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나도 VVIP! 리무진의 변신 

우리 사장님 애마는 전신성형 중! 

사진·글 김현동 기자 kim.hd@joongang.co.kr
10년 새 15배 이상 성장한 리무진 시장… 완성차 들여와 최고 사양 추가하는 개조시장도 떴다!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케이씨노블’ 본사에서 ‘카니발 하이리무진’ 개조작업이 한창이다. 수작업으로 진행되는 모든 공정은 15일가량 걸린다.
보안에 민감한 최고경영자(CEO)들은 차에 오를 때마다 신경을 곤두세운다. 밀폐된 차량에서의 통화 내용이 여과 없이 운전기사에게 노출되기 때문이다. 부인과는 헤어질 수 있어도 운전기사는 무덤까지 데려가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고객이 원하는 대로 내장재의 색상과 종류를 선택할 수 있다.
4월 9일 막을 내린 ‘2017 서울모터쇼’에는 이런 우려를 말끔하게 씻어주는 신개념 차량이 선보였다. 뒷좌석을 더욱 고급스럽고 은밀한 공간으로 개조한 ‘EQ900L 리무진’이 주인공이다. 필요에 따라 운전석과 뒷좌석 사이를 차단하는 칸막이를 장착해 CEO의 보안을 극대화한 모델이다. 뒷좌석에서 스위치를 누르면 투명도를 조절할 수 있는 스마트글라스가 불투명해지면서 앞뒤 좌석 사이를 차단해 운전기사로부터 사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다. 운전기사와 대화하려면 차량에 설치된 인터폰을 이용해야 할 정도로 보안이 철저하다.


▎위화감 없이 순정 스타일을 최대한 살리는 게 디자인과 개조기술의 핵심이다.(좌) / 20년 경력의 장인이 리무진에 장착할 시트를 제작하고 있다. 이탈리아산 최고급 나파 가죽을 사용한다.
국내 1호는 정주영 회장 탄 다이너스티 리무진

‘리무진(Limousine)’은 원래 운전석과 뒷좌석이 칸막이로 분리된 차를 뜻한다. 귀족이 타던 마차를 본뜬 것이다. 국내 리무진의 역사는 일천하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1998년 소떼를 몰고 방북할 당시 탔던 ‘다이너스티 리무진’이 국내 1호다. 열일곱 살 때 강원도 통천군 아산리 고향마을에서 아버지의 소 판 돈 70원을 훔쳐 야반도주했던 소년 정주영은 리무진을 타고 금의환향했다.


▎좌석은 여객기 일등석을 방불케 한다. 모든 동작을 터치스크린으로 조작할 수 있다.(좌) / 투명도를 조절할 수 있는 스마트글라스는 운전석과 뒷좌석을 완벽하게 분리한다. 운전기사와는 인터폰으로 대화할 수 있다.
국내 리무진은 8m를 넘는 미국의 초대형 리무진과는 개념이 다르다. 좁은 주차공간과 이면도로 등 국내 환경에 맞게 체구가 작다. 국내 리무진은 뒷자리 승객 공간을 늘인 세단형과 이동 업무에 초점을 맞춘 승합형으로 나뉜다. 현재 국내에서는 현대 ‘제네시스 EQ900 5.0 리무진’ ‘스타렉스 리무진’, 기아 ‘카니발 하이리무진’, 쌍용 ‘체어맨 리무진’ 등이 시판 중이다. 높은 가격임에도 공장에서 나온 획일화된 모델이어서 제각각인 고객의 입맛을 모두 맞춰주지는 못한다. 그렇다 보니 개인적으로 차량 내부를 개조하는 이들이 많다. 이 같은 경향에 맞춰 리무진 개조만 전문으로 하는 업체도 부쩍 늘어나는 추세다.

차량 개조작업은 먼저 시트와 바닥·천장 등 내장재를 모두 떼어내는 것으로 시작한다. 빈자리에는 내마모성이 우수한 마룻바닥 스타일의 바닥재를 깔고, 스웨이드(Suede·부드럽게 보풀린 가죽) 스타일로 천장과 측면을 두른다. 일부 모델의 경우 최고급 이탈리아산 나파 가죽에 마름모 형태의 퀼팅 박음질해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최고 사양 개조로 ‘배보다 배꼽 커지는’ 경우도


▎기존 9인승 ‘카니발 리무진’을 4인승으로 개조해 넓은 공간을 자랑한다.
개조한 리무진 뒷좌석에서는 화상회의를 진행해도 무리가 없다. LTE 급 전용 인터넷망이 차량에 탑재돼 있기 때문이다. 주문에 따라 220v 전원 콘센트, 수납장, 우산꽂이 등을 설치할 수도 있다.


▎‘케이씨노블’ 연구소 직원들이 올 하반기 출시될 예정인 ‘노블클라쎄 EQ900L 리무진’을 최종 점검하고 있다.
이처럼 개조하는 데는 평균 15일 정도 소요된다. 개조한 뒤에는 반드시 자동차성능시험연구소(KATRI)의 안전인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 시트와 차체 사이 연결 부위, 안전벨트, 시계(視界) 범위, 내장재 연소성, 전자파 시험 등에서 합격점을 받아야 한다.

가격은 주문 사양에 따라 다르지만 웬만한 수입 대형차 가액을 넘어선다. ‘카니발 리무진’의 경우 7950만~1억2500만원 정도다. ‘EQ900 리무진’은 개조비용이 출고가보다 5000만원 이상 높다. 모든 개조 공정이 수작업으로 진행되다 보니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리무진 개조 전문업체 케이씨노블 윤덕신 연구소장에 따르면 “리무진 시장규모는 10년 전에 비해 15배 이상 성장했다”고 한다. 윤 소장은 “개조업체들이 많지만 자동차 전문 개발자들이 디자인과 설계를 하고 인증시험을 거친 곳에서 작업해야 더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 사진·글 김현동 기자 kim.hd@joongang.co.kr

201705호 (2017.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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