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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기획] 다이내믹 경선으로 대역전극 꿈꾸는 국민의당 

“내 安에서 文 닫힌다” vs 내 孫으로“ 文 닫는다” 

최경호 기자 squeeze@joongang.co.kr
4월 4일 후보 선출, 첫 경선은 ‘야권의 심장’ 광주·전남에서…文과 일대일 위해 김종인·바른정당 등과 연대도 변수 될 듯

야권의 또 다른 축인 국민의당도 대선 레이스에 들어간다. 현장투표 80%+여론조사 20%의 방식으로 본선 진출 후보를 가린다. 경선은 3월 25일부터 시작되며 첫판은 ‘야권의 심장’인 광주·전남에서 벌어진다. 출전선수는 안철수·손학규 전 대표, 박주선 국회부의장이고, 최종 승자는 4월 4일 가려진다


▎손학규(왼쪽) 전 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2016년 11월 22일 서울 국립현충원 현충관에서 열린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1주기 추모식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2015년 12월 13일 안철수 전 대표가 새정치민주연합을 나왔다. 친노 패권주의와의 결별을 선언했다. 한 측근은 “(친노와) 다시는 한 배를 탈 일이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김한길 전 대표도 2016년 1월 탈당한 뒤 안 전 대표와 손을 잡았다. 김 전 대표는 2014년 안 전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의 간판을 함께 올린 공동창업주였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와 등을 돌린 천정배 무소속 의원과 호남 의원들도 가세했다. 국민의당은 2월 2일 창당의 깃발을 올렸다.

4월 13일 총선까지는 두 달여, 시간이 촉박했다. 안 전 대표의 대변인 역할을 하던 문병호 의원은 “동반 탈당할 의원이 20~30명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여의치 않았다. 위기감을 느낀 문재인 전 대표가 새누리당 출신의 김종인 전 의원을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으로 영입했다. 전권을 부여받은 김 전 의원은 단숨에 당을 장악했다. 친노·운동권의 기세가 수그러졌다. 총선을 눈앞에 둔 의원들의 동요는 더 이상 없었다.

국민의당이 현역의원 20명을 확보한 것은 창당 44일 만인 3월 16일이었다. 정대철 전 민주당 상임고문의 아들인 정호준 의원이 민주당에서 국민의당으로 말을 갈아탔다. 천신만고 끝에 국민의당은 원내교섭단체가 됐다.

원내교섭단체가 희망을 곧 보장하는 것은 아니었다. 당 지지율은 좀처럼 반등하지 못했다. 야권의 분열 속에서 새누리당은 180석까지 바라봤다. 전문가 ‘명찰’을 단 사람들 대부분이 “국민의당이 총선에서 원내교섭단체 구성에 실패할 것이고, 안철수는 큰 정치적 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했다. 당시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180석+알파를 달라고 국민에게 호소할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뚜껑을 열어보니 정반대였다. 제20대 총선의 주인공은 사실상 국민의당이었다. 국민의당은 정당투표에서 26.74%를 얻어 민주당을 제치고 새누리당에 이어 2위에 올랐다. 비례 대표 13석과 함께 호남지역 압승(전체 28석 중 23석 차지)에 힘입어 단숨에 38석을 가진 제3당이 됐다.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박선숙·김수민 의원 등의 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의혹이 터지면서 안철수·천정배 공동대표가 동반 사퇴했다. 당 지지율도 급락했다. 호남 지지율에서도 민주당에 역전당했다. 갈수록 당의 존재감은 희미해졌다. 그대로 추락하는 듯했다.

굳게 잡은 손(手), 그러나 동상이몽


▎2월 19일 안산문화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국민의당 경기도당 ‘10만 전사 출정식’에서 안철수·손학규 예비후보(왼쪽부터)가 당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구원투수로 등장한 ‘9단’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산중거사(山中居士) 손학규 전 대표에게서 돌파구를 찾았다. 손 전 대표는 2014년 7·30 재·보선 때 수원 팔달(수원 병)에서 김용남 새누리당 후보에게 패한 뒤 정계은퇴 선언과 함께 다산(茶山)의 유배지인 강진으로 내려갔다.

