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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기획] 네티즌이 본 ‘웃픈’ 대선 

“죄인아, 찰스야, 홍감탱아~” 

박지현 기자 centerpark@joongang.co.kr
친근감 있는 애칭부터 행보 비꼬는 ‘정치 짤’ 유행하며 풍자와 패러디 봇물… 말투, 억양, 실수 등 응용한 유행어 만들며 온라인 민심 표출

▎19대 대선의 묘미는 ‘풍자’였다. 네티즌들은 유머와 해학이 가득한 온라인 민심을 표출하며 패러디 정치의 새 지평을 열었다. tvN 예능프로그램 에서는 각 후보 포스터를 특색 있게 패러디했다. / 사진제공·SNL코리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회자된 대선 한 줄 평이다. 2017년 5월 9일, 불꽃 같이 치러진 ‘장미대선’의 묘미는 풍자였다. 정치혐오로 시작된 촛불민심은 대선으로 이어지며 시민들의 정치의식을 탈바꿈시켰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네티즌들의 풍자가 봇물을 이뤘다.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하고 풍성하게 쏟아진 정치 콘텐트는 흥미거리 그 이상이었다. 정치 신조어와 별명, 패러디가 쏟아졌다. 5명의 후보에 대한 유머와 해학으로 정치는 시민들에게 한 발 더 다가섰다. 일명 ‘웃픈(웃기지만 슬픈)’ 정치의 민낯도 드러났다. 조롱과 비난이 오간 온라인 민심을 들여다보았다.

(※모든 출처는 온라인 커뮤니티)

후보별 패러디

① 문재인 | ‘이니’ ‘명왕’ vs ‘고구마’ ‘문제인’


네티즌들은 후보마다 기상천외한 별명이나 신조어를 만들어줬다. 19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문재인 후보는 높은 인기만큼이나 패러디도 넘쳐났다. 선거기간 내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에게는 주로 ‘이니’ ‘명왕’ ‘달님’이란 애칭이 따라붙었다. ‘이니’는 이름 끝 자만 따 부르는 영남지역의 호칭법에서 온 것이고, ‘달님’은 성인 ‘문(Moon)’에서 비롯됐다. ‘명왕’은 애니메이션 <원피스>의 전설의 해적인 명왕 실버즈 레일리를 닮았다는 점에서 붙었다.

문 후보는 부정적 의미의 별명도 많다. 성격과 언행이 답답하다는 의미의 ‘고구마’부터 ‘문죄인’ ‘문제인’ 등으로 불리기도 했다. 또 아들 준용 씨의 특혜채용 의혹이 확산하면서 ‘문유라’(문준용+정유라) ‘문근혜’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열성 지지자들이 가장 많아 ‘문팬(지지자)들의 독재자’로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 해적이 먼저다.


● 문은 독재자? <매드문스> <양념할지어다>




● “정책본부장과 이야기하는 게…”


4월 25일 대선 후보 TV 토론회에서 문 후보는 유승민 후보의 일자리 공약 관련 질문이 계속되자 “우리 정책 본부장이랑 얘기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 외래어는 한글로 발음?

‘삼디(3D)와 오지(5G)’ 해프닝. 문 후보가 3월 30일 경선 토론회에서 ‘3D 프린터’를 ‘삼디 프린터’라고 읽은 것에 대해 타 후보들의 비아냥이 이어졌다. 이에 오히려 문 후보는 4월 11일 가계통신비 부담 절감정책을 발표하면서 5세대 이동통신을 나타내는 ‘5G(파이브지)’를 일부러 ‘오지’라고 읽으며 반격했다.

● “북한 응원단은 자연미인”


4월 20일 최문순 강원지사와 면담에서 문재인 후보는 “북한 응원단은 자연미인”이라는 발언으로 비판을 받았다. 김정은 북한노동당위원장의 얼굴과 합성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② 홍준표 | ‘홍트럼프’ ‘홍도저’ ‘홍분제’ ‘홍감탱이’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직설적이고 거침 없는 발언을 계속해 네티즌들 사이에선 ‘홍준표가 없으면 대선이 재미없다’고 할 정도였다. 스스로 ‘모래시계검사’ ‘우파 스트롱맨’임을 강조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에 빗댄 ‘홍트럼프’, 필리핀의 두테르테 대통령의 이름을 빌린 ‘홍테르테’ 등도 자주 등장했다. 자서전 논란으로 빚어진 ‘홍돼지발정제(홍준표+돼지발정제)’, ‘홍분제’ 유세 기간 장인어른을 ‘영감탱이’로 지칭하면서 ‘홍감탱이’란 별명도 얻었다.

● “난 ‘모래시계검사’야”


드라마 <모래시계>의 실제 주인공이었다는 홍준표 후보는 ‘모래시계검사’로 불려온 것을 다시 활용해 패러디했다.

