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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새 대통령이 1년 내 해결해야 할 7대 난제] 6. 검찰개혁 가능한 해법은? 

‘공수처’ 설치는 검찰개혁 완성 아닌 출발점 

한상훈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현직 대통령도 공수처 수사 대상에 포함해야…
검사의 독점적 영장청구권 폐지하고 검찰은 기소기관·인권옹호기관으로 거듭나야


▎대검찰청은 진경준 전 검사장 뇌물수수 등 검찰비리 사건을 자성의 계기로 삼아 ‘검찰개혁 추진단’을 구성했다. 지난해 8월 31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정병하 대검 감찰본부장(왼쪽)과 윤웅걸 대검 기조부장이 검찰개혁추진단 개혁방안 발표 전 인사를 하고 있다. / 사진제공·오상민
5월 10일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비서실장·민정수석 등의 임명과 함께 곧바로 업무를 시작했다. 북핵 및 사드(THAAD) 문제 등 새 정부의 할 일은 많지만, 고위 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 등 검찰권 개혁은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다. 비선실세에 의하여 국가와 정부, 대학 등 사회의 근간이 휘둘렸다. 그리고 사태가 그런 지경이 되기까지에는 수사권·기소권·영장청구권을 독점한 검찰의 책임이 적지 않다.

이번 국정농단 사태의 배후에 검찰이 있다는 시각까지 존재한다. 검찰권의 혁신 없이 대한민국의 미래는 암울하다. 최순실 국정농단사태 이후 국민은 검찰개혁(30.3%)이 관료개혁(24.0%)·언론개혁(15.9%)·재벌개혁(11.7%)보다 더 시급한 것으로 꼽았다.(<한겨레신문> 2017년 1월 2일 보도) 또 2017년 1월 6일 언론에 보도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검찰개혁이 ‘매우 필요하다’는 응답자가 76.3%에 달하는 등 ‘필요하다’는 응답이 90%나 됐다.

구체적인 검찰권 개혁방안으로는 우선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가 손꼽힌다. 지난 2월 한국리서치가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2.2%는 ‘검찰이 권력으로부터 독립적이지 않다’고 응답했고, 공수처 설치에 대해 87%가 찬성했다고 한다.

이번 대선에서 대부분의 후보도 공수처 설치를 공약으로 내걸었고, 문 대통령도 마찬가지였다.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개혁적 형사법학자인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임명한 것은 공수처 설치와 검찰권 개혁에 대한 대통령의 강한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대한민국 검찰은 범죄에 대한 수사권·수사지휘권·공소제기권·공소유지권 등을 통해 개인에 대한 국가의 형벌권 행사에 독점적 결정권을 행사한다. 주요 선진국에서는 유례가 없을 정도의 과도한 권력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프랑스는 강제수사권을 검사 대신 수사판사가 갖고 있고, 미국은 검사에게 수사권은 있으나 사실상 경찰이나 FBI가 수사하며 검사와 협조관계를 유지한다. 독일은 검사가 수사의 지휘권을 갖고 있어서 실제 수사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나아가 연방제 국가인 미국과 독일은 각 주 검찰이 대부분의 사건을 처리한다. 그 결과 국가차원의 검찰권은 이원화 정도가 아니라 다원화돼 있다.

영국도 ‘중대비리수사처’ 운영


▎문재인 대통령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오른쪽) 임명을 통해 검찰개혁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조 수석은 평소 검찰의 권한을 줄이고 검찰 비리를 감시, 견제하기 위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가 필요하다는 소신을 밝힌 바 있다. / 사진제공·김성룡
그런데 우리나라는 연방제도 아닌 단일국가인데다 검찰이 수사권·기소권·수사지휘권·영장청구권·형집행권 등을 독점해 문제가 심각하다. 형벌권은 국가가 국민 개개인에 부과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하고 무서운 권한인데, 검사가 전권을 행사하는 형국이다.

나아가 유죄가 확정되기 이전이라도 형사입건·압수수색·체포·구속만으로도 엄청난 피해를 입게 되고, 공직자는 사직하거나 직에서 배제되는 결과가 되어 개인뿐 아니라 공무원 조직에도 큰 영향을 준다. 이러한 막강한 권력을 검찰이 사실상 독점해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적 원칙이 상실됐다. 현재의 검찰은 인사권자인 청와대, 대통령만 빼고는 아무도 두려울 것이 없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집단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것이 일반의 인식이다.

이번 최순실 국정농단사태도 최순실과 같은 대통령의 측근이 청와대 비서진의 권한과 민정수석실·검찰권력 등을 배경에 두고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물론 새로 도입된 특별감찰관이 나름대로 감찰활동을 하려고 노력했다지만, 청와대의 공격과 이에 호응한 검찰의 수사착수·압수수색 앞에 속수무책이었다. 특별감찰관은 원래 공수처 설치를 면해보려는 편법으로 만들어진 측면이 있다. 지난 정권에서 수사권이 없는 특별감찰관실이 효율적 사정활동을 할 수 없음이 드러났기 때문에 공수처가 설치되면 특별감찰관실을 흡수통합하는 것이 타당하다.