박 위원장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강진에 있는 손학규 전 대표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우리 당으로 와서 안 전 대표와 경쟁하는 구도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실제로 자신의 지역구인 목포에 내려가 손 전 대표와 막걸리를 마시기도 했다.

손 전 대표는 즉답을 피했다. 소이부답(笑而不答)이었다. 그러나 친노가 장악한 민주당보다는 심정적으로 국민의당이 가까울 수밖에 없었다. 민주당으로 복귀한들 머리 둘 곳이 마땅치 않았다.

같은 해 10월 정계복귀를 선언한 손 전 대표는 박지원 대표 등과 만나며 국민의당과의 연대를 모색했다. 1월 22일 국민주권개혁회의를 창립한 손 전 대표는 2월 17일 국민의당에 입당했다. 박지원 대표가 러브콜을 보낸 시점부터 따지면 대략 8개월 만에 ‘합체’가 됐다. 안철수 전 대표는 “손 전 대표의 정치적 경륜과 ‘저녁이 있는 삶’으로 대표되는 진정성 있는 생각들을 후배 정치인들이 존경하고 높이 사고 있다”고 반겼다.

안 전 대표와 손 전 대표가 손을 잡은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두 사람으로서는 연대를 통해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하는 것 말고는 돌파구가 없었다. 끝까지 각자도생(各自圖生) 한다면 무난한 패배가 확실시됐다. 판을 흔들지 않고서는 희망을 가질 수 없었다.

그럼에도 동상이몽(同床異夢)은 어쩔 수 없다. 안 전 대표로서는 ‘전 챔피언(손 전 대표)’을 꺾음으로써 본선에서 ‘현 챔피언(문 전 대표)’과 상대할 체력과 기술을 키운다는 계산을 세웠다. ‘굴어 들어온 돌’ 손 전 대표로서는 ‘학급 짱(안 전 대표)’을 꺾은 뒤 ‘옆 학급 짱(문 전 대표)’과 진검승부를 벌이겠다는 심산이었다.

이진우 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센터 소장의 분석이다. “안 전 대표는 가만 있어도 당내에서는 대통령후보가 된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본선에 나간들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 그래서 위험부담을 안으면서까지 손 전 대표를 불러들인 것이다. 손 전 대표는 예선전만 통과하면 보수표까지 흡수해서 본선에서 역전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다.”

치열했던 룰의 전쟁


▎박주선 국회부의장이 3월 15일 국회 정론관에서 국민의당 대선 경선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국민의당 손금주·황주홍 최고위원, 박 부의장.
씨름이 샅바 싸움이라면 경선은 룰 싸움이다. 안 전 대표 측과 손 전 대표 측이 치열하게 맞섰던 것도 룰 때문이었다. 여기에서 밀리면 칼자루가 아닌 칼날을 잡게 된다. 양측은 진통 끝에 현장투표 80%+여론조사 20%, 결선투표제(과반 득표자 없을 경우 최종 경선일 이틀 후 결선투표 실시)에 합의했다. 현장투표는 손 전 대표 측이, 여론조사는 안 전 대표 측이 선호하는 방식이다.

당 선거관리위원장을 맡고 있는 장병완 의원은 3월 11일 “후보자 토론, 순회경선 일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4월 2일, 늦으면 9일 경선을 치를 것”이라며 “5월 9일을 대선일자로 가정하면 늦어도 한 달 전에는 후보가 선출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합의 하루 만인 3월 12일 양측은 다시 충돌했다. 세칙 조율 과정에서 경선일정, 순회경선 횟수, 투표소 설치 여부 등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손 전 대표 측은 안철수 패권론까지 거론했다. 안 전 대표 측은 구태라고 맞섰다.

양측이 ‘1주일’ 때문에 얼굴을 붉혀야 했던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국민의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손 전 대표로서는 하루라도 일정을 늦출수록 좋을 것이다. 반면 안 전 대표는 민주당 후보 선출(4월 3일) 이전에 자신이 후보로 확정돼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싶었을 것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 민주당을 탈당한 김종인 전 의원, 바른정당 등과의 연대 가능성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합·연대와 관련해 손 전 대표 측은 긍정적인 반면 안 전 대표 측은 부정적이다. 안 전 대표 측으로서는 변수가 개입할 틈이 없는 속전속결을 원한다.

