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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인취재] 평창 유치의 주역 박용성·나승연의 호소 

“이보다 더 좋은 외교 기회가 있나?” 

글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사진 김경빈 기자
북한 고위층 참관 등 남북관계 개선의 전기로 활용 가능… 남은 기간 영어 소통과 교통시설 확충 등 디테일에 더 신경 써야

▎평창 유치의 주역이었던 박용성(왼쪽) 당시 대한체육회장과 나승연 전 2018 평창 유치위원회 대변인. [촬영협조·조직위원회]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의 동대문 두산타워 집무실을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것.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 기념으로 받은 감사패와 기념 선물이다. 2011년 7월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자크 로게 당시 위원장이 “평창”을 선정 도시로 호명했을 때, 박용성 당시 IOC위원은 맨 앞줄에서 벌떡 일어서며 환호성을 질렀다. 그의 옆에서 이명박 당시 대통령,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겸 유치위원장,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겸 IOC 위원 등도 함께 환호하는 사진이 다음날 대부분의 조간신문을 장식했다.

박 전 회장은 유치의 또 다른 주역으로 나승연 당시 유치 위 대변인을 꼽는다. 아리랑TV 앵커 출신으로 현재는 영어 커뮤니케이션 컨설팅 업체인 오라티오의 대표인 나 전 대변인은 평창의 ‘입’ 역할을 톡톡히 했다.

6월 10일 박 전 회장의 집무실에서 만난 두 사람은 6년 전 올림픽 유치의 노력과 열정을 내년 올림픽의 성공적 준비에 다시 쏟아부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나승연 전 2018 평창 유치위원회 대변인(이하 나승연) _ 2011년 7월 6일 (IOC 위원들의 투표를 앞두고) 프레젠테이션을 마친 뒤 회장께서 그랬다. “우리가 됐어”라고. 그 이전에 두 번 실패했었는데, 세 번째는 어떤 점이 달랐나?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이하 박용성) _ 내가 그래도 사업하는 사람인데, 밑지는 장사는 안 한다.(웃음) 2010년과 2014년 겨울올림픽은 각각 (캐나다) 밴쿠버와 (러시아) 소치에 넘겨줬었다. 가장 큰 문제는 IOC 위원들과의 소통을 제대로 할 적임자들이 없었다는 점이다. 그땐 나도 IOC 위원이었는데, 내게도 유치 담당자들이 적극적으로 지원 요청을 안 하더라.

나승연 _ 평창도 세 번째 도전에선 많이 달라졌다고들 했다. 로게 위원장이 평창의 성공 요인으로 세 가지를 꼽았다. 첫째가 리더십, 둘째가 김연아 선수를 필두로 한 한국 여성의 적극적 유치 활동, 셋째가 매끄러운 소통이었다. 유치라는 공동 목표를 향해 하나로 똘똘 뭉친 게 큰 요소가 아닌가 싶다.

박용성 _ 동의한다. 이광재 전 강원지사, 최문순 당시 지사도 야당이었지만 평창 유치에 발벗고 뛰었다. 정병국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본인도 욕심이 있을 텐데, IOC 위원들 앞에 프레젠테이션 하는 기회를 김성환 당시 외교통상부 장관에게 양보했다. 이만한 하모니는 없었다. 유치 일념으로 똘똘 뭉쳤으니까.

나승연 _ 김연아 선수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마지막 프레젠테이션을 앞두고 매일 비공개로 연습 강행군을 했었다. 하루하루가 다르게 실력이 부쩍 늘었다. (미국인 컨설턴트였던) 테렌스 번즈가 ‘오케이 연아, 내일은 이 부분을 다섯 번만 더 읽어와요’라고 조언을 하면 다음날 적어도 20번은 읽은 것 같았다.

평창올림픽은 국민통합 디딤돌

박용성 _ 그해 2월 밴쿠버겨울올림픽에서 김연아 선수가 금메달을 땄었다. 메달 획득 직후 기자회견 사회를 내가 대한체육 회장 자격으로 봤는데, 당시 김연아 선수가 영어가 아니라 한국어로 답변하고 싶다고 했다. 그로부터 6개월도 지나지 않은 7월 6일 더반 IOC 총회에서 그가 보여준 영어 실력은 놀라웠다. 테렌스 번즈 역시 김연아 선수의 영어 실력에 대해 ‘노 프라블럼!’이라며 전혀 문제 없다고 했다.

