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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인터뷰] 12년 만에 신작 장편소설 펴낸 소설가 이외수 

“부패 촉진제 고위직들, 응징하고자 했다” 

글 박지현 기자·신승민 인턴기자 centerpark@joongang.co.k /사진 김춘식 기자 kim.choonsik@joongang.co.kr
“정치적 성향은 거의 없는 편… 보수정권 때 라디오 비롯한 방송·강연 활동 중지됐다”

“보복 해야 해. 그래서 이거 썼잖아. 펜이 칼보다 무서운 모습을 보여야 되지 않겠어?”


소설가 이외수가 신작 <보복대행전문주식회사>(전2권, 해냄)를 펴냈다. 2005년 <장외인간> 이후 12년만의 장편소설이다. 모바일 플랫폼 <카카오페이지> 사전 연재를 거쳐 두 권의 책으로 엮었다. 수목원을 운영하는 주인공이 오랜 은둔생활을 마치고 식물과 교감할 수 있는 능력을 통해 만물의 힘을 빌려 부정부패가 만연한 세상에 응징을 가한다는 내용이다.

작품에서 그는 사회 곳곳의 부정부패를 고발하고 4대강사업의 병폐를 지적하는 등 현실사회에 대한 비판을 짙게 깔았다. 이 작가는 5월 30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출간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지금까지 대한민국은 창고에 너무 많은 쥐들이, 식구들이 먹을 쌀보다 더 많은 쌀을 먹지 않았는가”라며 “소설에서도 그 부분을 지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세상의 방부제가 돼야 할 존재들이 부패 촉진제의 역할을 해왔다”며 “거기에 대표되는, 상징되는 존재들을 소설 속에 등장시켜 응징했다”고 집필의도를 설명했다.

트레이드마크였던 머리를 단정하게 자르고, 흰색 재킷에 형광빛 운동화를 신은 그는 한층 젊어 보였다. 항암치료를 위해 허리까지 내려오던 머리를 잘랐다고 했다. 이 작가는 3년 전 위암 판정을 받고 3기 상태서 위 전부를 절제했다. 총 8차례 항암치료를 받았고 세 번의 폐기흉 수술과 유방암 치료까지 거쳤다. 그럼에도 답변의 요지는 또렷했고 회상은 구체적인 편이었다. 스스로 ‘무위(無爲-無胃)자연인’이 됐다며 농담도 했다.

수년간 암투병을 한 걸로 안다. 건강은 어떤가?

“지금은 아주 괜찮다. 사실 3차 (항암) 치료했을 때 힘들었다. 면역력도 백혈구수치도 현격하게 떨어져서 잠깐 투약을 중단했다가, 다시 회복한 다음에 치료에 들어갔다. 사경을 여덟 번 정도 헤맸나? 매일 항암일지를 써서 페이스북에 올렸다. ‘함께 극복하자’고 하니 많은 사람들이 용기를 얻었다고 얘기하더라. 나 역시 ‘정신력으로도 되는구나’ 하는 자신감을 가지게 됐다. 처음에 항암투병이 끝나면 보통 3개월에 한 번씩 정기검진을 받는다. 그 다음엔 6개월에 한 번씩이다. 현재까진 이상 없다고 판정 받았다.”

식사는 잘하는 편인가?

“메추리알 두 개 정도가 한 끼 분량이다. 하루에 여덟 번씩 나눠 먹는다. 맛있게, 작게, 자주 먹으라고 하는데 잘 안 된다. 성에 안 차니까 조금 무리해서 먹긴 한다.”

특별히 건강관리법이 있나?

“증강현실 게임인 포켓몬고가 유일한 건강관리 비법이다.(웃음) 휴대폰을 들고 다니면서 귀여운 캐릭터들을 잡으면 성취감이 생겨. 가끔 초딩 애들이 ‘와! 할아버지가 포켓몬고를 다해?’ 이러면서 놀라곤 한다.”(웃음)

“세상이 좀 많이 썩었다고 생각했다”


