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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광종의 한자 時評(5) 雲] 가뭄에 단비 내려줄 구름이 간절한 한 해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세상사 여러 가지 조짐을 상징하는 구름…암운(暗雲) 걷히고 서운(瑞雲) 가득하길 소망

▎국회의사당 위를 뒤덮고 있는 먹구름.
기상학에서 보는 구름은 비를 내리는 존재다. 대기의 순환 중 하나로 지표에서 증발해 솟구친 수분이 공중에 모여 일정한 모습과 패턴을 이루는 경우다. 이 구름의 종류는 제법 많다. 우선 기상학에서 사용하는 명칭이 제법 다양하다.

높은 하늘에 떠다니는 구름은 보기에 좋다. 상층운(上層雲)으로 통칭하는 대상이다. 우리말 새털구름으로 적는 권운(卷雲)이 대표적이다. 높고 맑은 하늘에 새털처럼 가볍게 떠다니는 구름이다. 먼 곳에 비치는 모습이 제법 유유자적해 보인다.

권적운(卷積雲)으로 부르는 구름도 있다. 권운과 비슷하지만 그보다는 촘촘하다. 우리말로 털쌘구름, 비늘구름, 조개구름이라고 하는데 이해가 훨씬 수월하다. 이들 상층운에 비해 낮은 구름이 중층운(中層雲)이다.

고적운(高積雲)이 그중 하나인데, 우리말로는 높쌘구름이다. 그와 비슷한 고도에서 층을 이루는 구름은 고층운(高層雲)이다. 보통은 높층구름이라고도 한다. 이 정도의 모습이면 우리는 대개 ‘구름 낀 하늘’로 표시한다. 본격적으로 비가 닥치지는 않는다.

지표로부터 가장 낮게는 200m 정도의 고도에 나타나는 구름들이 있다. 이른바 저층운(底層雲)이다. 그저 층층을 이룬 모습이면 층운(層雲)이라고 한다. 그보다 아래위로 두께가 있으면 층적운(層積雲)이다. 이들 구름들은 대개 밑바닥 색깔이 아주 어둡다. 잔뜩 비를 머금었기 때문이다.

낮게 드리우면서 검거나 아주 짙은 회색을 띤 구름은 난층운(亂層雲)이다. 곧 비를 내리는 구름이다. 모두 물기를 잔뜩 머금어 땅 위에 비를 쏟는다. 그 가운데 모습이 가장 험악한 구름이 있다. 적란운(積亂雲)이다. 어지럽게 잔뜩 눌린 구름인데, 높이가 10㎞에 이를 때도 있다.

적란운은 보통 소나기구름으로도 부른다. 탑처럼 높게, 또 어지러이 쌓인 구름 사이에는 전하(電荷)가 가득해 번개와 함께 우레를 동반한다. 달리 한자 낱말로는 뇌운(雷雲)이라고도 적는다. 기상학적인 분류에 따른 구름의 명칭들이다.

인문적인 견지에서도 구름의 이름은 다양하다. 시간처럼 덧없이 흘러가는 구름을 보며 삶을 되씹어보는 사람들의 습성 때문이다. 흰 구름은 백운(白雲), 먹구름은 흑운(黑雲)이나 오운(烏雲)으로 적는다. 하늘 꼭대기에 떠 있어 새털처럼 흰구름은 바탕의 파란 하늘색 때문에 흔히 청운(靑雲)으로 부른다.

가장 높은 경계에 도달하려는 청년들의 포부와 기개, 지향을 ‘청운(靑雲)의 뜻’으로 적는 맥락은 여기서 나왔을 듯싶다. “청운(靑雲)의 뜻을 품고…”라면서 젊은이 등을 격려하거나 그 뜻을 칭찬할 때의 경우다.

글자 그대로만 보면 ‘푸른 구름(靑雲)’이라는 뜻인데, 아무래도 흰구름이면서도 파란 하늘 높이 떠있는 구름을 지칭했다고 봐야 옳다. 이는 나중에 ‘아주 높은 이상’ ‘퍽 높은 벼슬’ 등의 뜻으로 발전한다. ‘靑雲(청운)의 뜻’이라는 게 따라서 높이 오르려는 사람의 의지라고 풀이할 수 있다.

