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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 중국은 왜 사드배치에 질색하나? 

한·미동맹은 참아도 한·미·일동맹은 안 된다 

강효백 경희대 국제법무대학원 교수(중국법 전공)
‘친미반중, 반미친중’ 이분법은 금물, 용미용중(用美用中)의 지혜 모아야 생존… 현실적 국익 위해 일본보다 중국 중시하는, 미-중-일-러 외교 우선순위 원상회복해야

중국으로서는 센가쿠 분쟁이 새끼발가락을 스쳐가는 개미라면, 사드는 심장부를 찌르는 삼지창이다. 중국은 사드배치를 센가쿠 분쟁보다 훨씬 중요한 전략적 핵심 이익의 심각한 훼손으로 본다. 우리는 과연 어떤 전략으로 대응해야 하나?


▎주한미군이 C-17 수송기에 싣고 온 사드 체계의 인터셉터 미사일 발사대 2대 등을 오산 공군기지에 내리고 있다. / 사진제공·주한미군
만물은 변한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도 변한다. 국가도 국제관계도 변한다. 냉전체제가 종식된 지 강산이 두 번 이상 변하는 세월이 탄환처럼 지나갔다. 국제정세와 동북아의 역학관계는 상전이 벽해한 수준으로 급변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반도 배치가 한국의 안보 불안과 경제 침체의 출발점이 되고 있다. 자칫하면 후세 역사가 2017년을 정유호란 또는 정유왜란, 제2의 한국전쟁으로 기록할 수도 있다. 지금 우리는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의 그토록 참담한 국난을 당해놓고도 잘못된 선택으로 비극적 역사를 되풀이할 시·공간에 놓여 있다.

개인 간이나 국가 간이나 우호관계를 위해선 상대와 상대의 대외관계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필요하다. 사드배치와 관련해 우리가 미·중 관계, 북·중 관계, 중·일 관계 및 한·중 관계의 실상과 그 변화를 알아야 하는 이유다.

미·중 관계-겉으로는 대립관계, 속으로는 동반자관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박근혜 당시 대통령은 지난해 9월 5일 중국 항저우 서호(西湖) 국빈관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 사진·김성룡
G2 시대 중국과 미국의 관계는 겉으로는 대립관계지만 속으로는 동반자관계다. 미국은 중국 본토를 침략한 적이 없는 유일한 열강이다. 중국도 미국에 역사적 원한이나 피해의식이 없다. 지난 10년간 각종 설문조사에서도 미국에 대한 중국인의 호감도 순위 역시 앞자리를 차지했다. 중·미 관계는 “너 죽고 나 살자”는 제로섬게임의 정치·군사적 적대관계였던 미·소 관계와 다르다. 중·미 양국은 자본주의 공생체이자 “내가 살기 위해 너를 살린다”며 상생해야 살아남는 경제무역의 라이벌(상호 최대 채권채무국, 상호 3대 무역상대국)이다.

미국의 대중정책은 냉전종식 이후 다음 4가지 패턴을 보였다. ▷기존의 협력관계를 유지하며 부분별·사안별로 제한된 갈등 양상을 보였다. ▷대선 유세에서는 대중 강경책, 집권 후에는 협력관계로 선회했다. ▷집권 초기에는 긴장관계로 출발, 중·후반에는 긴밀해졌다. ▷진보적 성향의 민주당보다 보수적 성향의 공화당 집권 시 미·중 관계가 더 원만했다.

시진핑(習近平)의 중국은 내심 지난 미 대선에서 공화당 소속 트럼프의 당선을 희망했다.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이 인권과 민주주의, 소수민족 문제 등 중국의 각종 약점을 지적하면서 강경한 태도를 고수한 반면 미국을 우선시하고 고립주의 성향을 띠는 트럼프가 해양영토분쟁 등 미·중 간 문제에서도 상대하기에 더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베트남전 수렁에 빠졌던 리처드 닉슨 미 대통령은 1969년 ‘아시아는 아시아인 손으로’라는 ‘닉슨 독트린’을 발표했다. 여기서 ‘아시아인 손’은 ‘일본인 손’과 동의어다. 미국은 마침내 1972년 5월 일본에 오키나와(沖繩)를 넘기는 대가로 아시아에 대한 짐의 일부를 일본에 맡겼다.

시진핑 시대의 메가 프로젝트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육로·해상 실크로드)’ 건설이다. 일대일로는 “미국은 북미와 중남미 신대륙을 맡아라. 중국은 아시아-아프리카-유럽을 아우르는 구대륙의 맹주가 되겠노라’는 선언문과 같다. 미국이 비록 ‘아시아 회귀’를 외치지만 대규모 재정적자에 따른 국방비 삭감으로 ‘힘이 마음을 따라가지 못하는(力不從心)’ 상태다.

