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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 코리아-마을이 답이다’(3)] ‘주민’ 에서 ‘시민’ 으로 올라서는 최고 플랫폼은 ‘신뢰’ 

우리는 만나야 한다 

임현진 서울대 명예교수, 공석기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
구성원 간의 믿음은 사회의 통합성과 공공성을 제고하는 중요한 토대…만남에서 시작해 자존감 높여야 자발적으로 공동체 회복에 참여

급속한 산업화와 민주화 과정에서 사회구조가 개인화하면서 전통적으로 구성원 사이의 강한 신뢰에 기초한 지역공동체가 흔들리고 있다. 혈연·지연·학연 등에 기초한 연줄사회는 강화됐지만, 구성원 사이의 공동체의식은 오히려 약화됐다. 공동의 경험과 기억이 부재한 수도권 신도시의 경우는 공동체 형성이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처럼 변화한 상황에서 공동체를 회복할 방법은 없을까?


▎용인시 수지구 느티나무도서관 내부. 책을 마을 주민에게 직접 배달하는 책수레가 중앙에 보인다.
한국은 개발도상국 중에서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달성한 성공적인 나라로 꼽힌다. 그러나 아직은 가야 할 길이 멀다는 듯, 성공의 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넘은 지 11년이 됐지만 아직 3만 달러 선에 미치지 못한다. 분배구조가 나빠지다 보니 사회경제적 양극화도 심화되었다. 절차적 민주주의는 착근했지만, 시민이 권리와 책임을 온전히 행사할 수 있는 기본권은 여전히 제약받는다.

흔히 사회자본이란 공동체 안에서 사람들 사이의 협력과 공생을 이끌어내는 무형자산으로,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 우리 사회는 경제자본이나 문화자본은 늘어났는데 사회자본은 여전히 취약하다. 우리 사회구성원들 사이에 이해와 갈등을 조정할 수 있는 신뢰기반이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사적 신뢰는 높은 데 비해 공적 신뢰가 낮다는 것이다. 개인을 중심으로 한 폐쇄적 네트워크가 공공적 관계를 통한 개방적 네트워크를 압도한다. 예를 들어, 스위스인은 정부에 대해 열 사람 중 여덟 사람 이상이 신뢰하지만, 한국인은 열 사람 중 두 사람만 신뢰를 보낸다.

동서양을 불문하고 어느 사회든 건강성을 평가할 때 중요한 요소가 사회구성원 사이의 신뢰다. 신뢰가 높은 사회일수록 친밀감에 기초해 원활히 소통하고 상호 인정과 배려 아래 공동의 목적을 위해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이처럼 신뢰는 한 사회의 통합성과 공공성을 제고하는 중요한 토대가 된다.

근대화에서 앞선 서구사회에서는 시민들의 결사체 참여가 줄어드는 것을 구성원 사이의 신뢰가 점차 약화하는 근거로 설명하기도 한다(R. Putnam). 그러나 개인화가 확대된다는 것이 곧 구성원 사이의 신뢰를 떨어뜨린다는 주장은 지나치게 단순한 해석이라는 반론도 있다. 공적 영역에 비해 사적 영역이 발달하고, 개인주의가 팽배하더라도 전통적 공동체의 문화와 협동의 경험을 배태한 사회에서는 시민들이 공공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다양한 조직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그 결과 상호 신뢰가 지속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T. Skocpol).

그렇다면 한국사회는 어떠한가? 급속한 산업화와 민주화 과정을 거치면서 사회구조가 개인화하면서 전통적으로 구성원 사이의 강한 신뢰에 기초한 지역공동체는 큰 위기에 놓이게 됐다. 국가 주도 경제개발 정책으로 도시집중화와 이농 현상이 일어났고, 그 결과 농촌의 공동화(空同化)가 발생해 지역공동체는 급격히 무너졌다. 혈연·지연·학연 등에 기초한 연줄사회는 오히려 강화됐지만, 이를 넘어서는 구성원 사이의 공적 신뢰와 공동체의식은 약화했다. 사적 신뢰는 넘치는데 공적 신뢰는 늘어나지 않는다. 이처럼 한국사회는 신뢰 부족이 아니라 과잉과 왜곡이 문제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이처럼 변화한 상황에서 어떻게 신뢰를 회복하고 재생시키는가가 중요한 과제다.

