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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지방분권형 개헌! 지방자치단체장에게 듣는다] 이재명 성남시장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는 지방정부 만들자” 

글 한기홍 월간중앙 선임기자 glutton4@joongang.co.kr / 사진 전민규 기자 jun.minkyu@joins.com
대통령 의지만으로도 지방자치 획기적 개선 가능… 재정 자율권 부여해야 예산의 합리적 사용 실현된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기초와 광역 단체를 50∼60개 정도로 통폐합해 새로운 지방정부 단위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더불어민주당의 대선후보 경선에 나섰던 이재명 성남시장의 다음 행보가 주목된다. 그는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임명직이나 국회 진출에는 관심이 없다. 단체장 출마로 마음을 굳혔는데, 연말께 그 포스트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그의 목표는 서울시장 또는 경기도지사 둘 중 하나가 될 가능성이 크다. “서울시장보다는 경기도지사 출마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는 발언도 했지만, 그게 꼭 박원순 서울시장의 진로와 연관된 것은 아니라고 그는 강조했다.

그는 “문재인 정권의 성공은 매우 절박한 과제”라면서 “나의 정치적 진로 역시 그 성공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결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차기 대선만을 의식해 내부 경쟁이 치열한 서울시장 자리에 집착하지 않는다는 속내를 밝힌 것이다. 그는 “지방자치의 전범을 실현하는 차원에서 성남시장 3선에 도전하는 일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도 했다.

이재명 시장에겐 독특한 개혁론이 있다. “현재의 법률과 제도만 잘 지켜도 혁명적 변화가 가능하다”는 지론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연방제 수준의 지방 분권 개헌’ 발언도 그에겐 그렇게 놀라운 이슈는 아니다. 헌법에 반영하는 것보다 그런 지방자치를 실천하는 것이 더 어렵고 중요한 일로 생각한다. 지금이라도 대통령의 의지만 있으면 지방자치제도 전반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그는 믿고 있다. 헌법에 명문화하면 안정성을 높일 수 있지만, 백업하는 법률을 만들어야 실현이 가능하다는 생각이다. 치열한 지방행정 개혁가, 지방 분권과 자치의 전도사로 지난 7년을 보낸 이재명 시장에게 지방자치 개헌의 방향과 내용을 물었다.

높은 자리보다 세상이 필요로 하는 일이 좋다


▎성남시가 운영하는 노인건강복지센터에서 운동하고 있는 주민들. 현재의 지방자치법은 정부 교부세를 아껴 주민 복지에 투자하는 것을 사실상 금지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두 달을 어떻게 보았나?

“의지와 방향은 잘 잡은 것 같다. 그러나 아직 구체적 행정 성과를 논할 단계는 아니다. 본 게임은 시작되지도 않았다. 선수가 라커룸을 떠나 경기장에 들어가는 단계다. 내년 지방선거, 그 2년 후 총선을 거치면서 변곡점이 올 것이다. 지지율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실질적인 성과를 만들 궁리를 해야 한다. 양극화와 독점의 문제를 풀어야 할 때 저항이 따를 것이다. 그러나 반대를 감수해야 성과를 낼 수 있다. 국민을 믿고 나아가는 심지가 필요하다.”

내년 지방선거, 박원순 서울시장과 경쟁하는 것인가?

“정치는 대의와 명분이 중요한데 내가 서울시장에 연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높은 자리로 가는 것보다 세상이 필요로 하는 일을 하고 싶다. 임명직이나 국회 진출은 안 하기로 했다. 우리 당이 필요로 하는 일 중의 하나를 맡는다면 경기도지사에 나가는 게 자연스럽다고 보는데, 그것도 확정하기엔 너무 이르다. 성남시장 3선도 의미가 있다. 아직 완성하지 못한 복지·의료·교육 정책이 있고 꽤 큰 규모의 토목사업도 남아 있다. 완벽하게 마무리해 지방자치의 전범을 만들고 싶은 의욕도 있다. 그러나 어떤 상황에서든 저질 정치꾼이 되기는 싫다. 임기가 1년이나 남았는데 잿밥에 눈 돌려선 안 된다.”