자연히 세계경제질서 개편에 따른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질서 재편은 불가피해 보인다. 즉, 미국이 과거 아시아를 일본 손에 남기고 몸을 빼려 했듯 가까운 미래에는 미국이 ‘제2의 닉슨 독트린’, 즉 ‘아시아를 중국 손’에 맡겨 놓고 미 대륙으로 퇴각하는 날을 중국은 학수고대하는 것이다. 시진핑이 오바마 대통령을 향해 “태평양은 매우 넓어 중국과 미국의 이익을 모두 담을 수 있다”고 한 말은 제2의 닉슨 독트린을 재촉하는 중국의 주문에 다름 아니다. 그러던 차에 고대하던 고립주의를 내건 미국 대통령이 출현했으니, 시진핑에게 트럼프는 ‘백마 타고 오는 초인’에 버금가는 고마운 존재일 수 있다.

국내의 주류 관·언·학계의 시각은 여전히 중국이 사드배치에 반대하는 까닭은 북한과 혈맹관계인 중국이 한·미동맹 관계를 약화하고 북한에 유리한 입지를 제공하려는 목적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말하면 ‘아니다.’ 북·중 관계는 옛날엔 ‘혈맹 관계’, 지금은 ‘단순 수교 관계’다. 우리나라에서는 북·중 관계를 ‘혈맹 관계’라고 쓰지만 이는 중국의 헌 책방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사문(死文)’이다. 명실상부한 ‘혈맹 관계’였던 북·중 관계는 1992년 한·중 수교, 1993년 북한의 베이징올림픽 개최 반대표 행사, 1994년 김일성 사망을 계기로 1995년부터 중국의 각종 공식·비공식 매체와 문서에서 ‘전통적 우호관계’로 표기되기 시작했다. 더구나 2009년 북한의 2차 핵실험 직후에는 최저 단계인 ‘단순 수교 관계’로 급전직하한 바 있으며, 그 후 다시 명목상으로는 ‘전통적 우호관계’로 회복됐다. 그러나 법과 제도에 의한 의법치국(依法治國)과 유교식 충효사상을 강조하는 시진핑 시대 이후 북·중 관계는 이름만 ‘전통적 우호관계’일뿐 실질상 ‘단순 수교’의 밋밋한 상태를 지속하고 있다. 특히 시진핑 주석은 고모부와 고위층 인사들을 잔인하게 살해한 북한의 김정은을 지도자는커녕 인간으로도 취급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에 기대하지 않는 중국인


▎주한미군의 사드배치를 앞두고 있는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롯데스카이힐 성주 컨트리클럽(성주 골프장) 전경. / 사진·공정식 프리랜서
중국이 북한을 지원해온 이유는 6·25전쟁에 참전했다는 혈맹 관계에서가 아니라 중국 자신의 국가이익 때문이다. 북한에 대한 중국사회의 통념은 사회주의 형제국가가 아닌 럭비공같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사이비 종교집단 극빈국이다. 오늘날 중국인에게 가장 큰 욕은 “북한에 가서 살아라”다. 최근에는 북한을 동북아의 급진세력 이슬람국가(IS)로 부르는 중국 누리꾼도 급증하고 있다. 중국의 지도층은 북한 김씨 세습정권이 진정성을 가지고 개혁개방을 추진하리라는 기대를 접은 지 오래다.

중국이 전방위 보복을 개시한 오늘 현재까지도 북·중 관계가 가시적으로 회복될 것이란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사드 배치와 상관없이 김정은이 개혁개방에 진정성을 보이지 않는 한 시진핑 시대에 북·중 관계는 과거의 혈맹 관계는커녕 전통적 우호관계 유지도 어려우며 북·중 정상회담 개최는 힘들다고 관측한다.

흔히 우리는 중국이 경제통상 분야는 한국과 가깝게, 정치 안보 분야는 북한과 혈맹이라고 알고 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거리가 멀다. 21세기 이후 정치·경제·사회·문화 모든 분야에서 한국은 북한보다 중국과 훨씬 가까운 이웃이다. 2012년 이후 중국의 최고지도층 7인의 정치국 상무위원 중 방한한 시진핑 주석, 리커창 총리, 장더강 전인대 위원장, 왕치산 중기위 서기 등 4명이나 되는 반면 방북한 정치국 상무위원은 당 서열 5위 류윈산이 유일무이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또한 시진핑 시대 중국의 초대형 국가전략 프로젝트, 일대일로(一帶一路)에서도 북한은 철저히 배제돼 있다. 동아시아 국가 중 일대일로에서 제외된 나라는 북한이 유일하다. 중국 최고수뇌부는 북한의 개혁개방에 대한 기대를 접었을 뿐 아니라, 자국의 경제발전 정책에 도움은커녕 경제안보를 위협하는 존재라고 인식한다.

