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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포커스] 민주당 경선 불붙었다 

조직력보다 정책과 메시지가 승부 가른다 

안성용 CBS정치부 반장 ahn89@cbs.co.kr
적폐청산에서 국민통합으로 쟁점 이동하면서 후보마다 표심 공략에 부심…200만 명 넘는 매머드 경선 선거인단은 외연 확대의 견인차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인 최성 고양시장, 이재명 성남시장, 문재인 전 대표, 안희정 충남도지사 (왼쪽부터)가 3월 14일 방송사 합동 토론회에 앞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헌법재판소가 3월 10일 ‘2016헌나1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인용 결정을 내렸다. 대통령이 파면되는 초유의 사태에 직면한 대한민국은 60일 안에 새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 정치권에서는 조기 대선을 예상하고 대선 준비를 해왔지만 탄핵재판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속도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대통령이 파면된 상태에서 차기 대통령을 뽑는 일은 국가지대사(國家之大事)가 됐다. 온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60일의 대선 레이스가 막을 올린 것이다.

탄핵정국은 끝났지만 여진은 남아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3월 12일 사저로 돌아와 “시간이 걸려도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말함으로써 탄핵 불복 논란이 일었다. 이런 와중에 치러지는 대선이지만 박근혜 정권 4년, 보수정권 9년에 실망한 민심은 정권교체 쪽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자유한국당의 여당 지위 박탈로 원내 1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의 경선에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현행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대통령 궐위 시 60일 안에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50일 이전에 대통령권한대행이 선거일을 공고해야 한다. 대통령이 파면된 10일부터 60일이 이내인 5월 9일까지 대선을 치러야 하고, 그날로부터 50일 이전인 3월 20일까지는 선거일을 확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선거일을 선택하는 주체는 대통령권한대행인 황교안 국무총리다.

하지만 달력을 보면 선거일이 보인다. 대통령 궐위 50일과 60일 사이인 4월 29일부터 5월 9일 사이에 대선 날짜가 잡혀야 하는데 토요일과 일요일, 5월 초의 징검다리 연휴 등을 감안해 5월 9일이 대통령선거일로 확정됐다. 부처님오신날(5월 3일)을 전후한 2일과 4일만 휴가를 내면 장장 8일의 연휴가 생기는데, 그로부터 이틀 뒤 대선을 치르면 연휴 분위기와 겹쳐 투표율이 낮으리라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대통령 탄핵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치러지는 대선이란 점에서 국민들이 책임의식을 느낄 것이고, 사전투표를 할 수 있다는 점, 투표 마감이 오후 6시가 아닌 8시인 점 등을 고려하면 투표율을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대통령선거일이 가시권에 들어온 만큼 각 당은 경선을 통해 자당의 대선 후보를 결정하는 절차를 서두르고 있다. 이번 조기 대선 국면에서의 특징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의미 있는 지지율을 기록하는 정당 후보가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를 제외하고는 더불어민주당 이외의 다른 당에서는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문재인 전 대표,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등 민주당 세 후보가 상위권을 휩쓸고 있는 것이다. 이는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언론 보도와 검찰·특검의 수사를 통해 국정농단 실체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급기야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된 데 따른 현상으로 풀이된다.

2007년 대선의 데자뷰


‘심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대선이 치러질 수밖에 없는 것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고 나라를 엉망으로 만들어놓고 쫓겨난 박 전 대통령 책임이 크다. 또 박 전 대통령의 독주를 견제하기는커녕 스피커 역할을 하는 데 여념이 없었던 구여권의 책임도 적지 않다. 여기에 보수정권 9년 동안 새로운 인물이 수혈되지 않은 이유도 한몫한다. 구여권은 기대를 걸었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허망하게도 몸을 푸는 단계에서 도중하차하면서 10% 지지율을 넘는 정당 소속 주자가 한 명도 없을 정도로 지리멸렬한 상태다. 특별한 계기가 없는 한 이런 현상은 계속 이어질 수 있다. 국민의당도 안철수·손학규 두 주자가 박 전 대통령이 파면당하는 날 가까스로 경선 룰 협상에 마침표를 찍었다. 그러나 세부사항을 놓고 양측 간에 감정의 골이 깊어진 데다 두 사람의 지지율을 합해도 10% 안팎에 불과해 대선 후보 선출 과정이 국민적 관심을 끌지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문재인·안희정·이재명 세 예비후보가 때로는 경쟁하고 때로는 협조하면서 흥행을 더해가는 민주당 경선 과정이 사실상의 본선이라고 할 수도 있다. 대통령선거 본선거 같은 당내 경선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주지하다시피 2007년 12월 대선은 지금과 정반대였다. 당시에는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널리 퍼져 있었다. 이로 인해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가 격돌한 한나라당 경선이 사실상의 본선이었다. 한 세대를 앞선 30년 전 1987년 6·10 항쟁으로 전두환 독재정권이 코너에 몰린 가운데 치러진 13대 대통령선거도 야당에 매우 유리한 구도였지만 ‘양김’(김대중-김영삼)이 분열하면서 당시 여당이던 민주정의당 노태우 후보에게 승리를 헌납했다.

