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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영의 종교 이야기(13)] 부처님 가라사대 

“경솔한 생각은 원수보다 더 큰 해를 끼치나니” 

김환영 중앙일보 논설위원, 정치학 박사 [whanyung@joongang.co.kr]
고통의 본질은 집착, 떠나보내면 행복해져… 혀는 날 선 칼, 피 흘리지 않고도 사람 죽여

▎서울 개포동 능인선원에 38m 높이의 약사여래불이 2015년 세워졌다. 국내 최대 불상이자 약사여래불로는 세계 최대다.
‘불교!’ 하면 생각나는 대표적인 용어로 선문답(禪問答)이 있다. 선문답이란 무엇인가? 우리 표준국어대사전에 찾아보면 선문답은 (1)“참선하는 사람들끼리 진리를 찾기 위해 주고받는 대화” (2)“주어진 문제와는 상관없이 한가로이 주고받는 이야기를 놀림조로 이르는 말”이라고 나온다.

일반인에게 선문답은 알쏭달쏭하다. 생활인들이 참선 수행자들의 말을 어찌 쉽게 알아들을 수 있겠는가. 게다가 우리나라 불교는 남방불교보다 좀 어렵다고도 볼 수 있는 선불교다.

선불교는 비(非)신자들뿐만 아니라 불자들에게도 어렵게 다가올 수 있다. 기자의 은사님의 어머니는 불교에서 개신교로 개종했다. 이유는? 절을 수십 년 다녔는데도 불도는 아직도 어렵고 처음 가본 교회에서 듣는 말은 쉽게 이해됐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과연 그럴까? 불교는 어렵고 개신교는 쉬울까? 아니다. 쉽다면 둘 다 쉽고, 또 어렵다면 둘 다 어렵다. 불교도 그렇고 그리스도교도 그렇고, 원래 출발 선상에서는 모든 종교가 쉽다. 쉬워야만 한다. 일반 대중이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종교는 생존 자체가 불가능하다. 세월이 수백 년, 수천 년 세월이 흐르다 보니 일부분 어려운 구석이 더 많이 생겨났을 뿐이다.

다종교 사회에서는 종교 간 이동이 활발하다. 불교에서 그리스도교로, 개신교에서 가톨릭으로, 가톨릭에서 불교로···. 뭔가를 믿기를 희구하는 사람들이 믿음의 터전을 옮긴다.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그리스도교에 대한 불만을 품었거나 아쉬움을 해결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불교에 귀의한다.

그들 중 일부는 선문답에 열광한다. 예컨대 “한 손으로 손뼉을 칠 때 나는 소리는 어떤 소리인가(What si the sound of one hand clapping?)”라는 화두에서 묘한 끌림을 체험한다. 과학의 세례를 받은 유럽과 미국의 ‘초보 불교’는 아무래도 ‘이성적’인 답을 내놓을 것이다. 예컨대 이렇게 말이다. “한 손으로 손뼉 칠 때 나는 소리는, 손과 귀의 상대적 크기와 거리에 달렸다.”

서구에서는 지식인층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불교라는 가르침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그들 중 일부는 불교를 ‘자기계발’ 차원에서 수용한다. 그들은 해탈·열반이라는 숭고한 목표 이전에 내 삶을 더 풍요롭게 할 수 있는 대안을 불교에서 발견한다.

우리 불자들이 불교를 어렵게 느낄 때 서구의 불자도 아닌 일반인들이 행복과 성공의 비결과 힌트를 부처님 말씀에서 발견하고 있다. 어떻게 그게 가능할까? 반복하자면, 부처님은 아주 쉽게 말씀하셨기 때문이다. 선문답은 어려워도 부처님 말씀은 대체적으로 쉽다.

물론 가장 쉬운 게 가장 어렵다.

공자님, 부처님의 말씀과 관련해 ‘공자님: 가라사대=부처님: 여시아문(如是我聞)’이라는 등식이 성립한다. 여시아문은 이렇게 정의된다. “모든 불경의 첫머리에 붙은 말.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라는 뜻으로, 불경이 석가모니로부터 들은 내용을 전하는 것이라는 것을 밝혀서 불경이 곧 부처의 말이라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확증하는 말이다.”

