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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분석] 민주당 경선 뒤집어보기 

문재인 난공불락 아니다 

박성현 기자 park.sunghyun@joongang.co.kr
결선투표 등 다목적 좌클릭 행보, 대선 앞서 경선 발목 잡을라!
대선 두 달 전 IMF 외환위기가 부른 보수진영의 대결집 재연될 수도


▎지지율에서 부동의 1위를 달리는 문재인 후보는 선명성을 강조하는 정책 행보에 나섰다.
“제가 꼴찌 후보라고 벌써부터 차별을 받는 것 같습니다.” 3월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대선후보 공명경선 선언식. 민주당 경선에 나선 네 명의 후보 중 약체로 꼽히는 최성 후보(고양시장)의 인사말 도중 느닷없이 마이크 음이 꺼지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에 육성으로 말을 이어나가던 최 후보가 음향 복원과 함께 던진 우스갯소리에 행사장 곳곳에선 웃음꽃이 피어났다. 말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모두 얼굴은 싱글벙글이었다. 전날 대선 경선후보 등록을 마감한 민주당 경선은 이 같은 자신감과 기대감, 설렘 속에서 첫발을 내디뎠다.

‘내 손으로 정권교체’라는 경선 선거인단 모집 슬로건이 상징하듯 민주당은 대선 승리의 확신에 가득 차 있었다. 공명 경선을 서약한 네 명의 후보 모두 정권교체를 의심치 않았다. 맨 처음 인사말에 나선 문재인 후보(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민주당 대선후보들의 지지도 합계가 60%를 넘는다”면서 “우리끼리 하나 되면 정권교체를 이룬다”고 대선 승리를 외쳤다. 안희정 후보(충남지사) 역시 “국민의 절대적, 압도적 다수가 탄핵을 결정했다”면서 “많은 분이 우리 민주당을 주목하고 있다”며 수권정당의 위상을 부각시켰다. 마지막으로 마이크를 잡은 이재명 후보(성남시장)는 “국민의 힘으로 정권교체는 이뤄진다”면서 “권력자의 교체가 아니라 사람들의 삶이 바뀌는 세상의 교체가 돼야 한다”고 장내 열기를 돋웠다. 이 광경을 지켜본 의원·당직자들은 “역대 대선에서 민주당이 이처럼 일방적 우세를 점한 적이 있었던가”, “이날이 역사의 한 장면으로 기억될 것” 등 감회가 새로운 듯 한마디씩 거들었다. 10년째 야당의 길을 걸어온 입장이니 격세지감일 법도 했다.

민주당 경선 일정에 따르면 이르면 4월 3일, 결선투표를 하면 4월 8일 대선 후보가 결정된다.

선거인단 220만 명 넘을 경우 안희정이 유리하다?


▎3월 14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열린 제19대 대선후보 공명경선 선언식에 참석한 경선 후보들이 실천서약서에 서명하고 있다.
19대 대선정국에서는 민주당만 보이는 듯하다. 정당과 인물 양쪽에서 상대를 압도한다. 한국갤럽이 3월 둘째 주(7~9일) 전국 성인 10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은 43%의 지지도를 기록했다. 국민의당(11%), 자유한국당(11%), 바른정당(5%), 정의당(4%) 등 여타 원내정당 지지율을 다 모아도 민주당의 그것에 훨씬 못 미친다. 민주당 소속 대선주자들의 위력은 훨씬 더하다. 문재인(32%)·안희정(17%)·이재명(8%) 등 민주당 세 경선 후보 지지도 합계가 57%에 이른다.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 보수진영의 황교안(3월 15일 불출마 선언) 대통령 권한대행은 각각 9%에 그쳤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정치권에서 ‘민주당 경선=대선 본선’이란 말이 나도는 배경이기도 하다. 야당이 권력을 가져가는 것은 당연한 수순처럼 보인다. 경선이 더 치열하게 전개되리라는 전망을 낳기도 한다.