▎1. 이외수 소설가는 문학에서 진보·보수의 프레임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인간다운가, 인간답지 못한가가 논거”가 될 뿐이라고 밝혔다. 2. 이외수 소설가의 예전 습작 초고(初稿). 원고지에 휘갈겨 쓴 필체가 강렬하다.
외람되나 그 연세에 증강현실게임을 하는 게 신기해 보일 수도 있겠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은 잘못된 말이다. 1년을 살았다는 건 1년을 경험했다는 것이고, 그만큼 지혜로 바꿀 수 있는 요소를 간직했다는 뜻이거든. 나이 들었다고 하는 자체를 낡았다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우리가 보기에도 나쁜 놈들을 응징하는 일을 법에만 의존하게 되면 세상이 쉽게 정화되지 않습니다. 돈 있고 빽 있는 놈들에게는 법이라는 그물이 아무런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지요. 대어급에 속하는 놈들은 모조리 빠져나가 버리고 치어급에 해당하는 놈들만 걸리는 경우가 태반입니다.”_(이외수, <보복대행전문주식회사1> 중)

이 작가의 이번 신간 내용은 ‘식물 교감 채널러의 권선징악(勸善懲惡)’으로 압축된다. 자연과 소통하는 주인공이 우주만물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 ‘보복대행’으로 온갖 부정부패를 엄단하는 스토리다. 동물학대, 뇌물수수, 공금횡령, 직권남용, 환경파괴 등을 치죄한다. 심판 대상엔 정계·학계·언론 모두가 포함된다.

어떤 계기로 신작을 구상하게 됐나?

“세상이 좀 많이 썩었다고 생각했다. 문학이 시대적 도구나 정치적 도구가 되어선 안 되지만, 그러나 그것(사회현실)을 묵과하는 것도 일종의 범죄라는 의식을 갖게 됐다. 작가로서 무책임한 거 아닌가 하는 책임감 같은 것도 느꼈고. 이제 내 나이가 70인데 눈감아 주는 것은 관용이 아니다. 작가로서의 사명감도 어느 정도 작용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사명감이었나?

“세상이 썩어가고 있는 것을 방치만 할 게 아니라, 방부제 역할도 해야 되겠다 하고 나섰다. 지위가 높더라도 그 사람의 성공에 의해서 고통 받는 사람이 많아진다면 그건 결코 올바른 의미의 성공은 아니다. 불행하고 고통 받는 사람이 없는 성공, 그 성공에 의해서 기쁘고 행복한 사람이 더 많은 성공, 그것이 참다운 성공이다. 그런데 정작 우리나라 고위직들은 대개 보면 그 참된 성공을 보여준 사례가 드물었다. 어쨌든 ‘부패 촉진제’ 역할을 하는 사람부터 먼저 응징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소설은 그게 가능하니까.”

소설에서 국회의원의 부정부패, 언론의 은폐·왜곡, 4대강사업의 병폐를 주로 지적했는데 현실을 많이 투영했나?

“평소에 트위터에서도 늘 지적해왔다. 특히 4대강 문제는 처음부터 더 정밀한 검토가 필요했고 민의를 수렴해야 했다. 전문가들이 확실하게, 정밀하게. 보통 독일에서 전문가들이 얘기했을 때는 사전조사, 기초조사만도 10년 이상 걸린다고 하던데, 우리나라는 1~2년도 안 걸려서 강행해버렸지 않은가.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 또 그 이전 정부든, 대한민국 정부의 특징이 뭐냐 하면, 일단은 일을 벌려놓고 그 다음은 국민들에게 원성을 듣고도 끝까지 강행한다는 거다.”

지난해 말 국정농단 파문에서 시작해 탄핵정국을 거쳐서 대선까지 치렀다. 그 과정을 어떻게 보았나?

“역시 우리는 정의의 힘을 믿어도 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을 했다. 그동안 상식도 없어져버리고, 도덕도 실종되고, 양심까지도 부재하는 오랜 시대를 겪어왔다. 1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광화문거리로 쏟아져 나왔어도 유혈사태가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이 놀라웠다. 세계적으로 아름다운 시위문화를 보여줄 수 있었다는 것에 대해서 참 감동적이라고 느꼈다. 또 우리가 뽑은 대통령이, 전(前) 정권이 4년 동안 해냈던 걸 단이틀 만에 다 해냈다라고 하는 소리를 들을 정도다. 정말 (이번 대선이) 민주주의의 봄을 불러들였다.”

