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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대중심리’로 풀이한 대선후보의 검증 심리학 

‘삼국지’ 전략 활용하면 대선에서 승리한다 

황상민 전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국민이 원하는 리더의 이미지를 갖춰야 표를 얻을 수 있다… 5월 조기 대선 앞두고 주요 대선후보를 향한 대중의 속마음은 무엇일까?

▎3월 10일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안을 인용함에 따라 5월 초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 현재 대중 앞에는 문재인(가운데) 더민주 전 대표·안희정(왼) 충남지사·이재명(오른) 성남시장 등 야권 후보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정치인의 이미지는 그 사람의 화려한 이력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어떤 상황에서 대중에게 어떻게 인식되는지 여부와 밀접하게 관련 있다. 대중이 그 사람을 통해 어떤 욕망을 실현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뜻이다. 대선이 다가오면 이름이 알려진 고위관료 출신 공무원이 ‘국민을 위해’ ‘대의를 위해’ 등을 이유로 갑자기 대중정치인으로 변신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즉, 대중이 대통령을 신성시하고 마치 왕처럼 받들려는 마음이 있다면 실제로 대통령은 왕처럼 군림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대중의 욕망이 바로 그 사람의 이미지이면서 실제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는 뜻이다. 이처럼 대중의 심리에 귀 기울이면 정치인의 행보 등을 예견할 수 있다.

지난 2월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은 대선 출마를 포기하고 중도사퇴했다. 반 전 총장이 사퇴할 무렵 대중심리를 분석한 결과 대중은 그를 ‘고위관료 정치인’이나 ‘선거 초보 정치인’으로 보았다. 이는 그가 국민의 욕망을 충족시켜줄 것이라는 대중의 기대와 희망이 낮았다는 것을 방증한다.

반 전 총장이 입국했을 당시 참신한 형태의 정치인 이미지를 획득할 기회가 있었으나 실패했다. 그는 대중이 원하는 이미지의 정치인에 대해 이해하지 못한 채 진부한 고위관료의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자신의 이미지가 무엇인지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초보 정치인의 운명을 그대로 따르고만 것이다.

그의 불출마 선언이 나올 때 안타까워했던 정치인 중 한 명이 바로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이었다. 김 의원은 속이 상한 나머지 밤을 새워 술을 마셨다는 후문도 있다. 만일 김 의원이 반 전 총장을 향한 대중심리를 사전에 이해했다면 여권의 유력 대선 후보를 잃지 않았을지 모른다.

대중심리의 맥을 짚을 수 있다면 대선 승리를 향한 쾌속열차의 티켓을 얻을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반 전 총장에게 대중이 바랐던 당시의 시대적 요구는 참신한 면모를 갖춘 글로벌 행정가였다. 이 같은 대중의 욕망을 토대로 한 정치검증이 이뤄지리라는 것을 반 전 총장이 사전에 예견했더라면 그는 입국한 지 3주 만에 초보 정치인의 부실한 면모를 드러내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번 대선, 교황을 선출하는 마음으로…


▎지난 2월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은 대선 출마를 포기하고 중도 사퇴했다. 당시 대중은 그를 ‘고위관료 정치인’, ‘정치 초보’의 이미지로 봤다. 그에 대한 기대가 낮았다는 것을 방증한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3월 10일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안을 인용했고 자연히 5월 초 조기 대선을 앞두게 됐다. 현재 대중 앞에는 문재인 더민주 전 대표·안희정 충남지사·이재명 성남시장·손학규 더민주 전 상임고문 등 야권 후보와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등 여권 후보가 혼재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들 중 최근까지 각 여론조사에서 대선 지지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난 인물은 문재인 전 대표다. 그와 경쟁해야 하는 주요 후보들은 정치적 연대를 예고하고 있다. 이들에 대한 대중의 심리는 어떤 흐름으로 전개되고 있을까? 대중이 5월 조기 대선을 앞두고 바라는 지도자의 이미지는 무엇일까? 대중심리를 통해 주요 대선 후보의 이미지를 검증해보았다.