민주당 경선에서도 일단 문 후보가 유리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서울경제신문>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3월 10~11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경선 선거인단으로 참여할 경우 문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답한 비율은 35.7%로 집계됐다. 안희정 후보는 33.6%를 얻어 오차범위(±3.1%포인트) 안에서 문 후보를 압박했다. 하지만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문 후보가 62.4%를 얻어 안 후보(22.5%)를 여유 있게 앞서나갔다. 경선에 일반인이 많이 참여한다면 문·안 두 후보가 접전을 벌이겠지만 민주당 지지층 중심으로 경선이 치러진다면 문 후보의 일방적 독주가 예상되는 구도다.

민주당 대선 후보는 19세 이상의 국민이면 누구나 사전에 ‘신청’하면 투표가 가능한 국민참여경선을 거쳐 선출된다. 선거인단에 중도·보수 유권자의 유입 규모가 커지면 경선 이변이 가능하다는 게 비문 후보들이 품는 기대다. 안희정 후보가 수혜자 1순위로 거론된다.

현실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리라는 보장은 없다. 정당 경선은 기본적으로 당 지지층 중심으로 치러지는 속성을 주목하는 입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민주당은 220만 명 이상의 유권자가 선거인단에 참여할 것으로 전망한다. 민주당 정당 지지율을 40%정도로 친다면, 4100만 명을 웃도는 전체 유권자 가운데 1600만 명 정도가 민주당을 선호한다고 볼 수 있다. 허진재 한국갤럽 이사는 “이들 1600만 명 중 10%만 경선인단에 들어와도 160만 명에 달한다”면서 “선거인단 규모가 200만 명을 넘어서면 안희정 등 비문 후보가 유리하다는 근거는 좀 약한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래서 1, 2위 후보자의 지지율 격차가 10% 이상 나는 민주당 경선에서는 문 후보가 유리하다는 게 보편적 관점이라고 허 이사는 분석한다.

문 후보는 정녕 난공불락일까? 지난해 11월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문 후보의 지지도는 견조한 상승세를 보였다. 그의 지지율이 탄핵 인용 이후 ‘이유’ 없이 갑자기 빠지는 상황은 오지 않는다. 그 ‘이유’를 찾는 게 뒤집기를 노리는 안희정·이재명·최성 후보의 몫이다. 탄핵 인용 전에는 후보 외의 다른 요인에 의해 지지도 변화가 왔다면 앞으로 유권자들은 후보 그 자체에 눈길을 주게 된다고 허진재 갤럽 이사는 말한다.

“대선은 앞으로 5년간 국민을 이끌 후보를 뽑는다는 점에서 후보가 국가 운영능력을 갖췄느냐를 따지게 된다. 또 후보 개인뿐 아니라 그 주변에 얼마나 좋은 사람들이 포진해 있는가도 함께 살피는 시점으로 접어든다.”

후보가 제시한 비전과 공약, 평소의 언행, 캠프 주요 인사들의 면면 등이 평가를 좌우하는 기준이 된다는 의미다. 민주당 경선이 탄핵 이후 사태의 수습과 향후 국정방향을 둘러싼 격렬한 혈투로 비화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는 이유다. 국정농단 심판과 탄핵이라는 문 후보의 상승동력은 소진돼가는 중인데 반해, 통합과 현실주의 노선에 입각한 안희정 후보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한 국면과도 맞물린다. 다만 이런 환경이 문제인 대세론을 넘어서는 발판 역할을 할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지지층-중간층 아우르지 못하는 문재인의 속사정


▎1. 3월 6일 경기도 오산 공군기지에 도착한 사드 (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관련 설비들. / 2. 동아시아연구원이 2015년 펴낸 ‘2단계 선거경쟁이론으로 본 차기 대선구도’ 보고서.
민주당 경선의 향배를 예측하자면 역대 경선에는 없었던 이번 민주당 경선만의 특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15년 8월 동아시아연구원(EAI)의 보고서 ‘2단계 선거 경쟁이론으로 본 차기 대선구도’에 민주당 경선을 투영해보면 그 특징이 선명해진다.