불경의 편찬자들은 나름 부처님의 수제자들 중에서도 톱클래스 수제자들이었을 것이다. 이해력이 가장 뛰어난 제자들이었다. 하지만 설왕설래 토론하다 보니 각자 들은 말에서 차이점이 발견됐을 것이다.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는 ‘나는 이와 같이 이해했다’는 말과 같다. 쉬운 말일수록 오해·오류의 가능성이 크다.

유럽·미국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부처님 말씀을 Q&A 형식으로 정리해봤다. 사족(蛇足)이 필요한 경우는 손가락 (F) 다음에 붙였다.(가짜뉴스가 있듯이 가짜 부처님의 말씀도 있다. 여기 소개하는 부처님 말씀 중에는 부처님 말씀이 아닌 것도 포함됐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이가 불성을 품고 있으니 모든 이가 하는 말은 곧 부처님의 말씀이기도 하다)

“스스로를 정복한 사람은 위대한 영웅”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한 여성이 불상 앞에서 기도를 올리고 있다.
Q 무엇이 영원한가.

A “변화 말고는 영원한 게 없다.”

Q 세상은 왜 이렇게 불완전한가.

A “모든 게 얼마나 완벽한지 깨닫는 순간 머리를 뒤로 젖히고 하늘을 향해 웃게 될 것이다.”

Q 고통의 본질은 무엇인가.

A “고통의 뿌리는 집착이다.”

“고통은 확실한 것. 괴로움은 선택하는 것.”

Q 집착을 버리려고 해도 내가 가진 것 중에는 아까운 게 아주 많다.

A “네 것이 아닌 것은 모두 떠나보내라. 멀리 보면 그렇게 하는 게 네게 행복과 이익을 주리니.”

“날고 싶다면 모든 짓누르는 것들을 버려야 한다.”

“우리는 우리가 매달리고 있는 것만 잃게 된다.”

Q 꿈을 이루려면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

A “마음이 전부다.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대로 된다.”

“우리는 생각으로 세상을 만든다.”

“우리의 생각이 우리가 된다. 우리의 느낌이 만물을 끌어 당긴다. 우리 상상이 만물을 창조한다.”

Q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몇 가지를 꼽는다면?

A “결국 세 가지만 중요하다. 얼마나 사랑했는가. 얼마나 상냥하게 살았는가. 인연이 닿지 않는 것은 얼마나 우아하게 손 놓았는가.”

Q 무엇이 우리를 해치는가.

A “우리 자신의 경솔한 생각이 최악의 원수보다 우리에게 더 큰 해를 끼친다.”

Q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될 수 있는가.

A “사람이 깨끗한 마음으로 말하고 행동하면, 행복이 떠날 줄 모르는 그림자처럼 그 사람을 따라붙는다.”

Q 우주 속에서 잘 존재하는 비결은?

A “존재의 비결은 그 어떤 두려움도 지니지 않는 것이다.”

Q 평화의 길은 어디에 있는가.

A “평화는 네 ‘안’에 있는 것이니 네 ‘밖’에서 찾지 말라.”

Q 인생에서 승리란 무엇인가.

A “우리 자신을 정복하는 것이 1000번 전투에서 이기는 것보다 좋다. 나를 이겨야 진정한 승리다. 그 승리는 천사도 악마도 천국도 지옥도 내게서 뺐을 수 없는 승리다.”

“자기 스스로를 정복한 사람이 1000명의 사람을 1000번 패배시킨 사람보다 훨씬 위대한 영웅이다.”

Q 말에는 어떤 다양한 측면이 있는가.

A “잘 짓는다고 좋은 개가 아니다. 말 잘한다고 좋은 사람이 아니다.”

“빈말 1000마디보다 평화를 주는 한마디가 낫다.”

“혀는 날 선 칼과 같아 피도 흘리지 않고 사람을 죽인다.”

“말하기 전에 스스로에게 물어볼 것 세가지. 이것은 참인가, 필요한가, 친절한가.”

“의견이 있는 사람은 그저 돌아다니며 서로를 괴롭힌다.”

Q 실천은 과연 중요한가.

A “그 아무리 많은 성스러운 글월을 읽고 말한다 할지라도 실천하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 없다.”

“무엇이든 해볼만한 가치가 있는 것은 온 마음을 다해 실행하라.”

“불행은 현실 직시하지 않는 데서 비롯돼”


▎‘앙코르의 미소’로 불리는 캄보디아 바이욘 사원의 거대한 불상.
Q 성공한 다음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A “내게는 이미 한 일은 보이지 않는다. 앞으로 할 일이 보일 뿐.”