도시지역 공동체 회복은 가능한가


▎초기 성남 주민들은 주거환경과 생활경제가 매우 열악해 의료와 금융 영역의 안전망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성남주민신협은 지역의 협동사회경제의 하나로 출발했다. 초기 성남시 풍경.
한국사회는 전통적으로 구성원 사이의 신뢰가 높으며, 일상적 협동과 나눔의 삶을 통해 강한 지역공동체 문화를 유지했다. 그러나 세계화의 와중에 급속한 산업화와 민주화를 거치면서 이러한 경험과 기억들이 철저히 무시됐던 것이 사실이다. 농촌을 지켜온 농민들이 농업에 종사하면서 오랜 시간 축적해온 신뢰의 전통과 문화는 결코 값을 매길 수 없다. 비교우위 논리로 한국농업의 경쟁력을 평가하고 수입대체를 주장하는 것은 농촌을 지켜온 농민의 역할을 폄하하는 자세다.

선진국도 분명 농업국이라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왜 그들은 농업·농촌·농민을 존중하고,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을까? 지역공동체에서 유지 발전된 신뢰의 전통과 문화를 소중히 여기기 때문이다. 우리의 경우, 안타깝게도 그 무너진 신뢰를 중앙이나 지방정부 중심의 사업을 통해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너무 순진한 자세다. 다행히 한국 농촌은 아직 전통적 공동체의 끈_집성촌·품앗이 등 협동문화_이 남아 있는 곳이 존재하기에 지역 공동체 회복이 상대적으로 빠를 것이다. 물론 이 회복 과정에 누가 주체적으로 참여하느냐는 또 다른 문제다. 농민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공동체 재생사업은 전시성 사업에 머무를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도시지역의 경우 공동체를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까? 공동의 경험과 기억이 부재한 수도권 신도시의 경우는 공동체 형성이 더욱 어려울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수도권지역 도시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지역공동체 회복 과정을 살펴보고자 성남·안산·용인시에 주목했다. 성남시 수정구지역의 커뮤니티 회복에 주도적 역할을 해온 ‘성남주민신협’, 안산시 상록구지역에서 지역 커뮤니티 형성에 크게 기여해온 ‘안산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그리고 용인시 수지구지역에서 새롭게 지역 커뮤니티 형성에 기여하는 ‘느티나무도서관’의 활동을 주요 사례로 삼았다.

이들 지역을 방문조사해 지역주민들이 어떻게 협동조합이나 도서관 활동에 참여하고, 이를 통해 어떻게 상호 신뢰를 구축하는지 살펴보았다. 그 결과 분명 수도권 도시지역 주민들도 동네사람에서 지역주민, 더 나아가 시민으로 올라서는 진화 과정에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나아가 이들 단체는 지역공동체 회복의 모범 사례로 삼을 만하다.

신뢰는 만남으로부터 시작된다 | ‘시민 속으로’ 들어간 성남주민신협의 실험


▎성남주민신협 초기부터 함께해온 34년차 활동가 이현배 상임이사.
성남주민신협의 역사는 성남지역 형성 과정과 맥을 같이한다. 성남은 1970년대 아무것도 계획되지 않은 채 서울 도심의 판자촌을 철거하기 위한 정부 계획의 일환으로 이주가 진행됐다. 강제로 이주한 사람들은 서울 도심의 철거민, 이농민, 공단으로 몰린 노동자들이다. 여기에 최근엔 외국인노동자들까지 결합된 형국이다.

이처럼 성남은 한마디로 강제로 옮아간 사람들의 도시로 출발했다. 초기 성남 주민들은 주거환경과 생활경제가 매우 열악하였기에 의료와 금융 영역의 안전망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성남주민신협은 지역의 협동사회경제의 하나로 출발했다. 물론 초기에는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성남주민신협 초기부터 활동한 34년차 이현배 상임이사는 초기의 경험을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저는 친구가 좋아 주민교회로 왔어요. 주민교회가 1979년 신협을 시작했는데, 처음 와보니 해산총회를 하고 있더군요. 당시 잔고는 200만원이었죠. 곗돈과 상조회 형식으로 운영했어요. 저는 신협이 뭔지도 몰랐는데, 1980년 3월 1주일간 신협교육을 통해 금융활동과 마을공동체에 대해 이해하게 됐어요. 그 교육이 제 인생을 바꾸었지요. 그래서 다시 신협을 시작하고자 버려진 책상과 캐비닛을 주워 교회 사무실 구석에서 신협을 시작했어요. 하루종일 돌아다니면서 주민 교회의 교인들을 중심으로 신협의 의미와 출자 방법, 경제운동에 대해 설명했지요.

