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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정세] 미일정상회담 막전막후(幕前幕後) 

‘안보’와 ‘경제’의 맞교환 강요당했다 

콘도 다이스케 일본 [주간현대] 특별편집위원
트럼프와 밀월에 나선 아베, 일자리 창출에 혈안인 미국정부 의욕 앞에 전전긍긍… 2월 정상회담도 2조원 대 무기 수입을 대가로 트럼프 취임 후 첫 번째로 성사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월 10일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첫째로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을 한껏 추켜세운다. 둘째, 일본이 미국을 ‘위대한 나라’로 만드는 일에 어떻게 공헌하고 있는지, 혹은 공헌할지를 어필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위협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 중국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이번 일미정상회담은 이 세 가지가 전부다.”

일본 외무성 관계자는 일미정상회담에 임하는 일본 측의 전략을 이렇게 해설했다. 미국 시간으로 2월 10일, 아베 신조 총리가 백악관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일미정상회담을 가졌다. 이번 방미에는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이 수행했다. 정상회담 후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플로리다 별장으로 이동해 2박3일 동안 골프회동을 갖는 이례적인 환대가 있었다.

앞서 외교관의 말처럼, 정상회담 직후에 열린 기자회견에서는 세 가지가 강조됐다. 먼저,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환심을 사기 위해 ‘골드’를 각별히 좋아하는 그의 취향에 맞춰 특별 제작한 금색의 넥타이를 매고 정상회담에 참석했다. 기자회견에서도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제 이름은 ‘아베’입니다만, 가끔 미국에서는 ‘에브’로 발음됩니다. 그러나 저는 이것이 별로 기분 나쁘지 않습니다. 일본에서도 위대한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없기 때문입니다. 농부의 아들이 대통령이 되었다는 사실은 150년 전, 쇼군의 통치 아래 있던 일본인을 놀라게 했으며, 민주주의에 대한 눈을 뜨게 했습니다. 미국이야말로 민주주의의 챔피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훌륭한 비즈니스맨으로, 의원이나 지사 등 공직경험이 전혀 없는데도 불구하고 1년이 넘는 가혹한 선거전을 이겨내고 새로운 대통령으로 선출됐습니다. 이것이야말로 민주주의의 다이너미즘(dynamism)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을 진심으로 축복하고 싶습니다.”

일미안전보장조약 제5조 센카쿠 제도에도 적용


▎2017년 벽두부터 남중국해에서 해상 군사훈련 중인 중국 항공모함 랴오닝함과 중국 전투기 ‘젠-15’.
두 번째로 아베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일본 공헌에 대해 이렇게 발언했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기회가 넘쳐나는 나라이며, 그 때문에 자동차산업을 위시해서 많은 일본업체가 미국 전역으로 진출해 각지에 공장을 건설하고, 현지 생산을 해오고 있습니다. 지난해만 해도 일본은 미국에 새롭게 1500억 달러가 넘는 투자를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에 의해, 앞으로는 고속철도 등의 대규모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투자가 진행될 것입니다. 일본의 신칸센을 한 번이라도 체험하신 분이 있으면, 그 스피드와 쾌적성, 안전성을 이해해주실 것으로 생각합니다. 최신의 자기부상열차 기술을 사용하면, 여기 워싱턴에서 트럼프 타워가 있는 뉴욕까지 단 한 시간 만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일본은 이러한 높은 기술력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성장 전략에 공헌할 수 있으며, 미국에 새로운 고용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세 번째, 중국에 대한 견제는 다음과 같은 발언이었다.

“국가자본을 배경으로 한 국유기업에 의한 경제개입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지적재산권에 대한 무임승차가 용서돼서는 안 됩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자유와 룰에 근거한 공정한 시장을 일미 양국의 리더십 아래서 만들어가야 합니다.

안전보장 환경이 날로 엄격해 지는 상황 속에서 센카쿠 제도가 일미안보조약 제5조의 대상인 점을 확인했습니다. 미국은 지역에서의 프레전스(Presence, 영향력)를 강화하고, 일본도 적극적 평화주의의 기치 아래 보다 큰 역할을 다해나갈 생각입니다. 그리고 동중국해를 비롯해 남중국해, 인도양 등 어떤 장소이건 항행의 자유를 포함한 법의 지배에 의거하는 국제질서가 관철되지 않으면 안 될 것입니다. 일본과 미국은 무력의 행사나, 위협에 의한 어떠한 현상변경의 시도를 반대합니다.”