요컨대 중국에 가까운 나라는 한국보다 북한이라는 인식은 1970년대 냉전시대 사고방식에 기반한 오래된 잔상이거나 위험한 착각이다. 사드 배치에 관련한 중국의 대외전략에 관해 한·중 관계에 대한 환상도 버려야 하지만 북·중 관계를 과대평가함으로써 한·중 간 신뢰를 약화해서는 안 될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적대국 관계인 중·일 관계는 시진핑 중국 vs 아베 일본시대로 들어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식민사관이나 친일잔재 청산 문제에서 자유로운 중국의 반일감정은 한국의 그것에 비해 폭과 깊이, 차원 자체가 다르다. 중국인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서구열강의 침략은 용서할 수 있지만 섬나라 일본의 만행은 영원히 용서할 수 없다.”

2010년 9월 센가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인근 해상에서 일본 해상보안청 순시선과 중국 어선이 충돌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런데 주목해야 할 것은 당시 일본 관계와 언론·학계가 그 비난의 포화를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은 제쳐두고 당시 군사위 부주석이던 시진핑에게 집중했다는 점이다.

왜 그랬을까? 중국의 강경노선을 주도한 인물이 후진타오가 아닌 시진핑이었기 때문이다. 또 그가 1인자에 오르면 더 강경한 항일(抗日)민족주의가 전개될 것으로 우려했던 것이다. 일본 측은 왜구의 침략과 중일전쟁 등으로 중국에서 가장 반일 정서가 강한 3성 1시, 즉, 푸젠(福建)·저장(浙江)·장쑤(江蘇)성과 상하이(上海)시에서 군·당·정 최고지도자로 20년간(1988~2007) 임직한 시진핑의 경력이 거슬렸던 것 같다.

특히 푸젠성 미사일예비사단 최고지휘관(1996~2002)을 7년이나 역임한 시주석의 독특한 경력이 눈길을 끈다. 일본의 걱정이 기우만은 아니었다. 시진핑은 현대중국의 최고지도자뿐 아니라 반만년 모든 황제·주석 중 가장 강력한 항일민족주의자로 정평이 나 있다. 중국 내에서 시 주석의 인기는 여전히 하늘을 찌른다. 비결은 부정부패 척결과 항일민족주의를 내걸고 그것을 행동으로 실천하는데 있다. 반만년 중국 역사상 어느 황제나 주석도 못한 두 가지 큰일을 감행하는 영도자에게 중국인들은 열렬한 호응을 보내며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있다.

한·중 관계-방파제인가, 비수인가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이 2월 3일 오전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참배했다. 왼쪽부터 한 장관, 이순진 합참의장, 매티스 장관,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 / 사진·중앙포토
한·중 관계는 1992년 단순 수교에서 경제·통상 중심인 선린우호를 거쳐 1998년 협력동반자 관계로 들어섰다. 2003년 전면적 협력동반자 관계로 승급되더니 2008년 양국 정상의 상호 국빈방문을 계기로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로 격상됐다. 양국의 전략목표가 ‘상호이해’에서 ‘상호공유’로 승격되는 한편 양국이 맺을 수 있는 최상위 수준까지 발전한 것을 의미한다. 그 후 재작년까지 한·중 관계는 중·러 정도는 안 되지만 중·미나 중·일 관계는 물론 북·중 관계보다 친밀도가 높아졌다.

중국으로서는 한국의 전략적 핵심 가치는 일본의 군국주의 재진출을 막아주는 ‘방파제’다. 시진핑은 박근혜 정권(2013~2015) 초·중반 3년간 한국을 중국의 항일동맹 전선에 동참시키는 꿈을 품었다. 그 꿈의 절정이 재작년 9월 3일 텐안먼(天安門) 문루의 박근혜였다. 그러나 그가 이러한 꿈에서 깨어난 것은 재작년 12월 28일 ‘한·일 위안부협상 타결’이었다. 믿었던 한국이 돌연 중국의 주적, 일본을 은근슬쩍 끼워넣은 ‘한·미·일동맹’을 외치며 중국의 심장을 노리는 ‘비수’로 변해버린 것 같은 배신감에 사로잡혔다.