그는 자신이 ‘종북좌빨’로 불리는 것에 무척 억울해했다. 이 작가는 “나는 정치적인 성향이 거의 없는 편”이라며 “날 종북좌빨로 모는 쪽 특성은 오히려 부정부패와 연루된 당사자들이 많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예술가들이 정치적인 발언을 하는 것에 대해 찬반이 나뉘는데

“인간이라면 누구나 정의로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도) 정의에 입각하는 것일 뿐이다. 현실참여정신이거나 그런 건 아니다. 난 정치적인 성향은 거의 없는 편이다. 그러니까 내가 공히 문재인 후보, 박근혜 후보, 안철수 후보 다 오실 때 거부하지 않고 수용을 했던 것이다. 어떤 측 요구도 다 들어줬다. 다만 유독 나를 ‘종북좌빨’로 모는 쪽의 특성을 보면 부정부패와 연루된 당사자들이 많다.”

“거총(据銃) 자세도 모르면서 나를 ‘좌빨’ 취급해”


▎5월 3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신작 장편소설 출간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이외수 작가가 이번 신간 '보복대행전문주식회사'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신준봉
‘종북좌빨’이라고 불리는 게 억울한가?

“억울하다. 내 아버님이 국립묘지에 안장돼 계시고 화랑무공훈장까지 받으셨다. 나도 내 아들도 3대가 다 병역을 마친 사람들이 ‘좌빨’이면, 아니 그러면 본인들은 뭔가. 군대도 안 갔다 오고, 하다못해 거총(据銃)도 모르면서 말이다.(웃음) 거총자세를 보면 눈탱이가 밤탱이가 되는 그런 거총자세를 뻔뻔하게 하고, 그 사진을 갖다가 인터넷에 올리고 그럴 정돈데. 그걸 보면 이 나라가 참 어디로 가나 싶기도 하다.”

SNS에서 진보적인 성향을 많이 드러내 그런 건 아닐까?

“사실은 대한민국에 창고의 쥐 같은 존재들이 얼마나 많았나. 아니, 식구가 먹을 쌀보다 쥐가 먹을 쌀이 더 많으면 되겠나.”

문학에서 진보·보수의 프레임은 없다고 생각하는가?

“그건 없다. 정의로운 것인가, 인간다운가, 인간답지 못한가가 논거다.”

트위터 상에서 이 작가의 발언은 늘 화제를 모았다. ‘대통령 후보들의 TV토론을 보면서도 아직 복장이 터져 죽은 사람이 아무도 없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참을성, 정말 대단하지 않나’, ‘문재인 정부를 욕하고 싶다면 박근혜 정부가 어땠는가를 되돌아 본 다음 욕하는 것이 순서가 아니겠나’ 등 이외수 작가는 정치적인 발언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트위터 대통령’이라는 별칭처럼 SNS에서 인기가 많다. 하지만 정치적 발언 때문에 안티들이 생기는 건 불편하진 않나?

“엄청나게 불편하다.(웃음) 거기다 언론까지 합세하게 될 경우에 더욱 그렇다. 나는 모 신문이 한 달 동안 34회를 사실무근한 스토리를 조작해서 실제로 유포했다. 거기에 인터넷 커뮤니티인 ‘일베’ ‘시발단’이 가담을 했다. 거기다 ‘타진요’까지 합세했다. 그러면 60만이다. 일부 문인이 뭐라고 얘기했는가 하면, ‘사회부·문화부·경제부에 더해 이외수 부서가 하나 생겼다’고 말할 정도였다. 연재하다시피 악덕기사를 유포했으니까.”

거기에 대응했나?

“안 했다. 나는 분명히 함정이 있다고 생각했고, 거기에 말려들면 분명히 백전백패한다고 봤다. 그러니까 ‘참는다, 나중에 소설로 보복해주마’ 했고, 이번에 (책으로) 보복했다.”(웃음)

악플 대처방법은 뭔가?

“처음에는 우호적으로 대하고 소통도 해봤는데, 가장 즉각적으로 개선하는 방안은 공권력을 비는 수밖에 없더라. 이재명 성남시장이 하는 걸 보고 ‘아, 저 방식이 최상이구나’ 했다. 악플을 다는 행위는 거의 병이다. 우리가 글을 다 사생활까지 들춰보고 판단할 순 없는 거지만, 냄새만 맡아도 썩은 사과인지 싱싱한 사과인지는 알 수 있지 않겠나.”

SNS에서 발언할 때 수위를 충분히 고려하나?