고심 끝에 당 선관위는 경선일을 4월 4일로 결정했다. 장병완 위원장은 “4월 5일에 세월호 인양이 개시된다는 돌발상황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4월 4일로 경선일을 하루 앞당기기로 확정했다”며 “여론조사 경선은 4월 3일부터 4일 13시까지 실시해 결과를 집계한 뒤 현장투표 결과와 합산해 최종적으로 발표한다”고 설명했다.

국민의당 룰 전쟁을 지켜본 민주당 관계자는 “이번 경선은 사전선거인단, 모바일투표 없는 현장투표의 비중이 80%다. 투표소도 권역별로 최대 30개밖에 안 되기 때문에 지지자들의 충성도 경쟁이 관건”이라며 “첫 경선지이자 최대 표밭인 광주·전남에서 손학규 전 대표의 조직이 탄탄한데다 안 전 대표가 조직 흡수를 위해 캠프 영입에 공을 들였던 박주선 국회부의장이 출마를 선언한 것도 변수다. 안 전 대표 측이 주장한 여론조사도 30%에서 20%로 낮아졌을 뿐 아니라 경선 막바지에 실시되는 만큼 승부를 예측하기 어렵게 됐다”고 전망했다.

“뭐니뭐니해도 결국은 호남 의원들이 키(key)를 쥐고 있다. 이들이 어느 후보 편에 서느냐에 따라 승패가 결정된다. 여론조사에서 앞설 것으로 보이는 안 전 대표는 현장투표에서 50%만 얻어도 승리한다. 반면 손 전 대표는 현장투표에서 55% 이상 확보해야 이길 수 있다.” 국민의당 전략가의 전망이다.

이번 경선 역시 호남이 열쇠를 쥐고 있다는 데 이견은 많지 않다. 2002년 새천년민주당 경선 때도 ‘약체’ 노무현 후보가 광주경선 승리를 발판삼아 본선티켓을 거머쥐고, 나아가 이회창 대세론까지 꺾었다. 이후 주요 선거에서도 양상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양측이 팽팽한 신경전 끝에 첫 경선을 광주에서 치르기로 합의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호남 품어야 티켓에 가까워진다

국민의당은 ‘1번 타자’인 광주가 민주당 바람을 차단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민의당은 당 차원에서 경선의 흥행성을 높이고 지역민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시·도당 중심으로 지역인재 육성과 채용 확대를 위한 교육부문 간담회, 청년정책 수립을 위한 간담회, 주거복지 부문 토론회 등을 연이어 열 예정이다.


손 전 대표 측은 적잖이 고무돼 있다. 호남 의원들 중 상당수가 손 전 대표에게 우호적이라고 주장한다. 민주당 소속이긴 하지만 이낙연 전남지사가 손 전 대표와 가깝다는 것도 호재로 보고 있다.

손 전 대표는 2월 28일 목포에서 이 지사와 조찬회동을 했다. 손 전 대표의 “도와달라”는 호소에 이 지사는 “가능한 방법이 있는지 찾아보겠다”고 화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손 전 대표 측에서 이런 사실을 외부에 알린 것은 호남 의원들과 당원들에 대한 메시지로 읽힌다.

반면 안 전 대표 측은 일부 호남 의원과의 관계가 소원하다는 점과 최근 당내 선거에서 고전했다는 점이 신경 쓰인다. 지난해 12월 29일에 치러진 원내대표 선거에서 안 전 대표의 측근인 김성식 의원이 호남 중진 주승용 의원에게 패했다. 이어 1월 15일 당대표 선거에서도 안 전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낸 문병호 전 의원(인천 부평갑)이 박지원 의원(전남 목포)에게 졌다.

1월 중순부터 치러진 16개 시·도당 개편대회에서 권은희 광주시당위원장, 이수봉 인천시당위원장을 제외한 14개 지역에서 비(非)안철수계 인사들이 대거 당선됐다. 특히 서울시 당위원장 선거의 경우 안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채이배 의원(1738표)이 정호준 전 의원(2640표)에게 1000표 가까운 큰 차이로 무릎을 꿇었다.

