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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포커스] 일본판 ‘반(反)접근 지역 거부(A2/AD)’ 전략 

日, 남중국해에 만리장성 쌓는다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규슈 남단에서 대만 동쪽 1200㎞ 해상에 F-35A 스텔스 전투기, 패트리엇-3 등 첨단 전력 운용… 트럼프 정부 지지 업고 사드 배치, 자위대 통합사령부 신설, 선제공격 능력 강화에 나서

▎2013년 센카쿠 열도 해역에서 대만 순시선과 일본 순시선이 물대포를 쏘는 등 격렬하게 대치했다.
일본 열도 가장 서쪽 끝에는 요나구니(與那國)라는 자그마한 섬이 있다. 면적은 28.91㎢, 인구는 1745명밖에 되지 않는 이 섬은 대만에서 동쪽으로 110㎞, 센카쿠(尖閣, 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에서 남서쪽으로 150㎞, 중국 본토로부터 서쪽으로 350㎞ 떨어진 곳에 있다.

과거 류큐 왕국에 속했던 이 섬은 남중국해와 동중국해를 잇는 길목에 자리 잡고 있어 일본과 중국 및 대만을 오가던 무역선들이 정박하기도 했다. 이 섬은 류큐 왕국이 망하면서 1872년 오키나와현으로 편입됐다. 일본 자위대는 2016년 3월 이 섬에 레이더 4기와 병력 160명으로 구성된 연안 감시 부대를 배치했다. 일본 자위대는 이 섬의 가장 높은 곳(해발 231.4m)에 설치된 레이더를 통해 남중국해와 동중국해를 지나는 모든 함정과 항공기를 24시간 감시할 수 있다. 높이 34m, 6면체 건물의 3개 측면에 설치된 거대한 원형 레이더는 탐지거리 800㎞급 광역 감시용 J/FPS-5이다.

일본 자위대가 이 섬에 레이더와 연안 감시 부대를 배치한 이유는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 군사력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일본 육상자위대의 서부 방면 총감 오가와 기요시 중장은 “난세이(南西) 제도에 강력한 방위 태세를 갖추는 것은 일본의 방어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연안 감시 부대의 요나구니섬 배치의 의미를 강조하기도 했다.

난세이 제도는 일본 규슈 남단에서 대만 동쪽에 이르는 1200㎞ 해상에 활처럼 호를 그리며 늘어선 2500여 개 섬을 통칭한다. 난세이 제도는 오스미(大隅) 제도, 도카라(吐喝喇) 열도, 아마미(奄美) 군도, 오키나와(沖縄) 제도, 미야코(宮古) 열도, 야에야마(八重山) 열도, 다이토(大東) 제도, 센카쿠 열도 등으로 구성돼 있다. 요나구니섬은 바로 난세이 제도에서 가장 서쪽에 있다.

중국의 센카쿠 열도 침공 시나리오 4가지


▎일본 지바현 후나바시에서 자위대 낙하산 부대 제1공정단이 섬 탈환 훈련을 하고 있다.
난세이 제도는 중국이 설정한 제1다오롄(島鍊·Island Chain)과 중첩된다. 제1다오롄은 일본 열도-난세이 제도-대만-필리핀-인도네시아-베트남으로 이어지며, 중국 연안에서 1000㎞ 떨어져 있다. 제2다오롄은 중국 연안에서 2000㎞ 거리인 오가사와라 제도-이오지마 제도-마리아나 제도-괌-팔라우 제도-할마헤라 섬으로 이어진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다오롄이란 가상의 선을 설정하고 미군 항모 전단이 자국 연안은 물론 동·남중국해에 진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 지금까지 이른바 ‘반(反)접근-지역 거부(A2/AD: Anti-Access/Area Denial)’ 전략을 추진해왔다. 중국 인민해방군의 전략 목표는 제1다오롄을 내해화(內海化)하고, 제2다오롄의 제해권을 확보하는 것이다.


