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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포커스] 文·安 양강 구도, 확장성 전쟁의 승자는 누구? 

‘첫경험’ 보수와 호남 몰아줄까, 나눠줄까 

이진우 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센터 소장 jameslee@snu.ac.kr
1년 이상 이어온 문재인 대세론, 안철수 급상승에 제동 걸린 듯…文, 호남·중도층 끌어와야 vs 安, 보수후보 딛고 대안론 키워야

▎5월 9일 치러지는 제19대 대선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양강구도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 사진·중앙포토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지난 2월 2일 “누가 더 대한민국 개혁의 적임자인지, 누가 더 대한민국의 미래를 준비할 적임자인지 묻게 될 순간, 문재인의 시간은 안철수의 시간으로 급격하게 이동하게 될 것”이라며 승리를 자신했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이는 국민의당과 안 후보의 ‘호기(豪氣)’로 받아들여졌을 뿐, 정치권과 언론에서는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그러나 그 후 박근혜 대통령 파면(3월 10일), 문재인 후보 확정(4월 3일), 안철수 후보 확정(4월 4일) 등 일련의 정치적 굴곡을 거치면서 대선 구도는 급변했다.

안철수 후보의 ‘예언’이 맞아떨어지기라도 하듯 문 후보는 ‘컨벤션 효과’를 전혀 누리지 못한 채 지지율 정체국면에 접어들었다. 안 후보는 적게는 15%에서 많게는 20%까지 지지율이 급등하면서 10%대에서 일약 30%대로 진입했다. 나아가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는 양자구도뿐 아니라 5자 구도에서도 선전을 펼치고 있다.

3월 초까지만 하더라도 2위 그룹(황교안·안희정·안철수·이재명)과 20% 이상 차이를 유지하며 순항하던 문 후보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10%에도 미치지 못하며 3~5위권을 헤매던 안 후보에게는 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이 의문을 푸는 열쇠가 바로 두 후보의 지지율 ‘확장성’이다. 다시 말해 정치적 지형 혹은 대선 프레임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누가 요동치는 표심을 더 깊이 파고들 수 있느냐에 대해 세밀하게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민주당 후보가 문재인 전 대표로 확정되는 경우를 가정해 다자대결 관련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안철수 후보는 중앙일보(3월 18~19일)·한겨레(3월 17~18일)·한국갤럽(3월 21~23일) 등의 조사에서 17~23%를 얻어 문재인 후보(39~49%)에 이어 부동의 2위를 차지했다. 8~12% 수준이었던 지지율이 10% 이상 수직 상승했음을 알 수 있다. 안희정 충남지사의 지지율(15% 내외) 가운데 상당부분을 흡수했기 때문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문 후보는 안 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의 지지율 합계(25% 내외)에 한참 못 미치는 10% 정도의 상승효과를 누리는 데 그쳤다.

文, 안희정·이재명 지지층 흡수할까?


▎2012년에 이어 두 번째로 본선에 진출한 문재인 민주당 후보.
JPD빅데이터연구소가 ‘전화(여론조사) 민심’과 ‘포털(사이트) 민심’을 결합해 개발한 ‘정치민심지표’(3월 3주차)를 보면 문 후보의 포털 민심 속도계와 전화 민심 속도계는 각각 80.1과 69.3을 기록한 반면, 안 후보의 포털 민심 속도계와 전화 민심 속도계는 101.1과 90.8로 나타났다.

여론조사와 포털에서 유권자들이 안 후보에 대해 느끼는 민감도와 반응속도가 문 후보보다 월등히 앞선다는 것을 의미한다. 동시에 그만큼 문 후보의 지지율은 고착화·안정화돼 있는 반면, 안 후보의 지지율은 변동성이 크고 불안정한 상태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처럼 각종 지표만 놓고 보면 안 후보에게는 적어도 문 후보보다 상당히 높은 확장성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왜 유권자들은 안철수 후보에 대해 더 빠르고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일까? 왜 안철수 후보는 문재인 후보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확장성을 갖고 있는 것일까?

YTN과 <서울신문>이 엠브레인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4월 4일)에 따르면 안 후보는 다자구도에서 33.2%를 얻어 38.2%를 얻은 문 후보를 오차범위 내에서 추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가 흥미로운 이유는 안 후보와 문 후보의 확장성에 대해 매우 대조적인 결과를 확인해주기 때문이다.

