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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새 대통령이 1년 내 해결해야 할 7대 난제] 2. 북핵 문제, 남북대화 물꼬 틀까 

미국과는 동맹 강화 중국과는 연대 강화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
미·중, 북한에 최대한 압박 가하면서 핵과 미사일 개발 동결을 추진할 것…
전시작전권 임기 내 환수하고, 육·해·공군 병립제를 합참 중심 통합군제로 전환해야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6월말 한·미 정상회담 차 워싱턴을 찾는다.
미국 중심의 자유주의적 세계 질서가 요동치면서 미국은 물론 중국·러시아·일본과 유럽 각국은 각자도생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바야흐로 혼돈과 불확실성의 시대에 들어섰다. 안보는 미국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경제는 중국에 크게 의존하는 한국에는 커다란 도전이 아닐 수 없다. 이전의 두 보수정권의 안보·외교 유산을 안고 출범하는 문재인 정권은 “안보가 튼튼한 나라”를 기치로 삼았다. 그러나 그 내용은 아직 충분히 드러나지 않은 상태다.

문재인 대통령의 외교·안보 진용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지체현상이 내부 혼돈의 결과가 아니길 바란다. 대신 문 대통령이 대외적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장고를 거듭하는 고뇌의 산물이기를 필자는 바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외정책은 미국 주도의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지키려는 의지와는 거리가 멀다. 백악관 진용은 아직도 정비되지 않았고, 정합적 전략도 보이지 않는다, ‘미국 우선’을 표방하면서, 동맹의 가치도 그리 중시하는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

시진핑(習近平) 시기 중국은 이제 과거의 시각으로 판단하기엔 너무나 엄청난 변화를 추동하고 있다. 중국은 자체완결적 시장구조를 구축해가고 있어, 더 이상 미국에 의존적이지 않다. 외교·안보정책 역시 점차 독립적으로 변모하고 있다. 대(對)한반도정책은 근본적인 리뷰가 진행 중이다.

아베 신조 총리의 일본은 새로운 국제질서에 적응하자면 우경화와 군사력 강화가 필수일 것이다. 일본이 동아시아에서 가진 전략적 가치를 강조하기 위해서라도 한국을 더 고립적 상황으로 밀어붙일 것이다. 이 구도에서 한국의 전략적 가치가 약화되고 있다는 증좌가 뚜렷하다. 해양세력인 미국은 위축될 경우 대륙에 붙어 있는 한국을 포기할 수 있다는 유혹에 직면할 것이다. 중국의 새로운 경제역량은 중등적 수준의 한국을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 와중에 북한은 핵무기를 고도화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목전에 두었다. 미·중 세력경쟁의 종속변수라기보다 이제는 스스로 독립적 변수가 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제 핵무기를 갖춘 강국의 지도자로서 마치 ‘광개토대왕 신드롬’을 가진 것마냥 행동하고 있다. 그는 쉽사리 그 꿈을 버리지 않을 것이다. 그를 통제하고 관리하기란 어느 강대국도 수월해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그가 결국 현상변경을 추진할지 모른다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새로운 시대를 여는 정부이다 보니 문재인정부는 당장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성과를 가시적으로 가져오려는 유혹을 크게 받을 수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기 좁은 식견, 소수의 전횡, 비숙의적 정책 결정 과정에 의해 일방적으로 행해진 외교·안보·대북정책의 폐해들을 신속히 거둬들이고 싶은 욕구도 강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혼돈의 시기에 과거의 경험과 기존의 판단 근거로 대응하다간 낭패당하기 쉽다.

미국과 중국은 아직 대한반도정책의 방향을 충분히 드러내지 않았다. 먼저 호기롭게 제시하기보다 그들 스스로 정비하고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새로운 정세를 면밀히 관찰하고, 다양한 영역 변수들에 대한 정합적 판단을 하면서 전략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결미연중(結美聯中)의 전략방향을 제안한다. 미국과 동맹을 창의적으로 강화하고 중국과도 연대를 더 강화해야 한다. 이는 미국이 군사력에서는 우위에 있고, 경제적으로는 미·중 간 역량의 전이가 일어나는 시기의 전략이다. 일방에 편승은 우리의 전략 옵션이 아니다.