● ‘돼지발정제’가 뭐기에


2005년 쓴 자서전으로 인해 빚어진 ‘돼지발정제’ 논란은 한때 실시간 검색어를 휩쓸었다. 인터넷에는 돼지발정제로 쓰인다는 ‘요힘빈’의 사진이 떠돌기도 했다.

●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친 부패보수…?”


홍 후보가 연설 과정에서 자칫 말실수를 한 부분은 사진으로 캡처돼 풍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③ 안철수 | ‘갑철수’ ‘MB 아바타’ ‘안초딩’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역시 대선 과정에서 패러디 바람을 일으킨 주인공이었다. 행보에 따라 여러 별명이 붙여졌다. 정치에 입문한 뒤부터 이곳저곳 간을 본다는 뜻에서 붙은 ‘간철수’라는 별명은 대선 기간 초반부터 연대론을 불식하고 자강론을 주장하면서 ‘강철수’ ‘독(毒)철수’ ‘갓철수’ 등으로 바뀌었다. 대선 경선 기간 갑자기 목소리를 힘있는 중저음으로 바꾸자 ‘루이 안스트롱’이라고도 불렸다. 유세 당시 외쳤던 “OOO할 후보 누굽니꽈아아~!”라는 말투는 유행어로 떠올랐다.

하지만 TV 토론에서 문 후보에게 더불어민주당 측의 음해성 선거운동 여부를 따지며 발언한 ‘MB 아바타’와 ‘갑철수’는 ‘셀프 네거티브(스스로 네거티브)’로 작용하면서 전 국민에게 진하게 각인됐다. ‘MB 아바타’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막후 지원 의혹, ‘갑철수’는 보좌진과 조교들에 대한 ‘갑질’ 논란에서 비롯한 것이다. 딸 재산 논란으로 금수저 이미지까지 덧씌워져 ‘공가왕’이라고도 불렸다. ‘공주(박 전 대통령)가 가니 왕자(안 후보)가 온다’는 뜻이다.

● ‘1+1’ 혜택

안 후보의 부인인 김미경 교수의 서울대 임용이 안 후보를 초빙하기 위한 특혜가 아니냐는 논란을 빚은 ‘1+1’ 논란 당시 포스터.

● “문 후보님, 제가 ‘MB 아바타’입니까?”


TV 토론에서 자신에게 덧씌워진 ‘MB 아바타’와 ‘갑철수’라는 오명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던 안 후보의 발언은 이번 대선 과정에서 가장 큰 ‘자책골’로 꼽힌다. 아바타나 MB와 합성한 사진 혹은 어린이의 글씨로 ‘아바타 아님을 인증’하겠다는 상장 패러디도 쏟아졌다.

● “딸은 건들지 말았어야 했어”


안 후보의 딸 안설희 씨에 대한 재산공개 여부로 논란이 거세지자 국민의당 측에서 등장한 영화 <테이큰>의 한 장면 패러디.

● “지원이 형 울어?”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는 선거 기간 내내 대선 후보들만큼이나 ‘안철수 상왕’이라는 별명과 함께 수많은 패러디에 등장했다. 안 후보가 실수하거나 공격 당할 때 박지원 대표의 표정을 패러디한 사진들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5월 9일 대선 개표 결과 안 후보가 고전을 면치 못하자 박 대표의 심경을 표현한 패러디 사진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 문재인을 도운 안찰스


이번 대선에서 안 후보의 전략이 문 후보를 도운 격이 됐다는 자조 섞인 농담도 나왔다. 안 후보의 공약이나 홍보를 패러디하기 위해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든 네티즌도 있었다. 이 페이스북 페이지 제목은 ‘안철수 캠프가 답답해서 만든 페이지’다.

④ 유승민 | ‘국민장인’ ‘팩트 폭격기’ ‘유사부’

한 자릿수 지지율을 넘지 못한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와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비교적 긍정적 의미의 별명이 많았다. 유 후보의 경우 딸 유담 씨의 미모로 ‘국민장인’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유담 씨는 거리유세 사진 등이 인터넷에서 회자하면서 연예인 못지 않은 인기를 누렸다.

한편 유 후보 지지자들은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를 패러디해 ‘국민닥터 유사부’로 부르기도 했다. 일본식 호칭인 ‘유짱’도 자주 등장한 별명이었다. TV 토론에서 구체적이고 세세한 내용까지 설명하거나 상대방을 지적하는 모습이 호감을 사면서 ‘팩트폭격기’ ‘팩트폭행’ ‘유교수’ 등의 별명도 등장했다.