안 후보는 바른정당 지지층의 48.7%와 자유한국당 지지층의 17.5%를 얻은 반면, 문 후보는 바른정당 지지층의 0%와 자유한국당 지지층의 2.7%를 얻는 데 그쳤다. 뿐만 아니라 무당파 지지층에서도 안 후보는 33.2%를 얻은 반면에 문 후보는 13.1%에 불과했다. 안 후보가 전통적 보수(자유한국당)와 합리적 보수(바른정당) 지지층을 상당부분 흡수하는 상황에서 문 후보는 이들 지지층에 전혀 침투하지 못하고 야당 지지층 프레임에 갇혀 있는 형국이다.

더 놀라운 것은 지난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를 지지했던 사람들의 41.7%가 안 후보를 지지한다는 점이다. 문 후보가 이들로부터 13.7%의 지지밖에 얻지 못했고, 자유한국당 후보인 홍준표 전 경남지사도 24.5%를 기록한 것을 감안할 때 보수성향 유권자 상당수가 안 후보 쪽으로 급격하게 쏠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안 후보의 확장성이 중도와 보수로 대단히 넓게 형성돼 있음을 보여준다.

민주당 경선이 주목받을 당시 문재인·안희정·이재명의 지지율 합계는 60%에 육박했다. 민주당 정당지지율이 40%대인 상황에서 후보들의 확장성이 넓어지면서 20% 가까운 지지율 상승효과를 기록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문재인 전 대표가 대선후보로 확정되면서 지지율은 다시 40%대로 회귀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문 후보는 이 시장 지지층의 2분의 1가량을 흡수하는 데 그쳤고, 안 지사의 지지층은 4분의 1밖에 유입시키지 못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안 후보는 안 지사 지지율의 대부분을 흡수한 데 이어 무당파 및 답변유보층까지 끌어들여 지지율을 3배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그렇다면 문 후보의 지지율 정체와 안 후보의 지지율 고공행진의 흐름은 앞으로도 계속될까? 이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린다.

安, 보수층의 ‘차악’ 선택지 될까?


▎2012년에 이어 두 번째로 대선에 도전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장신기 김대중도서관 연구위원은 “햇볕정책을 계승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반대하는 당론을 유지해온 국민의당과 사드배치 찬성 입장을 견지하는 안철수 후보가 공존하는 것은 일종의 자기모순”이라며 “국민의당 당론이 사드배치 찬성으로 바뀌든지, 아니면 안철수 후보의 입장이 햇볕정책 계승과 사드배치 반대로 바뀌든지 둘 중 하나가 이뤄지지 않으면 안 후보 지지율은 조정국면을 맞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광일 세계한인민주회의 사무총장은 “갈 길 잃은 보수 지지층이 지금은 ‘문재인은 절대 안 된다’며 전략적으로 안 후보를 지지하고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박지원·손학규·천정배 등 햇볕정책 신봉자들이 안 후보 지원유세에 본격 나서 사드배치 문제에 대해 안 후보와 다른 입장을 견지해나갈 경우 보수층의 안보불안 심리가 고조돼 결국 안 후보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안계일 한국정책재단 사무처장은 안 후보의 확장성에 대해 낙관적 입장을 보였다. 안 처장은 “문 후보의 국가관과 안보관에 대해 보수층이 극심한 우려와 공포를 갖고 있다”며 “따라서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비록 차악(次惡)일지라도 문 후보를 꺾을 수 있는 안 후보를 전략적으로 지지할 가능성이 더 높다”라고 전망했다. 안 처장은 이어 “보수층 사이에서도 홍준표 후보에게 반감을 갖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들은 결국 안 후보에게 표를 주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YTN 여론조사에서 안 후보의 지지율을 분석해보면 매우 흥미로운 결과가 나타난다. ‘호남’이라는 전통적 야권 지지층에서 40.5%의 지지를 받으면서도 ‘60세 이상’이라는 전통적 보수 지지층에서도 40.7%의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호남’에 기반을 둔 정당 소속이면서도 ‘대구·경북’에서도 26.3%를 얻어 홍 후보(25.6%)와 문 후보(25.2%)를 제치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다시 말해 역대 대통령선거 후보 중에서 그 누구도 이루지 못했던 ‘미션 임파서블’에 도전하는 셈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문 후보는 매우 선명한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다. 2040 세대에서 50%대의 높은 지지율을 기록한 반면, 5070 세대에서는 20%대로 저조하다. 이념적 성향에서도 ‘진보’에서 60.9%의 압도적 지지를 받는 반면 ‘보수’에서는 14.7%를 기록했다.