외로이 떠 있는 구름은 고운(孤雲), 덧없는 세상살이를 빗댄 구름은 부운(浮雲)이다. 비 앞에 닥치는 바람을 함께 덧대면 풍운(風雲)이다. 지난 3월호 글에서 이 풍운이라는 한자 낱말이 담고 있는 정치적 함의, 전란과 재난 등 위기의 요소를 지녔다는 점을 두루 설명한 적이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란다.

이 가운데 검은 구름, 즉 먹구름 이야기를 그냥 건너뛸 수가 없다. 뭔가 심상찮은 조짐을 알리는 매우 뚜렷한 상징으로 쓰일 때가 많기 때문이다. 이 오운(烏雲)이나 黑雲(흑운)은 한자로 적기 전 ‘먹구름’이라는 순우리말이 더 친근하다. 이 먹구름의 이미지는 별로 좋지 않다. 곧 비를 뿌리는 구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힘겨운 가뭄을 겪는 사람에게 흰 구름보다 먹구름이 훨씬 반갑다.

밀운(密雲) 가득했던 대한민국


▎국민은 대한민국 하늘에 상운(祥雲)과 서운(瑞雲)이 가득하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정유년 첫날 아침 서울 광진구 아차산에서 먹구름 사이로 해가 떠오르고 있다.
비는 대지에 내려야 한다. 그 비를 뿌리는 구름이 검은색이라고 해서 나쁘다는 것은 사람이 제 경우에서의 이해관계를 따지기 때문일 뿐이다. 그럼에도 이 먹구름, 검은 구름은 어딘가 심상찮은 조짐을 이야기한다. 비 뿌리기 전의 먹구름을 전쟁의 기운으로 말하는 경우다.

우리는 전쟁의 조짐을 말할 때 먹구름의 이미지를 덧대 한층 더 위기의 요소를 강조한 전운(戰雲)이라는 단어를 쓴다. 이를 테면, 전쟁의 먹구름이다. 먼 하늘에서 시커멓게 몰려오는 먹구름을 전쟁에 비유한 표현인데, 아주 그럴 듯한 정감을 담고 있다.

비슷한 맥락으로는 암운(暗雲)이 있다. 그보다는 조금 덜하지만 답답하게 구름이 많이 낀 상태를 일컬을 때는 밀운(密雲)이라는 말도 사용한다. 시야가 가리고, 햇빛이 적어져 어두워지면서 급기야 자칫 큰 위기로 번질 수 있는 상황에 적합한 말들이다.

여러 가지 빛깔을 담아 아름답게 비치는 구름이 彩雲(채운)이다. 노을 등에 의해 물든 구름을 가리킨다. 그런 다양한 빛깔의 구름을 五雲(오운)이라고도 한다. 다섯 가지 색깔이 아니라 여기서는 여러 종류의 색깔을 의미한다고 봐야 좋다. 보랏빛을 띤 구름을 紫雲(자운)이라고도 표기한다.

구름과 비는 거의 동의어다. 그러나 둘을 한자로 적는 운우(雲雨)는 색다른 의미를 지닌다. 남녀가 서로 사랑을 나누면서 합(合)을 이루는 행위를 이에 비유할 때가 많다. 그래서 남녀 둘이 나누는 ‘사랑’의 행위 또는 그런 정감을 ‘운우지정(雲雨之情)’이라고 적는다.

지나가는 구름이 행운(行雲)이고, 흐르는 물이 유수(流水)다. 행운유수(行雲流水)라고 적으면 그저 막힘 없이 흘러 지나는 것을 가리킨다. 문장이나 말솜씨 등이 자연스레 펼쳐지는 모습을 표현할 때 쓸 수 있다.

이런 구름들이 가득 모이는 형태는 운집(雲集)이라고 적는다. “관중이 구름같이 모인다”고 할 때가 그 경우다. 올 한해 우리의 머리 위로는 구름들이 자주, 그리고 아주 많이 모여들 듯하다. 가물었을 때 비를 내리는 구름, 늘 도움을 주는 구름… 그런 상운(祥雲)과 서운(瑞雲)이기를 바란다.

유광종 - 중어중문학(학사), 중국 고대문자학(석사 홍콩)을 공부했다. 중앙일보에서 대만 타이베이 특파원, 베이징 특파원, 외교안보 선임기자, 논설위원을 지냈다. 현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저서로 <유광종의 지하철 한자 여행 1, 2호선> <중국이 두렵지 않은가> <백선엽의 6·25전쟁 징비록 1, 2권> 등이 있다.

201705호 (2017.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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