중국의 이 전략에서 가장 큰 눈엣가시는 센카쿠 열도다. 센카쿠 열도는 대만에서 북동쪽으로 150㎞, 오키나와에서 남서쪽으로 300㎞ 떨어져 있다. 무인도 5개와 암초 3개로 이뤄진 센카쿠 열도는 전략요충지이기도 하다. 중국이 태평양으로 진출하려면 이 지역을 반드시 통과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중국과 일본이 센카쿠 열도 영유권을 놓고 대립해왔다.

특히 중·일 양국은 그동안 센카쿠 열도 인근 해상과 공중에서 군사력을 동원해 힘을 과시하며 공방전을 벌여왔다. 중국 인민해방군이 함정과 전투기 등을 센카쿠 열도 인근 지역까지 진출시키면 일본 자위대가 이에 맞서 함정과 전투기를 동원해 접근을 저지해왔다. 일본 항공자위대가 지난해 4~12월 전투기를 긴급 발진시킨 횟수는 883회였는데, 이중 72.9%인 644건이 중국 인민해방군 항공기의 영공 침범 조짐에 따른 것이었다. 중국 전투기와 폭격기들이 센카쿠 열도 인근 상공을 초계 비행하는 등 무력시위를 벌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센카쿠 열도의 일본 영해와 접속수역에 진입한 중국 군함이나 해경선 등 선박도 121척이나 됐다. 영해는 한 나라의 주권이 미치는 해양 지역으로서 영토에서 12해리(22㎞)의 범위를 말한다. 접속수역은 영토는 아니지만 한 나라가 영해 범위 밖의 일정한 수역에서 관세, 재정, 위생, 출입국 관리에 관한 국내법을 적용할 수 있는 한정적인 관할권을 행사하는 구역으로 영토에서 12∼24해리(22~44㎞)의 범위를 말한다. 중국의 선박과 항공기들이 이처럼 빈번히 일본의 영해와 접속수역을 침범하는 것은 센카쿠 열도가 자국 영토라는 일본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올해 들어서도 각종 군함과 항공기를 센카쿠 열도 인근 해역에 계속 진입시키고 있다.

일본 방위성은 중국 인민해방군이 실제로 센카쿠 열도를 침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일본이 가정하는 시나리오는 구체적으로 ▷센카쿠 열도 주변에서 중국 어업 감시선과 일본 해상보안청(우리나라의 해양경찰) 순시선이 우발적으로 충돌하는 경우 ▷중국이 해군 함정을 센카쿠 인근 해역에 전개하는 경우 ▷중국 공수부대가 센카쿠 열도에 상륙하는 경우 ▷어부로 가장한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육전대(우리나라 해병대에 해당) 대원들이 센카쿠 열도에 상륙하는 경우 등이다.

일본 방위성은 자위대와 인민해방군간의 무력 충돌에 대비해 아베 신조 총리의 지시에 따라 난세이 제도의 섬들을 군사기지로 만드는 등 대대적인 방어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의 이런 전략은 중국이 남중국해에 인공섬들을 건설해 군사기지로 만든 예를 벤치마킹한 것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난세이 제도에 중국의 침공을 막기 위한 ‘일본판 해상 만리장성’을 구축하고 중국처럼 A2/AD 전략을 구사한다는 것이다.

미야코섬과 이시가키섬까지 자위대 전개


▎지난 2월 일본 해상자위대 소속 수송함 ‘오스미’가 북한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비해 PAC-3을 싣고 오키나와로 향하고 있다.
일본의 난세이 제도 군사기지화에 가장 적합한 곳이 바로 요나구니섬이다. 이 섬은 센카쿠 열도에서 가장 가깝기 때문에 인민해방군을 위협할 수 있는 무기를 배치할 경우 중국의 침공을 효과적으로 저지할 수 있다. 일본이 이 섬에 배치할 가능성이 있는 무기는 패트리엇-3(PAC-3) 지대공 미사일과 주력 전투기인 F-15J다. 이 섬에서 출격한 F-15J 전투기는 12분이면 센카쿠 열도에 도착할 수 있다. F-15J 전투기는 작전 반경이 2000㎞나 돼 상하이 등 중국의 동남연해 전체 지역에 상당한 위협을 줄 수 있다. 류장융 중국 칭화대 국제문제연구소 부소장은 “요나구니섬 서쪽은 중국 해군이 동중국해에서 태평양으로 이동할 경우 꼭 통과해야 할 해역”이라면서 “일본이 요나구니섬에 미사일과 전투기 등을 배치한다면 중국에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일본 방위성은 요나구니섬 이외에도 센카쿠 열도 주변에 있는 섬들에 자위대와 미사일 등을 배치할 계획이다. 현재 자위대 배치가 확정된 것은 미야코섬과 이시가키섬이다. 오키나와에서 남서쪽으로 300㎞ 떨어진 미야코섬은 태평양과 동중국해의 사이에 있다. 인구 5만5000명인 이 섬에서 센카쿠 열도까지 거리는 160㎞밖에 되지 않는다. 이 섬과 오키나와 사이에는 미야코해협이 있다. 중국 해군은 이 해협을 지나야 동중국해에서 태평양으로 진출할 수 있다.