“그렇다. 특히 도덕적으로 더욱 그렇다. 아니 무슨 벌금 정도 맞을 짓하고, 방에서 2~3년 썩을 짓하고는 다르지 않은가. 방에서 30년 썩을 놈이 뻔뻔하게 돌아다니고 있으면, 벌금 몇 푼 맞는 거 겁나 가지고 가만히 있고 외면하는 건 인간의 도리에 어긋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가차없이 돌직구 날려버린다.”(웃음)

“‘춘천거지’ 경험이 지금 청년세대에 말할 수 있는 이유”


▎2008년 10월 화천 감성마을 자택에서 MBC 라디오 ‘언중유쾌’를 녹음 중인 이외수 작가. 그는 “이명박 정부 때부터 라디오를 하나 진행한 게 있었는데 다 해체시켜버렸고 (당시) 모든 활동이 중지됐었다”고 밝혔다. ‘이외수의 언중유쾌’는 방송 1년만인 2009년 폐지됐다.
이 작가는 그동안 외계 지성체와 10년간 채널링(Channeling)을 해왔다고 주장한다. 믿거나 말거나 식의 소신이었지만, 그는 평소 가치관과 작품에서도 타자와의 호흡과 소통을 중시한다. 200만이 훌쩍 넘는 트위터 팔로워와 대화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인 이유는 만물을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라는 평소 지론은 누군가에게 ‘괴짜’스럽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사람과 자연, 외계의 존재들과도 활달하게 소통하는 그의 일상 또한 자유로웠다.

평소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나?

“난 거의 규칙적인 패턴 같은 것은 없다. 밤을 늘 새우긴 한다. 어떤 날은 한 11시간, 12시간씩 몰아 잔다. 어떤 날은 이틀 동안 안 자면서 집필하는 경우도 있다. 무절제하고 무질서한 삶의 방식인데, 예전에 노숙자 시절을 몇 년 보낸 적이 있다. 그때 당시엔 장래가 근심이 돼서 잠이 안 왔었다. 한시도 편히 잠들어 본 적이 없다.”

노숙자 시절이라면 언제 경험을 말하나?

“데뷔 전인 20대 말부터 30대 초반까지다. (돈이) 없어서, 할 수 없이 했다. 나는 춘천에서 했다. 그때 당시 내 별명이 춘천 거지였다.”(웃음)

그래서 지금 청년세대들을 향해 많이 말씀하시나?

“젊은이들이 좌절하거나 자살률 높은 것에 대해서 너무 안타깝게 생각한다.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 ‘그게 다는 아니다’, 그러니까 늘 내가 말했던 ‘존버(존나게 버티는)’ 정신이 필요하다. 정말로 ‘존나게’ 견디다 보면 운이 바뀌는 시대가 올 것이다.”(웃음)

젊은이들의 고민상담도 했었나?

“실제로 (감성마을에) 찾아오는 젊은이들에게는 다 얘기한다. 비교적 안타까운 거 있으면 잘 들어주는 편이다. 사실 이명박 정부 때부터 라디오를 하나 진행한 게 있었다. ‘이외수의 언중유쾌’라고 해서, 그런데 그것도 다 해체시켜버렸고. (당시) 모든 활동이 중지됐었다.”

정부가 중지시킨 것으로 보나?

“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알아서 기는 거다. 예를 들자면, 화천에 3개 사단이 있는데 내가 관심사병 교육을 맡기도 했다. 나한테 교육받은 관심사병들은 사고 사례가 단 한 건도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사병들을 안 보내는 거다. 몇 년 지난 다음에, 박근혜 정권으로 넘어와서 어느 군 간부가 만찬 자리에서 얘기를 했다더라. 청와대에서 문서가 하나 날아왔는데 이외수 사상이 의심스러우니까 가까이하거나 의뢰하지 말라고 하는 문건이 내려왔다는 거다. 그래서 강연이든 CF든 방송이든 눈치를 보고 나한테 의뢰를 안 하는 경우가 많았다. 먹고 살기 힘들었다. 책도 안 팔릴 때니까.”(웃음)

지난 9년이 그랬다는 건가?

