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포토포엠] 울음을 묻다 

 

문정영

▎경남 하동군 섬진강 일대에 막바지 장맛비가 흩날리고 있다. 비와 몸을 섞은 안개가 도화지처럼 펼쳐진다. / 사진:김현동
구름이 산의 왼쪽 허리를 긁는다
저 가려운 곳에 긴 울음이 숨겨져 있다


새 한 마리가 의문을 품고 저 길을 난다
저기서 헤어진 사람도 숨겨진 물음을 묻는다


그 물음을 얻기 위해 새는 사람은 어디로 갔을까


나무는 드문드문 눈을 뜨고 있다
아득하다는 말은 저 길을 사람의 눈으로 묻는 것
희고 검은 것은 낮과 밤의 가라앉음


너를 희다 검다 말하기 위해서는
그 안의 울음을 먼저 물어야 한다

문정영 - 시인1997년 <월간문학>으로 등단했다. 건국대 영문과를 졸업했다. 시집으로는 <잉크> <그만큼> 등이 있다. 계간 <시산맥> 발행인이자 ‘윤동주 서시 문학상’ 대표다.

201708호 (2017.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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