자위대는 그동안 미야코섬에 미사일 시스템을 설치하는 훈련을 여러 차례 실시한 적이 있다. 자위대는 오는 2018년까지 이 섬에 중국 함정을 견제하기 위해 사거리 200㎞인 12식 지대함 미사일과 병력 700~800명을 배치할 계획이다. 미쓰비시중공업이 개발한 이 미사일은 길이 5m, 지름 350㎜, 무게는 700㎏이다. 발사차량당 6개의 발사관을 탑재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또 오는 2023년까지 사거리 300㎞인 최신형 지대함 미사일을 실전 배치하기 위해 올해부터 방위성 예산에 개발 비용을 포함시켰다. 최신형 지대함 미사일은 고체 연료방식으로 GPS까지 장착해 명중률을 높일 계획이다. 자위대는 또 F-15J 전투기를 미야코섬의 시모지시마 공항에 상주시키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곳에는 3000m 길이의 활주로를 갖추고 있다.

미사일과 자위대가 배치되는 또 다른 곳은 이시가키(石垣)섬이다. 이 섬은 오키나와에서 남서쪽으로 410㎞ 떨어져 있지만 대만과의 거리는 270㎞ 밖에 되지 않는다. 인구 4만 5000여 명인 이 섬은 센카쿠 열도에서 170㎞ 떨어져 있다. 자위대는 이 섬에 북한이 시험 발사하는 장거리 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해 PAC-3을 배치한 적이 있다. 자위대는 이 섬에 2018년까지 12식 지대함 미사일과 병력 500명을 배치할 계획이다. 이 섬에는 공항이 있기 때문에 유사시 자위대가 공군기지로 활용할 수 있다.

자위대는 난세이 제도의 섬들이 인민해방군에 점령됐을 경우에 대비해 2018년까지 3000명 규모의 일본판 해병대인 ‘수륙양용단’을 편성할 계획이다. 해병대는 원래 상대국을 직접 타격하는 선제공격 개념의 전투부대다. 일본은 평화헌법 때문에 공격용 무기와 선제공격 개념의 전투부대를 보유할 수 없다. 그럼에도 일본이 사실상의 해병대인 수륙양용부대를 창설하는 것은 난세이 제도를 방어하기 위해서다.

방위성은 규슈 남부 방위를 담당하는 육상자위대 제8사단 일부와 제15여단 보병연대를 수륙양용부대로 개편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자위대는 이들이 사용하게 될 수직이착륙 수송기 MV-22 오스프리와 수륙양용차 AAV 7을 미국으로부터 구입할 예정이다. 오스프리는 최고 시속 500㎞로 고속비행이 가능하고, 병력 30명을 적진 깊숙이 침투시키거나 기습 공격을 할 수 있는 수송기다. 자위대는 이와 함께 오키나와 나하 공군기지에 배치된 F-15J 전투기를 20대에서 40대로 증강 배치했다. 자위대는 또 올해 미국으로부터 도입하는 F-35A 스텔스 전투기도 오키나와에 배치할 계획이다.