최근 문 대통령의 연방제 수준의 헌법 개정론에 대해서는?

“너무도 당연한 말씀을 하신 거다. 지방자치를 강화해야 국제적 경쟁력이 생긴다는 것은 이제 상식이다. 독재자들만이 지방자치제를 없애거나 축소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문 대통령의 발언도 나는 ‘공자 말씀’이라고 생각했다. 실천이 중요하다.”

연방제 수준의 지방자치가 되면 엄청난 변화가 오는 것 아닌가?

“지방자치의 한계와 문제점을 시정하고 하는 데 헌법을 바꾸는 것은 가장 강력한 방법일 것이다. 가장 막강하지만 그 실현이 쉽지는 않다. 굳이 헌법을 고치지 않아도 지방자치를 획기적으로 강화할 수 있다. 독자적 집행권을 갖는 지자체, 그 권위를 높이고 내실화하는 것은 지금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역설적으로 헌법에 아무리 좋은 얘기를 써놔도 법으로 규정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현행 법률 내에서도 대통령이 중앙정부의 권한을 축소하고 지방정부의 재정과 권한을 얼마든지 늘릴 수 있다. 법률이나 대통령령, 시행규칙을 바꾸면 된다. 대통령이 결심하면 중앙정부의 재정·행정 권한을 행정입법만으로 지방에 넘겨줄 수 있다. 분권과 자치를 늘릴 수 있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어도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역시 헌법상의 명문화가 필요하다.”

연방제 수준의 헌법 개정이 현재와 같은 국회 구도에서 과연 가능할까?

“현재의 국회가 지방 분권 개헌에 반대할 가능성은 작다고 본다. 지방의 권한을 강화하고 주민의 권리를 신장하자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개헌을 둘러싼 갈등은 주로 권력 구조 때문이다. 그런데 대통령과 국회의 권한 배분을 둘러싼 갈등이 국민 눈에 마뜩지 않다는 게 문제다. 국민은 대통령보다 국회의원을 더 불신한다. 국회에 권력의 상당 부분이 넘어갈 때 국정의 책임은 누구에게 물어야 하나. 국회의원은 숫자가 많기 때문에 책임이 분산된다. 국회에서 국민의 이익에 부합하는 입법을 거부하거나, 국민의 이익에 반하는 입법을 시도할 때 도대체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겠나. 그래서 다수 국민은 아직도 4년 중임 대통령제를 선호하는지 모른다. 대통령과 국회, 국민의 뜻이 합치되기 쉽지 않다. 결국 문 대통령이 이니셔티브를 쥐게 되는데, 그가 국민의 뜻에 상반되는 개헌을 추진할 수는 없을 것이다.”

지자체는 정부 일을 대신하는 하청업자


▎“분권과 자치는 구분해야 한다. 분권이 된다고 해서 자치가 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자기들 스스로 자신의 운명을 결정하는, 그런 자치의 경험이 없다.”
과연 개헌안을 내년 6월 지방선거일에 맞춰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을까?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본다. 일단 국회나 일부 정치권에서 자신들의 권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헌을 관철하려 하겠지만 과거와 달리 국민들이 피동적으로 끌려가지는 않을 것 같다. 결국 국민의 의사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헌법이 개정될 것으로 본다. 국회 안에 감사원을 두거나 정부 예산 감시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의 국회 권력 신장은 바람직한 것이다. 그러나 권력 구조는 다르다. 문 대통령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4년 중임 대통령제를 하되, 대통령의 권한을 다소 분산하는 방향으로 개정안이 나올 것으로 전망한다.”

지방 분권을 국민의 기본권으로 헌법에 명문화해야 한다는 견해에 대해서는?