첫 사업이 50만원의 월세 보증금을 대출하는 것이었어요. 당시는 대부분 월세였기에 ‘월세를 전세로 바꾸자’는 슬로건으로 운동을 시작했지요. 신협은 기독교운동으로 마을을 새롭게 하고자 신앙과 경제운동을 결합한 지역주민운동으로 출발한 것이지요. 당시 제 활동비는 5만원이었어요. 급여는 없었고, 이사들이 십시일반으로 걷어서 주곤 했어요. 그때는 미혼이었던 데다 신협활동이 정말 재미있어서 제 모든 것을 던졌어요. 돌아보면 신협은 초기부터 마을활동에 초점을 두었고, 단순히 은행 따라잡기가 아니라 지역의 마을을 담아가자는 생각으로 시작했어요. 이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어요.”

아이들을 먼저 잡아라

성남주민신협은 10년 단위로 큰 변화를 겪었다. 우선 1992년에는 주민교회로부터 독립해 지역의 더 많은 주민과 만날 수 있게 됐다. 2002년에는 중앙시장 화재사건으로 시장 상인들과 신뢰관계를 확고히 하는 계기가 있었다. 그리고 그 후 뒷골목에서 큰 도로로 나오는 과정, 즉 독자 건물을 확보함으로써 성남주민신협이 지역공동체의 허브로 거듭나게 된다. 이들 단계별로 성남주민신협이 어떻게 동네 주민에서 지역 주민, 나아가 시민으로 신뢰의 플랫폼을 확장해나가는지 살펴보자.

첫째, 성남주민신협의 첫 변화는 1992년 주민교회로부터 독립하는 데서 시작되었다. 신협은 경제운동인데, 교회 안에만 머무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이 계속 제기됐다. 물론 성남주민신협을 헌신적으로 지켜온 교인들의 반대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당시 20억원 정도의 규모를 유지하며 10년 동안 어렵게 이끌어 왔기에 교인들은 “왜 나가느냐”고 반대했고, 신협은 “더 성장하기 위해 나가야 합니다”라고 주장했다. 신협은 교인 중심의 경제운동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역설했고, 그 주장에 교회의 허락을 받고 전통시장이 있는 곳으로 나오게 되었다. 성남은 재래시장이 유명했다. 특히 중앙시장과 현대시장에 대한 지역조사를 통해 미래의 잠재적 성장 가능성을 보고 과감하게 15평짜리 건물을 사들여 입주했다. 1층은 신협 점포로 사용하고, 2층에는 방과후학교를 운영했다. 신협이 초기에 목표로 삼은 것은 전통시장과 초등학교였다. 아이들과 전통시장을 바라보고 이곳에 자리 잡은 것이었다.

신협이 특히 아이들, 학부모들과 만나는 과정이 주목된다. 신협의 키워드는 마을과 교육이다. 그러나 첫 건물은 금융공간으로 볼 수 없는 작은 공간이었기에 학교에 가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적금을 들라고 말도 꺼낼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아이들 마음을 잡으면 학부모들의 마음을 잡을 수 있으리라는 판단 아래 우선 아이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자 당시 사회적으로 진행되던 재활용운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했다.

당시 신협 인근의 수진초등학교에는 3000여 명의 학생이 다니고 있었다. 신협은 수진초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우유팩 모으기 캠페인을 2년 동안 진행했다. 교실마다 우유팩을 담아올 수 있는 천 가방을 나누어 주었다. 그러고는 우유팩을 말려 신협으로 가져오라고 했다. 우유팩을 가져오면 재활용 휴지나 노트로 바꿔주었다. 일주일에 한 번씩 큰 트럭이 우유팩을 실어갔다. 재미있었다. 굳이 학교에 가서 아이들에게 저금하라고 설명하지도 않았다. 이러한 활동이 지속되자 학부모들이 신협에 궁금증을 갖기 시작했다. 왜 아이들이 점심시간마다 신협에 우유팩을 가져다주는지 알게 되었다. 이런 과정을 거쳐 학부모들이 열린 마음으로 신협을 바라보게 되자 신협은 비로소 아이들 대상 장학적금을 소개했다. 1995년부터 장학적금을 시작해 현재 20년 넘게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아이들의 저금이 초기 신협 성장에 매우 큰 힘이 되었다.

둘째, 성남주민신협의 또 다른 큰 변화는 시장 상인들과 신뢰 구축 과정에서 시작됐다. 시장 상인들과의 거래는 이미 마을금고와 신용금고가 꽉 잡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후 중앙시장 상인들은 신협의 가족이 됐다. 이를 가능케 한 사건이 있었다. 중앙시장과 현대시장에서 발생한 두 차례의 큰 화재 사건이다.

