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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홍 월간중앙 선임기자 glutton4@joongang.co.kr
‘무엇’으로 규정되는 것을 두려워했던 음유시인의 생애… 발표되지 않은 초고의 주요 부분 복구한 개정완결판

▎밥 딜런의 삶과 음악 / 로버트 셸턴 지음 / 김지선 옮김 / 크라운출판사 / 3만3000원
노벨문학상의 뮤지션 밥 딜런은 아직 펄펄 살아 있다. 지난 10년간 어떤 아티스트보다 많은 앨범을 발표했고, 공연을 펼쳤다. 그가 이렇게 선연한 존재감을 과시하지 못했다면, 스웨덴 한림원은 감히 그에게 문학상 수상 소식을 들려주지 못했을 것이다. 노벨상이 아니라 어떤 상이라도 그럴 것이다. 누가 잠든 자에게 월계관을 씌우고 싶겠는가.

그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국내 출판업계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밥 딜런의 가사 387편이 수록된 <시가 된 노래들 1961-2012>부터 로버트 셸턴의 평전 <밥 딜런의 삶과 음악>까지 6개월 사이에 무려 7권의 관련 서적이 출간됐다. 시상식에는 불참했지만 상장과 메달은 지난 4월 초 스톡홀름 공연을 앞두고 스웨덴 아카데미에서 직접 받았다. 수상자로 선정된 지 무려 4개월이 지난 후다. 그 즈음 새 앨범 <트리플리케이트(Triplicate)>를 발표했는데 이는 밥 딜런의 38번째 스튜디오 앨범이다.

2015년 <섀도 인 더 나이트(Shadows In The Night)>, 2016년 <폴른 앤젤스(Fallen Angels)>는 아메리칸 스탠더드 명곡이 담긴 앨범이었다. 이 앨범들은 “지난 25년간 들려준 보컬 중 최고”라는 찬사를 받았다고 한다. 어느덧 70대 중반에 접어든 밥 딜런이다. 그의 음악적 성취가 어디까지 이를까? 놀라운 에너지다.

밥 딜런을 주제로 출간된 책도 1000권이 넘는다고 한다. 그런데 그중 딱 한 권을 소장해 읽어야 한다면? 바로 로버트 셸턴의 평전 <밥 딜런의 삶과 음악>일 것이다. 왜 그런가. 유일하게 딜런의 적극적 협력을 받아 쓴 책이기 때문이다. 로버트 셸턴이 밥 딜런을 만난 것은 꾀죄죄한 행색의 젊은 가수가 뉴욕에 처음 발을 디뎠을 때다. 셸턴은 곧 딜런의 친구, 옹호자, 그리고 그를 가장 잘 아는 평론가가 되었다. 셸턴은 1968년 우디 거스리 기념 콘서트와 1969년 아일오브와이트 페스티벌 때도 그 자리에 있었다. 두 남자는 딜런의 칩거가 정점에 달한 1971년에도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다.

셸턴은 다른 어떤 언론인도 심층 인터뷰를 하지 못한 딜런의 부모와 동료 친구들을 인터뷰했다. 연인 관계를 이어왔던 존 바에즈, 메리 트래버스, 그리고 피트 시거를 포함한 동료 음악가들, 매니저인 앨버트 그로스먼, 장래 프로듀서가 될 필 스펙터, 그리고 시인 앨런 긴즈버그와 직접 접촉하는 특권을 누렸다. 무려 20년이라는 집필 기간을 거쳐 1986년에 처음 출간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책은 놀랍다. 우울하고 열정적인 천재와 그의 세계를 온전히 이해하려면 꼭 읽어야 하는 평전이다. 5년 전 나온 개정판이 그의 노벨상 수상을 계기로 국내에 다시 출판됐다. 이전에는 발표되지 않은 초고의 주요 부분을 복구했으며, 1978년 존 바에즈와 함께한 ‘승리의 투어’ 이후 딜런의 삶과 경력을 총망라한 연표도 실었다.

밥 딜런의 실체는 한국팬에게 여전히 블랙박스로 남아 있다. 평전을 통해 우리는 딜런이 ‘무엇’으로 규정되는 것을 가장 두려워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는 추종자에 의해 교주로 등극할 마음이 전혀 없었다. 역시 매력적인 사나이다. 그 긴 자유의 여정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겼다.

- 한기홍 월간중앙 선임기자 glutton4@joongang.co.kr

201707호 (2017.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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