● <국민장인> <유사부>


⑤ 심상정 | ‘심블리’ ‘심크러시’ ‘2초 김고은’

심 후보는 여장부 같은 면모와 동시에 따뜻함과 정이 넘친다는 의미로 ‘심블리’(심상정+러블리)라는 별칭을 얻었다. 카리스마 있는 여성에게 동경의 의미로 쓰는 말인 ‘걸크러시’를 합쳐 ‘심크러시’라는 별명으로도 자주 불렸다. TV 토론에서는 후보들을 날카롭게 비판하는 모습으로 ‘사자후’ ‘상정활극’ 등의 별칭을 얻기도 했다.

● 심깨비(심상정+도깨비)


대선 출마선언 당시 드라마 <도깨비>를 응용한 ‘심깨비’

● 심고은(심상정+김고은)


젊은 시절 풋풋한 모습이 배우 김고은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애칭 ‘2초 김고은’.

● 따뜻한 후보(?)


배우 이나영의 광고를 스스로 패러디한 심상정 후보.

이슈별 패러디

● 후보들의 ‘상왕(上王)’은?


이번 대선에서는 왕 위의 왕을 뜻하는 ‘상왕’이라는 표현도 많이 등장했다. 최순실 게이트를 거치며 대통령의 ‘비선실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이 이유였다. 특히 후보들의 리더십 부재 논란으로 이어지면서 이들 후보를 ‘막후에서 조종하는’ 인물 혹은 세력의 유무에 대한 공격이었다. 문 후보에게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홍 후보에게는 존경하는 인물로 꼽은 박정희 전 대통령, 안 후보에게는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가 각각 ‘상왕’으로 등장했다.

● ‘토론의 기술’


이번 장미대선에서는 선거운동 기간이 짧았던 만큼 TV 토론의 영향력이 대단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5명의 후보를 제대로 검증할 수단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토론 이후 각 이슈에 따라 유행어가 탄생했다. 후보들이 모호하게 넘어가거나 동문서답으로 곤란한 질문을 비껴가는 데 대한 비판이었다.

● 어린이 말하기 대회에 나갈 사람?


TV 토론을 거치며 ‘초딩’이라는 별명이 붙은 안 후보는 대선이 끝날 때까지 ‘어린이’를 벗어나지 못했다. 토론회 직후 ‘안 후보가 나가야 할 대회’라며 제시된 사진은 ‘KBS 어린이 말하기왕’ 선발대회였다.

● 엄마들을 화나게 한 안 후보?


거리유세를 하던 안 후보가 지하철에서 어린이와 나눈 대화도 회자했다. 초등학생에게 ‘과외는 안 하느냐’고 질문해 서민들의 생활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빈축을 샀다.

● 어버이날 홍준표 대선 홍보에 어머니 카톡 반응

홍 후보 측은 어버이날을 맞아 대선 홍보물을 만들었다. 다른 후보를 지지하는 어머니의 반응은 욕설 한마디였다.

● 후보 포스터 패러디


각양각색인 후보들의 특성을 살린 포스터는 패러디의 원조격이다. 음료수로 표현한 패러디부터, 외국인이 본 포스터, 코미디 프로그램 'SNL 코리아'에서 만든 후보 포스터 등 이색 패러디 물이 유행했다.

대통령이 되어서도…

선거는 끝났지만 패러디는 이어진다. 이번 19대 대통령은 촛불이 부른 참여의식,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달라진 정치문화 아래서 탄생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재인 정부를 향한 온라인 민심의 방향이 주목되는 까닭이다.

● 문 대통령은 최악의 직장상사?


소통을 중시하며 ‘파파미(파도 파도 미담밖에 없다)’라는 별칭을 얻은 문재인 대통령의 첫 휴일 행보는 등산이었다. 5월 13일 토요일 대선 기간 담당 기자단과 함께 산행에 나서자 ‘휴일에 등산 가자는 최악의 직장상사’라는 풍자로 이어졌다. 한 누리꾼은 인터넷 게시판에 “전체적인 기사 내용은 파파미지만, 등산 좋아하는 눈치 없는 직장상사로서의 모습, 여기에 직원들 가족까지 동반하게 하는 최악(?)의 직장 상사로서의 면모는 무려 20여 년 전부터 시작된 거네요”라고 올려 웃음을 자아냈다.

● 꽃보다 청와대


문재인 새 내각과 청와대비서진이 꾸려지고 있다. 비교적 친근하고 젊은 인물들로 구성됐다는 평가 속에 구성원들의 훈훈한 외모가 화제가 됐다. 문 대통령을 비롯해 임종석 청와대비서실장,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와 함께 최영재 경호원까지 TV에 등장하며 연일 관심을 모으는 중이다. 네티즌들은 ‘외모패권주의’ ‘안구정화 내각’ ‘꽃보다 청와대’ 등으로 부르며 친근함과 함께 새 정부에 대한 기대를 나타내고 있다.

- 박지현 기자 centerpark@joongang.co.kr

201706호 (2017.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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