“그렇다. 그래도 나는 계속 SNS 활동은 멈추지 않았다. 왜냐하면 내가 그렇게 안 한다고 하는 건 200만 팔로워를 배반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첫 장편(長篇) 출간 당시 김현 평론가 극찬에 감동받았다”


▎강원도 화천 감성마을 내 위치한 이외수문학관의 내부 모습. 2006년 이외수 소설가는 강원도 화천군의 유치로 다목리 ‘감성마을’의 촌장으로 입주했다.
1946년 경남 함양에서 출생한 작가 이외수는 유년시절부터 주로 강원도에서 성장했다. 1972년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견습어린이들’이, 1975년 <世代>지 신인문학상에 중편 ‘훈장(勳章)’이 당선되면서 소설가로 데뷔했다. 수십만 부가 팔린 베스트셀러 소설들 외에도 시집·산문집·대담집 등을 여러 권 출간하며 전방위적 글쓰기를 선보였다. 그랬던 그 역시 문인으로서 명성을 얻기까지 한때 신문기자와 학원강사를 직업으로 삼기도 했다.

첫 장편소설 <꿈꾸는 식물>을 당대 최고의 문학평론가였던 김현 선생이 극찬했다고 하던데.

“입시학원, 원일학원에서 국어선생 할 때다. 책이 나올 당시에 어느 날 (학원) 사무실에 나가니까 신문이 한 장 놓여있었다. 많이 본 사진인데 가만히 보니까 나더라. 누가 볼까봐 화장실 가서 읽어봤는데, 처음엔 가슴이 뛰어서 무슨 소린지 잘 안 들어오더라. 더 자세히 봤더니 (김현 평론가가) 아주 극찬을 해놓으셨더라고. 그때 사실 그분이 최고의 평론가로 정평이 나 있었다. 그 양반 담당 과목이 서울대 불문과였을 걸? 나중에 얘기를 들어보니까 한 달 동안 <꿈꾸는 식물>을 끼고 다니셨다고 하더라. 그러면서 후배들한테 ‘너 이거 읽어봤냐’, 안 읽어봤다고 하면 꼭 읽어보라며 책을 주셨다고 해서, 나는 아주 굉장히 감동받았었다. 그래도 내가 인사를 못 드렸다. 한 번도 뵌 적이 없었다. 이후에 줄곧 출판사에서 평론가를 섭외해 내 작품에 평론을 붙인 적은 있어도, 평론가들한테 따로 부탁을 해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지금 눈여겨보고 있는 작가는 누구인가? 글을 잘 쓴다고 생각하는 소설가는?

“지금은 너무 많다. 젊은 세대의 신간들이 속속 나오는데, 내가 열등감을 느낄 정도로 이야기가 신선하다. 예를 들자면 진연주라든가, 김도언이라든가 이 친구들은 젊은 작가들 중에서 특히 잘 쓴다.”

2006년 이외수 소설가는 강원도 화천군의 유치로 다목리에 ‘감성마을’을 조성해 ‘감성마을 촌장’으로 입주했다. 그에게 제공된 집필실 겸 기념관은 ‘화제의 명소’와 ‘아방궁 논란’의 사이를 오가며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한편 얼마 전 수원시에서 고은 시인 퇴거문제가 불거졌다. 광교산 저수지 일대 상수원 보호구역 해제 사안을 두고, 일부 주민들이 고은 시인과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면서 퇴거 사건이 비화됐다. 이에 수원시 주민자치위원장 협의회는 최근 성명서를 통해 “수원 시민들이 고은 시인을 지켜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수원시 관계자도 “고은 시인이 떠나시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 작가 역시 할 말이 많아 보였다.

최근 수원시가 고은 시인 퇴거문제로 뜨거웠다.

“이걸 꼭 언급하고 싶다. 수원시가 고은 시인을 어렵게 모셨는데, (일부) 주민들이 반대하셨다더라. 한 시인의 가치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대개 그런 경우(문인 유치로 해당 지역이 각광받은 사례)가 있으면 가장 성공한 사례로 나를 거론한다. ‘이외수는 화천을 명소로 만들었다’라고들 얘기를 한다. 막말로 강원도가 도루묵이 너무 많이 잡혀가지고 안 팔릴 때, 내가 일주일에 8000상자를 판 사람이다. 내 별명이 완판남이다. (웃음) 농산물이라든가 그런 것뿐만 아니라, 어린이와 청소년의 정서를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한 마을에 한 명의 시인이 산다는 것을 자긍심으로 여겨주셨으면 한다. 환산될 수 없는 가치다. (퇴거를 요구하는) 수원시민들이 다시 한 번 재고해줬으면 한다.”

