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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자사고 폐지된다고? 강남8학군 벌써부터‘꿈틀’ 

김상곤 부총리 특목고 폐지 발언 후 부동산 시장도 동반상승 효과 ... 전문가들 “일반고 전환 시 강남권 일반 명문고의 경쟁력 높아질 것” 

고병기 서울경제 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강남8학군이 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다. 문재인 정부가 자율형사립고와 외국어고를 폐지하고 일반고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7월 5일 취임식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대부분 자사고·외국어고가 설립 목적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으며 경쟁 교육을 강화하는 문제가 있다”며 자사고와 외고 폐지를 시사했다. 또다시 기대감으로 꿈틀거리는 ‘교육특구’ 강남8학군의 현장 분위기를 살펴봤다.

▎정부의 특목고 폐지 방침이 알려지면서 서울 강남8학군이 다시 주목을 받는다. 밤 11시가 넘었지만 대치동 학원가 주변의 카페는 문제지를 푸는 학생들로 북적이고 있다. / 사진:김경록
새 정부의 교육부 수장의 발언은 당장 부동산 시장 등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켰다. 정부가 강남을 부동산 시장 과열의 진원지로 지목해 출범 한 달 만에 부동산 시장 안정화 대책을 내놓았지만 반대로 정부의 교육정책은 강남 부동산 시장의 과열을 부추기는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전문가는 자립형사립고(이하 자사고)와 외국어고(이하 외고) 등 특수목적고가 폐지되면 전통적으로 교육열이 높은 강남 일반고의 인기가 높아지고, 강남8학군에 자녀를 입학시키기 위한 부모들의 이주 수요가 늘어나면서 강남 집값을 상승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6·19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부활, 조합원 분양 가구수 제한 등의 규제로 재건축 조합들이 사업 진행을 더욱 서두를 전망이다. 반포대교 건너편으로 반포동 일대 아파트촌이 보인다.
강남8학군의 부활이 부동산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강남8학군의 기원을 찾아보면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강남8학군은 1977년 강남 개발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자 현재 강남 지역의 고등학교들을 따로 분리해서 학군을 만든 것이 시초다. 당시만 하더라도 강남구·서초구뿐 아니라 송파구와 강동구 지역도 8학군에 속했다.

90년대 후반 학군 제도 개편으로 형성돼


하지만 1990년대 후반 서울 시내 고등학교의 학군 제도가 개편되면서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강남8학군이 형성됐다. 현재는 강남구와 서초구를 강남8학군으로 부르고 있으며, 서울고·경기고·현대고·휘문고·상문고·단대부고·은광여고·숙명여고 등이 강남8학군에 속하는 대표적인 학교다.

이들 학교는 처음에는 강북 주민들을 강남으로 이주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강남에 자리를 잡았다. 현재 강남8학군에 속한 대부분의 고등학교는 애초 강북에 위치했다는 얘기다.

한 예로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명문고인 경기고는 지금의 강남이 형성되기 훨씬 전부터 강북에 터를 잡고 있었다. 1900년에 개교한 경기고는 종로구에 위치하고 있었으나, 1976년 정부의 강남개발 시책의 일환으로 강남구 삼성동으로 이전했다. 강남구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강남구향토 문화전자대전>에도 이 같은 강남8학군의 기원과 부동산 시장에 미친 영향이 자세하게 나와 있다.

“이 지역은 1970년대 후반 강북 인구 감소정책 과정에서 인구밀집을 유도하는 학교를 이전하고, 대규모 아파트를 지어 베드타운으로 육성시키는 데서 그 생성 근원을 가진다. 이때 아파트와 부대 상가가 집중되면서 부동산 투기가 이 지역의 전반을 뒤흔들었고, 여기에 특정 계층의 주민이 대거 입주했다.