일반적으로 경선은 본선으로 가는 디딤돌에 불과하다. 그 자체가 목표가 아니다. 당내 경선에서 지배적인 선두주자일지라도 본선에서는 상대 후보와 치열한 접전을 벌이는 게 통상적인 한국의 대선 양상이었다. 그래서 한치의 방심도 허용되지 않는 게 대선이라는 시험대다.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수감 중인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직후 민주당 인사들과의 통화에서 “대선이 끝날 때까지 긴장을 늦추지 말라”고 당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당내 경선은 주로 당파적 입장이 강한 당 활동가와 지지층에 의해 좌우되는 반면, 대선 본선은 진보와 보수 양 진영에 속하지 않은 중간지대 유권자 층의 향방이 결정한다. 따라서 지지층 결집 전략을 기반으로 한 경선 전략과 다수 중간층 확보를 목표로 한 본선 전략에 대한 고려가 동시에 필요하다. 당내 경선에서 이념적 색깔을 강조하는 캠페인 전략이 부각되는 반면, 본선에서는 중도적·실용적 정책을 강화하는 데 주력하게 된다는 것이다. 당 경선 과정에서의 후보 포지션과 본선에서의 후보 포지션이 불일치할 가능성이 크기에 자칫 고정 지지층과 중도층 모두의 반발을 살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요즘 여론조사에 따르면 문 후보는 당내 기반도 탄탄하고 지지율도 여타 경선 주자에게 더블스코어로 앞서나간다. 그렇다면 미리부터 본선 전략에 초점을 맞춰서 경선 전략을 운용해도 큰 문제가 없는 여건이다. 경선 시점부터 중도층 지지 확대 전략을 펴나가는 게 일반적이지만 지금의 민주당 경선은 약간 결이 다르다. 앞서 달리는 문 후보는 ‘적폐청산’과 ‘국가 대청소’ 등 선명성을 살리는 전략을 구사해왔다. 중도와 보수 층과는 거리를 두는 것으로도 비쳐질 수 있음은 물론이다.

경선에서 안희정 쪽으로 넘어갈 표의 규모


▎2월 14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전국금융산업노조회장 이취임식에 참석한 안희정·이재명 후보.
따라서 문 후보는 경선 시점부터 중도층 맞춤형 전략을 펴지 않은 게 5월 대선에서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민주당 후보는 ‘한·미 FTA 재협상’과 ‘보편복지’ 정책으로 당내 지지세 확보에는 성공했으나 본선에서는 중도층의 이탈을 가져오는 요인으로 작용한 경험이 있다. 경선 전략과 본선 전략을 통합적으로 운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올 법하다. ‘2단계 선거경쟁이론으로 본 차기 대선구도’ 보고서도 “당파성 강한 지지층과 현실적 대안을 중시하는 중간층의 요구와 성향을 하나로 아우르는 국가 비전을 제시하는 게 급선무”라고 단언했다.

하지만 문 후보는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북한 문제, 대연정 등에서는 시종 진보진영의 입장에 경도돼 있다. 정치권에서는 후보적합도 조사에서 대등한 문재인·안희정 두 후보의 지지율이 민주당 지지층 조사에서는 크게 벌어진다는 점을 주시한다. 문 후보가 안희정 후보 견제의 일환으로 민주당 지지층 결집을 우선시하는 게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 결과 중간층을 불편하게 한다고 임동욱(한국교통대 교수) 한국대통령학연구소 부소장은 지적한다. 그는 “문 후보가 상식적으로 대처해도 될 안보 현안 등에서 중도층을 불편하게 만드는 이유는 참으로 미스터리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아마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넌다’는 심정으로 결선투표까지 생각하는 것 같다. 문 후보가 3위를 달리는 이재명 후보 지지표를 흡수하자면 진보적 행보를 취하는 게 유리하다. 하지만 본선에서는 중도보수 쪽으로 우클릭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각종 현안에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모호한 입장을 취하는 게 아닐까.”