처음에 신협은 전통시장 상인들과 관계를 맺기 위해 매일 동전교환기를 끌고 나갔다. 당시 동전교환기는 전동차가 아니라 쇳덩어리였다. 이렇게 동전을 바꿔주는 서비스를 하면서 신협 활동의 가치를 조금씩 알리기 시작했다. 동전 교환을 구실로 시장 상인들과 ‘형님·동생·누님·아버님·어머님·어르신’ 하고 인사를 나눌 정도로 가까워졌다. 그 과정에서 점심 식사도 함께 하고, 저녁에는 소주도 한잔 하면서 서로 고충을 나누었다. 상인들의 애경사에 함께하는 것은 기본이었다.

그러던 2002년, 중앙시장에 큰 불이 났다. 중앙시장은 시멘트 건물이 아니라 말 그대로 전소하고 말았다. 신협은 망연자실한 상인들을 보듬기 위해 도시락을 준비해 현장을 돌면서 이들이 다시 자립할 수 있는 길을 함께 찾아 나섰다. 이어 보증 없이 최저금리로 500만원, 1000만원씩 자활대출을 해주었다. 전폭적 신뢰관계에 기초해 필요한 만큼 지원하고자 애썼다. 이를 통해 중앙시장 상인들과 성남주민신협은 한식구가 됐다. 2004년에도 큰 화재가 발생했다. 이때도 성남주민신협은 전국 신협과 협력해 모금한 돈을 대출해주었다.

교회 경제운동으로 시작했다 지역공동체 허브로

이렇게 고통을 나누고 함께 극복하는 과정을 통해 전통시장 상인들과 성남주민신협은 한 가족이나 다름없는 확고부동한 신뢰를 구축했던 것이다. 마침내는 신협 직원의 인사이동에 지역주민들이 볼멘소리를 할 정도로 관계가 끈끈해졌다. 부득이하게 다른 지점으로 이동하는 신협 직원을 위해 시장 상인들이 송별 잔치를 마련할 정도로 신협에 대한 신뢰감은 대단했다.

셋째, 성남주민신협은 지역공동체를 강화하는 허브 역할을 하게 되었다. 신협은 그동안 교육공동체 활동과 생활공동체 활동으로 나눠 사업을 전개해왔지만, 몇 년 전 주민신협은 지금의 공간으로 이전하면서 두 활동이 다시 만나는 허브가 되고 있다. 신협은 지금의 공간이 여러 기능을 행사할 수 있도록 공들여 조금씩 변화시켜왔다. 나눔카페·의료생협 등 신협만의 공간이 아니라 지역공동체의 허브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교육공동체와 생활공동체의 기능으로 접근하고 있다.

우선 신협을 교육마을의 허브로 키우고 있다. 도심형과 농촌형 학교의 만남을 기획하며, 학교 안과 밖 프로그램의 결합도 모색한다. 이 모든 것을 아래로부터 참여를 통해 진행한다. 교육공동체와 생활공동체라는 관점에서 금융활동을 넘어 지역의 결합을 시도하는 새로운 실험이라 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생활공동체를 활성화기 위한 새로운 시도로 협동조합 사이의 협력을 기획했다. 지난 1월 성남시 수내동에 한살림과 성남주민신협이 공동으로 먹거리와 금융의 만남의 공간을 마련했다. 신협 건물의 1층에 한살림 매장을 마련하고, 2층에는 신협을 열어 2개월 만에 700명 이상의 한살림 조합원이 신협 통장을 만들었다. 2층 공간에는 또 떡카페와 청소년카페를 마련해 교육 상담이나 진로 상담을 한다. 3층에는 한살림 사무국이 자리했다. 이 새로운 실험은 먹거리와 금융의 만남이자 ‘협동조합의 협동’의 모델로, 주민을 넘어 시민들 사이의 신뢰관계를 강화하는 동시에 경제적 수익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플랫폼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성남주민신협은 지역공동체의 허브로 거듭나기 위해 공간 구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사실 주민신협이 마을을 살리지 못하면 지속가능하지 않다. 1층의 나눔카페는 사회적기업으로 시작해 커뮤니티센터가 되고 있다. 의료생협, 바리스타 협동조합, 밥플러스 협동조합, 예식사업을 위한 마을기업, 동네사진관, 방송국, 청년협동조합, 아주 즐거운 학교 등을 기획 운영한다. 특히 비용이 없어 결혼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예식 공간은 물론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마을기업을 주목할 수 있다. 5층에는 마을사진관이 있고, 6층 옥상에는 100평의 풋살 경기장을 만들어 결혼식장으로 사용하기도 하고 영화 상영과 주민들의 만남의 장소로 제공한다. 이처럼 지역주민 커뮤니티가 자연스럽게 형성될 수 있도록 주민 신협 공간 전체를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성남주민신협은 금융을 다양한 생활문화와 연결해 사회적경제 조직들을 만들어간다. 지난 35년의 경험을 통해 성남주민신협은 신앙·경제·교육을 넘어 사회적경제 영역으로 확대하는 과정을 잘 보여준다. 특히 성남주민신협은 지역주민들이 일상적으로 만나 신뢰를 구축하는 재미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이러한 신뢰의 플랫폼 위에서 성남주민신협은 아동·청소년 친화마을을 만드는 동시에 사회적경제를 중심으로 한 도시 지역공동체를 이루는 것을 새로운 경영전략 키워드로 삼고 있다.

