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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정세] 김정남 암살 둘러싼 미·중 첩보전 

북한 정권의 향배가 아시아 지배권을 결정한다 

콘도 다이스케 일본 [주간현대] 특별편집위원
미국과 중국, 말레이시아에 대한 입김 극대화 통해 역내 패권 확립 싸움에 돌입… 김정남 암살은 북한 정권교체 시나리오의 대안을 제거해 후환 없애는 작업으로 추정돼

▎세계 최강국으로 군림해온 미국의 성조기 앞으로 강대국으로 떠오른 중국의 오성홍기가 펄럭인다. / 사진·중앙포토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 발권카운터’라는 공개된 장소에서 2월 13일 아침에 발생한 ‘김정남 암살사건’은 북한과 말레이시아의 국가 간 문제로 발전했다. 3월 4일 말레시아 정부가 북한 대사관의 강철 대사에 대해 국외추방 명령을 내렸다. 이대로 대립이 계속된다면 지금까지 밀월관계를 맺어온 양국의 국교가 단절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는 북한과 말레이시아라고 하는 이 두 ‘소국(小國)’의 뒤에는 미국과 중국이라고 하는 ‘대국(大國)’이 버티고 있다. 그리고 ‘소국끼리의 싸움’의 무대 뒤편에서는 미국과 중국이라는 양 대국의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은 ‘백두혈통’을 계승할 후보 중 하나다. / 사진·중앙포토
이번 사건에 대해서는 특히 말레이시아 경찰의 민첩한 대응과 정확한 수사가 두드러진다. 쿠알라룸푸르에 거주하는 말레이시아인의 친구는 “다른 사건 때와는 180도 달라진 우리나라 경찰의 유능한 모습에 국민들이 경악하고 있다”고 말한다.

어떻게 말레이시아 경찰이 갑자기 유능해졌을까? 생각할 수 있는 이유는 하나뿐이다. 그것은 미국이 많은 수사 정보를 제공하며 밥상을 가져다 주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이번 사건의 중요 인물 중 한 명이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 (21)이다. 말레이시아 경찰 총장인 카리드 아부 바카는 2월 22일의 기자회견에서 유감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한솔은 말레이시아에 입국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말레이시아는 김정남이 잔혹하게 독살된 상황에서도 아들인 한솔을 말레이시아에 불러 DNA 감정을 할 수 있기를 간절히 원했다. 그렇게 해서 살해된 인물이 북한 측이 주장하는 ‘외교관 김철’이 아니라 ‘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장남이자 민간인인 김정남’인 것을 증명하게 되길 원했다. 그의 유체는 비엔나 조약으로 정한 ‘외교관특권 행사’의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더불어 한솔이 말레이시아에서 세계를 향해 눈물의 기자회견이라도 열어준다면 이 사건을 둘러싼 북한과의 싸움에서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말레이시아와 같은 생각을 하는 나라가 바로 미국이다. 때문에 미국은 말레이시아를 백업한다는 명목으로 미군 수송기를 마카오까지 보내 한솔을 쿠알라룸푸르까지 데려오려고 했다. 김정남 암살사건에 관해서 미국이 이렇게까지 말레이시아를 후원한 목적은 뭘까?

우선, 김정은 정권의 전복을 시야에 넣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대(對) 북한 외교를 주도하고 있는 인물은 다니엘 러셀 국무부 차관보이다. 러셀 차관보는 지난해 12월 17일 일본을 방문해 “트럼프 정권이 들어서면 김정은 정권의 전복도 옵션에 추가된다”고 일본 정부 측에 통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군은 현재 중동에서 IS(이슬람국가)에 공습을 퍼붓고 있지만, 앞으로는 북한을 공습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일본도 유념하라는 것이 발언 요지였다. 3월 17일부터는 틸러슨 미국무장관이 일본·한국·중국을 순방할 예정인데, 주요 의제는 ‘김정은 정권 포위망’이 될 전망이다.