“떠나는 게 도달하는 것보다 낫다.”

Q 부처, 당신은 누구인가.

A “나는 지구상에 나타난 최초의 부처도 아니요 마지막 부처도 아니다. 때가 되면 또 다른 부처가 세상에서 솟구치실 것이다. 그는 지극한 깨달음을 이룬 성스러운 존재다. 행동에는 우주를 아는 지혜가 가득한 그는, 사람들의 비할 곳 없는 지도자로 천사와 필멸(必滅)을 운명 삼아 태어난 모든 이들의 주님이 되실 것이다.”

F 부처님은 거만하지 않다. 그가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라고 한 이유는 인류를 대표해 인간의 자존감을 키울 필요가 있기 때문이었다.

Q 어떤 무엇은 또 다른 어떤 무엇을 낳는다. 가장 중요한 ‘그 무엇’은 어떤 게 있나.

A “땅에서 보물이 나오듯, 덕망은 선행에서 나오고 지혜는 순수하고 평화로운 마음에서 나온다. 인생살이라는 미로를 안전하게 헤쳐 나가려면, 지혜의 빛과 덕망의 안내가 필요하다.”

Q 불행한 사람은 왜 불행한가.

A “모든 인간의 불행은 현실을 정면으로 직시하지 않는 데서 나온다.”

Q 분노는 사람을 불행하게 한다. 분노를 꺾으려고 해도 쉽지 않다. 분노하고 후회하는 게 사람이다. 분노를 어떻게 해야 할지 도움이 되는 말을 해달라.

A “분노를 붙들고 있는 것은 독을 마시고 나를 분노하게 만든 사람이 죽기를 기대하는 것과 같다.”

“논쟁 중에 분노를 느끼는 그 순간 우리는 진리를 위한 투쟁을 포기하고 우리 자신을 위해 애쓰기 시작한 것이다.”

“분노는 벌 받게 되는 원인이 아니라 벌 주는 주체다.”

“화난 사람은 화내지 않음으로 이긴다. 사악한 사람은 선함으로 이기고, 인색한 사람은 후함으로 이기고, 거짓말하는 사람은 진리를 말함으로써 이겨야 한다.”

Q 우리를 걱정으로부터 해방시키는 말이 있다면?

A “해결될 문제라면 걱정할 필요 없다. 해결되지 않을 문제라면 걱정이 쓸데 없다.”

Q 사랑이란 무엇일까.

A “미움을 멈추게 하는 것은 미움이 아니라 사랑이니. 이것이 영원한 규칙이다.”

“당신은 온 우주의 그 누구보다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

“50명을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50개의 고민의 있고,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아무런 고민도 없다.”

“테두리 없는 사랑을 온 세상으로 발산하라.”

“진정한 사랑은 이해에서 나온다.”

“자신을 진정 사랑한다면 결코 타인을 해칠 수 없다.”

Q 미움 받는 게 사랑 받는 것보다 나은 경우도 있는가.

A “우리의 진상(眞像) 때문에 미움 받는 게 우리의 허상(虛像) 때문에 사랑 받는 것보다 낫다.”

Q 죽음을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A “현명하게 산 사람은 죽음 조차도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행복에 이르는 길은 없다. 행복 자체가 길이다”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단기 출가 체험을 한 동자승이 고개를 숙인 채 머리를 만지며 상념에 잠겨 있다.
Q 바보와 현인은 어떻게 다른가.

A “게으름은 죽음으로 가는 지름길이요 부지런함은 삶의 길이다. 바보 같은 사람은 게으르고 현명한 사람은 부지런하다.”

Q 인생에서 무엇이 대표적인 잘못인가.

A “진리를 향한 여정에서는 두 가지 잘못밖에 없다. 끝까지 가지 않는 것, 시작조차 하지 않는 것이다.”

Q 열반에 도달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하는 사람의 차이는 무엇인가.

A “흔들림 없는 결심으로 팔정도(八正道)의 길을 가는 사람은 반드시 열반에 도달한다.”

Q 명상을 하면 뭐가 좋은가.

A “우리가 명상으로 얻을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우리는 명상으로 분노와 걱정거리와 우울함과 불안감, 늙고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빼앗길’ 수 있다.”