이 지역 주민의 계층적 분포를 살펴보면 일부 상층과 다수의 ‘신중간계층’으로 고급전문직, 사무직, 공무원, 대기업 간부, 자영업자 등이다. 또한 이들은 고학력자로서 1970년대 정부 주도하의 경제개발 정책 속에서 급성장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주민들은 더욱 교육의 계층상승 및 계층유지 기능에 대해서 확신을 가지고 있다. 제8학군은 이른바 신흥명문의 탄생과 기존의 몇몇 명문고가 강남 이전을 기점으로 극에 달하는데, 고교 평준화 이후 서울대 등 명문대 진학률이 한 고등학교에서 100명 이상에 달하는 기이한 현상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교육부 관료들은 항상 ‘교육특구’ 강남을 의식하고, 강남 중상류계층들의 교육적 욕구나 이해를 고려한 정책을 펼치려고 하며 이는 강남 중상류층이 곧 여론의 주도층이기 때문이었다.”

실제 강남에 위치한 학교들은 한국 사회에서 명문고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잣대 중 하나인 서울대 입학생들을 매년 두 자릿수 이상 배출하고 있다.

종로학원하늘교육이 2017학년도 서울대 합격자를 분석한 결과 서울 강남구·서초구에 위치한 ▷휘문고(강남구·34명) ▷세화고(서초구·27명) ▷단대부고(강남구·25명) ▷서울고(서초구·21명) ▷현대고(강남구·19명) ▷숙명여고(강남구·17명) ▷중산고(강남구·16명) ▷중동고(강남구·14명) ▷ 세화여고(서초구·14명) 등에서 많은 합격자가 나왔다. 서울 자치구별 서울대 합격자 수를 보더라도 강남구가 141명으로 가장 많고, 서초구가 72명으로 2위를 기록했다.

강남8학군에 속한 학교 중 휘문고·세화고·현대고·중동고·세화여고 등은 자사고다. 강남권 자사고의 경우 광역 단위로 선발하기 때문에 거주지와 상관없이 지원할 수 있다. 하지만 새 정부가 앞으로 자사고를 폐지하고 일반고로 전환할 경우 해당 지역의 학생만 선발해야 한다. 강남8학군에 위치한 학교에 자녀를 진학시키기 위해서는 강남으로 이주하는 방법밖에 없다.

특목고의 일반고 전환과 함께 수능 및 내신을 절대평가로 전환할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전통적으로 내신이 불리했던 강남 지역 학생들이 수혜를 볼 가능성이 높아지기게 되므로 강남 쏠림 현상을 더욱 부채질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수능과 내신이 절대평가로 바뀌면 변별력이 낮아지게 되고 각 대학이 본고사를 도입하거나 학생부종합 전형 비중을 늘리게 돼 사교육 의존도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부동산 수요의 ‘8할’은 교육”


▎경기도교육청이 2021년까지 외고와 자사고를 폐지한다는 방침을 밝힌 이후 첫 외고 입시 설명회가 6월 15일 경기도 수원 중소기업지원센터에서 열렸다. 이날 입시설명회에는 학부모 100여 명이 참석하는 등 전체적으로 썰렁했다. / 사진:김상선
서울 강남에 직장을 두고 있는 맞벌이 부부 강모(37) 씨와 정 모(34·여) 씨는 결혼 후 줄곧 경기도에서 거주하고 있었다. 직장과 가까운 강남에서는 집값을 감당할 수 없어 그나마 강남 접근성이 좋고 상대적으로 집값이 싼 경기도 성남에 터를 잡은 것이다.

하지만 이들 부부는 최근 강남으로 이주하기로 결정했다. 하나뿐인 아들의 초등학교 입학 시기가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집에서 직장이 멀어 출근길이 고생스러운 것은 참을 수 있지만 자기 자식이 남보다 못한 교육 환경에서 자라는 것은 용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이를 좋은 학교에 보내기 위해 이들 부부는 그 어렵다는 시부모님과의 합가(合家)까지 결정했다. 그나마 이들 부부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강남에 집을 구하려면 무리해서 대출을 받거나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빌라나 다세대주택을 구해야 하는데 시부모가 서초에 거주하고 있어 어렵지 않게 이주를 결정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정씨는 “아이 교육을 가장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내린 결정”이라며 “강남은 학군이 좋을 뿐 아니라 집안이 좋은 아이들을 친구로 둘 수 있어 아이가 자란 후에도 여러모로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며 강남에 진입하려는 이유를 설명했다.


