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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운 ‘창조의 본고장’ 바우하우스를 가다(15)] ‘낭만(浪漫)’은 턱을 괴고 온다! 

낭만주의에 빠진 바우하우스를 비판하다 

사진 윤광준
네덜란드의 예술 혁명가 두스부르흐는 바우하우스가 낭만주의에 물들었다고 성토했다. 그는 자연재료를 이용해 상상력을 자유롭게 표현하도록 교육하는 이텐의 기초과정을 주로 공격했다. 이러한 두스부르흐의 등장은 이텐과 갈등하던 그로피우스에게는 또 다른 기회를 제공한다.
#1. 그런 ‘낭만(浪漫)’은 없었다.

‘당신은 참 낭만적이야!’ 누가 당신에게 이렇게 말한다면 어떤 느낌일까? 거칠다가도 여자 앞에서는 한없이 부드럽고, 나긋나긋한 특징을 가졌다는 뜻이 되기도 하고, ‘참 철없다’는 뜻이 되기도 한다. 지금은 그리 감동적인 표현이 아니지만, 신성일의 영화를 보고 자랐던 세대들에게 ‘낭만파’는 칭찬이었다. 미래를 약속하기는 좀 그렇지만, 현재의 사랑을 위해서는 목숨까지도 바칠 수 있는 ‘카르페디엠(carpe diem)’의 올드 버전이라 할 수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낭만’이란 단어는 원래 없었다는 것이다. 20세기 초에 일본에서 급조된 단어다. 그래서 ‘나름 지식인’들은 ‘낭만주의’라는 단어를 애써 기피한다.(그렇게까지 예민한 민족주의는 오버다. ‘낭만주의’라는 단어를 계속 써도 큰 상관없다. 이미 100여 년의 시간을 거쳐 우리 언어의 일부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그런 식이라면 ‘문화’, ‘개인’, ‘민주주의’ 같은 단어도 쓰면 안 된다. 죄다 일본식 조어이기 때문이다.) 일본식 서양어 번역의 주범(?)들을 색출해보면 대부분 후쿠자와 유키치(福澤諭吉, 1835~1901) 아니면 나쓰메 소세키(夏目漱石, 1867~1916)다. ‘낭만(浪漫)’이란 단어 또한 나쓰메 소세키의 창작이다. 소설가이자 영문학자였던 소세키는 1907년 자신이 펴낸 ‘문학론(文學論)’에서 ‘로망(Roman)’이란 단어를 ‘낭만’으로 번역했다. 사물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는 ‘사실(寫實)’의 반대 뜻으로 ‘낭만’이란 단어를 창조해낸 것이다. 이때 ‘낭만’은 ‘허구’ 혹은 ‘상상’의 뜻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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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호 (2017.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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