“지방자치권을 아예 국민의 기본권 중의 하나로 헌법에 못 박자는 이야기다. 나는 좋다고 본다. 지방자치의 권리를 신체의 자유, 거주 이전의 자유처럼 기본권으로 보장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유럽처럼 지방자치가 역사적 경험 속에서 성립된 게 아니다. 유럽의 민주주의 국가는 자치가 역사적 경험의 산물이다. 독일의 ‘란트’ 개념처럼 국가 자체가 지방의 연합체다. 우리나라는 지방자치의 전통이 약한 만큼 헌법이 그 권리를 담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간 성남시의 3대 무상복지(청년배당·무상교복·공공산후조리원) 등의 정책에 대해 중앙정부나 경기도에서 제동을 걸었다. 연방제 수준의 지방자치제도가 실현되면 그 같은 간섭은 완전히 사라질까?

“연방제 수준이라 하면 외교·국방 등 국가적 과제, 전국적으로 통일성이 유지돼야 하는 사안 외에는 모든 권한을 지방정부에 통째로 준다는 것이다. 스스로 만든 법으로 스스로 예산을 집행하는 지방정부가 탄생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기도가 성남시의 3대 무상복지 정책을 대법원에 제소하는 등의 일은 상상할 수 없게 된다.”

기초단체와 광역단체, 중앙정부의 관계는 어떻게 바뀔까?

“현재 거의 대부분의 정부 행정은 자치단체를 통해 집행된다. 현재 중앙정부와 자치단체의 수입은 80대 20인데 실제로 정부가 하는 일은 40에 불과하다. 지방자치단체는 20%의 돈을 가지고 60%의 일을 하고 있는 셈이다. 40%의 차액을 정부에서 주는 교부금, 국고 보조로 메운다. 자치단체는 이 교부금에 대해 자율권이 하나도 없다. 정부 일을 대신하는 하청업자와 같은 일을 하는 것이다. 성남시처럼 세금이 많이 걷히는 도시는 정부보조금도 없다. 울며 겨자 먹기로 정부 일을 해야 한다. 교부금의 용도 결정을 중앙정부에서 하는 것이 가장 큰 폐단이다. 자율적으로 집행하라고 하면 좋은데 중앙정부가 그걸 막으면서 통제권을 갖는다. 이렇게 되면 엄청난 예산 낭비가 따른다. 예산 절감을 위한 노력을 전혀 하지 않는다. 정해진 용도에 다 안 쓰면 나머지는 반납해야 하니 자치단체는 펑펑 돈을 써야 한다. 지방자치는 좋은 경쟁을 통해 좋은 사례를 만들고, 자원과 권한을 효율적으로 배분해야 한다. 정부 지원을 받는 단체는 아끼면 손해기 때문에 낭비한다. 딴 분야에 쓰고 싶어도 정부가 허락하지 않으니 지방자치의 특색과 다양성도 키울 수 없다. 그래서 교부금을 받지 않는 ‘불교부단체’를 늘리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 당시 과천·고양·화성 등 불교부단체 3개가 없어졌다. 자율권을 가지고 있던 도시를 정부 지원을 받는 단체로 격하시킨 것이다.”

광역자치단체는 옥상옥이다


▎지난해 6월 이재명 성남시장, 염태영 수원시장, 채인석 화성시장(왼쪽부터)이 서울 광화문에서 지방재정법 개정에 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중앙정부의 부패와 그들이 누리는 통제권은 관계가 있는 것인가?

“깊은 관련이 있다. 권력을 갖고 있는 것에 따르는 이익이 있다. 그것은 합법적일 수도, 불법적일 수도 있다. 통제 권력을 갖고 있으면 불법적 이익을 얻을 기회가 생긴다. 그래서 권력을 집중시키려고 한다. 박근혜 정부 때 건설업자에게 공사비를 많이 주라는 지시가 내려온 적이 있다. 건설 경기가 부진하니 공사비를 많이 줘서 마진을 보장해주라는 지시였다. 이런 게 말이 되는가? 주민 세금을 어떻게 건설업자 마진을 위해 퍼주나? 그런 지시를 안 따르고 버틴 곳은 성남시밖에 없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중앙정부의 그런 지시는 자치단체가 거부하기 어렵다.”