▎2015년 11월 서울 강남의 한 고등학교에서 열린 고교 입시설명회를 찾은 학부모들이 입시 정보 등에 대한 설명을 경청하고 있다.
이 부부의 이야기는 ‘교육특구’ 강남의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이들 부부가 유별난 것도 아니다. 대부분의 부모가 이들과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를 감안하면 강남8학군을 자극하는 정부의 교육정책이 부동산 시장의 큰 변수가 될 것임을 예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실제 가입자수 18만 명을 자랑하는 국내 최대 인터넷 부동산 카페에는 김상곤 부총리 지명 직후인 6월 11~12일 이틀간 입시제도 변화에 따른 집값 전망에 대한 글이 앞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명된 때만큼이나 많이 올라왔다. 교육제도와 부동산 가격의 상관관계가 어느 정도인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대부분의 전문가는 특목고가 폐지될 경우 교육특구로서 강남의 위상이 더 높아지고, 강남 부동산 가격 상승을 심화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전문가는 강남 집값 상승의 8할은 교육 수요 때문에 발생한다며, 이번 정부의 교육정책 변화가 강남 부동산 시장 전반에 큰 파장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서울 강북권의 일반고 교육 환경이 강남권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상황에서 강북 지역의 자사고가 생겨나면서 이제 겨우 자리를 잡아가는 상황이었다”며 “자사고가 일반고로 전환되면 기존 강남권 일반 명문고들의 경쟁력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한 은행 부동산자문센터장은 “사교육 시장이 살아 있는 이상 강남 대치동에 대한 수요가 몰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전망했다.

강남 지역에 위치한 현지 공인중개사무소들도 문재인 정부의 교육정책이 강남 부동산 시장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강남구에 위치한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자사고와 외고가 폐지되면 사교육의 메카인 강남으로 수요가 몰릴 수밖에 없다”며 “매매시장뿐 아니라 임대차 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중개업소 관계자는 “그간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으로 강남 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올라 아파트를 구매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빌라나 다세대주택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목동·중계동 등 학원가도 더불어 ‘들썩’


▎2015년 4월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서울외고 학부모 비상대책 위원회가 ‘서울외고 특목고 지정 취소 평가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
정부의 특목고 폐지는 전통적으로 우수한 교육 환경을 자랑하는 서울 다른 지역의 부동산 시장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강남구 대치동과 함께 서울 시내 사교육 1번가로 불리는 ‘양천구 목동’과 ‘노원구 중계동’이 대표적이다.

실제 이들 지역은 주변 지역에 비해 집값이 높게 형성돼 있다. 한 예로 지난해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한국도시연구소와 함께 2011~2015년 국토교통부 주택 실거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서울시 자치구 중에서 월세 보증금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지역은 양천구였다.