이번 일미정상회담에서 일본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일미안전보장조약 제5조가 센카쿠 제도에도 적용된다’라고 하는 한 문장으로서, 이번의 일미 공동성명에도 포함됐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아베 총리의 이번 방미는 이 한 문장을 얻기 위해서 일본이 경제 분야에서 전력을 다해 트럼프 정권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 ‘거래’에 흔쾌히 응한 것이다. 이것이 아베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 ‘밀월’의 진상이다.  

그러나 여기에 도달하기까지의 여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시계를 조금만 되돌려보자. 이 일미정상회담의 약 2주일 전, 일본 시간으로 1월 28일 토요일 심야 11시가 조금 넘은 시각, 정적이 흐르던 도쿄 나가타초의 총리 관저에는 돌연 날카로운 고음의 영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지금 미국 대통령은 오바마가 아니라, 바로 나요! 알아듣겠소? 일본도 이제 바뀌지 않으면 안 될 것이오! 언제까지나 오바마 시절 분위기에 젖어 있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일본의 아베 총리, 독일의 메르켈 총리,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 프랑스의 올랑드 대통령, 그리고 호주의 턴불 총리 등 5개국 정상과 연속해서 전화 회담을 가졌다. 그 스타트를 끊은 것이, 미국 동부시간으로 오전 10시, 일본 시간으로 심야 11시부터 42분간 이루어진 아베 총리와의 전화 회담이었다.

“작년 11월 뉴욕의 트럼프 타워까지 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때 회담에 동석한 내 딸 이방카가 당신(아베 총리)을 현명한 지도자라고 칭찬했습니다. 내 딸이 사람 보는 눈은 언제나 정확하지요.”

트럼프 대통령은 통화 첫머리를 이렇게 기분 좋은 인사말로 시작했다. 그러나 곧 성질을 이기지 못하고 언성을 높이기 시작했다.

“일본 측은 중국의 해양진출 위협이 심각하다고 거듭 말해오지 않았소! 그렇다면 방위예산을 더 올려서 중국을 쳐부숴야 하지 않겠소?!”

총리 관저에서는 하기우다 고이치 관방부장관, 이마이 다카야 총리수석비서관, 스즈키 히로시 외교담당 총리비서관, 아키바 다케오 외무성 심의관, 모리 다케오 외무성북미 국장, 야마노우치 간지 경제국장이 잔뜩 긴장한 얼굴로 아베 총리의 안색을 살피고 있었다.

“이렇게 미친 미국 대통령은 본적이 없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일본 도쿄의 총리 관저.
안전보장 문제에 관해, 아베 총리는 사정하듯 말을 이어갔다.

“일미동맹은 미국의 대통령이 바뀌어도 변함없이 지속되어야 할,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두 국가 간의 동맹입니다. 2월 10일 제가 백악관을 방문해서 경제와 안전보장 전반에 대해 차분하고 심도 있는 의견을 교환했으면 합니다. 일미동맹의 중요성도 전 세계에 확실하게 어필해야 합니다.”

총리 관저의 관계자가 해설한다.

“일미동맹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군수산업 고용을 늘리고자 중국과 북한의 위협을 부채질해서 일본에 미국산 무기를 팔아먹는 일 말고는 안중에 없다. 미국산 자동차를 구입하라고 하는 것과 같은 차원에서, 미국산 무기를 더 많이 구입하라고 상당한 압박을 가하고 있다. 동맹국이라면 그래야 한다고 하는 식으로 몰아붙이면서 일본에 대해서는 사양이고 나발이고 일절 없다.”

이 총리 관저 관계자는 “이렇게 미친 미국 대통령은 본적이 없다”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총리 관저의 한 직원이 ‘트럼프는 마치 신(新)고질라 같다’고 했는데, 그의 말마따나 작년 공개된 영화<신고질라>와 같은 괴물이 일본을 향해 덮쳐오는 것 같은 느낌이다.”

‘트럼프는 신고질라일지도 모른다.’ 일본(아마 한국도 마찬가지겠지만)이 이러한 불안을 느끼는 와중에, 지난 2월 2일에서 4일까지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아시아의 양대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을 방문했다. 새 정권 출범으로부터 보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국외로 나가는 것은 지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일본의 방위성 관계자가 다음과 같이 해설한다.

