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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셉테드 전도사’ 김정훈 서울지방경찰청장 

“원인 제거하는 것이 최선의 범죄예방” 

글 최경호 기자 squeeze@joongang.co.kr / 사진 김경록 기자 kimkr8486@joongang.co.kr
범죄예방진단팀(CPO), 여성안심구역 등도 운영… 촛불집회·태극기집회 이어질 때는 ‘불금(불안한 금요일)’의 연속

▎김정훈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취임 때부터 범죄예방을 강조하는 등 ‘셉테드 전도사’로 통한다. 김 청장이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셉테드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정훈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지난해 9월 23일 제32대 서울지방경찰청장에 취임했다. 경찰대 2기인 김 청장은 경찰청 핵안보기획단장, 서울청 정보관리부장 등을 지낸 경비·정보 분야 전문가로 평가된다.

그는 취임사에서 “주민이 안심하고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경찰의 존재 이유”라며 “신속한 현장 출동과 검거, 취약계층 배려, 테러·재난 대비태세 확립이 중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취임 후로 김 청장은 사전 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6월 1일 서울 종로구 내자동 서울지방경찰청에서 개최된 ‘서울경찰 셉테드 학술세미나’에서 그는 “마을의 환경이 바뀌면 범죄는 줄어든다”고 역설했다. 세미나 직후 김 청장과 만나 셉테드의 중요성, 그동안의 성과, 실효성 제고 방안 등에 대해 들어봤다.

한국의 치안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도시·국가별 세계 최대 비교 통계사이트인 넘베오(Numbeo)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5, 2016년 세계 범죄·안전도 조사 결과 대한민국은 세계 1위에 올랐다. 이 순위는 범죄율과 치안 상황에 필요한 각종 기반시설과 공무원들의 활동 등을 기준으로 평가된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범죄율 자체가 다른 나라에 비해 낮은 반면 검거율은 높은 것으로 평가받았다고 할 수 있다.”

셉테드는 무엇이며, 어떤 계기로 도입하게 됐는가?

“서울경찰은 올해 초 ‘공동체 치안 활성화 계획’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 ‘공동체 치안’이란 치안을 경찰만의 임무가 아닌 지역사회 구성원 공동의 문제로 인식해 함께 해결하고자 하는 범죄예방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환경설계를 통한 범죄예방인 셉테드 또한 이 ‘공동체 치안’의 한 분야다. 셉테드의 학문적 근거인 ‘합리적 선택이론’에 따르면 범죄는 범죄가 발생하기 좋은 환경적 조건이 충족돼 있을 때 발생한다. 셉테드는 범죄가 발생하기 좋은 환경을 찾아서 그 원인을 제거함으로 범죄를 예방하는 것이다.”

셉테드는 경찰의 ‘야심작’으로 평가된다. 이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느끼는 가장 큰 애로사항이 있다면?

“현재 통일된 법령 없이 대부분 지자체별 실정에 따라 예산이 편성돼 셉테드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따라서 경찰이 범죄 진단에 대한 전문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셉테드 사업의 예산은 지자체를 통해 확보·추진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경찰과 지자체 간 협업도나 의지에 따라 추진성과에 다소 편차가 있다. 이에 경찰은 ‘범죄예방 기반 조성에 관한 법률’ 제정을 추진하는 등 체계적이고 통일된 셉테드 사업기반 조성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

셉테드 효과는 어느 정도 보았나?

“서울 노원구 사례를 보자. 2014년부터 관내 일반주택 전 지역에 벽화를 그려 마을 분위기를 밝게 하고, CCTV 등 방범 장비를 보강했다. 그 결과 2년 새 주택침입 절도범죄 52.4%, 폭력 13% 등 전체 범죄가 21% 감소했다. 국민의 체감 안전도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긍정적인 여론도 셉테드 효과를 설명해주고 있다.”

“인권 보장하는 것이 경찰의 존재 이유”

셉테드 이외에 범죄예방을 위한 경찰의 노력으로 어떤 것들이 있나?

