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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의 대화] 어둠속 마피아의 세계 탐구한 의사작가 안혁 

“마피아 연구로 가족의 소중함 깨달았다” 

글 신승민 인턴기자, 시인 tkagkq12@naver.com / 사진 최정동 기자
의사 출신 저자, 아메리칸·시실리안 마피아 역사와 주요 사건 다룬 논픽션 펴내… 150년 마피아 문제는 현재진행형, 90년대부터 천착한 연구결과 집대성(集大成)

▎저자 안혁(55)은 현직 안과 의사로 미국의 조직범죄 연구에 오랫동안 관심을 쏟아왔다. 그는 1990년대부터 탐구해온 마피아 역사 연구결과를 5권의 논픽션으로 엮었다.
암흑가 권부(權府)가 그림자를 벗었다. 논픽션으로선 상당한 노작(勞作)이다. 서명(書名)은 단도직입적으로 <마피아>다. 저자 안혁(55)은 안과 의사 출신으로 미국조직범죄 연구에 오랫동안 매진했다. 영화 <대부>를 보고 마피아물의 매력에 빠진 뒤 활발한 탐구를 통해 관련 저서와 논문을 발표했다. 전문성을 인정받아 살림지식총서 시리즈 중 <마피아의 계보> 저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는 90년대부터 탐구해온 마피아 역사 연구결과를 5권의 책으로 묶었다. 잿빛 담배연기와 빗발치는 총격(銃擊)으로 각인된 이미지 뒤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해부했다.

150년 역사 속에서 마피아 조직들은 단순 폭력배 수준을 넘어 경제범죄 세력으로 성장한다. 당대 자본시장을 장악해 사업을 확장하고 정치에까지 손을 뻗는다. 저자와의 대화를 통해 집필 및 기획의도, 마피아 역사에 숨겨진 내막,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 등을 들어보았다.

어떤 계기로 마피아 세계에 관심을 갖게 됐나?

“예전에 일본인 르포 작가 오치아이 노부히코의 <2039년의 진실>이라는 책을 인상 깊게 읽었다. 존 F. 케네디 대통령 암살사건의 의문을 파헤친 내용인데, 작가는 그 사건에 마피아가 관련됐음을 주장했다. 영화 <대부>를 통해 그들을 알게 됐지만 실제로 존재하는지는 몰랐다. 그때부터 마피아에 대해 궁금해졌고, 20년 동안 연구해왔다.”

원래는 10권의 책을 계획했다던데, 기획·출간의도가 궁금하다.

“한국인들은 서구인에 대해 막연한 환상을 어느 정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근래엔 많이 완화되긴 했지만, 여전히 ‘서구인들은 우리보다 나은 시스템을 가졌을 것이다. 생각이 앞서 있을 것이다’라고 예단한다. 그들이 우리보다 나은 점도 있지만, 우리와 똑같은 과거를 경험했고 지금도 마피아 문제처럼 미흡한 점이 존재한다는 걸 밝히고 싶었다.”

가장 인상적이고 압도적인 마피아 인물은 누구였나?

“센세이션한 인물을 꼽자면 카를로 갬비노, 갬비노 패밀리라고 봐야겠다. 갬비노와 그 조직은 1921년 미국으로 밀입국해 평생을 불법체류자로 살았지만 국외로 추방당하지 않았다. 다른 마피아 패밀리와 사돈을 맺는 등 합종연횡에 능했다. 20년간 보스로 있으면서 뛰어난 사업 수완으로 막대한 재산을 모았고, 살해당하지 않고 자연사로 임종했다. 큰아들이 1929년생으로 현재 88세인데, 아직까지 살아 있다. 놀라운 일이다.”

책을 보면 마피아가 고도의 ‘경제범죄 조직’으로 새롭게 느껴진다.

“바로 그 점을 말하고 싶었다. 그들의 뿌리는 깊다. 아메리칸 마피아와 이탈리안 마피아는 일찍부터 교류했다. 필요에 따라 라이벌과도 협력하고, 회의로 문제를 해결하기도 한다. 기업이 해외로 진출하는 것처럼, 진작부터 마피아는 다국적기업이 됐다.”