일련의 이런 상황은 검찰개혁이 가장 시급한 국가적 과제의 하나라는 것을 보여준다. 단순히 ‘검찰 개혁’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검찰권 개혁’이어야 한다. 국민은 ‘검찰권’의 일부를 검찰에 위임했지만, 검찰은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이 권한을 자의로 남용했다. 그랜저검사·벤츠검사 등 검사의 개인비리도 대담해졌다. 10여 차례 특별검사를 운영하였지만, 이제 상설적 특검 또는 공수처가 아니고서는 검찰권 개혁이 요망하게 되었다. 검찰을 견제하고 감시할 수 있는 상설 사정기관인 공수처 설치가 검찰권 개혁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는 견해가 국민 다수의 지지를 받는 이유다.

외국에도 유사한 사례가 있다. 근대 민주주의와 산업혁명의 발상지인 영국의 경우 종래 범죄의 기소를 담당하는 기소청(CPS)과 별도로 중대비리수사처(SFO, Serious Fraud Office)가 있어 뇌물·부정부패·중대사기 등을 독자적으로 수사할 뿐 아니라, 기소까지 담당한다. 검찰과는 다른 별개의 기관인 것이다. 영국은 중대비리수사처·검찰·경찰이 적절히 수사권·검찰권을 분점한다. 이러한 영국의 모델을 뉴질랜드도 수용해 중대비리수사처를 갖고 있고, 호주도 도입을 검토 중이다.

공수처 도입에 대하여 일부 검찰의 반발이 예상된다고 하지만, 검찰은 행정부처에 불과하고 우리나라는 민주공화국이다. 촛불시위에서 보여준 국민의 절실한 요구, 대선 기간 표출된 국민의 여론이 잘 모아진다면 검찰의 반발도 극복할 수 있다. 무소불위의 검찰권력에 대한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적 원리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공수처를 어떻게 운용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공수처장·특별검사의 임명과 직무수행은 중립적이고 공정한 공수처장추천위원회와 같은 위원회가 맡도록 해야 정치권력의 영향을 줄일 수 있다. 공수처 직원의 비리나 범죄는 검찰이 수사할 수 있기 때문에 상호 견제가 가능하다. 공수처 설치를 비판하는 쪽에서는 공수처가 ‘옥상옥(屋上屋)’이 될 것이라고 하지만, 오히려 ‘옥외옥(屋外屋)’이라는 비유가 정확하다. 기존의 검찰이라는 집이 국민의 관점에서 공정한 검찰권을 행사하지 못해 기대에 미치지 못하므로, 검찰 외부에 공수처라는 작지만 아담한 집을 새로 만들려는 것이다.

현직 대통령도 공수처 수사 대상 돼야


▎4월 11일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구속전패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고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우 전 수석의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 사진제공·뉴시스
공수처는 예산도 적고 규모도 작으므로,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같이 더욱 큰 자율권을 부여해도 좋을 것이다. 공수처의 권한 남용이 우려된다면 공수처장추천위원회를 공수처감독 위원회(가칭)로 강화해 공수처장에 대한 추천뿐 아니라 공수처의 직무 집행에 대하여도 가중다수결(단순 과반수 이상의 찬성으로 가결)로 관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으로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공수처 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으므로, 일부 조문이나 자구를 수정해 통과시키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조국 민정수석이 기자회견에서 표명한 바와 같이 내년 6월 이전에 공수처법을 국회에서 통과시켜 공수처를 설치하는 것이 필요하다.

공수처장추천위원회는 검찰총장추천위원회와 달라야 한다. 중립성과 공정성이 더욱 보장돼야 한다. 검찰총장과 별반 다르지 않은 절차와 방식으로 추천이 이루어진다면 공정성과 중립성을 보장하기 어려울 것이다. 야3당이 2016년 8월 공동발의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공수처법안) 제7조를 보면, 공수처장추천위원회는 국회에 두고, 국회의장과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이 협의해 추천한 4명을 포함한 7명으로 구성된다. 국회의 영향력이 다소 크다고 여겨진다.

추천위원회는 법무부장관·법원행정처 차장·대한변호사 협회장 등이 직접 참여하기보다 이들의 추천을 받은 사람으로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한국법학교수회장·법학전문 대학원협의회 이사장·형사법학회 등 학계의 참여를 보장하는 것이 전문가와 국민의 참여를 확대하여 공정하고 중립적인 추천이 달성될 수 있다.

그리고 추천위원회가 처장후보자를 결정하기 위한 투표를 할 때는 비밀투표에 의하도록 법률에 명시해야 할 것이다. 실제 검찰총장추천위원회에서 공개적으로 의사를 표명하다 보니 검찰의 의도가 관철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인사문제를 공개투표로 한다면 검찰이 아니라도 국회나 청와대 같은 다른 권력기관의 의중에 좌우될 위험이 크다.