중국, 트럼프 정부의 대북 정책 ‘변화’ 이해


▎피살된 김정남의 유체가 안치된 말레이시아 병원 입구에서 보안요원들이 경계를 서고 있다.
트럼프 정권 출범 당시에는 북한 문제의 우선순위가 그다지 높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목표로 삼았던 것은 무엇보다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이며, 다음은 이란을 ‘악의 세력’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그러나 워싱턴 내부 암투에 의해 대(對) 러시아 관계 개선의 최선봉에서 섰던 마이클 플린 백악관 안보담당보좌관이 2월 13일에 사임하고, 대(對) 러시아 강경파인 맥마스터 육군 중장이 후임에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이 마음에 그리고 있던 러시아 관계 개선의 싹이 시들고 있다.

또한 이란에 관해서는 1월 27일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을 실질적인 표적으로 삼은 ‘7개국 입국금지령’이라는 대통령령을 발령했다. 그러나 해외는 물론 미국 내에서도 강한 반발에 부딪치면서 이 대통령령은 허공에 떴다. 상황이 여기에 이르자 트럼프 대통령은 2월 15일에 이란을 가상 적국으로 삼고 있는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총리를 워싱턴으로 불러 정상회담을 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공존하는 “두 국가 해법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새로운 견해를 피력했다. 그러나 이 역시 해외 각국의 거센 반발을 야기한 것은 물론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층 중 하나인 미국 내 반(反)유태주의자들까지 반대에 나서며, 트럼프 대통령이 구상했던 ‘이란 포위’는 웬만한 수단으로는 어렵다는 점을 깨닫게 했다.

이런 가운데 유독 북한 문제에 관해서는 트럼프 정권이 강경책을 내세워도 군이나 의회, 매스컴, 인권단체 등 미국 내에서 평소 트럼프 대통령과 대립하던 그룹들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도리어 북한이 2월 12일 중거리 탄도미사일인 ‘북극성2호’의 발사 실험을 감행하자 2008년에 해제한 ‘테러 지원국 지정’을 9년 만에 다시 부활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트럼프 정권 내에서 북한 문제의 우선순위가 갑자기 높아져버린 것이다.

미국이 북한에 대한 공습을 검토할 경우 가장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얼마나 설득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다. 틸러슨 국무장관은 2월 17일 독일의 G20외무장관 회의에 참석해 왕이 중국 외교장관과 가진 첫 회담에서 북한 문제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틸러슨 국무장관은 2월 21일에는 중국의 외교 책임자인 양제츠 외교 담당 국무위원(전 외무장관)과도 전화 회담을 갖고 북한 문제를 상의했다.

왕이 외교장관과 양제츠 국무위원은 틸러슨 국무장관에게 한반도의 비핵화, 지역의 안정, 대화와 교섭에 의한 해결이라고 하는, 북한 문제에 대한 ‘중국의 3원칙’을 되풀이했다. 그러나 중국 측은 오바마 정권과 트럼프 정권의 북한 정책에 대한 ‘변화’를 느꼈으며 이해했다고 한다. 그렇기에 2월 27일과 28일에 걸쳐 양제츠 국무위원이 갑작스럽게 워싱턴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펜스 부통령, 틸러슨 국무장관, 맥마스터 백악관 안보담당보좌관,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트럼프 대통령의 사위)들과 잇따라 회담을 가졌다.

중국에 중요한 건 ‘김정은 정권’ 아닌 ‘한반도 정세’ 안정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아직까지 한 번도 만나지 않았다. / 사진·중앙포토
양제츠 국무위원의 긴급 방미 목적은 크게 두 가지로 추측된다. 하나는 시진핑 주석의 조기 방미 일정을 결정짓는 문제다. 중국으로서는 7월 초순 함부르크에서 열리는 G20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첫 정상회담을 갖기 전에 미국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열고 싶어 한다.

중국으로서는 시진핑 주석이 방미에 앞서 3가지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 첫째는 트럼프 정권이 ‘하나의 중국’(중국 대륙과 대만은 하나라고 하는 정책)을 인정하는 것. 둘째는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대립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것. 셋째는 한국에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제)배치를 중지하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양제츠 국무위원이 제기한 문제 중 첫째 문제인 ‘하나의 중국’만 인정하고, 나머지 두 가지 문제에 관해서는 사실상 거부했다. 이어서 트럼프 대통령은 2월 28일에 있었던 연방의회에서의 첫 시정 연설을 통해 국방비의 10% 증액을 선포했다. 증강된 미군이 향할 곳은 중동과 동아시아가 될 것이라는 점은 자명하다.