이번 민주당 경선은 몇 가지 흥미로운 점을 내포한다. 우선은 완전국민경선제. 당원이 아닌 일반인, 심지어 자유한국당이나 바른정당 지지자도 선거인단에 등록하면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 당원이나 비당원이나 표의 가치도 같다. 당원이라고 해서 가중치를 주거나 일반인이라고 해서 덜 쳐주는 방식이 아니다.

이 때문에 선거인단 모집 초반에는 여당 지지자, 특히 박사모 등 친박세력이 조직적으로 선거인단에 등록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는 역선택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역선택은 선거인단 수가 많아질수록 위력을 발휘할 수 없다. 수천·수만 명이 참가하는 경선에서는 역선택이 가능하겠지만 수십만 명을 넘어 200만 명 이상이 참여하는 경선에서는 오히려 민주당의 외연을 넓혀주는 순기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처럼 선거인단 등록이 쉬운 데다 대통령 탄핵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최대 250만 명 이상의 국민이 선거인단으로 등록할 것으로 보이는 점도 민주당 경선의 특징이다.

호남 선거인단 모집에 주력하는 이유


▎2012년 9월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문재인 후보가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선거인단 신청은 모바일·인터넷·자동응답전화(ARS)·일반전화·서류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가능하다. 이렇다 보니 2월 15일부터 3월 8일까지 3주간 실시된 1차 선거인단 모집에서는 163만 명이 선거인단으로 등록했다. 3월 12일부터 21까지 진행되는 2차 선거인단과 재외국민선거인단 모집까지 합치면 250만 명의 유권자가 선거인단에 등록할 가능성이 있다. 양승조 민주당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부위원장은 220만 명이 선거인단으로 등록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포스트 탄핵 정국 속에서 선거인단 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

문제는 투표율이다. 2012년 18대 대선 당시 민주통합당(현 민주당) 경선 신청자 수가 108만5000여 명이었고, 이 가운데 56%인 61만 명이 실제 투표에 참여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에 분노한 국민의 정권교체 열망이 높은 만큼 투표율은 65%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선 참여율을 65%로 잡을 경우 어림잡아도 140만~160만 명이 경선에 참여하리라는 계산이 나온다.

민주당의 완전국민경선제에 맹점이 없는 건 아니다. 민주당 선관위는 호남-충청-영남-수도권·기타 지역 순으로 순회 경선을 통해 현장투표를 하고, 현장투표 개표에 맞춰 권역별 선거인단의 투표 결과도 공개할 예정이다. 그러나 실제로 해당 권역에 거주하는지 여부를 확인할 방법은 없다. 2012년 경선 때는 달랐다. 선거인단이 밝힌 거주지가 맞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선거인단 등록 때 얻은 개인정보를 신용정보 회사에 넘겨주면, 신용정보회사는 각 개인이 신용카드를 어느 곳에서 많이 사용했는지 등을 추적하는 방식으로 대략적으로나마 거주지를 확인했다. 하지만 개인정보 보호가 강화되면서 이런 방법은 불가능하게 됐다. 이 때문에 첫 경선지라는 의미와 상징성 때문에 호남에서 승기를 잡는 것이 관건이라고 생각한 각 후보 캠프에서 호남 선거인단 모집에 주력하면서 호남 선거인단이 비정상적으로 많을 가능성이 있다.

현장투표가 가미됐다고는 하지만 ARS 전화로 공당의 대선 후보를 선출하는 게 맞는지에 대한 근본적 의문도 있다. ARS 방식은 전통적 의미의 선거 4원칙(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에 어긋날 수 있다. 당 선관위의 한 관계자도 “국민적 참여와 흥행을 위해 ARS 투표를 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ARS 투표를 도입하는 단체가 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하면 꼭 단점으로 볼 수만도 없다. 한국기자협회의 경우 2년마다 실시하는 한국기자협회장선거를 모바일로 한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역시 2015년 가을 총파업 찬반투표를 ARS 방식으로 실시해 조합원들의 투표율을 비약적으로 높였다. 어찌됐든 민주당의 각 주자들이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게임의 룰’에 어렵지 않게 합의한 만큼 실제 시행됐을 때 일부 문제점이 나타난다고 해서 경선이 시끄러워지거나 파행을 빚을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크지 않다고 하겠다.