당내 경선에서조차 문재인 대세론이 공고하지 않다는 방증이라는 견해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도 문재인 후보 지지층의 3분의 1 가량은 정치성향에서 안희정 후보에게 가깝다며 이렇게 언급했다.

“문 후보 지지층에는 정권 심판 때문에 문 후보를 지지하면서도 성향은 중도보수층인 경우가 더러 있다. 문 후보의 정권심판, 적폐청산에는 동의하면서도 반(反)사드, 반(反)연정 노선에는 반발한다. 이들은 정권심판 국면이 종료되는 시점에 안희정 후보 쪽으로 돌아설지도 모른다.”

경위야 어떻든 문 후보의 좌편향 내지는 진보적 포석이 선거의 기본 정석과 궤를 달리하는 건 분명해 보인다. 그래서 이유에 대한 해석도 다양하다. 문 후보의 행보를 당파성보다는 순수성의 산물로 이해하는 시각을 보자.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초빙교수는 “사드 문제의 경우 중국의 눈치를 보는 것도, 미국의 강요를 당하는 것도 모두 우리 주권을 침해당하는 것이라는 관점에서 제기하는 것 같다”면서 “이는 지지율 제고 차원이라기보다는 나름의 원칙과 기준을 지키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풀이했다. 이번 대선에서는 중도층이 사실상 소멸한 데 따른 전략적 대응이라는 주장도 있다. 서양호 두문정치 연구소 부소장은 “정상적인 상황의 대선이라면 문 후보가 중도층에 대한 적극적인 배려, 검토를 해야 한다”면서도 “탄핵을 지나면서 중도층이 야권으로 편입됐기에 경선과 본선 전략에 큰 차이가 없을 수도 있다”고 추정했다.

적대적 공생관계인 박근혜의 소멸과 문재인 대세론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서울 삼성동 박 전 대통령 자택 담벼락에 매달 꽃을 다듬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행보도 문 후보 진로의 변수로 지목된다. 두 사람이 적대적 공생관계에 있었다는 점에서 그렇다. 서로를 적대시하지만 상대방이 존재해야 자신이 부각되는 관계다. 문재인 대세론도 박 전 대통령이 굳건한 위치에 있거나 여론의 중심에 있을 때 탄력을 받았다. 2012년 대선 당시 박 전 대통령의 대항마가 문 후보였던 까닭이다. 대선 이후 지금까지 의도하지 않게 서로 기대고 가는 구조라고 전제한다면 박 전 대통령이 무너지고 난 뒤 문 후보는 혼자 힘으로 서 있어야 할 처지다. “박 전 대통령이 파면으로 정치무대에서 퇴장함으로써 문재인 대세론은 장기적으로 보면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김우석 미래전략개발연구소 부소장은 말한다. “박 전 대통령을 뉴스의 중심에 놓아야 문 후보 지지자들은 선거에 유리하다고 판단할 것이다. 헌재 파면결정 승복논란, 검찰수사 공방 등도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의 긍정적 요소다.”

서울 삼성동 박 전 대통령 사저정치의 활성화 여부가 궁극적으로 민주당 경선에도 파급효과를 준다고 하겠다. 만약 박 전 대통령이 헌재의 파면 결정이나 검찰 수사에 불만의 목소리를 계속 내고, 그로 인해 친박세력이 뭔가를 도모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민주당 지지층은 헌재 결정 전과 후가 크게 달라진 게 없는 상황으로 판단하면서 정권교체에 힘을 실어 줄 수도 있다”고 허진재 갤럽 이사는 말한다. 그 반사이익은 문 후보에게 돌아가게 마련이다. 반면 박 전 대통령이 침묵 모드로 접어들면서 대중의 시야에서 사라진다면 적대적 공생관계가 주는 이점도 함께 소멸한다.