“공인으로서 처신이나 생활이 깨끗하다. 성품이 온화하고 단정하다.”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해 나타난 대중심리의 핵심이다. “시민운동 등을 통해 개인적 부귀영화보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 살았다”, “인간적으로 정이 많고 의리가 있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준다”, “경제성장보다 양극화나 빈부격차 해소 등 복지와 분배 등의 이슈에 더 관심을 갖는다”는 의견도 뒤따랐다. 문 전 대표가 ‘경제성장’ ‘외형적 변화’보다 ‘공동체’ ‘삶의 질’과 같은 인간적 가치를 더 중시하는 것 같다는 시각이다. 반면 “때로는 답답할 만큼 신중한 자세로 대응한다”는 게 그의 단점으로 지목됐다.

문 전 대표에 대한 대중심리를 사회과학적 분석을 통해 주요 키워드로 정리해보면 ‘품격과 인격을 갖춘 구세주(예수)’ ‘착하고 바르게 사는 법을 알려주는 사람’ ‘선비’ 등으로 나타난다. 가톨릭 교회에서 새로운 교황을 선출할 때 로마 교황청이 바뀔 것을 기대하는 마음과 비슷한 심리가 투영된 것이다. 종합해보면 현재 대중은 문 전 대표를 통해 지금보다 미래가 좀 더 나아질 것 같은 기대를 품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경제발전은 더뎌질 것 같지만 사회복지가 증대돼 삶의 질이 높아질 것 같다”는 기대를 갖는 것이다.

이러한 대중심리 분석 결과에 따르면 문 전 대표는 정치인보다 비정부기구(NGO) 혹은 종교활동에 적합한 역할을 가지고 있다. 문 전 대표의 일부 지지자는 그를 ‘마더 테레사’ ‘넬슨 만델라’ ‘간디’ 등의 절대적 지도자와 같은 인물로 보기도 한다. 현실이 혼란스러울 때 지도자를 진리라고 믿고 싶어 하는 마음의 표현이다. 그러나 정치인으로서 문 전 대표는 특유의 지나치게 신중한 태도 때문에 정책활동 시 신속히 일을 처리하기보다 계속 이슈화만 되고 종국에는 이마저 흐지부지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어 문제로 지목되고 있다.

과거에는 정치인을 통해 대중이 구원의 메세지를 얻고 싶어 하던 때가 있었다. 2009년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가 대표적 경우다. 이명박 정부에 실망했던 대중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자신의 정치적 입장에서 소신과 고집이 있다” “믿음직하고 신뢰감을 준다”고 느꼈다. 이는 ‘훌륭한 정치인’의 이미지의 대표적 표현으로 ‘구세주’가 돼주길 바라는 대중의 투영이 그대로 담겼다. 그는 결국 2012년 대통령으로 당선됐지만 약 3년 반 만에 ‘구세주’는커녕 ‘꼭두각시’처럼 행동하는 대통령으로 전락했다. “중대 사안에 대해 직접 의사를 표현하기보다 측근을 통해 에둘러 설명한다.”

“인물 등용에 별다른 기준이 없으며 주먹구구식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해 대중이 갖는 ‘꼭두각시’ 이미지는 ‘혼군’ ‘얼굴마담 정치인’ ‘우리 VIP’ 등의 별칭으로도 세분화됐다.

문재인, 품격·인격 갖춘 ‘구세주’


▎현재 대중은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해 ‘공인으로서 깨끗하고 성품이 온화하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피로감을 느낀 대중은 성자의 이미지를 가진 그에게 호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현재 문 전 대표의 이미지도 ‘구세주’다. 박 전 대통령과 같이 비극적인 대중 이미지 변화를 겪지 않으려면 문 전 대표는 앞으로 대통령 당선 여부보다 대통령이 된 이후에도 ‘구세주’로서 대중의 기대를 이어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대중의 높은 기대는 급격한 실망으로 바뀌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이제부터 문 전 대표가 대중에게 보여줘야 할 것은 대선 후보로서의 모습보다 그가 앞으로 수행해야 할 훌륭한 대통령의 모습이다. 아직 당내 경선도 치르지 않은 시점에서 이 같은 행동을 보이면 혹자는 ‘대통령이 되지도 않았는데 대통령 행세를 한다’고 지적할 수 있다. 그럼에도 문 전 대표는 적극적으로 ‘대통령이라면 어떻게 행동하고 대응할 것인가’를 대중에게 보여줘야 한다. 그것이 그의 당선 가능성을 높이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이유인즉, 그가 가진 양날의 검과 같은 이미지인 ‘착하지만 답답한 선비’ ‘성스러운 구세주’의 이미지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첩경이기 때문이다. 선한 형이상학적 이미지가 실제 행동으로 현실화할 수 있다는 점을 대중에게 각인시켜야 당선의 문이 열릴 것이다. 고상한 신부도 정치를 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지도자의 부패는 바로 무능을 상징한다. 그러면서도 대중은 문 전 대표가 부패하지 않고 인격적으로 깨끗한 건 인정하지만 정치적 능력에서는 여전히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이런 의구심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문 전 대표에게는 과한 퍼포먼스가 필요하다. 이를테면 청와대를 버리고 옆에 있는 오피스텔을 대통령 숙소로 하겠다는 과한 발언도 필요할 듯싶다.