중국이 센카쿠 공격할 경우 미국과 일본이 공동방어


▎미국 텍사스주 록히드마틴사의 F35 스텔스 전투기 조립 공장. 일본 미쓰비시 중공업도 이 전투기 생산에 들어간다.
미국 포트워스에서 생산된 F-35A 4대는 올해 중 일본 항공 자위대에 인도되고 나머지 38대는 일본 나고야에 설립된 미쓰비시중공업의 공장에서 조립될 예정이다. 일본의 F-35A 실전 배치는 동중국해에서 제공권을 확보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 분명하다. 앞으로 일본의 F-35A가 긴급 발진해 중국 공군 전투기들과 공중전을 벌일 경우 F-35A가 우세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일본 방위성은 난세이 제도의 섬들에 주둔하는 자위대 병력을 향후 5년 동안 현재보다 20% 증가한 1만 명으로 늘릴 방침이다.

일본 정부는 센카쿠 열도에서 중국과의 무력충돌 상황을 가정한 종합방위전략을 올 여름까지 마련하고 주일미군과 협력해 난세이 제도 방위를 강화하기 위한 ‘일·미 공동작전 계획’도 수립한다는 방침이다. 일본 정부가 이런 종합방위전략을 마련하는 것은 사상 처음이다.

종합방위전략은 육해공 자위대 막료장을 중심으로 방향을 정하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국인 국가안전보장국과 공동으로 구체적 내용을 정한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미국 정부의 초대 국방장관인 제임스 매티스 장관은 지난 2월 3일과 4일 도쿄를 방문해 아베 총리와 이나다 도모미 방위상과의 회담에서 센카쿠 열도가 미·일 안보조약 제5조의 적용 대상임을 재확인했다. 매티스 장관은 또 일본의 군사력 강화에 동의한다는 입장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도 2월 10일 워싱턴에서 가진 아베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미·일 동맹 강화와 안보조약 제5조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제5조에는 “미·일 양국은 일본 행정력 아래에 있는 영토에서 미국 또는 일본에 대한 무력 공격이 있는 경우, 자국 헌법 규정 및 절차에 따라 공동 위험에 대처하도록 행동할 것”이라는 내용이 들어 있다. 미국은 1971년 오키나와 반환 조약에 따라 센카쿠 열도를 이양할 때 일본의 ‘주권(sovereignty)’이 아닌 ‘행정권(administration)’만 인정했었다. 트럼프 정부가 오바마 정부와 마찬가지로 미·일 안보조약 제5조를 재확인한 것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일본의 손을 들어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이 센카쿠 열도를 공격할 경우 미국과 일본이 공동 방어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앞으로 일본 정부는 난세이 제도 군사기지화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 분명하다.