조합은 신뢰재다 | 안산의료사협의 풀뿌리 시민운동


▎주민신협 건물 내에 마련된 커뮤니티 공간인 주민생활관.
안산의료사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하 의료사협)은 지난 20년간 많은 옷을 갈아입었다. 시민사회운동의 토양 속에서 어떻게 안산의료사협이 성장했는지 우선 간략히 살펴보자. 안산의료사협은 법적 제약으로 초기에는 생활협동조합 형태로 시작했다. 안산의료생활협동조합(이하 의료생협)은 1999년 안산지역에서 의사 1명을 모시고 30여 명이 지역 의료생협을 준비하는 공부를 함께 시작했다. 1998년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이 통과되면서 의료 서비스도 생협 형식으로 운영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5000원짜리 의료보험

사실 지역주민 누구나 적절한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 주는 것이 당연하다. 지금까지의 공급자 중심의 의료체계는 치료 중심이기에 지역의 시민사회진영에서 나서서 예방 중심, 건강 증진을 위한 의료 서비스 체계로 바뀌어야 한다는 공감대를 만들어 가게 됐다. 치료만 하는 의료체계가 아니라 질병 예방과 건강 증진이라는 당연한 권리를 확보할 수 있는 주민들의 자발적 조직체가 필요함을 절감한 것이다. 이처럼 수동적 자세로 좋은 의사를 만나기를 기대하기보다 의료 서비스의 주체로서 지역주민들이 전면에 나서는 것이 풀뿌리에서 큰 동력이 되었다. 이렇게 일상의 문제에 대해 조합원 스스로 헤쳐 나가고자 하는 자립·자주·자치의 정신이 자리 잡은 풀뿌리 지역 시민사회의 변화가 안산의료사협이 출현하는 중요한 토양이었다.

의료사협은 그 속성상 개인적 건강 증진과 질병 예방을 넘어 처음부터 지역의 공공성을 고민했다. 지역사회나 생태계와 동떨어져 개인의 건강을 논의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잘못된 접근이다. 정신건강에 대해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밝혔듯, 지역사회의 문제와 개인의 건강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이처럼 의료 서비스는 본질적으로 공공적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안산의료사협은 초기부터 독거노인 방문진료 혹은 불법 이주노동자와 같은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에 대한 의료 서비스에 초점을 두었다. 예컨대, 안산의 이주노동자는 1990년대 말에 이미 2만~3만 명에 이르렀다. 이들 대부분은 불법체류자였다. 현재는 약 10만 명에 달한다. 이들은 의료보험이 없어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었다. 때문에 교회 목사님들이 5000원짜리 의료보험을 만들어 안산의료생협과 함께 이주 노동자들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했다. 이처럼 안산의료사협은 태생적으로 사회적 성격이 강했다. 취약계층에 대한 의료 서비스 제공에 초점을 맞춰 사회적협동조합의 성격이 강했다. 그렇지만 초기에는 사회적기업의 옷을 입을 수밖에 없었고, 2012년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된 이듬해에야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전환해 마침내 안산의료사협의 초기 목적에 맞는 형태를 갖추게 됐다.

그렇다면 안산지역에서 안산의료사협이 어떻게 지역주민들의 신뢰를 재생하고 강화해 나갔는지 살펴보자. 안산의료사협 창립부터 함께한 경창수 이사장은 그 핵심이 위로부터 기획이 아니라 조합원의 자발적 참여를 존중한 믿음의 관계라고 강조한다. 안산의료사협의 초기에는 시민사회 활동가들의 강한 신뢰관계가 중요한 토양이었지만, 2000년대 들어 일반 주민들이 조합원으로 참여하면서 주민들이 직접 끌고 가는 것으로 전환했음을 강조한다.

경창수 이사장은 안산의료사협이 건강하게 유지되는 이유를 아래와 같이 밝혔다.