“매티스 국방장관의 한국과 일본 방문은 미국 국내와 아시아에서 각각 큰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먼저 미국 국내적인 문제로는, 매티스 국방장관을 구심점으로 하는 펜타곤의 군인 그룹과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고문이나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축으로 하는 백악관 그룹 간의 대립문제가 있다. 즉, 오바마 시절의 방위체제를 유지하려고 하는 현상유지파인 군인그룹과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대로 방위 시스템을 바꾸려고 하는 백악관 그룹 간의 대립이 이미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펜타곤은 푸틴 정권 하의 러시아를 ‘주적’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백악관은 러시아는 ‘파트너’라고 생각하고 있다. 또한 아시아 동맹국들에 관해서는 전자는 군사적 파트너로 생각하고 있지만, 후자는 비즈니스 파트너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 때문에 매티스 국방장관은 빠른 시기에 한국과 일본을 방문해 백악관 그룹의 선수를 치고, 미국의 아시아 방위체제는 당분간 변함이 없다는 쪽으로 방향을 정해 놓으려 한 것이다.


▎일본 야마구치현 이와쿠니 미 공군기지에 착륙한 F-35B 스텔스 전투기.
동시에, 일본이나 한국에 대해서는 안심시키고, 확인하고, 파악한다는 세 가지의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 즉, 첫째로 일본과 한국이 트럼프 정권 출범으로 미국과의 군사 동맹관계가 유지될지에 대한 불안을 가지고 있었다. 트럼프 정권 아래서도 미군의 프레전스(영향력)는 변함없다는 점을 공언, 양국을 안심시키려 한 것이다. 둘째로 한국에서는 오바마 정권의 바통을 이어받아 사드(THAAD) 배치의 진행상황을 확인하고, 일본에서는 오키나와 후텐마에 있는 주일미군기지를 헤노코로 이전하는 문제를 역시 오바마 정권으로부터 이어받아서 진행하겠다고 하는 확인이다. 그리고 셋째로 한국의 북한에 대한 위협과, 일본의 중국에 대한 위협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려고 한 것이다.”

미·일 국방장관 만찬에 불쑥 참석한 아베의 계산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앞 오른쪽)이 2월 4일 일본 도쿄에서 이나다 도모미 일본 방위상(왼쪽)과 함께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매티스 국방장관의 한국 방문과 일본 방문은 양쪽 모두 성공했다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매티스 국방장관은 방일 첫날인 3일 저녁 총리 관저로 아베 총리를 예방했다. 흔히 ‘예방’이라고 하는 것은 총리 관저의 관례에 따르면 15분 정도의 면담이 보통이지만, 두 사람은 1시간 가까이나 이야기에 열중했다. 매티스 국방장관은 이나다 도모미 방위상이 주최한 환영만찬에도 참석했는데, 그 자리에 아베 총리가 예정에도 없이 나타났다. 총리의 이 급작스런 결정에 대해 총리 관저 관계자가 들려준다.

“아베 총리는 무엇보다, 다음날에 있을 일미방위상 회담 후의 기자회견에서, 매티스 국방장관의 입으로 ‘센카쿠 제도의 방위는 일미안전보장조약의 적용 범위 안에 있다’라는 말을 해줄 것을 신신당부했다. 미군이 센카쿠 제도를 지킨다고 발언하는 것만으로도 중국의 위협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진의를 살피고 싶었던 것이다. 정상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에 대해 조언을 얻고 싶어했다. 하나 더 덧붙이자면, 아베 총리는 이나다 방위상의 역량에 의문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이 직접 나서서 매티스 국방장관과 파이프를 쌓으려고 한 것이다.”

다음 날 4일 오전, 이나다 방위상과의 일미방위상 회담을 마친 매티스 국방장관은 기자회견의 자리에서 공언했다. “센카쿠는 일본의 시정(施政) 아래 있으며, 일미안보의 제5조가 적용된다.”

매티스 장관의 이 발언은 아베 총리의 요청에 대한 전폭적인 화답으로, 이제는 1주일 후로 다가온 ‘본선’인 트럼프 대통령과의 직접교섭을 남겨두게 됐다.

돌이켜보면 지난해 11월 9일,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의 승리가 확정된 순간부터 아베 총리는 “누구보다 빨리 트럼프를 만나서 인간관계를 쌓고 싶다”라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실제로 11월 17일 세계의 정상으로서는 처음으로 뉴욕의 트럼프 타워를 방문해 트럼프 차기 대통령과 90분간의 면담을 가졌다.