“공동체 치안 활동으로 범죄예방 진단업무를 수행하는 범죄예방진단팀(CPO)의 전문성을 강화해 사회 곳곳의 취약요인을 진단·발굴하고 있다. 또 주민·지자체·학계 등과 ‘범죄예방 협의체’를 구성하거나 지역치안 협의회를 개최해 취약요인 해소 방안 및 예산 등 자원의 실효성 있는 투입을 논의하고 있다. 또한 심야에 귀가하는 여성의 안전을 위해 여성안심구역 135개 소, 여성안심귀갓길 492개 소를 지정해 특별 관리하고 있다. 아울러 시민들이 자주 찾는 등산로·산책로 등에는 안내 표지판·비상벨·CCTV 등을 설치하고 순찰을 강화하고 있다. 이 같은 범죄 예방활동과 함께 112 신고 총력 대응 등 검거활동에도 주력한 결과 월평균 75% 이상의 검거율을 유지하고 있다.”

생활 속 효과적인 범죄예방 방법을 소개해달라.

“경찰은 ▷카카오톡 친구 ▷페이스북 ▷블로그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해 시민들에게 범죄예방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평소 이러한 매체를 스마트폰에 다운로드해 적극 활용하면 신종범죄 수법을 파악하는 것은 물론, 다양한 범죄에 대한 예방·대처법을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여성의 경우 야간 귀가 시에는 방범시설이 체계적으로 갖춰져 있는 여성안심귀갓길을 적극 활용해줄 것을 당부한다.”

민간이 셉테드에 참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셉테드는 경찰과 지자체만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으므로 주민·민간단체 등 지역사회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또 누구나 다양한 방법을 통해 셉테드에 참여할 수 있다. 실제로 최근에는 민간에서도 CCTV 등 방범시설의 설치는 물론, ‘자연적 감시’가 가능한 환경을 조성하는 등 자발적으로 셉테드에 참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또한 셉테드 사업 추진을 위한 주민공청회, 지자체 주민참여예산제도에 참여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경우도 많다. 지역 내의 취약요인을 해결하는 데 동참하고자 하는 주민이라면 언제든지 관할 경찰서 CPO에 연락하면 된다. 적극적인 참여를 부탁드린다.”

광화문광장 일대에서는 상반된 성격의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가 오랫동안 이어졌다. 일촉즉발의 위기였지만 끝까지 안전과 질서가 유지됐다.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는 책임감 때문에 서울경찰은 ‘불금’, 불안한 금요일을 보냈다.(웃음) 지난해 10월 말부터 6개월여 간 이어진 탄핵 관련 집회가 지난 4월 15일 일단락됐다. 경찰은 집회·시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한다는 방침 아래 철저한 사전준비를 바탕으로 현장을 세심하게 관리했다. 먼저 단체 간 충돌 및 일반 시민, 기자단 등과의 마찰 방지를 위해 집회장소 주변에 폭넓은 순찰 활동과 검문·검색을 실시했다. 또한 지하철 출입구 등 혼잡 예상 지역에는 충분한 경찰력을 배치해 질서 유지 및 안전사고 예방활동을 적극 전개했다. 무엇보다도 자발적으로 ‘비폭력’ 구호를 외치는 등 집회·시위에 참가한 국민의 성숙한 시민의식 덕분에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된 집회가 잘 마무리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경찰차 벽에 꽃 스티커를 붙였던 시민들이 집회가 끝나자 스티커를 직접 제거한 모습에 가슴이 뭉클했다.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준 시민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검·경 수사권 조정을 전제로 경찰에 인권 강화 방안을 주문하고 있다. 인권 수사에 관한 김 청장의 소신은 무엇인가?

“평소 인권을 보호·보장하는 것이 경찰의 존재 이유라고 강조하고 있다. 나아가 다른 사람의 인권을 침해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을 검거해서 처벌하는 것이 경찰의 임무라고 생각한다. 한마디로 말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인권이다. 현장에서 업무를 수행할 때 인권 친화적인 노력을 해줄 것을 직원들에게 당부하고 있다. 앞으로도 인권 수사와 관련해 지속적으로 교육시킬 것이며, 현장에서 인권 수사를 잘 실천할 수 있도록 더 독려하겠다.”

- 글 최경호 기자 squeeze@joongang.co.kr / 사진 김경록 기자 kimkr8486@joongang.co.kr

201707호 (2017.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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