북한, 핵무장 위해 남한에 도발할 수도

미·중은 북핵 문제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인식에 합의했다. 양국은 각기 최대한 압박을 가하면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동결을 추진할 것이다.

북한은 이 위기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러시아·일본 카드를 활용하려 할 것이고, 한국의 새 정부에도 과감한 유화정책을 제시할 개연성이 크다. 그러나 북한은 정권의 생존을 보장받기 위해 결국 핵무장을 하려 할 것이고, 한국과 긴장관계도 필요하기 때문에 우리의 대북정책 여부와 별개로 결국 도발할 것이다.

한국이 남북관계에 대한 지나친 확신과 조급증에 못 이겨 먼저 국제공조를 파기한다면 국제사회의 도움을 받아 북한을 억제할 주요 레버리지를 상실하게 된다. 미·중이 취하는 현 수준의 대북공조는 전례가 없는 것이다. 한국에는 북핵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해도 적어도 안정화시킬 절호의 기회다. 이런 기회는 아마도 다시 찾아오지 않을 것이다.

한국은 미·중과 대북한 국제제재 체제를 굳건히 유지하면서, 북한과 국제사회에 대해 비핵화·공존·공영·상호존중의 대북 원칙을 일관성 있게 강조해야 한다. 현재의 미·중 공조는 일정한 성과를 거둘 가능성이 크다. 그 연후 문재인정부는 더욱 창의적으로 미·중을 설득하고, 북한에도 새로운 길을 제시하면서 북한 문제에 접근할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이와 동시에, 북한 도발에 대비해 반드시 국방개혁을 성공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전시작전권을 임기 내에 환수하고, 현재의 육·해·공군 병립제를 합참 중심의 통합군제로 전환해 우리 스스로의 대북 전략·전쟁 운용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

이는 기존의 보수정부가 결코 하지 못했던 일이다. 대북 군사운용은 현재의 방어 위주의 전략에서 공격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한·미동맹의 확장 억제로 북한의 핵공격에 대비하면서도 독자적 공격 역량을 강화해 방어에 취약한 북한이 감히 군사적 도발을 할 수 없도록 준비해야 한다.

시진핑 주도 아래 진행되는 중국의 한반도정책에 대한 재 검토는 한·중 협력 강화에 주요한 기회를 제공한다. 트럼프·시진핑의 정상회담 결과 미·중 모두에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체계 배치 문제의 민감성이나 전략적 가치는 전에 비해 약화할 것이다.

중국은 사드 출구전략을 희망한다. 한국 지도부는 기존의 한·미 합의를 지켜야 한다. 사드가 북한에 대한 방어용임을 분명히 하고, 한·미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에게 이를 보장하면서 자연스레 사드 정국을 벗어날 수 있다. 한미동맹을 다각도로 강화하되, 한국의 안보정책이나 한미동맹이 중국을 적으로 상정하지 않는다는 것을 명백히 해야 한다. 대신 중국과는 대북 공조를 강화하고, 전략적으로 경제협력의 영역을 찾아내고, 환서해-환동해-환북극해 협력과 중국의 ‘일대일로’를 연계하는 미래 협력의 대장정을 시작해야 한다. 이 지역의 분업체계를 재구성해내고, 이익공동체로 재편해 북한도 그 일원으로 이끌어내야 한다.

새 정부의 외교·안보 라인은 할 일도 많고 당장 성과도 내고 싶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너무 조급해하지 말라는 것이다. 때로는 우회하는 길이 직선보다 더 빠를 수 있다. 숙의하면서, 이 어려운 과정을 같이 헤쳐나가야 한다. 만일 이 정부가 실패한다면, ‘코리아 패싱’은 물론이고, 112년 전 경험한 가츠라-태프트 밀약의 망령이 스멀스멀 기어 나올 것이다. 우리의 전략역량을 보여주지 못하면 미국은 한반도를, 중국은 남중국해 이하의 영역을 상대의 영향력 공간으로 인정할 수 있다.

-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

201706호 (2017.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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