사실 아베 총리는 2012년 12월 이후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요구를 딱 두 번 거슬렀다. 첫 번째는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에게 접근하지 말라”는 요구에도 불구하고 작년에 일-러시아의 평화조약체결 교섭을 진척시킨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가 “나의 재임기간 중에는 트럼프를 만나지 말라”는 명령을 어기고, 작년 11월에 트럼프 타워로 날아 간 것이었다. 덧붙이자면, 이 두 번째 배신행위로 인해 오바마 대통령이 진짜로 격노했기 때문에 아베 총리는 다음 달인 12월 하순에 오바마 대통령의 고향인 하와이의 진주만까지 ‘순례 여행’을 가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타워에서 열린 아베와 트럼프의 첫 회담의 주요 의제는 아시아 안전보장에 관한 문제였다. 아베 총리는 트럼프에게 준비해온 영어자료를 제시하면서 절절하게 호소했다. “일미동맹은 아시아지역의 평화와 안정의 구심점으로, 만약 일미동맹이 조금이라도 흔들린다면 아시아 전역의 패권을 중국에 빼앗겨버릴 것입니다. 중국은 남중국해를 자신들의 지배하에 두고, 이어서 우리나라의 센카쿠 제도와 대만을 점령하려고 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아시아는 극도로 혼란스러워지고, 아시아를 중요한 무역 거점으로 삼고 있는 미국의 국익을 손상시키게 됩니다. 지금 아시아에 있어서, 중국이 최대의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도 계속해서 미군이 아시아를 방위하고, 특히 센카쿠 제도의 방위는 일미 안전보장조약의 적용 범위 안에 있다고 공언해주길 희망합니다.”

‘미국민의 대량 고용을 약속해달라’


▎지난해 12월 미국 하와이 국립태평양기념묘지에서 헌화한 뒤 묵념하고 있는 아베 총리.
그러나 트럼프는 간절히 매달리는 아베 총리를 떨쳐내려는 듯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일본이 남중국해에서 중국이 위협적이라고 생각한다면 왜 일본 군대를 보내지 않는 것인가? 미국이 최신 무기를 제공할 테니 일본은 자국의 군대를 자꾸 남중국해에 파견하면 좋지 않은가!”

앞서의 총리관저 관계자가 설명한다.

“사실 오바마 전 대통령도 지난해 5월 아베 총리가 의장직을 맡은 이세시마 정상회담을 위해 방일했을 때, ‘남중국해에 자위대를 파견해달라’고 요청한 적이 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의 경우는, ‘이후 미국의 국방예산을 삭감해야만 하는 처지이기 때문에 가능한 한 일본이 아시아 방위를 대신해주었으면 좋겠다’라는 스탠스였다.

이에 비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군수산업을 진흥시키고자 일본에 무기를 팔려는 속셈인 것이다. 어쩌면 일본과 중국이 전쟁이라도 하면 좋겠다고 하는 것이 본심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마찬가지로 한국을 북한과 다시 전쟁시키려고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올해 안에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게 되면, 그 다음은 일본에 배치하도록 압박할 것이다. 이 모든 것은 오직 미국의 방위 산업 고용을 늘리기 위해서인 것이다.”

결국, 트럼프 타워에서의 첫 회담에서 아베 총리는 2017년 1월부터 시작된 통상국회(정기국회)에서 미사일 방위 관련 비용 약 1880억 엔을 책정해 미국산 무기를 수입하겠다고 약속할 수밖에 없었다.

이때 아베 총리는 “내년 1월 20일 대통령에 취임하면, 다른 어느 나라보다 먼저 정상회담을 하고 싶다”고 요청했다. 그러자 트럼프는 “그렇군요. 그럼 다음은 백악관에서 재회합시다”라고 기분 좋게 대답했다.

지금까지 미국에서 새 대통령이 취임하면, 일본 총리가 제일 먼저 정상회담을 갖고 일미동맹의 중요성을 과시하는 것이 통례였다. 워싱턴에 있는 주미일본대사의 최대의 사명은 이 회담을 세팅하는 것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에 있어서 내용이 아니라 ‘순서’에 구애되는 나라는 일본 말고는 없었기 때문에 언제나 일본 총리가 맨 먼저 백악관을 방문했다.

유일한 예외는 2001년 1월에 취임한 부시 H. W. 대통령 시절에 한국이 이 ‘순번 경쟁’에 뛰어들면서다. 당시의 모리 요시로 총리가 한국의 김대중 대통령에게 1주일 차이로 패배, 둘째로 밀려난 것이다. 충격을 받은 모리 총리는 그로부터 한 달 후에 내각 총사퇴를 단행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이 있던 2017년 1월은 라이벌이던 한국 대통령이 직무정지 상태이기 때문에 일본의 ‘부전승’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의 전례나 관습 따위가 통용되지 않는 인물이었다.