양천구는 2011년 4727만원이던 월세 보증금이 2015년에는 1억1132만원으로 135.5% 올라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2위는 121.5%가 상승한 강남구(2011년 8097만원→2015년 1억9738만원)였으며, 송파구(112.8%), 서초구(108.5%)가 뒤를 이었다. 목동 학원가가 밀집한 양천구의 월세 보증금 상승률이 강남8학군 못지않게 높은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부동산 정보제공업체 리얼투데이의 양지영 리서치팀장은 “강남의 부동산 가격이 다른 지역보다 상당히 비싼 데다 학군이 필요한 사람들이더라도 직장 등 생활범위를 함께 고려하기 때문에 강남구 대치동 이외에도 양천구 목동이나 노원구 중계동 등으로 수요가 늘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자사고와 외고의 폐지가 강남을 비롯한 전반적인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한 시중은행 부동산 수석연구위원은 “강남 집값의 경우 이미 교육에 의해 이미 상당 부분 형성된 것이기 때문에 집중력이 좀 더 생긴다는 해석은 가능하지만 이번 정부의 교육정책 전환이 뚜렷한 집값 상승을 이끌 것으로 보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강남8학군 부활을 둘러싼 논란, 그리고 이에 따른 부동산 시장의 들썩임은 한국 사회에서 강남이 가지는 이미지와 위상을 다시 한번 확인해주는 계기가 되고 있다. 절대 무너질 것 같지 않은 ‘강남공화국’이 이번에 재차 드러났다.

특히나 이 같은 한국 사회의 강남 선호현상은 이념적으로 서로 다른 좌우 구분이 의미가 없을 정도다. 이는 달리 말하면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인 강남 집중 현상과 이에 따른 폐해가 그만큼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라는 뜻이기도 하다.

한때 ‘강남좌파’라는 말이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군 적이 있다. 강준만 전북대 교수가 처음으로 사용한 강남좌파는 진보적인 의식을 가졌지만 생활은 보수와 비슷하게 하는 좌파를 비판하는 용어로 종종 사용되곤 한다.

강남좌파가 가장 많은 비판을 받는 부분 중 하나는 자녀 교육과 관련된 문제다. 자기 자식은 좋은 학교에 보내면서 말로만 교육의 공공성을 강조한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강남좌파의 허물이 가장 적나라하게 발가벗겨지는 때가 바로 총리나 장관 등 정부 고위공직자들의 인사청문회다.

‘교육특구’ 기대로 위장전입도 늘어날까


▎밤 10시 서울 대치동의 학원가. 한 고교생이 자신이 탑승할 학원 승합차 쪽으로 걸어가고 있다. / 사진:신인섭
인사청문회 때마다 위장전입이라는 단어가 단골 메뉴로 등장한다. 그리고 위장전입과 함께 가장 많이 언급되는 단어가 ‘강남8학군’과 ‘부동산 투기’다. 겉으로 보기에는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이 세 단어는 서로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위장전입의 목적이 주로 자녀 교육과 자산 증식에 있기 때문이다.

실제 위장전입이 사회적인 이슈로 부각된 시점이 고교 평준화가 본격화되고 부동산 개발 붐이 일면서 땅값이 상승한 1980년대부터다. 당시 고교 배정 기준이 거주지 중심으로 바뀌게 되면서 자녀들을 교육 환경이 좋은 강남8학군에 입학시키기 위해 위장전입자가 강남 지역으로 몰려든 것이다. 부동산 호황도 한몫했다. 해당 지역 거주자가 아파트 분양과 임대주택을 1순위 청약 받도록 규정하면서 위장전입이 많아졌다.

2000년에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이후 진보정권이나 보수정권 모두 위장전입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병역 면탈,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위장전입, 논문표절 관련 인사 배제를 인사 5대 원칙으로 천명한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마찬가지였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자녀 진학 문제로 위장전입했다고 시인한 바 있으며,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도 위장전입 사실을 인정했다.

이에 앞서 김대중 정부 시절에는 장상 총리가 부동산 투기를 위해 위장전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낙마했으며, 주양자 보건복지부 장관도 같은 이유로 사퇴한 바 있다. 노무현 정부 때는 이헌재 경제부총리, 강동석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 장관이 부동산 투기를 위해 위장전입했다는 의혹을 받아 사퇴했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시절에도 각각 세 명의 장관 및 고위공직자 후보자가 자녀 교육, 부동산 투기 등을 이유로 위장전입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특히 이명박 정부 때는 대통령 본인도 다섯 차례 위장전입 의혹을 받았으며, 당시 박은경 환경부 장관 후보자는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해 “땅을 너무 사랑해서”라고 답해 국민들을 분노케 하기도 했다.

