 시각에서는 개연성이 별로 없다. 마약 중독은 분명히 구강기적 퇴행의 전형이다. 이는 과도하고도 불규칙한 수유행위에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많다. 그런 면에서 육영수가 불안한 인격적 문제를 안고 있지 않았을까 깊은 의심을 하게 된다.

박근혜의 ‘화장실 편집(偏執)’이 오염 강박이라면, 그는 화가 많은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오히려 무턱대고 화내고 버릇없이 굴고 ‘막돼먹은’ 최순실에게 대리만족을 느꼈을 가능성이 있다. 분노를 강박적인 행위로 억압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화내는 대신 주변의 누군가를 화내게 하기 때문이다. 특히 자신이 애정을 느끼고 친밀하게 여기는 그 사람에게 말이다. 이 가정이 맞다면, 박근혜 또한 자신의 신체 이미지에 대한 상당한 열등감을 가졌을 가능성이 많다. 항문기 억압과 강박이 자기 이미지에 대한 열등감으로 연결되는 것은 심리적 필연이다.

인간은 욕망이 움직인다. 하지만 대다수는 자신의 은밀한 욕망을 부끄러워한다. 하지만 최순실은 자신이 욕망 덩어리였으며, 인간의 욕망을 누구보다 잘 알고, 그것을 정치의 세계로 연결할 수 있었다. 도널드 트럼프가 대표적이다. 그는 ‘미국인의 도덕’으로 상징될 수 있는, 오바마에 짓눌려 있던 ‘미국인의 욕망’을 자극했다.

최순실과 정유라, 갑은 정유라다

최순실은 전형적인 자기애적 성격장애와 반사회적 성격장애를 가진 것 같다. 자기애적 성향의 가장 중요한 내적 구성은 불안이며, 외적 특징은 자기 복제와 확장이다. 자기 말을 잘 듣는 사람, 특히 권력에 약하고 정의감은 제로인 사람들을 좋아한다. 반사회적 성격장애는 반복적으로 위법행위를 해도 죄책감을 모르는 특성을 가진다. 그래서 자기애적 성격장애와 반사회적 성격장애는 거의 쌍둥이처럼 붙어 다닌다. 이 같은 성정의 소유자가 자식 정유라의 성공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았던 정신적 배경은 무엇일까? 자식을 통해 자신의 욕망을 이루려 했고, 그럴 수 있으리라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서 최순실과 정유라 관계에서 갑은 정유라다. 정유라는 최순실의 욕망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최순실 국정농단의 가장 큰 피해자는 국민이다. 촛불혁명을 통해 국민은 그 상처를 스스로 치유했다. 사정당국과 정치권은 국민의 분노와 좌절을 감당할 능력도 없고, 또한 치료할 의지도 없다. 국민들은 스스로 치료하고 스스로 회복할 것이다. 프로이트는 “억압된 것은 회귀한다”고 통찰했다. 국민을 억압하고 속이고 통제하는 것은 일시적으로 가능하지만, 그 기간이 길수록 폭발력도 비례해 커진다. 밀실의 죄악은 결국 광장의 빛에 의해 단죄될 것이다.

“퍼스트레이디 역할보다 심리치료가 더 시급했다” | 김태형 심리연구소 ‘함께’ 소장


박정희-육영수 부모의 비극적 죽음이 박근혜 정신세계에 드리운 그림자는 무엇일까? 어머니의 죽음은 매우 공적인 행사장에서, 아버지의 죽음은 가장 신뢰하던 부하의 저격으로 발생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이 죽음이 박근혜에게 의미하는 것은 이 세상에 안전한 곳은 없다는 자각이다.

대통령이 참여하는 국가행사는 최고수준의 경호가 이뤄진다. 그곳을 뚫고 들어온 저격범에게 암살당했기 때문에 굉장히 심각한 불안을 느꼈을 것이다. 일반인의 죽음하고는 차원이 다르고, 여기에서 파생된 불안은 인간에 대한 불신감을 극단적으로 증폭했을 것이다.