보수진영은 민주당 경선에서 문 후보의 불안정성이 증폭되기를 기대하는 눈치다. 경선 과정에서의 논쟁이 격렬하면 할수록 보수후보에게 가는 반사이익이 커지기 때문이다.

보수진영은 ‘집권 후의 불안’이 ‘집권 전의 선거’에 영향을 준다고 믿는다. 예컨대 문 후보가 경선과 대선에 승리한다고 치자. ‘불안한 대세론’은 대선 후의 ‘불안한 집권’으로 이어질 수 있다. 소수파(민주당 의석 121석) 대통령인 그가 적폐청산을 하면서 국민통합을 꾀한다는 건 ‘동그란 네모’를 그리는 것과 같은 모순된 과제로 인식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정적들은 대선 후 조성될 문 후보의 리더십 위기를 경선과 본선에 끌어들여 적극 설파할 가능성이 크다. 정권교체라는 말은 좋지만 그 결과가 ‘부패한 정권’에서 ‘불안한 정권’으로의 변화에 불과하다는 식의 공세로 이어질 수 있다. 바른정당의 주요 관계자는 “국민들도 이미 현실화되고 있는 외교안보 위기에 경제 위기, 취약한 리더십 위기까지 더해지리라 깨닫는 순간 원점에서 대선을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탄핵으로 과거사가 일단락되면서 미래에 대한 어젠다가 대선국면을 채운다고 보면 지금의 문 후보 행보로 본선에서도 대세론을 점한다는 보장이 없다. 대통령 파면도, ‘60일짜리’ 대선도 한국 역사에 처음 있는 일이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이기에 앞서가는 문 후보 쪽에서도 불안해하는 것이다.”

민주당 경선 일정은 정해졌다. 4월 3일 경선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면 대선 후보가 확정된다. 1위 득표자가 과반에 미달할 경우 4월 8일 결선을 치른다. 월간중앙 4월호가 발행되는 3월 17일부터 후보가 선출되는 4월 3일(혹은 4월 8일) 사이에 전세의 역전이 가능할까? 나아가 5월 9일까지 대선 판세에 근본적인 변화는? 이론적으로는 불가능하지 않다. 이슈가 터져서 유권자들의 판단에 영향을 주고 표심으로 전달되는 기간은 1주일 정도로 여겨진다. 김춘석 한국리서치 상무는 “이른바 여론이 숙성되는 기간은 이슈에 따라 다르다”고 전제, “그래도 통상적으로 일주일 정도는 지나야 (숙성되는) 시간을 이야기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짧게는 2주일 길게는 60일 동안에도 엄청난 일들이 벌어질 수 있다고 믿는 그룹에는 정치평론가로 활동하는 이영작 박사(통계학)도 포함된다. 이 박사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처조카로 1997년 대선 당시 수평적 정권교체에 일조한 바 있다. 통계에 기초한 여론 분석에도 능한 그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문 후보의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 문 후보는 우파의 거부감이 너무 크다“면서 ”이를 완화시킬 수 있는 전략이 있어야 하는데 보이질 않는다“고 했다. 그는 나아가 “내 생각에 문 후보가 그대로 간다면 좋게 평가해도 30% 정도 지지를 얻을 것 같다. 만약 여론조사가 공정하다면 그분은 지금 20% 미만에 있어야 한다”고 지지율 고공행진마저 평가절하했다.

