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포토포엠] 시월 

 

시인 정현우 / 사진 주기중

▎경남 양산 순매원에서 경부선 열차가 낙동강을 따라 서울로 달리고 있다.
가지 끝으로 매달린 입술들이 막차 같았다.
속삭임이 무성해졌지만
지워진다, 고요를 잃어버린 속도로
기차가 덜컹였다.
우울해지면 우리는 꽃그늘 속에서 웃곤 했다
간지러운 날보다 가려운 날들이 많았다.
시월은 인디언의 언어야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
겨울의 지느러미는 열 시를 향하고
먼저 새들이 닿는 슬픔은
낮이 밤 같았다.
태어나서 처음 보는 풍경을 기다리듯이
심장을 가장자리로 돌려놓는다.
봄에는 첫눈이 보고 싶다.
네가 닿을 때마다 기차가 다녀갔다.

정현우 - 201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등단. 현재 'KBS' 라디오 작가로 재직 중이다. 2007년 1집 음반 ‘라임(Lime)’을 내며 가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201704호 (2017.03.17)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