이진우 소장은 “최근 당내 선거를 통해 드러났듯이 안 전 대표의 당 장악력이 밖에서 보는 것만큼 강하지는 못한 것 같다. 손 전 대표가 현장투표를 주장했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을 것”이라면서 “지금은 민주당에 가려 있는 듯하지만 막상 레이스가 시작되면 국민의당 경선도 재미있을 것”이라며 이변 가능성을 점쳤다. 그는 또 “손 전 대표가 경선 역전승을 통해 국민의당 후보가 되는 순간, 문재인 전 대표와 일대일 구도가 선명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전계완 정치평론가는 안 전 대표의 낙승을 점쳤다. 전 평론가는 “현장투표가 80%라면 사실상 조직선거라고 봐도 틀린 말이 아닐 것”이라며 “그렇다면 당내에서 가장 큰 동원력을 가진 이가 누구인지 따져봐야 한다. 역시 안철수 전 대표가 동원력 면에서 가장 큰 힘을 발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어 “다만 손 전 대표 측에서는 당의 기반이라 할 호남 의원들 사이에 반안(반 안철수) 정서가 있는 만큼, 호남 의원들이 적극적으로 자신을 도와준다면 승산이 있을 것으로 기대할 것”이라며 “그럼에도 국민의당 경선에서는 안 전 대표가 무난하게 승리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뜸만 들이는 듯하던 김종인 전 의원이 승부수를 던졌다. 민주당 내에서는 역할이 제한돼 있던 터라 ‘배지’를 떼고 당 밖으로 나와 ‘작업복’으로 갈아입었다. 국민의당 경선과는 무관한 일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밀접한 관계에 있다. 김 전 의원은 국민의당·바른정당 심지어 자유한국당 일부까지 묶는 빅텐트(제3지대)를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탈당 후 김 전 의원은 손학규·유승민·남경필 후보 등을 차례로 만났다. 이들은 김 전 의원의 탈당을 환영했다. 김 전 의원이 대선구도를 문재인 대 반(反) 문재인의 일대일 구도로 만드는 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김 전 의원은 대선 출마 가능성도 시사하지만 회의적인 시각이 좀 더 우세하다. 대선까지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또 직접 출마할 경우 안철수·손학규·유승민·남경필·홍준표 예비후보 등과의 단일화 과정도 거쳐야 한다. 시간은 부족하고 절차는 복잡하다.

‘작업복’ 입은 김종인, 빅텐트 세울까


▎정의화 전 국회의장,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오른쪽부터)이 2월 15일 서울 여의도 한 호텔에서 조찬회동에 앞서 손을 맞잡고 있다.
반면 문재인 전 대표 측의 한 인사는 김 전 의원의 출마에 좀 더 무게를 실었다. 그러면서도 “김 전 의원이 출마한다면 다른 후보들과의 이해관계 때문에 빅텐트가 세워지기 어렵다. 그 점이 최대 관건”이라고 말했다.