문 후보로서는 청년세대, 호남, 진보성향이라는 전통적 야권 지지층에서 콘크리트 지지층을 형성하고 있지만 다른 지지층으로의 확장은 거의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다. 다자구도로 대선이 전개될 경우라면 모를까, 양자대결로 갈 경우 심각한 문제에 봉착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안 후보의 약진과 지지율 고공행진을 가능케했던 것은 확장성 때문이며, ‘문재인 대세론’이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전통적 야권 지지자들을 콘크리트 지지층으로 묶어놓았기 때문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안 후보 캠프와 문 후보 캠프의 정치적 계산이 복잡해진다. 문 후보 처지에서는 안 후보의 확장성에 제동을 걸면서 자신의 확장성은 넓혀야 한다. 안 후보 처지에서는 문 후보를 콘크리트 지지층 속에 가둬놓으면서도 자신은 확장성을 계속 유지해야만 한다.

안 후보의 “안보는 보수, 경제는 진보” 프레임도 자신의 확장성을 염두에 둔 것이라 할 수 있다. 보수성향 지지층이 안보에 관심이 많고, 진보성향 지지층이 경제에 관심이 많은 만큼 안보에서는 보수를 안심시키고, 경제에서는 진보에 어필하겠다는 계산이다.

열쇠는 다자구도에서 지지율 격차


▎홍준표 후보가 3월 31일 자유한국당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뒤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대단히 영리한 전략일 수 있지만 안보와 경제가 만나는 지점에서는 어쩔 수 없이 딜레마에 봉착하게 된다. 사드배치 논란과 개성공단 재개 등이 대표적 사례에 해당한다. 바로 이 점 때문에 문 후보로부터는 사드배치 찬성에 대해 집중공격을 받고, 홍 후보와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로부터는 개성공단으로 상징되는 ‘김대중표 햇볕정책 계승자’라는 점에 대해 집중적으로 공격받고 있다.

지금까지 문 후보 캠프가 펼쳐온 전략은 ‘집토끼’에 해당하는 전통적 야권 지지층을 계속 지키면서 ‘산토끼’에 해당하는 보수·5070·영남이 특정 후보에게 쏠리지 않도록 이들의 분노와 결속을 막는 것이었다. 이승만 전 대통령과 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한 것, 한·미 동맹 견지에 대한 강한 메시지 등이 이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들 지지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불신이 워낙 강하고, ‘문재인’에게서 ‘노무현’의 향기가 너무 강렬하게 나기 때문에 그 진정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범보수 후보 단일화 문제도 문 후보와 안 후보에게는 초미의 관심사다. 지금처럼 홍 후보와 유 후보의 지지율이 모두 10%에도 못 미치는 상황에서는 보수성향 지지층의 ‘안철수 쏠림 현상’은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만일 홍 후보와 유 후보가 전격적으로 후보 단일화에 합의해 일약 15% 이상의 지지율을 기록하게 된다면 안 후보 지지율은 20%대로 떨어질 공산이 크다. 그럴 경우 보수성향 지지층을 놓고 건곤일척의 싸움이 펼쳐질 수 있다. 이 경우 문 후보는 안 후보를 외면하는 가운데 범보수 단일후보를 ‘적폐세력’으로 규정하면서 자신에게 유리한 구도를 형성·유지해나갈 수 있다.

그러나 만일 후보단일화에도 홍·유 두 후보 중 그 누구도 10%대 지지율을 기록하지 못할 것으로 판단된다면 범보수 후보단일화 문제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야권에 대권을 넘겨주는 한이 있더라도 보수정당의 중심에 누가 설 것이냐를 놓고 한치의 양보도 없는 치열한 승부가 펼쳐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보수 vs 진보, 호남 vs 영남, 2040 vs 5070