이것이 바로 지난해 1월 6일 북한의 제4차 핵실험 이후 시 주석이 박 대통령의 전화를 받지 않았던 진짜 이유다. 그리고 지난해 5월 욱일기를 단 일본 군함의 진해항 입항사건, 7월의 사드배치 결정 발표, 12월의 한·일 군사정보협정 등 가속도를 달린 친일반중 노선에 중국의 배신감은 극에 달했다. 한마디로 중국은 한·미동맹은 참아도 한·미·일동맹은 못 참는다”이다.

중국이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질색하는 까닭은 뭘까? 한마디로 한·미 양국의 미사일방어(MD)체계 통합과 동북아시아 세력균형 변동 가능성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중국은 자국과 일본의 중앙을 동서로 잇는 선의 정중앙에 위치한 경북 성주의 지정학적 특징에 주목한다. 즉, 중국은 경북 성주에 배치될 사드를 북한 미사일 대응을 위한 것이 아니라 한·미·일 군사동맹 강화를 통한 미국의 대중 포위전략 현실화의 핵심 기제로 판단하는 것이다.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일본열도를 보호하기 위한 부차적·수단적 존재로 인식하는 미국은 일본을 중심으로 한 아태지역에서의 한·미·일 3각공조를 강화하고 있다. 일본에 배치된 기존의 사드 두 개와 경북 성주의 사드, 이 세 개가 트라이앵글을 이루며 상호 정보를 교환하면서 일본으로 날아오는 미사일을 사전에 차단하고 미국으로 발사된 미사일을 조기에 인식하는 기능을 하게끔 하는 전략이다. 한·미 당국은 성주에 배치되는 사드 레이더의 탐지거리가 최대 800㎞로 중국 내륙 미사일기지 감시는 불가능하다고 중국 측을 설득하고 있으나 여의치 않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 8일 기자회견에서 “사드의 관측 범위는 한반도를 훨씬 넘어서고 중국의 전략안보이익을 침해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라며 “사드는 분명히 잘못된 선택”이라고 재확인했다.

중국으로서는 센가쿠 분쟁이 새끼발가락을 스쳐가는 개미라면, 사드는 심장부를 찌르는 삼지창이다. 중국은 사드배치를 센가쿠 분쟁보다 훨씬 중요한 전략적 핵심이익의 심각한 훼손으로 본다. 사드를 중국 심장부와 멀리 떨어져 있는 센가쿠와는 비교할 바 아닌 핵심 중의 핵심 문제로 판단하는 것이다.

중국은 사드 실제 배치 시 군사적 타격을 공언하는 등 한국에 유무형의 전방위 보복을 본격화한 지 이미 오래다. 반면 사드배치 백지화 역시 북한 핵 미사일 위협이 실재하는 상황에서는 해서는 안 된다. 미국의 반발도 확실하다. 한국은 그야말로 진퇴양난. 어떻게 할 것인가?

사드를 배치한다고 북한의 도발이 근절될 것인가? 그렇지 않다. 북한의 고립이 아니라 우리가 고립된다. 나아가 사드배치는 종착점이 아니라 안보 불안과 경제 침체의 출발점이 되고 있다. 사드배치 문제와 관련, 미·중 어느 한쪽의 일방적 요구만을 들어주어서는 안 된다. 이러한 사드는 가까이 보아도 얻는 것은 적고 잃는 것은 많고(小貪大失), 멀리 보아도 길함은 적고 흉함은 많은 것(吉少凶多)이다.

사드배치 백지화는 안 된다


▎북한의 인민무력부장 현영철(왼쪽)이 군 총참모장 시절인 2012년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오른쪽에서 둘째)과 함께 말을 타고 군부대를 시찰하고 있다. 최용해(왼쪽에서 둘째)와 숙청된 장성택(오른쪽 첫째)의 모습도 보인다. / 사진· 중앙포토
그렇다면 사드배치를 즉각 백지화해야 하는가? 그렇게는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 사드를 한국에 배치하기로 결정한 이상 사드배치를 전제로 전략을 짜야 한다. 새는 날개를 무겁게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이 창공을 웅비하는 보라매라면 G2 미국과 중국을 보라매의 양 날개로 삼자. 사드 문제를 대중 외교와 대미 외교에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사드의 실제 배치는 최대한 늦추고 미국과 중국에 특사를 파견하는 등 미·중 간의 협상과 조정을 주선해야 한다.

우선 중국 측에는 북한의 핵무기 위협이 존속하는 한 한국은 한·미동맹 차원에서 사드를 배치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카드로 삼아야 한다. 중국이 북한에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강력한 압력을 넣어야 한다. 중국이 사드배치를 반대할 경우 한국만 비핵화로 남을 수 없으니 전술핵무기를 도입하든지 한국이 독자적으로 핵무장할 수밖에 없음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중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시나리오는 자신의 심장부 인근의 남북한이 공히 핵보유국이 되는 날이다.