또한 공수처법안 제2조는 공수처의 수사 대상이 되는 ‘고위공직자’를 규정하면서 대통령은 전직에 한한다고 하여 현직 대통령을 제외했다. 정치적으로 중립적이고 공정한 공수처를 설치했는데 막상 대통령을 수사할 수 없다면 다시 검찰이 맡아야 하는 상황이 될 것이다.

지난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 가능 여부를 놓고도 얼마나 많은 법적 논쟁이 있었는지 상기해 보자. 아마도 법안 발의가 국정농단사건 이전이었기 때문에 현직 대통령에 대한 배려가 아니었나 추측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현직 대통령도 공수처의 수사 대상에 포함되도록 수정해야 할 것이다. 법안 제19조 2항은 소송장애 사유가 있을 때는 수사를 중지해야 한다고 규정했는데, 이는 삭제해도 무방하다.

공수처법안 제18조는 국회 재적의원 10분의 1 이상의 연서로 수사 요청이 있는 경우 등에는 공수처가 ‘즉시 수사에 착수하여야 한다’고 하여 논란이 있었다. 국회의원 30명 정도의 연서가 있으면 공수처가 즉시 수사에 착수한다는 규정은 공수처의 직무가 일부 의원의 연서에 쉽게 영향받을 수 있다는 우려와 비판이 있을 수 있다. 즉시 수사에 착수한다는 규정보다 ‘수사하여야 한다’가 무난할 것으로 생각된다.

아울러, 공수처가 대통령을 포함한 고위공직자의 특정한 범죄를 성역 없이 엄정하게 수사하고 기소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청와대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허용해야 할 것이다. 지난 국정농단사건에서 박영수 특검팀이 법원의 영장을 발부받아 청와대를 압수수색하고자 했으나 청와대의 실력 행사에 막혀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점을 감안할 때, 공수처 법에는 이에 대한 특례가 포함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부 공수처법안의 규정과 문구를 조정할 수 있지만, 큰 문제는 아니고 대승적 차원에서 결단이 필요하다.

공수처의 설치는 검찰권 개혁의 출발이지 완성이 아니다. 검찰조직 자체의 개혁도 간과할 수 없다. 검찰의 인사제도를 중립적으로 재설계하기 위해 검찰총장추천위원회와 검찰인사위원회를 더욱 실질화하고, 그 독립성과 권한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법무장관의 검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은 논란이 많지만, 존속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국민의 대표로서 대통령과 법무장관이 검찰에 대하여 일반적 수사지휘권을 행사하는 것은 당연하다.

정치검사 인적 청산도 단행해야


▎넥슨의 비상장 주식을 뇌물로 받았다는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진경준(50·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전 검사장은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현재 항소심 공판이 진행 중이다. 지난해 7월 14일 검찰 수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 진 전 검사장. / 사진제공·김상선
아울러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도 법무장관이 검찰총장을 통하여 수사지휘할 수 있도록 한 현행 검찰청법도 당분간 유지할 필요가 있다. 검찰도 행정부 공무원으로서 국민의 공복이라면, 국민의 의사를 대변하는 정부 수반에 의한 적절한 방향설정은 불가피하다. 검찰에 대한 청와대의 독점적 인사권이 해소되고, 더욱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검찰인사위원회에 실질적 권한이 부여된다면 청와대 민정수석을 통한 탈법적 수사지휘는 근절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검찰의 제도개선에 앞서 지난 정부에서 국정농단에 관여했거나 묵인하는 등 책임이 있는 정치검사에 대한 인적 청산이 단행되어야 한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듯, 소수의 정치검사가 다수의 선량한 검사를 밀어내고 승승장구해 왔다면, 그러한 불의는 신속히 시정되어야 한다. 검찰 내에서도 신상필벌의 원칙이 지켜져야 할 것이다.

검찰과 경찰 간의 수사권 조정도 필요하지만, 이는 경찰 내의 공정하고 중립적인 수사지휘체계의 정립과 병행되어야 한다. 개헌이 이루어진다면 헌법상 검사의 독점적 영장청구권은 폐지하여 정책적 운영의 묘를 살릴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오늘날 검찰의 신뢰는 바닥에 떨어져 있다. 우수한 인재들이 정의실현을 위하여 검사가 되었지만, 오래지 않아 대부분은 좌절하고 희망을 잃는다. 검사의 기개는 사라지고 직장인만 남는다. 실추한 검사의 자긍심과 명예를 회복하는 길은 민감한 정치적 사건은 공수처에 넘기고, 통상의 범죄수사는 경찰에 맡긴 후 기소기관으로 변화하는 것이라고 본다. 경찰이 수사과정에서 위법하거나 인권을 침해하지는 않는지 감시하고, 적절하게 수사를 지휘하며 기소권을 행사하는 것이 검찰의 나아갈 방향이자 진정으로 국민의 편에 서는 것이다. 검찰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기소기관이어야 하고, 진정한 인권옹호기관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 한상훈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1706호 (2017.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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