▎유승민 후보가 3월 28일 바른정당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뒤 오른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 사진·오종택
후보는 대선 패배 이후 정계를 은퇴하거나 자숙하는 기간을 가지는 것으로 마무리 지을 수 있지만 정당은 그렇게 단순하게 움직일 수 없다. 대선 패배에 대한 책임론이 거세지고 당 쇄신에 대한 목소리가 커질 경우 상대적으로 친박 중심 자유한국당의 입지는 줄어들고 비박 중심의 바른정당 입지는 강화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러나 자유한국당·바른정당과 연대가 본격화될 경우 안 후보의 확장성에는 도리어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이들과 화학적으로 결합하기 어려운 호남과 2040 지지층이 이탈하면서 안 후보는 어쩔 수 없이 ‘도로 보수·기득권당 후보’로 자리매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문 후보가 안 후보를 “적폐세력의 지지를 받는 후보”로 규정하는 데는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킴으로써 안 후보의 지지층 이탈을 가속화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결국 승부는 4자, 5자, 6자 대결에서 안 후보가 문 후보와 지지율 격차를 얼마만큼 좁힐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안 후보가 최근의 흐름을 그대로 이어가 문 후보와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인다면 ‘밴드왜건 효과’(트렌드를 소비자들이 일방적으로 따라가는 것)와 ‘언더독 효과’(강자에 맞서는 약자를 응원하는 사람들의 심리)가 동시에 발휘돼 대역전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하지만 보수 지지층 혹은 진보 지지층 이탈로 조정국면을 거쳐 다시 오차범위 밖으로 지지율 격차가 벌어지면 문 후보는 안정적 다자구도 속에서 또다시 ‘문재인 대세론’을 구가하게 된다.

다자구도에서 문 후보와 접전을 벌이는 것이야말로 안 후보 입장에서는 최상의 시나리오다. 이 경우 보수성향 지지층의 안 후보로의 결집은 더욱 가속화할 것이고, ‘반문연대’라는 인위적 장치 없이도 문 후보와 사실상의 양자대결 구도로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문재인의 안보관과 국가관을 의심하는 세력을 끌어들이면서도 호남과 2040 지지층까지 함께 지지세력으로 묶어 가져갈 수 있는 절묘한 구도가 형성된다.

반대로 문 후보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안 후보와 지지율 격차를 오차범위 밖으로 벌림으로써 ‘문재인 대세론’을 재점화해야 한다. 그런 가운데 보수성향 지지자들로 하여금 “어차피 정권을 넘겨줄 수밖에 없다면 차라리 보수정당과 보수 후보를 지키자”는 쪽으로 생각이 굳어지도록 유도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다. 특히 ‘적폐세력’과 ‘개혁세력’의 대결로 전선을 명확히 하면서 움직일 경우 중도층과 무당파층까지 자신의 지지 대열로 합류시킬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 이 경우 어느 쪽에도 끼지 못하는 안 후보는 과거 제 3정당의 전철을 그대로 밟아 10%대 후반 혹은 20%대 초지지율로 3등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장 위원은 “4월 16일 대선 후보 등록이 이뤄진 만큼 향후 전선은 보수 vs 진보, 호남 vs 영남, 2040 vs 5070으로 극명히 갈릴 것”이라며 “입담이 좋고 공격성이 강한 홍 후보와 촛불민심을 등에 업은 문 후보가 치열하게 치고받는 상황에서 안 후보가 어떤 행보를 취하느냐에 ‘안철수 돌풍’의 운명이 달렸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사드배치, 개성공단, 박근혜 사면 등 유권자의 호불호가 명확한 사안에서 과연 안 후보가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며 “집토끼와 산토끼를 모두 잡으려다 모두 놓치는 우를 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 총장은 “정주영·이인제·정몽준·문국현·반기문 등 지금까지 제3지대에 놓인 역대 후보 중 그곳에 안착한 사람은 전무하다”고 전제한 뒤 “그만큼 제3지대에 뿌리를 내리고 이를 기반으로 대통령에 당선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또 “문 후보 입장에서는 어렵지 않은 일을 실수 없이 차근차근 해나가기만 하면 되지만, 안 후보는 아무도 걸어가지 않은 불확실한 길을 확신을 갖고 걸어가야 하는 큰 도전에 직면했다”며 “과감하게 뛰어드는 용기는 인정하지만, 그것을 이뤄내기에는 정치인 안철수의 경험과 지지기반이 너무 허약하다”고 진단했다.