두 달 만에 20% 이상 격차 뒤집은 미국 대선의 사례


▎문재인 후보가 2월 26일 서울 강남의 한 스튜디오에서 민주당 국민경선 선거인단 국민참여 캠페인 홍보영상을 촬영하고 있다.
이 박사는 조기 대선에서도 표밭은 얼마든지 요동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복’되는 ‘집요’한 공격이 그걸 가능하게 한다는 방법론도 제시했다. 그는 미국과 한국의 사례를 들었다. 1988년 미국 대선을 보자. 그해 7월 21일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로 선출된 마이클 두카키스 후보는 조지 HW 부시 공화당 후보에 17%를 앞섰다. 두 달 뒤인 9월 19일 공화당 전당대회 이후 부시가 50%로 46%에 그친 두카키스를 앞질렀다. 여세를 몰아 11월 대선에서 부시는 승리한다. 이 박사는 “엄청나 보이던 격차가 순식간에 좁혀지더니 끝내 뒤집혔다”며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당시 전임자 레이건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피로감, 이란-콘트라 스캔들이 주는 혐오감으로 인해 턱없이 불리한 상황에서 출발선에 섰다. 국가 정보국(CIA) 출신의 정통 엘리트 코스를 밟은 부시는 두카키스의 유약한 이미지를 파고들었다. ‘범죄에 너무 관대한 사람’ ‘대통령이 되면 미국은 범죄천국이 된다’ 등 유권자들의 불안심리를 자극하는 전략을 시종일관 구사했다. 집요하게 되풀이된 공격이 끝내 먹혀든 게 1988년 미국 대선이다.”

1976년 미국 대선도 유사한 궤적을 그렸다고 한다. 승자인 지미 카터(민주당) 후보도 제럴드 포드(공화당) 후보에게 맹렬한 추격을 허용해 30% 이상의 격차가 2%선으로 좁혀지기도 했다. 두 사례 모두 형편없이 뒤처진 공화당 후보가 민주당 후보에게 갖는 국민의 불안감을 정조준한 사례다. 이 박사는 “두 달 만에 추격과 뒤집기가 가능했던 건 반복되는 이슈가 지속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배경을 분석했다.

4월 민주당 경선과 5월 대선 향배를 예측하는 데 참고할 사례는 한국에도 있다고 이 박사는 덧붙였다.

집권여당의 악재로 작용했던 1992년 초원복집 사건과 1997년 IMF 외환위기가 표심에 영향을 주는 경로는 사뭇 달랐다는 것. 1992년 사건은 일과성 해프닝에 그친 반면, 1997년 사건은 표의 결집을 가져왔다고 분석했다.

초원복집 사건은 14대 대선 1주일 전인 1992년 12월 11일 부산지역 기관장들이 초원복집에서 신한국당 김영삼 후보 지지 모임을 가져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건이다. 당시 집권당인 신한국당에는 악재, 야당인 민주당에는 호재로 간주됐으나 야권 지지층 결집은 상대적으로 미미했고, 김영삼 후보는 승리했다. 반면 1997년 외환위기는 대선(12월 18일) 한 달 전인 11월 21일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면서 공식화됐다. 당시 보수진영은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 이인제 국민신당 후보로 분열된 처지였다. 외환위기가 닥치자 위기감을 느낀 보수진영이 이회창 후보 쪽으로 급속하게 결집하기 시작했으며 대선 일자가 며칠 더 뒤로 갔다면 김대중 후보의 승리를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갔을 것이라고 이 박사는 주장했다. 이인제 국민신당 후보가 492만 표(19.2%)를 가져가면서 얻은 39만 표의 박빙의 우위도 시간이 더 지났으면 깨질 수 있었다는 게 캠프 내부에서 활동한 이 박사의 진단이다.

국민에게 준 고통의 강도와 지속성에서 IMF 외환위기가 최순실 국정농단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전제한다면 향후 대선의 표심을 짐작해봄직한 단서가 된다. 미국 하버드대학교 케네디행정대학원에서 미국정치를 연구한 서성교 바른정책연구원장도 이런 미국 사례가 한국의 대선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고 수긍한다. 서 원장은 “국민 사이에서 안보 정세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될수록 정국의 유동성이 커진다”며 이렇게 말했다. “지금은 보수 정부가 큰 잘못을 했으니 정권 교체해야 한다고 보는 유권자들도 막상 민주당 경선 결과에 마음을 바꿀 수도 있다. 더구나 실패한 보수 진영에서 더 나은 주자를 내세워 인물 대결을 펼친다면 그게 가속화될 여지도 없지 않다.”