양제츠 국무위원이 미국을 찾은 또 하나의 목적은 바로 북한 문제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였다. 올해의 시정연설에서 2002년의 조지 W 부시 대통령 때처럼 북한을 ‘악의 축’이라고 지명하는 듯한 발언이 트럼프 대통령의 입에서 나오게 된다면 아시아 정세는 단숨에 긴박해진다. 그 때문에 사전에 못을 박아 두고 싶었던 것이다.

결국 시정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에 대한 ‘폭탄발언’은 없었다. 이는 중국을 크게 안심시켰다. 그러나 양제츠 국무위원이 방미기간 중에 행한 일련의 언동에서는 “중국은 무슨 일이 있어도 김정은 정권을 옹호하겠다”고 하는 태도는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또, 올 2월 일본을 방문한 중국의 한 외교 관계자 역시 내게 “시진핑 정권에 중요한 것은 김정은 정권의 안정이 아니라 한반도 정세의 안정이다”라고 확실히 밝혔다.

실제로, 중국 내부에서는 지금까지의 ‘3원칙’에 얽매이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일부 나오기 시작하고 있다. 그 ‘일부’에 해당되는 것에 우선 인민해방군이 있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해 초부터 반세기 동안 최대 규모인 군사개혁을 단행하고 있다. 230만 명에서 200만 명 체제로, 북방의 육군 중심에서 남방의 해군 중심으로, 각 군구사령원(各軍區司令員)의 군대에서 시진핑 중앙군사위 주석의 군대라고 하는 근본적인 기구 개편이 주요 내용이다.

이 군사개혁으로 가장 불리해 지는 쪽은 43만 육군을 거느리고 북한과의 국경 경비를 담당하는 옛 심양군구(현 북부전구)다. 창완취안 국방장관이 이곳의 보스 격인 셈으로, 그들의 반발로 시진핑 군사개혁은 시간이 걸리고 있다. 또 미국이 한국에서의 사드배치를 착착 진행하고 있는 것 역시 군사개혁이 늦어지는 큰 요인이 되고 있다.

인민해방군에게 완전히 ‘찬밥’ 취급을 받는 북부전구의 육군에 ‘북한의 유사시’는 존재 의의를 과시하는 절호의 기회가 된다.

둘째로 중국은 경제적 관점에서도 북한의 유사시를 유발하기 쉬운 재료가 있다. 그것은 북한과 국경을 맞댄 랴오닝성과 지린성의 경기 침체다. 2월 중순에 발표된 전국 31개 지방의 GDP통계를 보면, 지린성의 성장률은 6.9%로 국내 25위, 랴오닝성의 성장률은 -2.5%로 최하위(31위)다. 이 두 성에서는 철강업과 석탄산업이 왕성하다. 2016년 현재 랴오닝성에는 670개, 지린성에는 186개나 되는 석탄 채굴 회사가 있다. 그런데 이 회사의 대부분이 전대미문의 불경기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랴오닝성이 기록한 마이너스 성장은 1989년 천안문 사건의 영향이 있었던 시기 이후 중국의 어느 지방에서도 전례가 없었던 충격이다.

이곳이 불경기에 시달리는 이유 중 하나가 북한에서 대량으로 흘러 들어오는 저렴한 양질의 석탄 때문이다. 지난해에만 11억8000만 달러어치나 수입됐다. 그 때문에 랴오닝성과 지린성에서는 자치구의 석탄산업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한시 빨리 북한산 석탄 수입을 멈추기를 원하고 있다. 또, 치안 유지의 관점으로 보아도 두 성에서 석탄산업의 불경기가 지속되면 대량의 실업자가 발생하고 사회 불안을 일으키는 리스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 때문에 중국 상무부와 세관총서는 2월 18일 결국 “올 연말까지 북한산 석탄 수입을 금지한다”고 하는 ‘제12호 통달’을 발표했다. 이 통달은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중국을 향해 “중국이 북한에 대한 유엔제재 결의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하는 비난을 상쇄할 목적도 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국과 북한의 국경 현지 경제의 ‘비명’에 대응하는 조치로 해석된다.