여전히 대중은 문 전 대표에게 만족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 결과 또 다른 대선 후보인 한 야당 인사에 대한 지지도가 오르기 시작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에 대한 지지가 대표적이다. 이들의 대선 지지도는 이번 대선이 끝날 때까지 큰 낙폭 없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반 전 총장의 대선 출마 사퇴 이후 혜성처럼 지지도가 급상승한 안 지사에게 쏠리는 대중의 심리를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 안 지사에게서 ‘리틀 문재인’ ‘젊은 문재인’ ‘조금 더 잘생긴 문재인’을 찾는 대중의 마음이 주요 원인으로 작동했다고 본다. 문 전 대표에게서 발견하지 못했던 ‘깨끗하면서도 능력 있는 지도자’의 이미지를 안 지사를 통해 보완하려는 대중심리가 반영된 결과다.

과거 대중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사생활이 깨끗하고 따뜻한 인상을 가진 로열 패밀리의 일원’이라는 이유로 지지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에게 그와 같은 기대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그 결과 박 전 대통령보다 더 우아하고 품격 있는 사람, 그러면서도 인간적인 사람에 대한 갈급함이 나타났다. 그러나 문 전 대표의 경우 품격은 있어 보이나 ‘골수’ 야당 같아 왜인지 부담스럽다. 그런데 안 지사는 문 전 대표처럼 야권 성향이 강한 사람 같지 않다. 심지어 과거 미국의 케네디 대통령이 그러했듯 ‘젊다’는 점도 안 지사의 매력 요소로 작용한다.

정치권에서 젊고 잘생겼다는 이미지는 깨끗하고 참신하게 정치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이어진다. ‘충남의 아이돌’이라는 별명이 아무런 근거 없이 나온 게 아니다. 어쩌면 안 지사는 문 전 대표가 대통령이 되기 위해 넘어야 할 마지막 과제일지도 모른다.

안 전 지사가 유독 자주 하는 말이 있다. ‘국민만을 위해’ ‘국민의 뜻에 따라’ ‘적절한 시기에 빠른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말로 특정 이슈에 대한 자신의 진정성을 표현하고는 한다. 하지만 분명한 메시지를 잘 전달하지 못하고 막연히 국민의 감성에 호소하려고 한다는 단점도 뒤따른다. 반면 싸워야 할 대상에 대해서는 투사와 같은 강하고 저돌적인 모습을 보인다. 겉으로는 부드럽게 지나가는 듯하지만 치밀한 계산 아래 움직이기도 한다.

안희정 ‘젊고 잘생긴 리틀(little) 문재인’


▎안희정 지사에게서 ‘리틀 문재인’, ‘젊은 문재인’을 찾는 대중의 마음이 그의 대선 지지도를 상승하게 만들었다. 그는 국정운영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는 인물로도 평가되고 있다.
박정희 시대를 살아본 사람이라면 이런 유형의 정치지도자가 바로 ‘김대중’ ‘김영삼’이었다는 것을 쉽게 연상할 수 있다. 하지만 3김시대 이후 이런 정치인을 거의 경험하지 못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일부 이런 모습을 보였을 뿐이다. 이런 사람은 최고지도자로서 역할을 하면서 자존심이 강한 나머지 자신의 문제점을 인정하지 않는 특성을 주로 보인다.