▎2월 10일 워싱턴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아베 일본 총리와 트럼프 미국 대통령. 미국은 일본의 중무장을 적극 지지한다.
중·일 양국이 군사력을 강화할수록 센카쿠 열도 해역 등에서 우발적인 충돌에 따른 무력 대결 가능성도 갈수록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중화민족 부흥을 외치면서 군사력 강화를 주창해왔다. 시 주석은 해양 영토 확장을 중화민족 부흥 수단의 하나로 본다. 아베 총리도 “중국과의 영토분쟁에 대해 더는 외교적으로 대화할 여지가 없다”면서 “일본에 필요한 것은 물리적 힘”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마이클 오슬린 미국 기업연구소 연구원은 “시진핑과 아베 모두 확고한 민족주의자”라면서 “양국의 영토분쟁 과정에서 우연한 사고가 전면전은 아닐지라도 실제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은 1949년부터 주변국들과 23건의 영토분쟁을 겪으면서 6차례 무력을 동원했다. 몽골, 네팔 등 군사력이 약한 국가와는 무력 사용을 피했지만 인도·러시아·베트남·대만 등 군사력을 일정수준 보유한 국가들과의 갈등에선 무력 사용을 서슴지 않았다. 테일러 프레이블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교수는 “중국은 센카쿠 열도처럼 전략·군사·경제적 가치가 큰 섬의 영유권 분쟁에는 무력으로 대응해왔다”고 지적했다. 중·일 양국 모두 센카쿠 열도 분쟁에서 승리하면 다른 영토분쟁에서도 이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이 중·일 간 센카쿠 열도 분쟁에 군사 개입할 경우, 자칫 미·중 간 전쟁으로 비화할 수도 있다. 휴 화이트 호주국립대 교수는 “센카쿠 열도에서 중국과 일본 사이에 우발적인 충돌이 벌어질 경우 미국까지 가세한 전쟁이 발발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화이트 교수는 “중국은 일본의 도발을 미국이 억제해주리라 예상하고 있고, 국내 정치 입지와 아시아 패권 유지를 위해서도 물러설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반면 일본은 결국 미국이 도와주리라 기대하고 있고, 미국 역시 중국의 군사강국 부상을 막기 위해서라도 개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일본 정부는 또 중국의 탄도미사일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미사일 방어(MD)체계 강화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MD 체계 강화의 명분으로 북한의 탄도미사일 능력 향상을 내세워왔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8월 발표한 2016년도 방위 백서에서 북한의 미사일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MD 체계 강화 계획을 추진할 방침임을 밝힌 바 있다. 방위백서는 지난해 6월 북한이 원산 부근에서 발사한 무수단 미사일이 1000㎞를 넘는 고도에 도달했다면서 이른바 ‘고각발사(lofted)’가 성공한 것으로 평가했었다. 당시 방위백서는 무수단 미사일이 통상의 궤도로 발사됐다면 사거리는 2500~4000㎞가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북한의 중거리 미사일은 어느 정도 능력을 갖췄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북한의 중거리 탄도 미사일 성능 향상에 대응하기 위해 10년 만에 MD 체계를 강화하는 계획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일본의 현재 MD 체계는 육상의 PAC-3와 해상의 SM-3 등 2단계로 구성돼 있다. 1단계는 해상자위대의 이지스함 4척에 탑재된 SM-3가 1차 요격을 하는 것이다. 여기서 실패하면 도쿄 방위성을 비롯한 전국 34개소에 배치된 육상 자위대의 PAC-3가 2단계로 요격하게 된다. PAC-3의 고도는 20~40㎞, SM-3 고도는 150~500㎞이다. 방위성은 PAC-3를 개량형인 PAC-3 MSE(Missile Segment Enhancement)로 교체할 계획이다. PAC-3 MSE의 요격 고도는 PAC-3보다 두 배로 높은 60∼80㎞나 된다.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은 PAC-3을 개발한 미국 군수업체 록히드마틴과 레이시온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오는 4월부터 PAC-3 MSE 교체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일본 올여름까지 사드 배치 여부도 결정


▎일본은 북한 장거리 탄도미사일 요격을 위해 도쿄 일본 방위성에 PAC-3을 배치했다.
일본 정부는 또 SM-3 개량형인 차세대 해상 요격 미사일 SM-3 블록2A(최고 고도 1200㎞)를 2017년도(2017년 4월∼2018년 3월)에 투입할 계획이다. SM-3 블록2A는 미국과 일본 정부가 2006년부터 공동 개발해왔다. 현재 일본의 이지스함에는 SM-3 블록1A가 탑재돼 있다. SM-3 블록2A는 길이 6.5m, 무게 1.5t으로 최대 속도는 마하 7.8에 달한다.