김 전 의원과 접촉한 인사 등에 따르면 제3지대 단일후보를 위한 구체적인 작업은 각 당의 후보가 선출된 이후인 4월 초부터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 그럴 경우 김 전 의원 자신도 대선후보로 나섰다가 단일화 과정에서 자연스레 뒤로 물러나는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김 전 의원 측 소식통은 “제3지대 후보단일화가 이뤄진다면 그 시점은 4월 초순 이후가 될 것”이라며 “3월 중에는 김 전 의원이 대선후보 등 각 당의 핵심인사를 두루 만나 ‘분권형 개헌을 위한 임기 3년 대통령’과 ‘차기 정부 경제민주화 최우선 추진’ 등에 관한 공동선언을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럼에도 빅텐트가 제대로 세워지려면 수많은 고비를 넘겨야 한다. 각 당이 후보를 선출한 뒤 단일화에 나설 경우 또다시 룰 싸움이 필요하다. 대선이 5월 9일 치러지는 만큼 4월 15~16일 후보를 등록하고 곧바로 선거운동에 들어가야 한다. 단일후보를 뽑는 데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사견을 전제로 “4월 초까지 국민의당·바른정당 등의 단일화 밑그림이 나오지 않으면 후보 난립 양상을 피하기 어렵게 된다. 그럴 경우 문재인 대세론은 더 굳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전 의원발(發) 빅텐트에 가장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쪽은 안철수 전 대표 측이다. “노욕이 너무 심하다”는 말까지 나왔다. 자강론(自强論)을 외치는 안 전 대표는 당내 경선을 통과하면 문재인 전 대표와 일대일 구도를 만들 것으로 자신한다. 안 전 대표는 얼마 전 한 방송에서도 김 전 의원의 탈당 효과와 관련해 “어떤 파급효과가 있을지 잘 모르겠다”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이진우 소장은 “안 전 대표로서는 적어도 본선에 오르기 전까지는 연대 이야기를 꺼내지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막상 본선에 진출한 뒤로도 문 전 대표와 일대일 구도가 형성되지 않는다면 막판 승부수 차원에서 김 전 의원 등과의 의기투합도 고려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문 진영에서는 여러 가지 그림을 그려볼 수 있겠지만 이미 ‘늦었다’는 진단도 나온다. 20~40대가 공고하게 뭉쳐 여론을 주도하는 것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정국의 특징이라는 것이다.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국민의당 등이 특단의 조치를 취하더라도 뒤집기 가능성은 낮다는 설명이 곁들여진다.

히든카드는 3년 임기의 드림팀?


▎백봉신사상 시상식이 12월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대상을 수상한 유승민(가운데) 바른정당 의원이 박지원(오른쪽에서 둘째) 국민의당 대표, 정세균(왼쪽에서 둘째) 국회의장, 안철수(맨 왼쪽) 전 국민의당 대표, 이석현(맨 오른쪽) 국회부의장 등의 축하를 받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타임리서치 박해성 대표는 “대세론치고는 문재인 전 대표의 30% 초·중반 지지율이 약하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다른 후보들이 치고 올라오지 못한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할 것”이라며 “시간이 촉박한 이번 대선의 경우 ‘그나마 문재인’이라는 표심이 끝까지 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반문 진영 일각에서는 ‘3년 임기 드림팀’ 히든카드가 거론되고 있다. 김종인·안철수·손학규·유승민 등이 각자의 분야를 책임지는 집단지도체제 방식으로 3년간 국정을 이끈 뒤 제7공화국으로 권력을 이양하는 그림이다. 말 그대로 연정이자 협치다. 3년 임기는 2020년 5월 말 임기를 다하는 제20대 국회와 함께 퇴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탄핵 전 화두였던 ‘정권교체’에서 한발 더 나아가 대선을 ‘패권 vs 협치’, ‘호헌(護憲) vs 개헌’의 새로운 구도로 재정립함으로써 중도·보수표를 흡수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 구상 역시 현실화되기까지는 산 넘어 산이다. 우선 문재인 전 대표와 일대일 구도를 자신하는 안철수 전 대표가 빅텐트 안으로 들어와야 한다. ‘박근혜 부역자’와의 연대에 거부감을 갖는 호남을 어떻게 설득할지도 숙제다.

한정훈 서울대 국제대학원(정치학) 교수는 “탄핵 이후 보수층을 대변할 만한 후보가 마땅치 않은 상황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시각을 달리 하면 탄핵 인용은 보수 후보들의 짐을 덜어준 셈”이라며 “탄핵 인용 후 유권자들은 새로운 미래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 김종인 전 의원의 플랜도 여러 가지 가능성 중의 하나”라고 설명했다.

한 교수는 이어 “안철수·손학규·유승민 후보 등으로서는 보수층을 흡수할 기회를 얻은 것은 사실이다. 때문에 극적 반전, 대역전을 꿈꿀 만하다”며 “대선 후 정권인수위원회 과정 없이 곧바로 대통령 취임식이 열린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국민들에게 ‘이런 사람들과 함께 일할 겁니다’라고 신뢰할 만한 섀도캐비닛(예비내각)을 보여주는 것도 효과적인 선거전략”이라고 덧붙였다.

- 최경호 기자 squeeze@joongang.co.kr

201704호 (2017.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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