안 처장은 “보수성향 유권자의 문재인 후보에 대한 극도의 노이로제와 공포감에 편승해 안 후보가 지지세를 확장한 것은 전략적으로 대단히 영리한 행보”라며 “그러나 김대중과 햇볕정책에 대한 보수성향 유권자의 불신도 크기 때문에 DJ와 햇볕정책에 대해 안 후보가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 것이냐가 매우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의 역할에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2012년 대선 TV토론에서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의 급진적 성향과 이에 동조하는 듯했던 문 후보의 행보가 5070 세대의 표심에 크게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익명을 원한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이번 대선에서 심상정 후보가 이정희 전 후보와 비슷한 노선을 견지하고 문 후보가 이에 동조하면 보수성향 유권자들은 안철수·홍준표·유승민 등을 놓고 저울질하며 전략적 투표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문 후보가 중도 혹은 보수로 확장성을 가지려면 정의당의 급진성향 노선에 분명한 선을 그어야 할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5년 전의 실패를 되풀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홍·유 합계 10% 이하로 묶인다면…


▎문재인 민주당 후보가 4월 2일 서울 대학로의 한 극장에서 문화예술을 주제로 강연했다. / 사진·오종택
연합뉴스와 KBS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4월 8~9일 양일에 걸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안 후보는 5자(문재인·홍준표·안철수·유승민·심상정) 구도에서 처음으로 문 후보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이 조사에서 안 후보는 36.8%를 얻어 32.7%를 얻은 문 후보에게 오차범위 내에서 근소한 우위를 나타냈다. 홍 후보(6.5%), 심 후보(2.8%), 유 후보(1.5%)는 큰 격차로 3~5위권을 형성했다.

그러나 <한국경제신문>과 MBC가 4월 7~8일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문 후보가 5자구도에서 35.2%를 얻어 34.5%를 얻은 안 후보에게 오차범위 내에서 근소하게 앞섰다. 이 조사에서도 홍 후보(7.4%), 심 후보(3.2%), 유 후보(2.8%)는 의미 있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이 같은 최근 여론조사 결과만 놓고 볼 때 크게 세 가지 흐름이 읽힌다. 첫째, 안 후보가 문 후보와 지지율 격차를 오차범위 내로 좁히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둘째, 보수성향 유권자들이 홍 후보와 유 후보 중 어느 쪽도 자신을 대변해줄 정치인으로 보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셋째, 문 후보와 안 후보가 치열한 접전을 벌이는 상황에서 문 후보의 심 후보와 범개혁 후보단일화 여부가 새로운 변수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이날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서울·인천 순회경선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현재 상태로 보면 안 후보에게는 최상의 시나리오에 해당되고, 문 후보에게는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할 수 있다. 홍 후보와 유 후보의 지지율을 합한 수치가 10%에도 못 미치는 만큼 범보수 후보 단일화로 가기 위한 추진동력도 사실상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안 후보는 ‘반문연대’라는 인위적 장치 없이 문 후보와 일대일 양자구도로 몰고 갈 수 있고, 보수층의 ‘사표 방지심리’를 자극해 지지율을 더 끌어올릴 수 있다. 문 후보 처지에서는 안 후보 지지층으로부터 호남 혹은 중도개혁 지지층을 빼앗아오거나, 영남 혹은 보수 지지층이 이탈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번 20대 대선만큼 ‘깜깜이 선거’도 역사상 그 유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30~40%대의 지지율 고공행진을 하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갑작스럽게 주저앉았고, 20%대를 바라보던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도 전격 불출마를 선언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 1년간 형성돼온 ‘문재인 대세론’도 속절없이 무너졌다. 그만큼 이번 대선은 어떠한 예단도 속단도 하기 어렵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호남의 선택’과 ‘보수의 선택’이 임박했고, 그것이 이번 대선의 극적 드라마를 만들어낼 확률이 높다는 점이다.

역대 대선에서 ‘호남’과 ‘보수’는 단 한 번도 표를 나눠준 적이 없다. 그런 호남이 현재 문재인과 안철수로 양분돼 있고, 보수는 안철수·홍준표·유승민으로 삼분돼 있다. 투표에 대한 의지가 강하고 전략적 투표 경향도 높기에 이들이 대선에서도 표를 나눠줄 확률은 작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호남은 문재인과 안철수 중 한쪽 편을 들어줘야 하고, 보수는 안철수·홍준표·유승민 중 한쪽 편을 들어줘야만 한다.

과연 ‘호남’과 ‘보수’의 선택은 어떻게 될까? 문재인은 후보 난립의 혜택 속에서 콘크리트 지지층만 갖고 청와대에 입성할 수 있을까? 안철수는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최초로 영남과 호남, 그리고 2040과 5070을 모두 아우르는 국민통합 후보가 될 수 있을까? 홍준표와 유승민은 보수의 싹을 지켜낼 수 있을까? 심상정은 후보 단일화 프레임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지지기반을 구축할 수 있을까?

- 이진우 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센터 소장 jameslee@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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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호 (2017.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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