투표가 있는 곳에는 경쟁이 있게 마련이다. 투표는 사람의 수이고, 이 숫자는 곧 자신을 지지해줄 선거인단을 많이 모집하는 문제로 직결된다. 각 후보 진영은 선거인단 모집이 시작되자 더 많은 선거인단을 모으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과열과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부하 직원의 핸드폰을 반강제로 빌려 직접 선거인단에 가입하게 하거나 선거인단에 가입한 뒤 인증번호를 보내달라는 경우도 있다. 인증번호를 요구하는 것은 자신이 얼마나 선거인단에 가입시켰는지에 대한 실적을 보여주고 경선국면에서 이들에게 집중적으로 선거운동을 하기 위함이다. 선거인단 확보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다른 사람의 실적을 빼오는 일도 심심치 않게 벌어져 A지방 의원이 확보한 명단이 B지방 의원의 명단에도 오르는 경우도 있다.

연정과 협치 없이는 당면한 현안 풀기 어려워


▎1. 2월 22일 <뉴욕타임스>에 게재돼 눈길을 끈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관련 광고. / 2. 2월 20일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서 민주당 부산시당 관계자들이 겨울바다에 들어가 국민참여경선을 홍보하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이런 부작용 역시 역선택 문제와 마찬가지로 엄청난 규모의 선거인단으로 충분히 흡수할 수 있다. 선거인단이 얼마 안 될 경우 동원경선의 폐해가 있지만 선거인단이 220만~250만 명이면 어느 캠프라도 조직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숫자다. 안희정 캠프의 한 핵심 관계자는 “수십만 명을 넘기면 도저히 관리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 선관위의 한 관계자도 비슷한 인식이다. 민주당이 지역 확인을 하지 못하는 맹점이나 각 후보 진영의 치열한 선거인단 모집 경쟁에도 별다른 걱정을 하지 않는 이유는 이런 숫자의 힘을 믿기 때문이다.

경선 선거인단이 대규모일 경우 조직력보다 정책과 메시지에서 승부가 갈린다. 2012년 대선의 화두가 경제민주화였다면 2017년 조기 대선정국의 화두는 적폐청산과 국민통합이다. 적폐청산은 짧게는 박근혜 정부 4년, 길게는 이명박 정부 5년까지 보수정권 9년 동안 나타난 폐해를 일소하는 것이다. 문재인 전 대표 측에서는 적폐청산의 과제를 한때 ‘대청소’라고 표현했지만, 보복과 쓸어버린다는 어감 때문에 최근에는 사용하지 않고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것은 ‘적폐(積弊)’라는 용어의 문제다. 지금은 적폐라는 용어가 많이 쓰이지만 몇 년 전만 해도 거의 쓰이지 않는 단어였다. 이 용어가 국민에게 친숙해진 것은 박근혜 정부가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의 은닉재산을 찾아내는 등 한때 주가를 올릴 당시 꺼내든 용어다. 적폐라는 단어에도 최순실 씨의 때가 묻었을 수 있는 것이다. 야권에서 구상하는 ‘적폐청산’이 박근혜 전 대통령이 그렸던 적폐청산과 같지 않다면 이 단어를 쓰지 않는 것도 한 번쯤은 고려해볼 만하다.

적폐청산의 대척점에는 국민통합이 있다. 한때 남북으로 갈린 나라를 동서로 갈라놓았던 고질적 지역문제가 시간이 지나면서 완화할 조짐을 보였다. 하지만 그 틈을 계급·계층 간 갈등, 보수·진보 간 갈등이 비집고 들어와 어느새 한국 사회가 극복해야 할 최대 과제로 자리 잡았다.

이 갈등은 정치적으로 4당체제와 연결돼 있다. 한국정치의 주요 특징이던 양당체제가 민주당과 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의 4당체제로 변화했다는 것은 기존 양당체제로 해결하지 못하는 과제들이 우리 사회에 산적했다는 뜻이기도 하고, 연정과 협치 없이는 난마처럼 얽힌 현안을 풀 수 없다는 의미가 되기도 한다. 문재인 전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가 대연정이냐 소연정이냐를 두고 갑론을박을 벌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데, 문 전 대표와 안 지사의 대연정 논쟁은 한국정치사에서 아주 중요한 의미가 있다.

