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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경찰의 ‘야심작’ 셉테드 프로젝트 확대일로 

벽화 그렸더니 범죄가 줄었다! 

최경호 기자 squeeze@joongang.co.kr
국내 2005년 도입돼 지난해 6월부터 경찰 내 범죄예방진단팀과 함께 운영… 환경개선 통해 범죄 줄고, 국민 체감 안전도는 높아졌다는 평가 나와

▎셉테드 도입 이후 지역사회의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는 평가를 받는 부산 사상구 덕포동. 칙칙하던 담벼락에 아름다운 벽화가 그려졌다.
부산광역시 사상구 덕포동은 7년 전 ‘김길태 사건’이 벌어진 재개발 지역이다. 당시 김길태는 집 안에 있던 여중생을 납치, 성폭행한 뒤 살해했다. 이어 시신을 물탱크에 유기(遺棄)하는 잔혹한 범죄를 저질렀다.

악몽 같은 사건이 벌어진 지 7년이 흘렀다.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던 곳이라곤 믿기지 않을 만큼 이곳에 큰 변화가 있었다. 골목길에 밝고 화사한 벽화가 그려졌다. 귀여운 코끼리·사자 캐릭터부터 뭉게구름에 아름다운 꽃까지, 어둡고 칙칙한 분위기는 말끔히 사라졌다.

또 골목길 중간중간에 안전비상벨을 설치해 위험에 처한 시민들이라면 누구나 경찰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했다. 비상벨은 눈에 잘 띄고, 쉽게 손이 닿을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첨단 CCTV도 설치했고, 골목길을 비추는 가로등도 조도가 밝은 할로겐등으로 바꿨다.

셉테드(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CPTED)는 1970년대 미국에서 시작돼 영국·호주·일본 등으로 확산된 범죄예방 환경설계다. 범죄가 발붙이지 못할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셉테드의 핵심이다. 벽화 그리기, 가로등 정비, CCTV 설치 등 일상생활에서 어렵지 않게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국내에서는 셉테드를 도입의 선구(先驅) 격은 경찰이라고 할 수 있다. 경찰이 셉테드 도입하기로 결정한 것은 경찰력만으로 범행 발생의 환경적 요소까지 일일이 제어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2005년 국내 최초로 부천시에 셉테드를 도입했고, 이후 전국 곳곳으로 셉테드 사업을 확대해왔다. 경찰은 셉테드 개념을 사회적으로 확산시키기 위한 노력도 지속적으로 펼친다. 그동안 범죄를 줄이고 체감 안전도를 높이는 등 삶의 질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6월부터 범죄예방진단팀(CPO)도 가동


▎2015년 셉테드 우수 지자체로 선정된 서울 강동구 천호 3동 일대. 방치된 골목길 벽에 그림을 그려 화사하게 바꿨다. / 사진 :경찰청
2015년에는 서울 동작구·성동구, 경기 수원시·안산시·부천시·평택시·파주시·양주시, 경남 창녕군, 경북 포항시, 전북 남원시 등 11곳이 셉테드를 진행했다. 시공 단계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예산 일부를 분담했다.

충남 천안시 원성1동의 경우 좁은 골목길과 공가(空家)·폐가(廢家)가 산재해 있었다. 그러다 보니 외부와 시야가 차단된 곳이 많았다. 그러나 2014년 셉테드 시행 이후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마을 텃밭 가꾸기 사업과 함께 주민·학생·시민 경찰·공무원 등으로 구성된 안심순찰대를 매달 4차례 이상 운영했다.

부산시 영도구 청학1동 해돋이마을은 대표적 낙후지역으로 무허가 주택이 대부분이었다. 이곳에 반사경, 안전비상벨 등 생활방범시스템을 도입하고 건물 외관 개선을 통해 ‘자연적 감시’가 가능한 마을로 바꿨다.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의 ‘다정길’ 벽화 그리기도 시민들의 호응을 얻었다. 벽화는 인생을 사계절 변화에 빗대 따뜻하고 정겹게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가구·빌라가 밀집해 범죄에 취약한 지역으로 분류됐던 경기 부천 오정구에서는 특수형광물질 도포 사업을 진행했다. 광주광역시 남구 월산동 달뫼마을과 대구시 달서구 상인동 굴다리도 환경 개선 후 높은 평가를 받았다. 공가·폐가와 좁은 골목길이 많은 달동네로 광주의 대표적 낙후지역인 달뫼마을에서는 벽면 도색과 함께 CCTV·보안등·안내표시판·방범초소·반사경 등을 설치했다.