누구를 믿을 수 있을까. 내 주변에 있는 사람은 나를 배신하지 않을까, 죽이지 않을까, 이런 불안은 충격적인 경험일 것이라 추측된다. 그때부터 박근혜의 정신세계는 세상에 대한 공포, 인간에 대한 두려움, 불신, 이런 것들이 지배하게 되었다.

어머니 육영수가 죽었을 때 박근혜는 아주 꼼꼼한 심리치료를 받아야 했다. 박정희 대통령은 심리치료를 시켜준 게 아니라 퍼스트레이디를 시켰다. 이게 굉장히 나쁜 결과를 가져왔을 것이다. 어머니의 죽음을 애도하고 상처를 치유할 수 없게끔 만든 것이다. 어린 나이에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맡은 건 굉장히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박근혜의 심리치유가 안 된 상태에서 최태민이 접근했던 것도 불행이었다. 세계에 대한 두려움, 사람에 대한 불신이 강하게 형성된 상황에서 이를 벗어날 가장 손쉬운 방법은 의존대상을 찾는 것이다. 이 상황을 효과적으로 이용한 게 최태민이다. 아버지가 사망했을 때에도 박근혜의 심리는 치유되지 못했다. 최태민한테 더 의존하는 심리상태가 장기간 고착된 것이다.

타인에게 떠밀려 대통령이 되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설 연휴를 앞둔 지난 1월 23일 오후 국립서울현충원 내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 묘역을 찾아 성묘했다.
어머니가 사망했을 때는 이십대 초반이었다. 보통 이 나이에 이런 심각한 상처를 입은 사람한테는 어떤 심리적 치료가 필요할까? 일단 어머니의 죽음을 충분히 애도할 수 있게 해주고, 그리고 어머니로부터 받은 사랑과 증오를 잘 정리시키는 것이 치료의 기본이다. 박근혜에게 가장 안타까운 것은 일반인들 속에서의 삶을 경험할 수 없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치유의 적절한 계기마저 가질 수 없었다. 심리적인 결함에 대한 피드백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자신의 성격상의 문제도 제대로 인식할 수 없었다.

그간 자료들에 의하면 최태민은 박근혜의 사생활을 상당 부분 통제했다. 자유롭게 사회생활을 하지 못했다는 것은 분명하다. 극소수의 대인관계만을 유지했을 뿐이다. 1998년부터 국회의원 등 공직을 맡게 되는데 트라우마가 극복되고 치유됐다는 증거는 없다. 트라우마 극복이 안 된 상태에서 큰일을 맡게 되면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 올 수 있다. 트라우마 자체보다 그 트라우마를 극복할 계기가 전혀 없었다는 것이 비극의 시작이었다.

박근혜는 1979년 아버지가 사망한 이후 18년 정도의 긴 사회적 공백이 있었다. 그 기간이 특히 좋지 않았다. 건강한 환경에서 건강한 대인관계를 계속 경험할 기회를 상실한 것이다. 유력 정치인이 공적인 시스템을 활용하지 못하고 비선실세에게 권력행사의 일부를 위임할 수밖에 없는 심리학적 기제는 무엇일까? 박근혜는 아마도 자신이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타인에게 떠밀려서 대통령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하기 싫은 일을 떠맡았기 때문에 대리인, 즉 비선실세가 필요했던 것이다. 박근혜는 권력의지, 개인적 욕망이나 대권을 가질만한 적극적인 내적 동기가 보이지 않았다.

박근혜는 마치 월급쟁이처럼 딱 주어진 일만하고 들어가, 집으로 숨는 패턴을 보였다. 후보자 시절부터 이런 점이 관찰되었다. 이 사람은 대권의지가 없다, 권력의지가 강한 사람이 아니다, 떠밀려서 하는구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됐다. 대통령이 일주일에 몇 번 정도 공관에 나가서 업무를 보고 나머지는 관저에서 전부 머물렀던 게 아니냐, 이런 의문도 생긴다. 세월호 당일 날 관저에 머물렀던 것도 그런 성향의 연장선에 있다. 하기 싫다고는 대놓고 말하지 못해도, 무의식적으로 하기 싫으니까 주어진 일만 하고 나머지는 집에서 쉬거나 사생활을 즐기려는 성향이 보인다. 남들한테 맡기고 알아서 해라, 이런 심리에서 비선실세는 반드시 필요한 존재가 된다.