1월 12일~17일 아베 총리는 올해 첫 외유가 되는 필리핀·호주·인도네시아·베트남의 4개국 순방길에 올랐다. 아베 총리의 모든 공무에는 원칙적으로 총리실의 이마이 나오야 수석 비서관이 수행하도록 되어 있지만, 도중에 이마이 비서관의 모습이 사라져버렸다. 앞서의 총리 관저 관계자가 속사정을 밝힌다.

“이마이 비서관은 비밀리에 뉴욕으로 날아가 트럼프의 스케줄을 담당하고 있는 사위인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을 만나 일미정상회담 조기 성사를 직접 담판했다. 쿠슈너는 ‘전 세계에서 회담요청이 쇄도하고 있어서 답변이 늦어졌다’고 해명하면서 정상회담의 조기 실현을 약속했다. 그러나 일본 측이 무리하게 일정을 조절해 줄 것을 신신당부했기 때문에 ‘미국민의 대량고용을 약속해 달라’는 압력을 받았고 이마이 비서관은 고민에 빠졌다.”

트럼프 트위터용 일자리 창출 약속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시의 쓰쓰미 공장 직원들이 프리우스를 조립하고 있다.
결국, 아베 정권이 도출해낸 답은 ‘러시아 방식’이었다라고 한다. 총리 관저 관계자가 계속한다.

“지난해 12월 도쿄에서 열린 일·러 정상회담에서 아베 총리는 푸틴 대통령에게 총액 3000억 엔에 달하는 ‘8개 항목의 경제협력’을 약속했다. 그러나 이 숫자는 푸틴 대통령의 체면을 세우고자 부풀려진 규모로 실제 집행되는 금액은 10% 정도일 것이다. 일본 업체의 움직임도 더딜 뿐 아니라 지금은 화제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2월 10일의 일 미정상회담에서는 사회간접자본과 에너지 등의 분야에서 미국인의 고용을 창출하기 위한 화려한 플랜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시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신칸센 건설, 미국 전역의 고속도로 건설이나 수도관의 보수, 일본이 가지고 있는 셰일 가스 기술의 제공 등이다. 이것들은 중장기적인 목표 등은 설정하지 않은 채, 단순히 ‘초단기간’에 모두 합해 수십만 명의 고용창출이 된다는 점만 부각한다. 이른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용인 셈이다. 더불어 일본 기업의 새로운 미국 진출로 연결시키려는 목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월 28일 아베 총리와의 전화회담에서 일본의 자동차산업을 예로 들며 ‘공정 무역’을 요구해왔다고 한다. 아베 총리는 방미 직전인 2월 3일 밤 ‘불화설’이 떠도는 도요타의 도요타 아키오 사장을 만나 머리를 맞대고 ‘트럼프 대책’을 짜냈다. 금융 분야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1월 31일 “중국과 일본이 금융시장에 개입하여 환율을 유도하고 있는 사이 우리들은 손해를 보아왔다”고 일갈했다. 이 발언으로 외환시장이 요동치며 재무성과 일본은행은 대응책에 분투하게 되었다.

2월 10일과 11일에 열린 일미정상회담은 성공으로 끝난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그 앞으로 오리무중, 고난의 길이 이어져 있는 것이다. 이렇게 무자비한 동맹국 미국의 대통령은 전대미문이기 때문이다.

전직 언론인 야마다 준은 일본 인터넷 뉴스 사이트인 야후 뉴스에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고했다. “확언하건대 트럼프는 정치도 경제도, 더구나 미국의 역사나 민주주의도, 그 무엇 하나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그런 것들에는 전혀 흥미가 없다. 그가 흥미를 가지고 있는 것은 오직 자기 자신뿐이다. 그의 입은 ‘아메리카 퍼스트’라고 말하고 있지만, 사실 그의 마음은 ‘트럼프 퍼스트’이다.”

20세기말의 냉전 체제 해소와 디지털 혁명에 의해 21세기의 인류는 글로벌리즘 시대를 맞이했다. 그런데 2017년이 되자마자 21세기의 추세인 글로벌리즘을 파괴하려드는 몬스터가 미국에 등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다.

어찌됐건 보호주의로 인해 세계대전을 야기한 20세기의 교훈은 잊혀져선 안 된다. 그런 의미에서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은 보조를 맞춰서 트럼프 정권을 상대해야 한다. 이렇게 격변하는 국면에서 한국과 일본의 갈등과 마찰은 양국의 국익에도 반하는 일이다.

- 콘도 다이스케 일본 [주간현대] 특별편집위원

201703호 (2017.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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