Q 운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A “나는 사람들의 행위와 무관하게 그들에게 들이닥칠 운명에 대해서는 믿음이 없다. 나는 사람들이 어떤 행위를 하지 않았을 때 그들에게 들이닥칠 운명에 대해서는 믿음이 있다.”

Q 인생 최고의 친구는?

A “인생이라는 긴 여정에서 최고의 동반자는 믿음이다.”

Q 믿으려고 애써도 의혹이 생긴다.

A “모든 것을 의심하라. 너만의 빛을 찾아라.”

“아무것도 믿지 말라. 그것을 어디에서 읽었건, 그것을 누가 말했건 따지지 말고 의심하라. 내가 말한 것도 의심하라.

네 이성과 네 상식과 맞지 않으면 내가 한 말도 의심하라.”

F 그리스도교가 믿음을 중시한다면, 불교는 믿음뿐만 아니라 의심도 중시한다.

Q 어제·오늘·내일을 어떻게 살 것인가.

A “매일 아침 우리는 새로 태어난다. 오늘 우리가 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과거에 머물지 말고 미래를 꿈꾸지 말라. 지금 이 순간에 마음을 집중하라.”

“가장 큰 골칫거리는 우리에게 시간이 남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한순간이 하루를 바꿀 수 있고 하루가 인생을 바꿀 수 있고 한 사람의 인생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F 그리스도교와 불교는 둘 다 화급(火急, “걷잡을 수 없이 타는 불과 같이 매우 급함”)의 종교다.

Q 행복의 지름길은?

A “행복에 이르는 길은 없다. 행복 자체가 길이다.”

“우리가 길 자체가 되기 전에는 그 길을 따라 여행할 수 없다.”

“행복을 바란다면 ‘나’를 버리고 욕망을 버려라. 그러면 행복만 남는다.”

“서두르지 마라. 반드시 때는 온다”

Q 기도의 동의어가 있다면?

A “가장 위대한 기도는 인내다.”

Q 용서의 동의어가 있다면?

A “모든 것을 이해한다는 것은 모든 것을 용서한다는 것이다.”

Q 나를 믿는 것보다는 절대자를 포함해 어떤 타자(他者)를 믿는 게 효과적·효율적 아닐까.

A “우리 말고 우리를 구원할 사람은 없다. 우리를 구원할 능력이 있는 사람도 우리요, 우리의 구원을 허락할 사람도 우리 자신이다. 우리 자신이 구원의 길을 가야 한다.”

Q 인생을 대충 살다 보니 이번 생애에서는 기대할 게 없는 것 같다. 다음 생을 기약해야 할까.

A “우리의 과거가 제아무리 무겁다고 한들, 우리는 항상 새로 시작할 수 있다.”

Q 나의 때는 언제 올 것인가. 나의 때는 오기는 할 것이다.

A “그 무엇도 서두르지 말라. 때가 되면 ‘그 무엇’이 반드시 일어난다.”

Q 나는 인생의 스승을 아직도 만나지 못했다.

A “배우려는 자가 준비가 되면 가르치는 자가 나타날 것이다.”

Q 같은 일을 겪고도 사람마다 결과가 다르다. 이유가 뭔가.

A “반응(反應·reaction)하지 말고 대응(對應·response)하라.”

Q ‘불빛’이 강한 이유는 무엇인가.

A “누군가를 위해 등을 켜면, 그 등은 우리가 갈 길도 밝힌다.”

“세상의 모든 어둠도 자그마한 촛불을 끌 수 없다.”

Q 자비에 대한 사람들의 가장 큰 오해가 있다면 그것이 무엇인가.

A “우리 스스로를 포함하지 않는 자비는 불완전하다.”

Q 우리 과거의 과오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A “잘못을 기억하는 것은 마음의 짐을 지고 다니는 것과 같다.”

김환영 - 중앙일보 심의실장 겸 논설위원. 외교부 명예 정책자문위원. 단국대 인재 아카데미(초빙교수), 한경대 영어과(겸임교수), 서강대 국제대학원(연구교수)에서 강의했음. 서울대 외교학과 학사, 스탠퍼드대 중남미학 석사, 스탠퍼드대 정치학 박사. 쓴 책으로 <마음고전> <세계사의 오리진을 만나다> <세상이 주목한 책과 저자> 등이 있다.

201705호 (2017.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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