본업이 안과의사신데, 혹시 의학과 마피아 연구 간에 공통점이 있나?

“다른 사람들이 낚시나 등산을 취미로 가지듯, 난 마피아 연구가 취미였다. 공통점이 있긴 하다. 둘 다 ‘왜 이렇게 됐을까’ 하는 궁금증을 해결하는 과정이다. 환자의 눈이 왜 이렇게 됐을까 곰곰이 생각하듯, 어떤 마피아 범죄가 있을 때 왜 그런 사건이 일어났을까를 연구해봐야 했다. 그 과정이 마치 한 편의 거대한 의학 논문 집필과 비슷했다.”

“영화 <대부>의 주요장면은 상당수가 사실”


▎안혁이 쓴 논픽션 <마피아> 전권. 아메리칸·시실리안 마피아의 150년 역사를 총결산했다. / 사진제공·안혁
150년 역사를 복원했다. 마피아의 연원이 궁금하다.

“중요한 질문이다. 그런데 질문은 쉽고 대답은 어렵다.(웃음) 마피아는 시실리 섬이 고향인데, 이 섬은 지중해의 한가운데에 위치하고 있어서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지점이다. 강성한 민족들이 모두 노렸던 곳이다. 그 섬의 원주민들은 외세의 지배 아래서 핍박받았다. 그래서 이들은 자신만의 소통을 하게 됐다. 19세기 중반엔 수차례 혁명을 시도한다. 가리발디의 통일운동에 가담해 정통성을 획득한 후론 시실리 사람들이 이들을 인정하게 된다. 그러나 통일 후에 이탈리아 남부지역과 시실리는 정부로부터 홀대를 받게 돼 지하활동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이들이 바로 마피아의 조상이다. 더 자세한 과정은 책에 있다.”(웃음)

대표적인 마피아 영화 <대부>는 사실에 기초한 게 맞나?

“맞다. 실제로 일어난 사건을 엮어서 스토리를 만들었다. 가령 영화감독을 협박해서 조니 폰테인에게 원하는 배역이 가도록 해준 에피소드나, 모 그린이 이발소에서 총에 맞아 죽는 장면 등이 그렇다. 다만 시간적 배경은 다르다. 소설·영화는 실제 사건들보다 5, 6년에서 10년 정도 더 이르게 조정돼 있다. 또 영화에선 비토 콜레오네가 마약을 취급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현실에선 마피아가 마약사업에 발을 담그고 있었다.”

혹시 마피아를 실제로 만나거나, 그쪽에서 접근해온 적이 있나?

“그런 경우는 없다. (웃음) 다만 어떤 독자분이 내 책을 읽고 메일을 보내와 영화제작을 권유한 적은 있다. 호기심이 들었지만 전문영역이 아니라서 사양했다.”

서구의 마피아는 동양의 삼합회, 야쿠자와 어떻게 다른가?

“처음엔 그 모든 범죄조직을 공부해볼까 생각도 했다. 지금은 내게 그들을 비교할 능력은 없다. 다만 야쿠자 같은 경우는 국가주의에 기운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마피아는 조직을 더 우선시한다. 공통점이라면 그들 모두가 ‘극단의 이기주의’ 조직이라는 것이다.”

현재까지도 마피아가 미국과 이탈리아에서 성행하나? 책을 읽어보니 ‘2012년 기준 마피아 사업 매출액이 1년에 1200억 달러에 달한다’고 나와 있다.

“내가 말한 게 아니라 권위 있는 곳에서 추산한 액수다. 잡지의 추산으로 기억한다. 2014년엔 프랜시스 가톨릭 교황이 마피아와 관련이 있는 바티칸 은행을 개혁하겠다고 말한 일이 있다. 서구에서 마피아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마피아 연구가 저자의 인생에 끼친 가장 큰 영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마피아 조직의 기본단위는 가족이다. 마피아를 연구하면서 가족의 가치에 대해 새롭게 생각하게 됐다. 범죄를 공부하다가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다니, 아이러니컬하지 않은가.”

- 글 신승민 인턴기자, 시인 tkagkq12@naver.com / 사진 최정동 기자

201705호 (2017.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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