▎서울 동작구는 노량진동 일대의 계단에 범죄예방 디자인을 도입했다. / 사진 :경찰청
상인동 굴다리는 노후 임대아파트가 밀집해 있는 데다 인적이 드물어 학교폭력 등 범죄 발생이 우려되는 지역이었다. 이곳에 벽면 방수·도색부터 360도 회전하는 CCTV와 보안등·안전비상벨을 설치함으로써 범죄 발생 가능성을 낮췄다.

이처럼 셉테드 도입 이후 범죄는 줄고 국민의 체감 안전도는 높아졌다는 것이 경찰의 분석이다. 경찰에 따르면 부천시에서는 셉테드 적용 이후 절도 사건이 38.3%, 강도 사건이 60.8% 줄었다. 2014년부터 단계적으로 이 제도를 도입한 부산시 금정구 부곡동 등 부산 지역 16개 마을도 살인, 강·절도, 강간, 폭력범죄가 3분의 1로 감소했다. 반면 체감 안전도는 5% 이상 향상됐다.

경찰은 지난 해 6월부터 범죄예방진단팀(Crime Prevention officer·CPO)도 전국적으로 가동하고 있다. CPO는 범죄 발생 통계를 분석하고 주민과 심층 면담을 한다. 지역마다 범죄에 취약한 이유를 분석하고 그 결과를 지역 사회와 공유한다. CPO는 지역 치안의 자문 역할을 하도록 전문교육을 받은 정예요원들로 구성됐다. 경찰서마다 1~2명씩 총 402명이 배치됐으며, 출범 이후 100일 동안 3만여 건의 여성불안신고를 처리했다.

경찰은 셉테드 사업 추진과 함께 사회적 공감대 형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6월 1일 서울 종로구 내자동 청사에서 ‘서울경찰 셉테드 학술세미나’를 개최했다. 행사에는 김대익 건축도시공간연구소장, 하미경 한국셉테드학회장, 이상언 중앙일보플러스 대표이사를 비롯해 전국의 지자체·기업·학계 등에서 450여 명이 참석해 범죄예방정책의 실효성 제고 방안 등을 깊이 있게 모색했다.

美·英·日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보편화


▎6월 1일 서울 종로구 내자동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서울경찰 셉테드 학술세미나’가 열렸다. 왼쪽부터 김청권 한국셉테드학회 부회장, 김대익 건축도시공간연구소장, 김정훈 서울지방경찰청장, 하미경 한국셉테드학회장, 이상언 중앙일보플러스 대표이사, 이경훈 고려대 건축학과 교수. / 사진 :김경록
미국·영국·일본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셉테드를 접목한 시설 환경 조성이 보편화돼 있다. 미국은 1970년대부터 지역별 주택단지 조성이나 도로 설계 시 범죄예방 관련 사항을 반영했다.

영국은 1998년 ‘범죄와 무질서법’을 제정, 지역 네트워크 활성화와 셉테드를 법제화함으로써 1995년부터 10년간 총 범죄가 47% 감소하는 성과를 달성했다. 영국에서는 전국경찰지휘관협의회에서 1999년 각종 범죄예방 프로그램의 전문적인 인증평가를 위한 ‘ACPO 범죄예방 유한회사’(ACPO CPI: Crime Prevention Initiatives)를 설립했다. 이 회사는 지역주민의 요구가 있을 경우 현장에 출동해 실질적이고 종합적인 범죄예방 진단 및 전략을 제공하고 있다.

일본 도쿄의 미드타운과 롯폰기힐스 등은 도시계획 단계에서부터 셉테드를 도입했다. 이에 따라 모든 주차장에 비상벨을 설치하고 보행자 통로에 5m 간격으로 조명을 설치했다.


▎노천 카페와 발코니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거리의 범법행위를 감시할 수 있다.
한편 경찰청과 중앙일보는 지난해 ‘제1회 대한민국 범죄 예방 대상’ 시상식을 개최했다. 셉테드를 비롯해 각종 치안 활동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이고, 전국적인 범죄예방 활동에 지역사회 구성원 모두가 참여하도록 독려하기 위해 마련한 행사다.

범죄예방 활동에 참여한 공공기관, 민간 사회단체, 기업 등이 수상자로 선정됐다. 공공기관 부문(부산광역시, 포항시, 수원시, 서울 동작구, 인천 서구), 사회단체 부문(한국셉테드학회, 동국대, 사단법인 함께하는 아버지들, 대구 동구 자원봉사센터, 천안시 성환자율방범대), 기업사회공헌 부문(KT, 한국수력원자력㈜, CJ대한통운, ㈜BGF리테일, 한국맥도날드, ADT캡스, 한화손해보험㈜, 이스턴파인즈, ㈜성광유니텍, 한국방범기술산업협회)에서 총 20개 단체가 대상을 수상했다.

- 최경호 기자 squeez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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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호 (2017.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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