박근혜는 공적인 관계에서 만난 사람들을 믿지 못했다. 예를 들어서 장관이나 수석이 대면보고를 통해 자기에게 얘기하는 것을 “진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보았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니까 그 말을 귀담아 들을 필요는 없는 거 아니냐, 그런 심리가 형성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비선의 말만 들을 가능성이 여기서 태동한다. 최순실의 대한 신뢰는 거의 절대적인 것으로 증폭되었다. 인간에 대한 불신이 심하니까 극소수 비선실세에게 의존하지 않으면 엄습하는 공포심을 억제할 수 없었을 것이다.

아무리 성형을 해도 만족은 없다

박근혜는 평생 독신으로 살았다. 박근혜가 결혼만 했었어도 어느 정도 정신적인 상처는 극복할 수 있었을까? 아마도 그것은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것은 최태민의 존재 때문이다. 정상적인 연애나 결혼을 위해서 심리적인 치료가 필요했다. 그러기 위해선 최태민과의 물리적, 정서적 분리가 선결 조건이다. 그게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박근혜는 후보시절 지방유세를 갔을 때도 반드시 당일에 돌아왔다는 이야기가 있다. 일정이 아무리 빡빡해도 외부 숙박시설의 불결함, 어떤 관념 속의 불결함을 참지 못했다는 것이다. 해외 나갈 때도 전용변기를 설치한다거나 화장대의 위치나 각도도 정해진 대로 하지 않으면 참지 못했다. 이런 증상 역시 세상에 대한 공포와 연결돼 있다. 감염에 대한 공포다. 기존의 익숙한 방식이 조금이라도 흐트러지면 두려움을 느낀다. 악수를 좋아하지 않는 것도 그런 감염 공포에서 나오는 특질이다.

열등감이나 낮은 자존감 때문에 부를 추구하는 사람들은 만족할 줄 모른다. 최순실이 바로 그런 케이스다. 낮은 자존감이나 열등감은 돈으로 충족될 수 없다. 아무리 돈을 벌어도 해결이 안 된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돈이나 권력에 집착하게 된다. 최순실의 성형에 대한 욕망과도 상통한다. 자존감이 없기 때문에 아무리 성형을 해도 만족은 없다.

박근혜가 만일 탄핵이 인용돼 사법처리 된다면 그의 정신은 급격히 붕괴될 가능성이 있다. 박근혜같이 마음속에 공포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 독방생활을 할 경우 심신이 빠르게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진짜 거대한 트라우마는 국민이 입은 것이다. 이 사건에 대한 명백한 진상규명, 그리고 처벌 그 다음 재발방지책. 이런 것들에 대한 명확한 전망이 보여야 국민적 트라우마는 치유될 수 있을 것이다.

- 한기홍 월간중앙 선임기자, 김포그니 기자 glutton4@joongang.co.kr

황상민 전 연세대 교수 - 서울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하버드 대학에서 심리학 석사 및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2016년 1월 겸직 금지 의무 위반으로 해임되었다. 성인 및 청소년의 심리 상담과 코칭을 하는 연구법인 위즈덤센터(wisdomcenter.co.kr)와 함께 연구를 수행했다. 저서로는 <한국인의 심리코드> 등이 있다.

이승욱 정신분석 전문가 - 뉴질랜드에서 정신분석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다시 실존적 현상학 전공으로 철학석사 학위를 받았다. 뉴질랜드 국립 정신병원에서 심리치료실장으로 10년 가까이 일하며 심리치료(정신분석)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마쳤다. 지금은 서울에서 닛부타의숲(회복의 숲) 상담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저서로는 <사랑에 서툰 아빠들에게> 등이 있다.

김태형 심리연구소 ‘함께’ 소장 - 고려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임상심리학을 공부했다. 기존 심리학의 긍정적인 점을 계승하는 한편 오류와 한계를 과감히 비판하고 ‘올바른 심리학’을 정립하기 위해 매진하고 있다. <심리학자, 정조의 마음을 분석하다> <무의식의 두 얼굴>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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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호 (2017.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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