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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om Up] 아열대 과일·채소 재배하는 농민들 

“커피요? 이젠 우리농산물이에요!” 

사진·글 신인섭 기자 shinis@joongang.co.kr
온난화 현상으로 애플망고, 그린파파야 등도 국내재배 가능해져… 수입 과일과 달리 완숙 후 곧바로 출하 가능해 품질도 우수

▎그린파파야 열매가 익어가고 있다. 이렇게 재배되는 그린파파야는 국내 동남아권 외국인 노동자들이 식재료로 주로 구입한다.
농업은 기후변화에 민감한 산업이다. 지구온난화로 우리나라 평균기온이 높아지면서 사과·포도 같은 전통 과수 재배지역이 북쪽으로 올라가고 있다. 농민들은 아열대 과일과 채소를 틈새작물로 심기 시작했다.

경북 경주시 강동면 단구리에서 손은익(51) 씨는 4년 전부터 그린파파야를 재배한다. 손씨는 그린파파야 외에도 공심채·고수·장대박·여주·롱빈(long bean, 일명 줄콩), 그린빈스 등 채소류도 재배한다. 손씨는 2012년 그린파파야 시험재배를 한 뒤 2013년부터 비닐하우스 농사를 시작했다.

지금은 비닐하우스 4동, 4000㎡ 규모로 운영한다. 그는 파파야에서 4000만원, 기타 채소류에서 3000만원 등 한 해에 7000만원 정도의 매출을 올린다고 한다.

섭씨 15도 이상 유지하면 커피 열매 맺어

그린파파야의 경우 ㎏당 5000원에 출하한다. “손이 많이 가지 않는 작물이라 혼자서 관리가 가능하다”는 것이 손씨의 설명이다. 그는 “판로를 미리 준비하지 않고 아열대 작물 재배를 시작하면 문제가 생긴다”고 했다. 특히 “초기투자비용이 많고 겨울철 난방비 등이 들어가니 농사를 시작하는 것도 신중히 해야 한다”고 했다.

손씨는 경주·포항 등지의 마트와 직거래해 중간유통 마진을 없앴고, 이 지역에 거주하는 동남아 출신 외국인 노동자들이 주로 식재료로 산다고 밝혔다. 아직 우리 국민이 이런 식재료를 소비하기엔 거리감이 있다는 설명이다. 손씨가 거래하는 경주 시내의 W푸드마트(사장 김광률)에서는 파파야 100g이 800원, 고수 180g이 1500원, 줄콩 100g이 1500원에 팔린다.

열대과일뿐만 아니라 커피 재배 농민도 생겼다. 커피나무는 겨울철에 섭씨 15도 이상을 유지해주면 우리나라에서도 열매를 맺는다. 전남 담양에서 커피를 재배하는 임영주(60) 씨는 4년 전 160㎡ 규모로 시험재배를 하다 지난해부터 1300㎡ 규모의 비닐하우스 농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한국에서 생산되는 커피가 수입품과 가격 경쟁을 하기에는 버거운 듯하다. 임씨는 “커피 재배 및 채취과정을 경험해보고 원두를 직접 로스팅한 후 시음해보는 커피문화 체험농업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설명했다. 담양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에서 멀지 않은 곳에 커피 재배 비닐하우스를 지어 관광객이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이곳에서는 커피나무 묘목도 판매한다. 체험비용은 과정별로 최하 5000원에서 3만5000원이며 예약(https://www.facebook.com/youngju7979)이 필수다.

다양화된 소비자 입맛 노린 틈새작물로 인기

이갑성(53)·위덕숙(52) 씨 부부는 2011년 1억2000만원(전남도비 시범사업 6200만원 지원)을 들여 전남 여수시 여천동에 1000㎡ 크기의 비닐하우스를 짓고 애플망고 나무 180주를 심었다. 2014년에 300㎏을 첫 수확해 1000만원 매출을 올렸다.

이곳에서 수확한 애플 망고는 운송과정이 긴 수입품에 비해 맛과 향이 뛰어나다고 한다. 이씨 부부의 애플망고는 소비자에게 고급과일로 인정되면서 백화점과 온라인쇼핑몰에서 인기를 끈다. 3㎏에 10만~15만원 선에 판매된다. 지난해 매출액은 3300만 원이지만 난방비 등 재배비용을 빼면 순이익은 절반 정도다.

이씨 부부는 농사를 늘리기 위해 비닐하우스를 증설해 묘목 150주를 더 심어놓았다. 이들 부부는 평소 맞벌이부부로 직장을 다니면서 평일 저녁, 주말에 농장을 돌본다. 부인 위씨는 “바로 수익을 내려고 하기보다는 퇴직 후 인생이모작을 위해 시작한 농사”라며 활짝 웃었다.

국내 열대·아열대 작물 재배는 늘고 있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산하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가 파악한 2017년 1월 자료에 따르면 국내 열대 과수는 264개 농가가 106.6㏊ 면적에서 패션푸르트, 망고 등 9종 1174t을 생산한다. 이 밖에 여주·강황·얌빈·공심채 등 채소류도 10여 종 254㏊에서 재배된다.

이미라 여수시 미래농업과 소득작목팀장은 아열대 과수와 채소 재배에 대해 “세계화와 함께 다양화된 소비자 입맛을 노린 틈새작물로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이 팀장은 아열대 작물 재배에 대해 “초기 투자비용이 많고 재배기술도 다르기 때문에 시·군농업기술센터 등을 통해 전문가와 상담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기상청은 온난화현상이 지속되면서 2070년 이후에는 한반도 절반이 아열대기후 지역이 될 것으로 예측한다. 현재는 제주도 포함해 전남 신안·진도·완도·여수 등 일부 남해안 일대가 아열대기후에 해당한다. 아열대기후는 월평균 기온이 섭씨 10도 이상인 달이 8개월 이상이고 가장 추운 달 평균기온이 섭씨 18도 이하인 기후를 말한다.


▎손은익 씨가 그린파파야 나무를 돌보고 있다.



▎꽃이 지고 나면 그린파파야 열매가 맺힌다.



▎비닐하우스 안에 함께 키우는 바나나가 열매를 주렁주렁 맺었다.



▎커피나무에 꽃이 피었다. 짙은 향기가 매혹적이다. 붉게 익은 커피 열매가 보인다.



▎커피 씨앗이 발아해 떡잎이 나왔다. 아직 커피 껍질이 벗겨지지 않았다.



▎임영주 씨가 커피 열매가 매달린 커피나무를 살펴보고 있다.



▎로스팅의 차이로 색깔이 다르게 된 커피 생두.



▎주렁주렁 매달린 애플망고가 익어가고 있다. 7월 초에 시장 출하가 이루어진다.



▎애플망고는 한 줄기에 많은 꽃이 핀다. 꽃이 떨어진 뒤 일부만 열매를 맺는다.



▎새롭게 키우는 애플망고 묘목.



▎위덕숙 씨가 애플망고 나무에서 열매를 솎아 내고 있다.
- 사진·글 신인섭 기자 shin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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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호 (2017.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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