“조합은 신뢰재다. 조합원은 출자-이용-운영이라는 3단계 과정에 참여함으로써 조합에 대한 신뢰가 쑥쑥 자란다. 안산의료사협은 조합원들이 10억원의 출자금을 조성했고, 그 과정에서 똘똘 뭉쳤다. 조합 운영에 조금이라도 의혹이 있거나 불신이 생기면 순식간에 망한다. 변치 않는 조합원들의 활동과 믿음이 조합 존립의 근간이다. 안산의료사협 5200가구의 조합원은 가구당 평균 20만원 정도를 출자해 소유구조도 매우 균등하다. 출자금에 따른 배당도 없어 조합원들은 사회적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출자한 셈이다. 안산의료사협은 사실상 사회적자본인 것이다. 이러한 신뢰에 기초한 사회적협동조합이 강화될수록 돈이 아닌 사람이 주인이 되는 살맛 나는 세상이 될 것이다.”

아래로부터 기획한 사업이 성공 가능성도 높다


▎안산의료사협이 건물 옥상에 마련한 무농약 친환경 채소밭 하늘정원.
이처럼 신뢰에 기초한 안산의료사협의 특징은 조합원 가입 유형에서도 확인된다. 안산의료사협은 특별한 홍보전략을 동원하기보다 조합원이 조합원을 늘리는 자기증식 방법을 채택했다. 사실은 이 방법이 가장 안전하고 바람직한 전략이다. 새 조합원은 대부분 기존 조합원의 소개로 가입한다. 가끔 언론에 조합이 소개되는 경우 며칠 동안 전화통에 불이 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기존 조합원들의 소개로 가입한다.

다음으로 안산의료사협의 주요 특징은 조합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다. 경창수 이사장은 자신이 주도해 기획한 사업은 대부분 실패한 반면, 조합원들이 아이디어를 내고 자발적으로 프로그램을 준비해 전개한 사업은 늘 성공적이라고 평가했다. 17년차 경력을 가진 경창수 이사장이 기획한 사업 중 크게 실패한 사례는 건강검진센터 개설이었다. 2005년 안산의료사협은 무리하게 건강검진센터를 기획했다. 예방을 목표로 하는 의료생협이 건강검진을 강화하는 것은 이론적으로 맞는 방향이었다.

그러나 당시 안산의료사협은 의원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수준이었다. 안산의료사협은 이에 만족하지 못하고 지역주민의 건강을 증진시킨다는 비전에 맞추고자 무리하게 투자했다. 하지만 대장내시경, X-ray, 위장내시경, 초음파 장비 등은 모두 고가의 장비였기에 이들을 갖추기 위해 무리하게 투자했던 것이다. 이로 인해 많은 어려움이 발생했고, 마침내는 문을 닫으려고까지 했다.

결과적으로 건강검진센터 개설은 조금 기다렸어야 했다. 조합원들의 필요와 욕구를 먼저 조사해야 했다. 이후 제도적으로 건강검진센터 개설 요건이 많이 완화돼 필수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장비도 많이 줄어들었다. 기획과 생각이 현실을 앞섰던 경우다. 이러한 실패 경험은 위로부터 기획한 사업일 때 많이 발생한다. 반면 조합원들이 아래로부터 의견을 모아 제출한 기획은 크게 성공했다. 요양원 서비스 제공이 그 대표적 사례다.

마지막으로 안산의료사협은 조합원들 사이의 신뢰 유지를 최우선으로 삼는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안산의료사협은 조합원들이 협동조합의 가치와 목적을 몸으로 느끼고, 이것이 그대로 실행됨을 알 수 있도록 한다. 조합원들이 “과잉진료라느니 진료비가 비싸다느니 고민하거나 따질 필요가 없다. 과잉진료하지 않고 덤터기를 씌우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어 편하다”는 평가가 이어져야 한다. 이는 결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랜 시간 공동의 경험, 아픔과 기쁨의 기억을 공유해야 한다.

안산의료사협에서 직접 활동하는 조합원들은 자부심이 대단하다. 마을모임 단위에서 선출된 대위원이라고 하면 누구나 알아줄 정도다. 그만큼 신뢰하는 조직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점이 조합원 스스로 자부심을 갖게 하고, 이는 다시 신뢰의 바탕이 되는 것이다.