운동권에서 배출된 정치인을 고려한다면 현재 안 지사가 이런 이미지에 가장 가까운 정치인이라 할 수 있다. 종합적으로 안 지사는 3김의 풍모를 가지고 있으면서 관료제도와 국정운영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는 인물이라는 기대를 받는다. 다만 취약점이 있다면 오는 더민주 대선후보 경선에서 문 전 대표에게 패할 경우 지지도가 급락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이재명 성남시장에 대한 대중심리는 ‘구국의 영웅’ ‘독불장군’ ‘똑똑한 기회주의자’의 이미지를 가진 인물로 파악되고 있다. 참고로 ‘똑똑한 기회주의자’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안 되면 기회를 봐서 뛰쳐나가는 특성을 가진 유형이다. 이 시장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촛불집회 당시 대선후보 지지도가 약 20%까지 올라갔다 최근 10% 이하로 급락했다. 이 시장의 여론 지지도가 높았을 당시 정치평론가들은 문 전 대표의 경우 지지집단에서 외형 확장성이 떨어지는 반면 이 시장은 외형 확장성이 크다는 분석을 앞다퉈 내놨다.

그러나 이는 이 시장의 이미지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던지는 해석에 불과하다. 대중은 이 시장에 대해 ‘욕망의 혁명가’의 이미지를 떠올린다. 이는 시대적 상황에 따라 이 시장을 찾는 대중의 필요성에 온도차가 있을 것임을 암시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난세를 지나 더 이상 혁명가는 필요하지 않다고 느끼는 순간 혼란보다 안정에 대한 갈급함이 대중의 마음을 스치는 순간, 이제 변혁의 시기가 지나고 안정의 시기로 접어들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혁명가에 대한 대중의 갈망은 순식간에 사라질 수 있다.

절실한 시대의 요구가 없다면 ‘혁명가’의 리더십은 발휘되기 어렵다. 반대로 공포정치, 전쟁과 같은 외부의 위협이 일어날 경우 혁명가의 이미지를 가진 정치인은 어떤 방식으로든 권력을 잡게 된다. 프랑스 혁명기에 정치가 로베스피에르가 보여준 행동이 바로 ‘욕망의 정치가’의 대표적 모습이다. 프랑스혁명은 당시 황제였던 루이 16세를 단두대에서 처형하는 것으로 절정을 이뤘다. 왕정이 막을 내리고 공화국이 시작된 것이다. 이 혁명을 이끈 주요 세력이었던 로베스피에르는 의회와 민중의 절대적 지지를 받았다.

그는 평화시대와 달리 혁명시대에는 공포가 미덕이라고 생각했으며, 초기 혁명동지조차 과감하게 처형함으로써 공포정치의 기반을 다졌다. 이어 그는 반혁명분자의 재산을 몰수해 애국자들에게 분배하는 안을 제시했을 뿐 아니라 자신을 음해한 의원은 가만두지 않겠다는 위협적인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로베스피에르가 혁명정국을 주도했던 1793년 9월에서 1794년 7월에 이르는 기간에 약 2만 명이 공화국을 위협한다는 죄목으로 처형됐다. 그가 마지막으로 권력을 행사했던 6주 동안에는 최소한 1285명의 머리가 단두대에서 잘렸다. 결국 프랑스 국민 사이에서는 공포정치를 일으킨 로베스피에르를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그 결과 로베스피에르 등 공포정치의 주역 22명이 처형되는 엄청난 정치변동이 일어나게 됐다. 로베스피에르의 종말은 곧 공포정치의 종말이었고 프랑스혁명의 완성도 아니었다.

이재명 ‘욕망의 혁명가’ ‘선봉대장’


▎이재명 시장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촛불집회 당시 대선 지지도가 약 20%까지 올라갔다 최근 10% 이하로 떨어졌다. 대중은 그를 ‘욕망의 혁명가’로 바라본다. 시대적 상황이 좋지 않을 때 지지도가 올라가는 지도자형이다.
이 같은 혁명가의 이미지를 가진 이 시장이 대권을 잡으려 한다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본인의 뚜렷한 혁명 의지가 아니라 자신이 주장하는 혁명을 실행할 수 있는 능력 여부다. 혼자가 아닌 함께 혁명적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인재를 확보하고 그들의 능력을 활용할 수 있느냐에 따라 대선의 성패가 좌우될 것이다.

만약 그런 능력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그가 주장하는 혁명은 대중으로 하여금 ‘누구를 위해?’라는 의문을 갖게 할 것이다. 다시 말해 자신의 욕망의 실현을 위한 혁명에 그치고 말 것이다. 이를 위해 이 시장이 앞으로 대중에게 어필해야 하는 것은 ‘구국의 영웅’이나 ‘소신의 독불장군’의 이미지가 아니다. 이런 이미지가 계속 강조되다 보면 결국 더민주 경선 말미에 ‘똑똑한 기회주의자’의 이미지마저 부각될 수 있다. 이 경우 이 시장을 따르려는 사람은 더 이상 생겨나지 않을 것이다. 시대의 소명이 무엇인지 자신조차 잘 설명하기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다.