인사청문회 때마다 위장전입 문제가 불거지고, 위장전입 사실이 없는 후보자를 찾기 어려운 지경이 되면서 한편에서는 위장전입은 문제삼지 말자는 얘기까지 나오기도 한다. 한국 사회에서 위장전입이 얼마나 일반화된 일인지를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강남8학군의 부활은 이 같은 위장전입 문제를 더 심화시킬 가능성이 농후하다.

최근 부동산 정보제공업체 부동산114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6월 23일 기준) 강남구의 아파트 가구당 평균 매매가격은 12억9111만원으로 서초구(12억9008만원)를 제치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강남구와 서초구의 아파트 가격은 2000년대 초반부터 강세를 이어왔다.

강남구는 2001년부터 2011년까지 11년 연속 서울에서 가장 아파트 가격이 비싼 부촌(富村)이었다. 전통적인 부촌으로 꼽히는 압구정동, 입주 당시 최고급 아파트였던 ‘타워팰리스’가 들어선 도곡동, 강남8학군을 상징하는 대치동, 재건축 단지가 몰려 있어 투자 1순위로 꼽히는 개포동이 강남구에 속한다.

서초도 강남 못지않다. 강남에 버금가는 학군을 자랑하는 서초에서는 2008년 반포자이가 입주하고, 이어 2009년에는 래미안반포퍼스티지, 2010년에는 반포리체, 2011년에는 반포힐스테이트가 입주를 마치면서 아파트 가격이 상승했다. 우수한 교육 환경에 새 아파트까지 들어서면서 서초구는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년 연속 서울 자치구 중 아파트 매매가격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검사장급 이상 간부 83%, 거주 또는 주택 소유


그렇다면 강남8학군으로 대표되는 이 강남불패 신화는 깨질 수 있을까.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지난해 한 일간지가 2010~2016년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재산공개 현황을 토대로 검사장급 이상 법무부·검찰 재산공개 대상 98명의 건물 보유현황을 전수조사한 적이 있다. 이들 고위간부는 법무부 장·차관을 비롯해 기획조정실장, 법무실장, 검찰국장, 범죄예방정책국장, 법무연수원 원장 및 기획부장, 사법연수원 부원장,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등 법무부 실·국장, 검찰총장과 대검 차장, 기획조정부장, 반부패부장, 각 고·지검장 등이다.

결과는 어땠을까. 모두의 예상을 크게 빗나가지 않았다. 전체의 82.7%인 81명이 강남 3구(강남구·서초구·송파구)에 거주하거나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강남에서도 최고급 아파트로 꼽히는 타워팰리스나 아크로비스타, 삼성동 아이파크, 압구정 현대아파트, 강남·서초·방배 고급빌라에 사는 사람이 50%를 웃돌았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한국 사회에서 권력의 최상층부에 있는 검찰 고위간부가 부와 교육 환경, 각종 사회 편의시설이 집중된 강남을 마다할 리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처럼 권력과 부를 지닌 자들이 강남에 집중적으로 모여 살기 때문에 정부가 강남 집값은 절대 떨어뜨리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가 공공연히 떠돌기도 한다.

실제 역대 정부가 지금까지 수많은 부동산 정책들을 쏟아냈지만 결과적으로 강남 집값을 잡지는 못했다. 이번 정부도 출범 한 달 만에 6·19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지만 잠시 진정세를 보이던 강남 부동산 시장이 다시 들썩이고 있다.

아울러 이번 정부는 강남 집값을 잡겠다면서 오히려 강남 집값을 자극하는 역설적인 교육 정책을 내놓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이 같은 모순된 정책 속에서 강남8학군 부활과 강남 부동산 과열이라는 두 가지 난제를 슬기롭게 해결하고, 강남좌파에 대한 오해까지 풀 수 있는 지혜를 발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고병기 서울경제 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201708호 (2017.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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