나승연 _ 평창올림픽이 얼마 남지 않았다. 조직위도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준비를 열심히 하고 있을 텐데 어떤 조언을 하고 싶은가?

박용성 _ 두 가지만 조언하고 싶다. 첫째는 소통의 벽을 허물라는 거다. IOC 위원들, 그리고 실무진들과 경청은 생략하고 이름만 불러가며 때론 논쟁도 벌여야 한다. 부당한 판정에는 항의해야 하는데 언어 장벽 때문에 눈뜨고도 메달을 빼앗긴 경우가 여럿이다. 평창에서만큼은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영어에 능통한 자원봉사자들도 적재적소에 배치돼야 한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다. 자원봉사자들이 구름처럼 몰렸지만 영어로 질문하면 다들 꽁무니를 빼곤 했었다.

나승연 _ 또 한가지는 뭔가?

박용성 _ 교통 불편이 절대 있어선 안 된다. 1996년 애틀랜타 여름올림픽 때 얘기다. 친구였던 모 IOC위원이 갑자기 호텔에 오더니 마구 불평을 늘어놓더라. 점잖은 친군데 말이다. 사정을 들어보니, 40분이면 족하다던 공항에서 호텔까지 오는데 6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달나라에까지 인간을 보낸 미국이라는 나라가 고작 이런 교통편 하나 제대로 갖추지 못하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나 전 대변인은 어떤 조언을 하고 싶나?

나승연 _ 교통 문제는 공감하다. 우리는 IT 강국이기도 하니, 앱을 따로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싶다. 개인적으로는 시들해진 관심이 걱정이다. 유치 직후엔 강연을 나가면 “수고했다”, “고맙다”던 반응이 요즘은 “예산만 잡아먹고 메달도 못 딸 올림픽은 왜 유치했느냐”며 심드렁하다. 평창올림픽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다시 불러 일으켜야 한다.

박용성 _ 묘안은 뭐라고 보나?

나승연 _ 당시 우리는 IOC에 ‘베스트 오브 코리아’라는 프로그램(한국의 다양한 식문화를 소개하는 레스토랑을 평창에 오픈하는 방안 등)을 운영하겠다고 약속했었다. 근데 예산 문제로 취소됐다. 평창은 사실 문재인 정부의 첫 대규모 국제 행사이기도 하다. 대회의 성공이 곧 정부의 성공이라는 생각으로 임했으면 한다. 게다가 국민통합에도 올림픽만한 게 또 있을까? 1988년 서울올림픽이 우리가 국제무대에 데뷔하는 계기였다면 2018년 평창겨울올림픽은 세계에 한국의 미래를 보여주는 기회가 될 것이다.

박용성 _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다. 우리나라 현실에선 대통령이 움직여야 한다. 앞으로 6개월간 잘하면 정말 성공할 수 있다. 명분도 충분하다. 스포츠 이벤트인 평창올림픽은 남북관계 개선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참관하러 올 수도 있지 않을까?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 깜짝쇼로 자신의 측근 3인방을 내려보냈던 사례도 있지 않나. 뿐만 아니라 중국 시진핑(習近平) 주석이나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도 관계 개선을 모색할 수 있다. 평창 바로 다음 올림픽인 2020년 여름올림픽은 도쿄에서, 2022년 겨울올림픽은 베이징에서 열린다. 이보다 더 좋은 외교의 기회가 있나?

나승연 _ 평창이 성공하면 나라도 성공할 것 같다. 평창 유치 슬로건인 ‘뉴 호라이즌즈(New Horizons, 새로운 지평)’를 열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러자면 평창만의 감동 스토리가 있어야 할 것이다. 국민이 움직여야 평창이, 한국이 세계를 감동시킬 수 있다.

박용성 _ 맞는 말이다. 이미 경기장 시설과 같은 하드웨어는 착착 잘 진행되고 있다. 문제는 소통과 같은 소프트웨어다. 남은 7개월, 준비 잘하길 바란다. 우린 할 수 있다.

- 글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사진 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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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호 (2017.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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