정치인은 정치판을 바꿀 수 있는 역할을 하기를 열망한다. 그리고 대중에게 오랫동안 기억되기를 바란다. 특히 정치인으로서 기억되고자 하는 이미지와 대중의 욕망이 서로 이해가 맞을 경우 정치판에서 유의미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

만일 정치인이 대중에게 기억된다면 그것은 그들이 잘나서가 아니다. 당시 대중의 욕망이 투영된 이미지를 마침 그 정치인이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례로 최근 문재인 전 대표의 대선 지지도가 높게 나오는 이유는 문 전 대표가 정치인으로서 자질이 공식적으로 뛰어나서가 아니다. 인품 좋은 성자와 같은 이미지를 가졌기 때문에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피로함을 느낀 국민으로서는 인품 좋은 성자의 이미지를 가진 문 전 대표에게 호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손학규, 안철수와 손잡고 혁신적 이미지 잃어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말 동아시아미래포럼 창립 기념식에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그는 안 전 대표와 손잡으면서 혁신적인 정치인으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를 날려버렸다.
반면 최근 국민의당에 합류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의 경우 아무리 다양한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튀는 행동을 해도 대중은 더 이상 그에게 관심을 주지 않는 형국이다. 손 전 대표의 이미지가 대중으로 하여금 특별한 욕망을 투사할 근거를 주지 않기 때문이다. 만일 손 전 대표가 만덕산을 떠날 때 대중은 자신을 통해 어떤 욕망을 투사하는지, 그리고 자신의 이미지가 어떤 욕망의 지도 위에 있는지 알았더라면 지금처럼 스스로의 정체성을 모호하게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

현재 대중이 바라는 지도자의 이미지는 구세주이며 계파 보스로서의 성격을 가진 정치인 혹은 글로벌 실행가다. 현실적으로 국제적 외교능력과 국내적 개혁성향을 가지면서도 참신한 이미지를 가진 정치인을 찾는 건 어렵다. 이것은 마치 반 전 총장과 이 시장이 손을 잡고 새로운 정치를 구현하겠다고 선언하는 것만큼 불가능한 일이다.

흥미롭게도 반 전 총장은 손 전 대표를 비롯해 통상적인 여당 정치인과는 손을 잡겠다는 의사를 나타냈으나 야당의 강성으로 평가받던 이 시장과의 회동은 없었다. 마찬가지로 손 전 대표 역시 이 시장 등 깜짝 인사와의 정치적 결합으로 참신한 이미지를 얻을 수 있었으나 실패했다. 정작 손 전 대표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손잡으면서 혁신적인 정치인으로 거듭날 기회를 날려버렸다.

이제 2017년 대한민국 대통령선거는 하나마나 한 상황으로 들어선 듯하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더민주 대선후보 경선에서 승리한 후보의 대통령 당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대통령이 될 바로 그 사람이 대중심리학을 간과하지 않고 이용해 대중이 그에게 투영하는 욕망의 실체를 분석하고 이를 정책으로 구체화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러기 위해서 ‘캡틴 코리아’ 전략을 추천한다. 여론조사에 따라 현재로서 가장 차기 대통령에 당선 확률이 높은 문 전 대표에게 조언한다면 당선 이후 정부의 권력 구성 과정에서 <삼국지>의 유비를 따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대중의 마음속에 이재명 시장은 선대본부장, 안희정 지사는 관료와 국정운영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는 인물로도 평가되고 있다.

이 시장은 선봉대장, 행동대장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 안 지사는 주군을 든든하게 지켜줄 뿐 아니라 국정운영의 실질적인 보좌의 역할에 어울리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유비의 인상을 가지고 있는 문 전 대표가 이 두 사람과 함께한다면 마치 ‘캡틴 코리아’처럼 완벽하게 대통령으로서의 포지션을 갖출 수 있다. 마치 <삼국지>에서 유비가 관우·장비를 데리고 다니는 것과 유사한 느낌이다.

만일 야권에서 이런 삼국지의 이미지를 차용한 전략 구도에 반기를 든 사람이 나타나면, 그것이 만약 안 지사나 이 시장이 된다면 이들에게 차차기의 길은 영영 사라지고 말 것이다.

- 황상민 전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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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호 (2017.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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