차제에 지방자치단체 재정 문제는 어떤 방향으로 개선해야 할까?

“지방자치단체에 지급하고 있는 교부세 등 각종 보조금을 인구와 면적 등 필요요소를 법정화한 다음 자치단체에 일괄 배분해야 한다. 정부는 간섭하지 않고 그 돈을 지자체가 마음대로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지자체는 굉장히 아껴 쓰게 된다. 현행법을 위반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대통령의 의지만 있으면 지금 당장 시행할 수 있다. 중앙정부는 지자체를 믿지 않는다. 자기들에게 문제가 더 많은데도 자율권을 주면 엉뚱하게 쓴다고 단정한다.”

현행법 아래서도 가능하지만 헌법에 이런 것을 못 박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나?

“물론이다. 지방 정부의 자율권, 자치입법권, 행정권, 재정권을 명확히 해두면 행정입법을 통해 그런 권한을 침해하기 어려워진다. 그렇게 하면 위헌이니까.”

지자체가 만든 조례가 법률과 같은 정도의 지위를 가져야 하지 않나?

“그렇다. 해당 지역에선 법률의 위치를 가져야 한다. 우리나라의 법률 서열은 헌법-법률-시행령-시행규칙-조례-규칙 이런 단계로 돼 있다. 행정부의 장관이 멋대로 만든 시행규칙이 조례보다 먼저다. 헌법 개정을 통해 조례가 행정입법보다 앞서게 해야 한다. 차제에 자치단체 명칭도 헌법에 ‘지방정부’로 명명해야 한다. 계모임이나 동창회가 아닌데 단체라는 이름은 맞지 않다.”

지자체의 주민소환권을 헌법에 명문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직접민주주의 제도의 장점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대의 민주제를 보완하는 것에는 국민발안, 국민소환, 국민투표 등이 있다. 지방은 규모가 작으니까 직접 민주제를 도입하기 훨씬 쉬울 것이다. 주민에 의한 직접 통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으로 적극 찬성하는 입장이다.”

연방제 수준의 지방자치제도가 정착되면 기초·광역 등 현재의 지자체 구분은 어떻게 바꾸는 것이 바람직할까?

“3단계 행정체계를 2단계로 바꿔야 한다. 광역지자체, 특히 도는 몇 개의 주(州)로 분할할 필요가 있다. 원래 정부의 계획에도 있다. 불필요한 낭비 요소가 있으니 지방자치단체의 계층구조를 통합했으면 좋겠다. 기초와 광역단체를 50∼60개로 통폐합된 새로운 지방정부 단위로 만들자는 것이다. 지역 간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릴 것이다.”

경기도 남북 분도론에 대해서는?

“경기도 인구가 1400만 명이다. 인구가 많고 남부와 북부의 경제 상황이 달라 그런 의견이 나오는 것 같다. 결국 도민의 의사를 수렴해서 결정할 문제다. 분할하면 북부 지역의 재정력이 취약해지는데 그런 점이 문제다. 현재 경기도가 취약한 북부 지역에 투자를 많이 하는데, 분도가 되면 결국 정부에 기대야 한다. 그런 상황이 주민에게 반드시 좋은 일인지 숙고해야 한다.”

만일 내년 광역단체장을 맡게 되면 평소 지론인 기본소득은 어떻게 적용할 생각인가?

“확대할 생각이다. 신자유주의·세계화의 확산으로 자본주의가 위기를 맞았다. 선별적 복지, 보편적 복지로 사회 안전망을 구축했지만 충분한 것은 아니다. 함께 사는 사회를 만들려면 보편적 복지를 넘어 정부가 최소한의 생활을 책임져야 한다. 그런 상황에선 기본소득이 최고의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자본주의 체제의 한계를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다.”

- 글 한기홍 월간중앙 선임기자 glutton4@joongang.co.kr / 사진 전민규 기자 jun.minkyu@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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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호 (2017.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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