일본 정부는 나아가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를 도입할 계획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이나다 방위상은 지난 1월 13일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괌의 앤더스 기지를 방문해 사드 배치 현황을 직접 살피고 미군 고위 장교들로부터 자세한 설명까지 들었다. 이나다 방위상은 “어떻게 하면 일본을 지킬 수 있느냐는 관점에서, 무엇이 최적인지를 생각해야 한다”면서 사드 도입을 검토할 방침임을 밝혔다. 일본 정부는 2016년 3차 보정예산(추가경정예산)안과 2017년 본 예산안에 기존 미사일의 요격 가능 고도와 방어 범위 확대 등 개량 사업비용과 더불어 MD 체계를 다층화하기 위한 연구·조사 작업 비용 등을 반영했다. 방위성은 사드 도입의 타당성을 연구하기 위해 사드검토위원회를 설치했다. 사드검토위원회의 위원장은 와카미야 겐지 방위 부대신이, 위원들은 방위성 관리와 자위대 고위 장교들이 맡았다. 이 위원회는 올여름까지 사드 배치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가 사드를 도입하면 SM-3과 PAC-3의 중간에 또 하나의 미사일 요격망을 추가해 3단계 MD 체계를 구축하게 되는 셈이 된다. 사드의 최대 요격 고도는 150㎞다. 일본 교토 부근 교탄고시의 교가미사키 항공자위대 기지와 아오모리현의 샤리키 기지에는 사드에 이용되는 X밴드 레이더(AN/TPY-2)가 배치돼 있다. 이 레이더는 최대 탐지거리가 2000㎞인 조기 경보용이다. 일본이 사드를 도입할 경우 북한은 물론 중국도 견제하겠다는 의도라고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중국은 벌써부터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겅솽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은 일본이 신중하게 행동해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거스르는 역할이 아닌 건설적 역할을 발휘하길 희망한다”면서 일본의 사드 배치에 대해 분명하게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일본 방위성은 또 지난 1월 24일 탄도미사일 방어용으로 사용할 ‘X밴드 방위통신위성’인 기라메키 2호를 발사했다. 방위성이 단독으로 위성을 발사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새 통신위성은 북한은 물론 중국의 탄도 미사일 발사 대비용이라고 볼 수 있다. 대용량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송수신할 수 있는 주파수대역 ‘X밴드’에 대응하는 새 통신위성은 정보를 고속으로 주고받을 수 있어 탄도미사일 발사 정보의 전달, 군부대의 동영상 전송 등을 더욱 신속하게 수행할 수 있다. 육상의 지형이나 기상의 영향을 쉽게 받지 않아 광범위하게 전개되는 군부대 간 정보 공유에 주로 사용된다.

방위성은 현재 민간기업이 발사한 3개의 위성을 이용하고 있지만, 2개가 수명이 다해 기라메키 2호를 포함해 3개를 신형으로 대체할 계획이다. 방위성은 나머지 2개 위성을 내년과 2021년에 차례로 발사해 정보통신 능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방위성의 독자적인 위성발사에는 2300억 엔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종합방위전략을 마련할 계획인 만큼 현행 방위계획 대강(방위대강)을 수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방위대강은 10년 단위로 마련하는 일본 정부의 방위 핵심 전략이다. 2013년 말 마련해 오는 2023년까지 적용되는 방위대강이 최신 버전이다. 일본 정부는 육해공 자위대를 통합 운용하는 상설통합사령부를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헌법이 허용하는 자위의 범위 내에서 적 기지 공격 가능”


▎아프리카 남수단 유엔 평화유지활동(PKO)에 참가하기 위해 남수단 수도 주바의 공항에 도착한 일본 육상자위대원들.
일본 정부는 이와 함께 올해(2017년 4월~2018년 3월) 국방 예산을 사상 최고액인 5조1251억 엔(한화 52조8500억원)으로 편성했다. 아베 총리가 2012년 집권한 이후 국방예산은 매년 늘어나고 있다. 게다가 일본 정부는 선제공격용 무기 개발도 검토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지난 1월 26일 중의원 예산 위원회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항상 다양한 검토를 해야 한다”면서 “다른 수단이 없는 경우에 한해 헌법이 허용하는 자위의 범위 내에서 적(敵) 기지 공격이 가능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아베 총리의 발언은 ‘적 기지 공격 능력’이라 부르는 군사력 보유에 나설 뜻을 공식화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일본 정부는 이미 집단자위권 행사를 선언한 만큼 선제공격용 무기도 보유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아베 총리가 트럼프 미국 정부의 지지를 업고 군사력 강화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베 총리는 “주일미군 주둔 부담 비용 증액은 긴밀한 미·일 동맹 구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면서 “안전보장의 근간은 스스로의 노력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군사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속내를 밝히기도 했다. 일본의 군사력 강화와 자위대 역할 확대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아무튼 ‘전쟁할 수 있는 국가’로 만들겠다는 아베 총리는 앞으로 중국과의 무력대결을 상정해 군사력을 강화하는 데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 분명하다.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201703호 (2017.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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