미국에 대해서도 북핵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중국과 협상해 김정은을 순간급속 제거하든지, 북핵 위협의 근원을 제거할 수 있도록 요구하라. 사드배치로 중국의 경제보복이 강화되는 만큼 한국에 통상압력을 하지 말 것을 요구하라. 사드배치는 기정사실화하되 사드를 실제로 배치하는 행위는 중단하고 차기 정부에 맡기는 게 바람직하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인용은 그가 추진한 대외정책 전반에 대한 근본적 검토를 요구한다. 사실 사드배치를 비롯해 한·일 위안부협상, 개성공단 폐쇄, 한·일 군사정보교류협정 등 박근혜 정권의 4대 주요 대외정책 결정은 그 효용성을 떠나 국민적 합의와 민주적 절차 없이 박 전 대통령 또는 비선이 독단으로 결정, 돌연 발표하고 밀어붙인 것이다.

용미용중(用美用中) 외교로 사드 문제 해결해야

이들 정책은 국민투표 또는 국회의 비준 동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 중요한 대외정책이다. 한·일 위안부협상과 한·일 군사정보교류협정, 그리고 개성공단 폐쇄는 한국의 국가이익과 남북통일, 동북아 평화를 위해서도 반드시 원점에서 재검토되고 폐기되어야 한다. 특히 사드배치는 사실상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한·중FTA 보다 훨씬 중요한, 외교·통일·국방 및 기타 국가 안위에 관한 중요 정책에 해당한다. 영국이 유럽연합(EU) 탈퇴 건을 국민투표로 결정했듯 국민투표에 붙여 국민적 합의를 받아야 하는 사안이라고 생각한다(헌법 제72조 참조). 여러 제반 여건을 감안해 국민투표는 곤란하더라도 사드배치는 최소한 국회의 비준 동의를 받아야만 하는 것이라 판단된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사드배치를 백지화하는 게 아니라 사드배치에 대한 국민적 합의 등 절차적 합법성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미국우선주의 터프가이 트럼프라 할지라도 명색이 세계 자유민주주의 종주국 미국의 대통령인데 한·미동맹의 우방국 한국, 그것도 정부가 아니라 국회 차원에서 합법적·민주적 절차를 밟겠다는 걸 막을 수 있겠는가.

북한의 도발을 원천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김정은 정권의 제거가 최선이지만 차선책으로는 가급적 일본을 배제한 한·미동맹에 더해 중국과의 안보협력, 신뢰회복에 힘써야 한다. 사드배치를 최대한 늦추는 대신 중국과 물밑협상을 통해 중국의 실제적 대북제재 역할을 이끌어내야 한다.

현실적인 국익차원에서 일본보다 중국을 중시하는, 미-중-일-러 외교 우선순위를 원상회복해야 한다. 한·중 간의 인적·물적 교류는 한·일 간의 그것을 훨씬 초과했다. 2015년 한국의 대중수출 비중은 31.8%(홍콩 5.8% 포함)로 대일 수출 비중 4.9%의 6배가 넘는다.

사드배치와 관련해 미국과 중국 어느 한쪽 편만 들어 미국과 중국 어느 한쪽과는 척을 지는 우를 범해서는 절대 안 된다. 한국에 미·중 양국은 하나를 버리고 다른 하나를 택해야 하는 대체재가 아니라 함께할 때 더 큰 실리를 얻을 수 있는 보완재와 같은 존재이다. ‘친미반중이냐, 반미친중이냐’ 하는 식으로 택일의 강박관념에 집착하기보다 용미용중(用美用中)의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이 교차하는 중심에 위치하는 대한민국은 미국과 중국이 세계를 대립적으로 쟁패한다는 뜻이 담긴 G2(Group Two)를 공동 협력의 C2(Cooperation Two)로 변화시켜야 한다. 미·중 양국의 이익이 교차하는 공통분모를 탐색 포착하고, 거기에 한국의 국익을 착근, 삼투하게끔 창조적 외교력을 발휘해 나가야 한다. 이래야만 사드 문제와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나아가 남북통일의 초석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강효백 - 경희대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대만국립정치대학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주대만대표부와 주상하이총영사관을 거쳐 주중국대사관 외교관을 12년간 역임했다. 지금은 경희대 법무대학원 중국법학과 주임교수 및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로 있다. 저서로 <중국의 슈퍼리치> 등 다수가 있다.

201704호 (2017.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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