셋째, 시진핑 주석 자신도 언젠가 스스로 ‘3원칙’을 깰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우리는 각오해야 한다. 시진핑과 김정은 이라고 하는 양쪽 수뇌는 기본적으로 서로를 용납하지 못한다. 그 때문에 중국과 북한의 ‘불화’가 결국에는 중국과 북한의 충돌을 일으킬 위험성이 있다.

왜 중국과 북한의 양 수뇌는 서로를 용납하지 못하는 것일까? 한마디로 말하면 서로 닮은꼴이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무엇보다도 프라이드를 중시하고 절대군주가 되기 위해 부하들을 잇달아 숙청하고 있으며, 경제발전보다도 군사강국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래서는 북·중 관계가 개선될 리 없다. 그렇기 때문에 김정은 위원장은 시진핑 체제가 된 지 4년이 지나는 동안, 주변 국가의 권력자 중 시 주석을 만나지 않는 유일한 인물이다.

인민해방군이 전쟁 벌일 나라는 북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북한 정권 전복도 옵션에 포함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사진·중앙포토
시진핑 주석은 항상 인민해방군에 대해 “전쟁을 수행할 수 있고, 이길 수 있는 군대가 되라!”고 일갈하고 있다. 그럼 중국의 인민해방군이 가까운 미래에 전쟁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나라는 어디일까? 확률이 가장 높은 것은 사실은 북한이다. 왜냐하면 중국 주변에 있으며 중국보다도 군사적으로 훨씬 약하고, 중국에 위협이 되고, 중국 국민의 대부분이 혐오하고 있으니까. 게다가 미국의 지원이 없다는 조건을 생각해보면 적합한 나라는 북한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진핑 주석은 마오쩌둥 주석을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내세우고 있으며, 무엇이든 마오쩌둥 주석의 흉내를 하려고 한다. 그 마오쩌둥이 1949년 건국 이듬 해에 감행한 것이 한국전이었다. “세계 최강의 미국에 도전한 무모한 전쟁”이라고 일컬어지면서도 한반도에서 미국과 호각의 싸움을 벌인 것으로 마오쩌둥은 중국 내에서 권력 장악의 반석을 마련했다.


▎지난해 9월 라오스 비엔티안 국립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아세안 정상회의. / 사진·중앙포토
시진핑 주석은 올해 하반기에 5년에 한 번 열리는 중국 공산당 대회를 앞두고 있다. 시 주석은 이번 대회를 통해서 권력을 완전히 장악하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마오쩌둥처럼 외부를 향한 모종의 ‘액션’을 일으키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즉 “함께 김정은을 쓰러뜨리지 않겠는가?”라고 속삭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에 따를 가능성이 제로라고는 단언할 수 없는 것이다.

그 경우, 시진핑 주석이 조건으로 내걸 것이 자명한 문제가 앞에서 언급한 두 가지다. 즉, “중국의 협력을 원한다면 우선은 한국의 사드배치를 중지하라”고 하는 것과 “남중국해에서 중국을 방해하지 말라”는 것이다.

중국이 미국과 연합해 김정은 정권을 전복시킨다고 하는 소위 ‘북한 희생물론’은 시진핑 정권 내부에서도 한 번 검토된 적이 있었다. 그것은 북한이 네 번째 핵실험을 강행한 지난해 1월이었다.

그 전까지 중국 내부에서는 북한은 미군이 압록강까지 몰려오는 것을 막는 병풍과 같은 존재라고 하는 ‘북한 병풍론’과 북한은 중국을 대신해 미국에 대항해 짖어준다고 하는 ‘북한 번견론’ 등이 전통적인 생각이었다. 즉, 북한은 미국에서 중국을 보호하는 ‘필요악’이라는 사고방식이다. 그러나 그것과는 전혀 다른 전략이 지난해 초 테이블 위에 오른 것이다.