아직 유권자 상당수는 문재인에게 거리감 느껴


▎1. 홍준표 경남도지사와 유승민 의원은 보수진영의 후보로 주목받는다. 2012년 당시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머리를 맞댄 두 사람. / 2. 1997년 11월 IMF 외화위기 당시 김영삼 대통령이 대선후보 및 정당 총재들과 만나 정치권의 협조를 구하고 있다.
문 후보의 안보관이 공세의 빌미를 줄 것이라는 시각이다. 민주당에서는 ‘종북몰이’라 치부할 수 있겠지만 현실은 냉엄하다. 한때 라이벌이었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3월 7일 인망포럼 특강이 대표적이다. 그는 “사드 배치를 차기 정부로 넘기자는 주장은 중국만 좋게 한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중“ 국의 압박은 다음 정권으로 사드 배치를 넘겨 무산시키려는 의도”라는 취지의 입장도 밝혔다. 이는 사드 배치를 다음 정부로 넘기자는 문 후보를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대연정과 안보 이슈는 서로 맞물릴 때 파괴력이 배가된다. 따로 노는 사안 같지만 별개가 아니라서 그렇다. 경선과 대선 국면에서 이들 두 이슈가 스크럼을 짜고 문 후보를 협공할 수 있다. 박 전 대통령과 자유한국당은 청산의 대상으로 몰면서 북한 김정은과는 대화를 말한다는 식의 비판이 단적인 예다. 문 후보는 3월 5일 부산 방문 자리에서 “자유한국당까지 함께하는 대연정은 적폐청산, 개혁 모두 불가능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촛불민심이 요구하는 적폐청산,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대개혁이 절반만 이뤄진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며 자유한국당 배제 의지를 분명히 했다. 나아가 문 후보는 최근 미국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우리는 북한 주민을 우리 민족의 일부로 포용해야 하며, 싫든 좋든 김정은을 그들의 지도자로, 우리의 대화 상대로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뉴욕타임스> 보도가 나가던 당일 문 후보는 언론에 “김정남 암살에서 드러난 포악하고 무자비한 면은 결코 인정 못한다”면서도 “그러나 우리가 북한을 압박·제재하든 대화하든 그 상대의 실체로서 김정은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이영작 박사는 “대한민국 보수하고는 척을 지면서, 북한 김정은과는 대화를 하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대한민국이 통치가 되겠느냐”고 반문한다. 여론조사가 말해주듯 문 후보는 많아야 30% 중반대 지지율을 맴돌 뿐이다. 유권자의 상당수가 문 후보와 거리를 둔다는 것이다. “문 후보가 민주당의 대선주자가 되면 보수우파가 결집하면서 문 후보 당선에 차질이 빚어진다는 논리를 효과적으로 펼칠 수만 있다면 민주당 경선 표심도 흔들릴 수 있다”고 이 박사는 전망했다. “사람의 마음은 순간적으로 바뀌진 않는다. 하지만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고, 같은 자극이 2~3주 지속된다면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세의 변화 가능성에 눈길을 줬다.

민주당 밖에서는 헌재의 탄핵 인용 이후 개헌과 안보를 연결고리로 하는 반문(反文, 반문재인)연대 구축 움직임이 활발하다. 보수진영에서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불출마 선언 이후 새 카드 발굴이 본격화하고 있다. 5월 9일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에 맞서 총력전을 펴겠다는 의지가 결집되는 양상이다. 그래서 민주당 경선은 물론이고 대선도 끝나기 전까지는 끝난 게 아니라고 말하는 이유다.

- 박성현 기자 park.su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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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호 (2017.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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