안산의료사협 내에는 산악회 등 조합원들이 스스로 조직한 소모임이 20여 개나 있다. 이들 소모임이 바로 조합원의 상호 신뢰를 높인다. 조합원들 사이에 신뢰관계가 견고하게 쌓이고 있다. 이런 신뢰가 플랫폼이 되어 자원봉사활동에 500여 명이 참여해 독거노인 돌봄 같은 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자존감을 높여라 | 지역사회의 오아시스가 된 ‘느티나무도서관’

용인시 수지구는 수도권의 대표적 신도시다. 기존의 마을공동체는 도시 개발로 모두 사라지고 중산층 젊은 부부들이 거대 아파트 단지로 이주하면서 새로운 도시공동체를 이루고자 노력하는 곳이다. 사막처럼 거대한 아파트 단지에 둘러싸인 느티나무도서관은 오아시스처럼 새로운 지역공동체를 구성하는 데 필요한 샘물을 끊임없이 제공하고 있다.

느티나무도서관의 박영숙 관장은 신도시지역에서 공동체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시간에 관대하고, 다양한 체제에 너그러운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공동체를 구성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기에 사람에 대한 신뢰와 각 구성원이 자존감을 갖도록 눈높이를 맞추고 배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러한 가치를 구현하는 느티나무도서관의 운영 특징을 살펴본다. 도서관이지만 단순히 책을 읽는 장소를 넘어 지역주민들이 서로 만나 소통하고 즐기며, 더 나아가 지역에 대해 알아가고 지역 행사에 참여하는 플랫폼 역할을 한다. 분명 느티나무도서관의 지역주민과 관계 맺기 전략은 지역공동체를 구축하고자 하는 다양한 조직과 기관이 참고할 만한 유의미한 사례가 될 것이다.

말을 걸다: 느티나무도서관은 우선 지역주민에게 ‘말을 걸고자’ 끊임없이 노력한다. 도서관을 찾는 엄마들은 주로 아이들 책만 빌린다. 매주 20권씩 빌려 가도 자기 책은 없고 아이들 책만 있다. 이런 경우 박 관장은 “우와! 책 많이 빌렸네. 그중 두 권만 엄마가 읽는 것으로 가져가면 안 될까?” 이렇게 아이에게 말을 건다. 엄마는 자신에게 말을 걸고 있구나 하는 것을 금방 깨닫는다. 그러면 아이가 읽을 책 두 권을 빼고 대신 엄마 자신이 읽을 책 두 권을 선택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그 엄마는 도서관에 한 발 더 들어오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지역공동체 운동은 바로 ‘말 걸기’에서 시작해야 한다. 말을 건다는 것은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그냥 말을 걸 뿐이다. 사람들을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말을 걸 뿐이다. 말에 따른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은 어디까지나 상대방 스스로의 결정에 달렸다. 물론 한 번 말을 건네고 끝내는 것이 아니다. 끊임없이 말을 건다.

문을 넘다: 느티나무도서관은 잠재적 이용자들이 거부감 없이 도서관으로 들어설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문턱을 없애는 것을 중요한 목표로 삼고 있다. 도서관 방문자가 ‘아, 저 독서회는 대학 나온 사람들만 모이는 곳이야’라는 선입견으로 자신과 구별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도서관은 학력과 같은 문화자본이 작동하지 않는 곳이어야 한다. 학력이 낮은 경우 자괴감이나 열등감으로 도서관 문을 여는 것이 참으로 힘들 수 있다. 이 경우 어떤 허울이나 형식을 떠나 나도 존중받는 사람이라는 자존감을 찾을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사서에게 수다를 떨게 하라


▎느티나무도서관은 잠재적 이용자들이 거부감 없이 도서관으로 들어설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문턱을 없애는 것을 중요한 목표로 삼고 있다.
비슷한 이유로 커뮤니티에 냉소적인 한 사람이 있었다. 느티나무도서관은 시간에 관대했다. 인내로 기다렸다. 결국 그는 커뮤니티에 들어오게 되었고, 독서회 대표까지 지냈다. 그는 자기 존재에 대해 다시 눈을 뜨고, 이웃 주민과 만남을 통해 가슴이 두근거리는 열정을 갖게 되었다. 이러한 사람들이 계속 늘어나면 지역 내 커뮤니티는 건강해진다.

함께 놀다: 느티나무도서관이 가장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은 사서들의 전문성이다. 사서들이 지역주민과 끊임없이 만날 수 있도록 배려한다. 도서관처럼 공공 서비스를 하는 곳은 현장에서 대면 서비스를 하는 사람들에게 전문성을 쌓을 수 있는 여건을 보장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마을에 도서관이 있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사람과 사람의 만남, 즉 신뢰에 기반을 둔 맞춤형 서비스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느티나무도서관 사서들은 아주 특별하다. 한 사서는 8년 동안 근무하면서 800명의 지역 아이와 엄마들의 이름을 외울 정도로 주민과 친밀하다. 이렇게 친밀감 형성이 도서관 사서 업무 중에서 가장 중요한 전문성이다. 이를 위해서는 안내석에 편안하게 앉아 있을 수 있게 하고, 사람들과 수다를 떨거나 충실히 책 상담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사서는 일상적 담소로 금방 30분, 책을 골라 주면서 30분, 수다를 떨면서 한 시간을 쓸 수 있다. 사람마다 요구하는 것이 다르고, 누구에게나 똑같이 대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배려는 사람마다 달라야 한다. 100명이면 100가지로 달라진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신뢰를 쌓기 어렵다. 이처럼 커뮤니티는 함께 이야기하며 즐기는 과정에서 형성된다.