한편 그는 새 정부에 높은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2년 18대 대선후보시절뿐 아니라 전(前) 민주당 대표시절이었던 올해 2월, 문 대통령 저서 ‘대한민국이 묻는다’ 북콘서트에 참석한 일화를 말하며 인간적인 면모를 몇 번씩이나 강조하기도 했다.

“인간적인 문재인 대통령, 남의 말 귀담아듣더라”


▎2012년 11월 10일,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열린 이외수 작가 출판사인회에 당시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참석해 이 작가와 포옹하고 있다. 이 작가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남의 말을 귀담아들을 줄 알고, 상대를 존중하는 분”이라고 말했다. / 사진·연합뉴스
서로 친분이 있는 걸로 아는데, 문재인은 어떤 사람이었나?

“이것은 상당히 개인적인 견해다. 사실 그 문재인이라고 하는 인물에 대해서 소심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결단력이 없거나, 또는 의지가 박약하거나 이렇게 생각하는 분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내가 만나보니 그 반대라고 보인다. 사실 자기가(대선) 재수생이라고 말할 정도로 좌절과 시련을 늘 겪어왔던 사람이다. 그래서 위기대처능력이 굉장히 뛰어나다. 용기도 있고 결단력도 있다.”

소통 능력이 뛰어나던가?

“큰 강점이 남의 말을 귀담아들을 줄 안다는 것이다. 아무리 하찮은 사람 이야기도, 중요하지 않은 얘기조차도 일단 귀담아 듣는다. 오늘 잠깐 SNS를 보니까, 운전하시는 분한테도 호칭이 최 선생님인가 그렇다더라. 상당히 상대를 존중할 줄 아는 분이다. 늘 내가 이렇게 만날 때마다 겪어보면 그렇다.”

과거에 자주 만났나?

“그렇다. 만나보니 상당히 (사람을) 존중하더라. 기본이 잘 갖추어진 분이다. 왜냐하면 중학교 다닐 때, 소풍 못 가는 친구가 있으면 업고 현장까지 갔다고 그럴 정도라 하지 않는가. 그 몇 명의 친구 분들을 내가 만나봤는데, 다 그런 감동 스토리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참 인간적인 양반이다’ 이런 생각을 했다. 내가 직접 뵐 때도, 사실 한번은 내 사인회 때 책을 사러 오신 적이 있다. 그랬는데 줄을 서서 기다렸다. (일반 시민들과) 똑같이 서서. 그래서 ‘야, 저 정도면 대통령이 되면 소외계층에 대해서도 신경을 써주시지 않겠는가’ 그런 기대를 한다.”

작가로서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앞으로 두 가지를 쓸 계획이다. 첫째, 주어가 없는 소설과 둘째, 오행소설이다. 오행소설은 나무·불·쇠·흙·물, 이 다섯 가지의 중요한 요소를 담고 있는 소설이다. 그중 이번 장편이 ‘나무’가 모티브가 된 소설이다. 그 다섯 가지를 모티브로 한 소설들이 하나씩 나온다.”

주어가 없는 소설은 독자들이 헷갈리지 않을까?

“(소설요소 중) 거의 많은 것들이 파괴될 거다. 장르도 그렇고, 문체도 그렇고. 우리가 안고 있는 관념적인 것들이 파괴될 것이다. 오로지 올곧게 언어의 힘에만 의존하는, 언어들끼리 조성하는 구조가 될 것이다. 작가의도보다는 언어들끼리 자생하는 소설이 될 거다.”

본인이 생각하는 ‘좋은 글’이란 무엇인가?

“예술은 창조로부터 출발하는 것이고, 그것은 우주에서 유일한 것이다. 좋은 예술작품 중 특히 글은 정신의 에너지, 영혼의 에너지가 입혀져 있다. 그것이 독자들을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좋은 글은 읽는 이의 정신과 영혼을 건강하게 만들어준다.”

감수성과 상상력을 기르는 비법이 있다면?

“만물하고 대화하는 일이 중요하다. 진리를 찾는 것은 끊임없는 만물과의 대화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소통에서 중요한 것이 애정이다. 애정을 가져야만 나도 대상도 열린다.”

- 글 박지현 기자 · 신승민 인턴기자 centerpark@joongang.co.kr / 사진 김춘식 기자 kim.choonsik@joongang.co.kr

201707호 (2017.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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