신압록강대교에는 탱크가 다닐 수 있다


▎북한 신의주와 중국 단둥을 잇는 신압록강대교. 북한이 개통을 유보하고 있다. / 사진·중앙포토
결국, 미국이 지난해 2월 7일 한국 내의 사드 배치에 대한 협의를 시작했다고 선언하면서, 이 ‘북한 희생물론’은 계획이 중단됐다. 그렇지만, 오바마 정권에서 바통을 이어받은 트럼프 정권이 사드배치와 남중국해에서의 ‘항행의 자유 작전’을 중지하게 된다면, ‘북한 희생물론’은 충분히 부활할 가능성이 있다.

미·중이 협력해서 김정은 정권을 전복시키는 계획을 세운다고 가정했을 경우, 그것은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 나는 어디까지나 ‘가정’을 전제로 해 이 문제를 중국의 외교 관계자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그 대답은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인근 해상에서 나란히 항해 중인 중국 해양감시선(밑에서 둘째)과 일본 경비함(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과 중국 중 어느 쪽이 김정은의 목을 따느냐 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쪽이 북한의 핵시설을 제압할 것인가라고 하는 문제다. 북한이 유사시가 되면, 인민해방군의 북부전구 부대는 즉시 압록강을 건너 영변 등 북한의 핵시설을 급습할 것이다. 2009년 10월 중국과 북한의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기념해 당시의 원자바오 총리가 방북한 적이 있다. 6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양국의 무역 활성화를 위해 중국의 단둥과 북한의 신의주 사이에 두 번째 신압록강 대교를 건설할 것을 합의했다. 건설비용은 일절 중국이 부담했으며, 다리는 이미 완성됐다. 그런데 북한이 “(중국이) 유사시 탱크를 통과시키기 위해서 다리를 가설했다”며 개통을 허락하지 않고 있다. 탱크 통과를 위해서 다리를 가설한 것은 아니지만, 유사시가 되면 당연히 북한의 주장이 현실이 될 것이다.”

이 외교 관계자는 다음과 같은 말도 언급했다.

“북한 유사시가 되면 최대 100만 명 규모의 북한 난민이 중국에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 북한 리스크가 높아지면 그들을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을 건설해야 할 것이다. 식량 원조 등으로 한 사람이 하루에 최저 10위안 (약 1670원)은 든다. 즉, 100만 명의 난민을 반 년간 수용한다면, 18억 위안이 소요되는 것이다. 그 외에도, 경비 비용 등을 감안하면 비용은 막대하다.”

미·중이 공동전선을 구축해 김정은 정권을 전복시킨다면, 그 후의 북한은 어떻게 될 것인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세계에서 정권을 전복시켜온 패턴으로 추측해보자면, 1948년의 건국 이래 일관해서 북한을 통치해 온 김씨 왕조의 혈족 중 한 명을 톱의 자리에 옹립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야만 1800만 명의 북한 주민이 동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때 가능성이 있는 후보자는 두 사람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장남인 김정남과 이복 남동생인 김평일(62) 주체코대사다. 그중 김평일 대사는 “김정은 정권의 관리” 아래 있다. 따라서 미국이 옹립하기 쉬운 대상은 자유인인 김정남 쪽이었다. 때문에 미국은 김정은 정권 전복의 제1단계로, 우선은 김정남을 미국이나 한국으로 망명시키는 일을 계획하고 있었다.

이러한 이야기는 러셀 국무부 차관보가 방일 과정에서 일본 정부 측에 진술한 내용에 들어 있던 것이다. 반대로 북한의 김정은 입장에서는 김정남이 망명하게 되면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게 되기 때문에 그전에 자객을 보낸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북·미 전쟁은 사실상 이미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덧붙이자면, 또 다른 ‘후보자’인 김평일 대사는 현재 대단히 위태로운 상태다. 어쩌면 2월 16일의 김정일 총서기 탄생 75주년을 핑계로 프라하에서 불러들여 이미 평양에 유폐했거나 숙청했을지도 모른다. 김정은 위원장의 입장에서 보면, 두 사람을 동시에 제거하지 못하면 남은 쪽이 망명해버릴 위험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만일 이 두 명의 ‘후보자’가 모두 사라져버렸다고 가정하면, 김씨 왕조의 ‘백두혈통’을 계승할 수 있는 ‘제3의 후보자’로 부상하는 인물이 있다. 현재 21세의 김한솔이다.