2월 19일 부산대 강연에서 ‘선의 발언’으로 상승세가 한풀 꺾였던 안희정 지사는 그래도 대연정에 대한 신념을 바꾸지 않았다. “개혁과제에 동의한다면”이라는 전제를 달고는 있지만 여전히 자유한국당도 연정 대상으로 상정한다. 안 지사의 이런 행보가 탄핵 이후 보수층을 끌어안는 문제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야권과 진보진영에 얼마나 먹힐지 관전 포인트다.

한국갤럽과 리얼미터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안 지사는 선의 발언 이후 지지율이 계속 빠지다 근 3주 만에 바닥을 치고 다시 올라가는 모양새다. 특히 탄핵심판일인 3월 10일 발표된 갤럽 여론조사에서는 전주보다 2%포인트 올라 17%를 기록했다. 반면 문 전 대표의 지지율은 2%포인트가 빠진 32%로 두 사람 간 지지율 격차는 15%로 좁혀졌다. (자세한 여론조사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탄핵이라는 변수가 사라진 만큼 이제는 국민통합이 최대 이슈로 등장할 것이 분명하다. 국민통합과 대연정을 줄기차게 외쳐왔던 안 지사에게 유리한 국면이 펼쳐질 수 있다.

집토끼와 산토끼 사이에서 고민하는 문재인


▎민주당 경선에 나선 문재인·안희정·이재명·최성(왼쪽부터) 후보는 당의 외연 확장에도 큰 기여를 할 전망이다.
대선 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는 문 전 대표 측도 국민통합과 연정에 대해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문 전 대표는 탄핵 전까지는 “적폐청산에 동의하는 야권세력과는 연정이 가능하다”면서 “생각을 달리하는 정당과도 대화와 타협을 하는 정치를 해나가겠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집권 이후를 구체적으로 구상해야 하는 대선정국에서 이 기조를 그대로 이어가기는 어려워 보인다. 보수층을 끌어안을 수 있는 메시지와 행보가 필요하다.

그렇지만 이는 문 전 대표를 통해 정권교체를 실현하려던 야권 지지자들, 다시 말해 집토끼들을 실망시킬 수 있는 양날의 칼이기도 하다. 그래서 등장한 개념이 ‘원칙 있는 통합’이다. 문 전 대표는 “상처와 분열과 갈등을 넘어 하나가 돼야 한다. 대한민국은 통합의 길로 나가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적폐를 확실히 청산하는 원칙 있는 통합이어야 한다. 통합이야말로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의 결과물이어야 한다”(3월 12일 기자회견)고 강조하기 시작했다.

촛불집회 현장에서 ‘사이다’ 발언으로 관심도와 인지도를 상승시키는 데 성공한 이재명 성남시장은 문 전 대표나 안 지사에 비해 분명하고 확실한 어조로 적폐세력·기득권세력의 청산을 말한다. 하지만 이 시장 역시 집권까지 생각한다면 반대세력을 아우르는 뭔가가 필요하다. 이 시장이 3월 10일 광화문 촛불집회에 참석해 “박 전 대통령은 저지른 범죄 행위에 대해 국민과 동일하게 수사를 받아야 한다”면서도 “지금까지는 과거 청산을 위해 질주해왔다면 지금 이 순간부터는 새로운 미래와 공정한 새 나라를 위해 온 국민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말한 것은 이런 정세 변화를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이 글을 시작하면서 탄핵정국은 끝났다는 말을 했다. 하지만 ‘포스트 탄핵’ 정국은 이제 막 시작됐다. ‘포스트 탄핵’ 정국의 주역은 민주당의 세 경선 주자뿐 아니라 박근혜 전 대통령도 될 수 있다. 그의 한마디 한마디가 언론을 통해 실시간으로 보도되면 보수층과 진보층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민심, 즉 여론을 보고 메시지와 정책을 낼 수밖에 없는 민주당 경선 주자들로서는 조금 과장하자면 파면된 박 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달라질 수도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박 전 대통령과 그를 추종하는 세력의 사고방식과 언행이 일반인들이 보기에 황당함 그 자체인 경우가 없지 않다.

대통령 파면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은 국민 가운데는 문재인·안희정·이재명 세 경선 후보 가운데 누가 대통령이 되든 상관없다는 의견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누가 되든 정권교체가 돼야 한다는 것이고, 뒤집어 말하면 정권교체를 이룰 사람을 대통령으로 밀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명박근혜’ 정권 9년이 막을 내리고 정권교체가 이뤄질 것임은 거의 확실해 보인다.

- 안성용 CBS정치부 반장 ahn89@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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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호 (2017.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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