주민을 알고, 지역을 알고, 사회를 배우다: 느티나무도서관은 결코 도서관 안으로만 활동을 제한하지 않는다. 도서관도 지역 안에 있는 만큼 지속적으로 공공성을 추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수지지역에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어쩔 수 없이 지역을 떠나야 했던 10대 청소년들이 있었다. 이들은 일자리를 찾아, 저렴한 방을 찾아 지역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박영숙 관장은 빚을 졌다는 마음으로 이들을 찾아가 책을 읽어 주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함께 책을 읽고, 밥을 먹으면서 아이들이 처한 현실 그대로를 존중해주었다. 이런 경험을 통해 아이들 스스로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도록 해주려는 것이다.

느티나무도서관은 또 바쁜 일정으로 도서관을 찾기 어려운 지역 소상인이나 자영업자들에게 직접 ‘책 수레’를 끌고 다니면서 책을 배달한다. 책을 배달하고 또 다른 책을 소개하면서 지역 주민들과 더욱 가까워진다. 책 수레는 지역의 범위를 넘어 서울 광화문으로까지 확대했다. 환경재단과 함께 환경 관련 부스를 이용해 책 소개를 기획한 것이다. 에너지의 날을 맞아 심혈을 기울여 시민들이 환경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문학작품과 DVD를 선정해 광화문광장으로 나가 시민들과 함께 나누는 것이다. 이 행사에는 유한킴벌리 직원들이 자원봉사로 함께했다. 이처럼 도서관이 모든 일을 담당하기보다 기업이나 단체의 자원봉사나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한다. 지역주민이 주민을 넘어 시민으로 올라설 수 있는 기회를 끊임없이 제공하는 것이다. 함께 참여하고 사회에 기여한다는 뿌듯함을 누리도록 하는 전략이다.

주민들에게 먼저 말을 거는 리더십의 힘

느티나무도서관의 사례는 지역 커뮤니티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지역주민들과 끊임없는 만나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느티나무도서관은 먼저 주민에게 말을 걸어 그들이 도서관 문을 넘게 함으로써 다양한 모습으로 서로 놀고 즐길 수 있게 만들어 준다. 이 과정을 통해 쌓은 신뢰를 기반으로 주민에서 시민으로 올라서기 위한 프로그램을 끊임없이 시도한다. 물론 시간에 관대한 자세로 참여를 기다릴 줄 아는 인내와 지혜도 갖추고 있다.

성남주민신협을 이끌어온 이현배 상임이사, 안산의료사협의 경창수 이사장, 용인느티나무도서관의 박영숙 관장 등은 지역에서 커뮤니티 회복에 특별한 리더십을 발휘해왔다. 이들 리더십의 공통된 특징은 지역주민에 대한 헌신과 열정을 통해 서로 신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든다는 것이다. 주민들 사이의 신뢰를 키워 여러 커뮤니티 형성이 가능하도록 인고하고 견인해온 이들 세 사람의 리더십이 주민을 시민으로 거듭나게 만든 것이다.

임현진(林玄鎭, Hyun-Chin Lim) hclim@snu.ac.kr - 서울대 명예교수. 학술원 회원. 서울대를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에서 사회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경제정의실천연합(경실련)공동대표, 사회과학협의회장, 서울대 사회과학대장, 아시아연구소 창립소장을 지냈다. 주요 저서로 <글로벌 NGOs> <세계화와 반세계화> <지구시민사회의 구조와 역학> <뒤틀린 세계화> <글로벌 패러독스> <아시아의 부상> 등 50여 권이 있다.

공석기(孔錫己, Suk-Ki Kong) skong@snu.ac.kr -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 경희대 공동대학원 겸임교수. 환경운동연합 국제협력위원회와 서울시 공정무역위원회 위원.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사회학 석사학위를, 미국 하버드대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요 저서로 <글로벌 NGOs> <인권으로 읽는 동아시아> <인권사회학> <뒤틀린 세계화> 등이 있다.

201705호 (2017.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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