말레이시아가 김한솔의 국제사회 데뷔무대 될까?


▎나지브 말레이시아 총리는 미국과 중국 두 강대국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 사진·중앙포토
김한솔은 2012년 핀란드 공영 텔레비전과의 인터뷰에서 숙부인 김정은 위원장을 “위대한 독재자”라고 부르며, “장래에는 남북통일에 공헌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 때문에 정치학을 전공했으며, 지난해 가을에는 영국 옥스퍼드 대학으로의 유학이 결정됐지만, 북한에 의한 암살을 두려워해 진학을 포기했다고 전해진다. 그렇다면, 미국으로서는 김한솔을 안전한 미국의 명문대학에 유학시켜 장래의 북한 지도자가 될 후보로 양성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의도가 있기 때문에 미국은 김한솔의 말레이시아행에 집착하고 있다. 세계가 말레이시아를 주시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김한솔을 외교 무대에 ‘데뷔’시키고 싶다는 속셈인 것이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현재 김한솔이 생활하는 곳은 마카오다. 바꿔 말하면 김한솔의 신병을 확보하고 있는 쪽은 중국인 것이다. 중국은 쉽사리 그를 말레이시아에 보낼 수는 없다. 그가 말레이시아에 가면 앞으로의 북한 문제가 미국 주도로 진행돼버리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중국은 ‘신변의 안전을 확보한다’라는 대의명분으로 김한솔을 한동안 사실상의 연금 상태에 놓아뒀을 수도 있다. 김한솔은 말레이시아에 ‘가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라 ‘가지 못하는 것’일 것이다. 만일 안전 문제로 망설이고 있다면 미군이 안전을 보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국은 말레이시아의 나지브 총리에게도 압력을 가해 말레시아 정부가 미국과 지나치게 보조를 맞추는 일이 없도록 견제하고 있다. 중국은 김정남 암살사건에서 미국이 말레이시아에 후원하는 이유 중 하나가 남중국해의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말레이시아를 친중(親中) 국가에서 친미(親美) 국가로 만들고 싶어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말레이시아는 ASEAN 10개국 중에서 중국과의 무역액이 2014년에 1000억 달러를 넘은 최대 무역 상대국이다. 더불어 인구 25%를 화교가 차지하는, 싱가포르와 버금가는 동남아 최대 중화 문화권이다. 중국에서 보자면 ‘친척 국가’와 같은 느낌일 것이다.

반면 말레이시아는 과거 싱가포르에 버금가는 대영제국의 식민지였다. 미국 입장으로 본다면 말레이시아는 냉전 시대에도 사회주의에 물든 적이 없었고, 영어를 준공용어로 정하고 있는 ‘친밀감이 드는 국가’다. 베트남전쟁 중인 1967년 미국은 사회주의 세력의 남하를 막기 위해서 ASEAN의 원형을 만들었고, 말레이시아는 그 최초 가맹국이었다.

미국은 이번 김정남 암살사건을 기회로 말레이시아 경찰의 수사를 백업하면서 말레이시아를 친중국가에서 친미국가로 전환시키고 싶은 것이다.

김정남 암살은 단순한 살인사건의 범주를 크게 넘어서 아시아가 21세기도 계속하여 미국의 영향권 아래 있을 것인가, 아니면 중국이 지배 아래 놓일 것인가라고 하는 미·중 양국의 신경전을 배경에 품고 있다.

생각해보면, 지금부터 약 100년 전에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계기는 사라예보에서 오스트리아의 황태자가 암살된 사건이었다. 지난 세기의 유럽 역사가 금세기의 아시아에서 재현되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다.

- 콘도 다이스케 일본 주간현대 특별편집위원

201704호 (2017.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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