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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거품 논란! 국내 이동통신비의 비밀 

新사업자 진입 허용, 이통 3사 요금체계 허물라 

김현아 이데일리 기자 chaos@edaily.co.kr
대법원 계류 중인 통신원가 공개한다 해도 검증에 어려움 ... “알뜰폰 키우고 제4이통 허용…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 검토해야”

▎최근 정부의 통신비 절감대책이 발표되자 이동통신업계는 “통신사에 과도한 부담을 지우는 것”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이통 3사는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비롯한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 종로구의 한 휴대전화 판매점 앞에서 한 시민이 통화를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한국의 이동통신 요금은 과연 비쌀까? 통신요금 원가를 공개하게 하면 요금이 싸질까? 2000년대 초반부터 10년 넘게 지속돼온 논쟁이다. 시민단체들은 요금이 비싸서 정부가 적극 개입해 요금을 내리도록 강제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사업자들은 요금이 높은 게 아니라 이용자들이 많이 쓰기 때문이라고 반박한다.


상반된 주장이 대립한 가운데 시비를 가릴 수 있는 수단이 국가 간 이동통신요금 비교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가 격년으로 발간하는 보고서 ‘디지털 경제전망(Digital Economy Outlook)’에 따르면 한국의 평균요금은 0.048달러로 OECD 평균 0.086달러보다 훨씬 낮은 19위(2014년 기준)다. 평균요금이란 요금수익을 이용량으로 나눈 분당수익(RPM, Revenue per Minute)을 의미한다. 한국의 이동통신 평균요금이 낮게 나오는 것은 1인당 이용량(MOU, Minute of Usage)이 292분(음성 기준)으로 회원국 평균 265분보다 많기 때문이다. 즉 수치만 봐서는 국내 요금이 딴 나라에 비해 비싸다고 말하기 어렵다.

국제비교 데이터뿐 아니라 통계청이 발표하는 가계동향에서도 이동통신요금이 포함된 가계통신비는 매년 감소세를 보이는 것으로 확인된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4분기 및 연간 가계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2인 이상 가구의 가계 통신비는 월 평균 14만4001원이다. 2015년(14만7725원)보다 2.5% 줄어든 것이다. 가계 통신비는 우편·통신 서비스와 통신 장비(단말기) 비용을 합해 계산한다. 그럼에도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공약이 바로 통신비 인하다. 왜 그럴까? 스마트폰으로 전화만 하는 게 아니라 영화도 보고, 쇼핑도 하며, 드라마를 즐기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소위 4차 산업혁명이라는 게 다가올수록 이동통신 서비스는 국민의 삶에 필수품이 되고 있기에 정부 당국으로선 경제정책뿐 아니라 사회정책으로서 국민에 부담이 되는 통신비 문제를 들여다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시장 기능을 무시하고 정부의 규제권한만 늘리려 한다면, 국민이 체감하는 요금 인하가 어려워지고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의 생태계를 망가뜨려 관련 일자리를 줄이는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 거센 구호가 아니라 세심하고 똑똑한 정책이 필요한 것이다.

이동통신요금은 기본적으로 민간 통신회사들이 정한다. 정부는 시장 점유율이 가장 높은 SK텔레콤에 한해 ‘요금인가제’를 운영하지만, ‘인가제’가 요금을 내리게 하는 것은 아니다. 요금인가제의 취지는 ‘SK텔레콤이 이윤을 얻기 위해 과도하게 요금을 높이거나 유지하는 등 시장지배력을 남용할 우려를 없앤다’는 데 있다. 정부로선 사업자의 인가 신청을 거부할 수는 있지만 요금을 더 내리라는 권한을 행사할 수는 없다.

원가 공개하면 통신료 낮아진다?


▎별도의 통신시설 없이 기존 이통 3사의 주파수와 통신회선을 사용하는 알뜰폰은 설비투자 부담이 없어 기존 이통사와 비교해 통신요금이 평균 30∼50% 저렴하다. 하지만 자본력, 마케팅 노하우, 서비스 부족 때문에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의 11.5% 정도만 가입돼 있다. / 사진:연합뉴스
여기에 2010년 2월부터 SK텔레콤도 기존 요금을 내릴 때는 정부의 인가 없이도 자유롭게 내릴 수 있지만, 그동안 국내 이동통신 3사가 자발적으로 요금을 내린 사례는 망 내 통화 무료나 3만원대 음성무제한 요금제 출시 정도에 불과하다.

이내찬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동통신요금 인하는 시민단체, 청와대, 국회, 언론, OECD 같은 다양한 이해 당사자들의 비판적 여론을 토대로 정부가 사업자를 압박하고 사업자가 (그 기준에 맞는) 인가를 신청하는 형태로 이뤄졌다”면서도 “하지만 이렇게 지루하고 복잡한 과정을 거치는 것에 비해 소비자 체감은 낮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2000년대 초반, ‘100만 시민 서명운동’을 전개하면서 이동통신요금의 원가 공개와 요금 인하를 요구했다. 그리고 2017년 현재 대법원에서 관련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참여연대는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약했다가 흐지부지된 ‘기본료 폐지(1만1000원)’가 이뤄지려면 원가자료 공개와 분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기본료라는 항목은 표준요금제에만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사실상 정액요금제에도 1만1000원 정도 되는 고정비 성격의 기본료가 있어 이를 증명하려면 원가가 공개돼야 한다는 것이다.

언뜻 보면 참여연대의 주장이 맞는 것 같다. 통신에 공공적 성격이 강하니 원가를 알게 되면 요금을 사회적으로 통제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설사 대법원 판결로 각 이동통신 회사의 통신비 원가가 공개되더라도 고정비 성격의 기본료가 얼마인지 밝히기는 어렵다고 설명한다.

양환정 미래창조과학부 통신정책국장은 “원가를 공개한다고 해도 기본료를 밝히기 어렵다”며 “정부가 가진 원가정보는 총괄 원가로 이동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전체적인 비용에 대한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기본료, 음성 한 통화, 데이터 1MB 등 세부적인 원가를 분석할 수 없으며, 통신사가 가진 내부원가자료의 수준도 알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양문석 공공미디어연구소 이사장(전 방통위 상임위원) 역시 “방통위 상임위원으로 근무할 때 KT에서 원가를 받으려 했지만 검증이 불가능해 실패했다”고 말했다.

통신 원가를 알면 요금이 저렴해질 것이라는 건 환상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김성환 아주대 교수는 “가격 결정에 정부가 직접 개입하는 것은 반대한다”며 “노무현 정부 때 ‘아파트 분양원가’를 공개하라고 했지만 실현되지 않았다”고 상기했다. 그러면서 아이에게 주는 용돈을 예로 들었다. 중학생 아이에게 매주 용돈 5만원을 주는데 아이는 다 쓰지 않고 절반은 저축한다. 그래서 용돈을 너무 많이 주는 것 같아 어디어디에 썼는지 적어내라고 한다. 그러면 아이에게 2만 5000원만 주면 되지 않을까 해서다. 하지만 아이는 그 다음엔 (5만원을 다 받기 위해) 5만원을 다 썼다고 적어낸다. 김 교수는 “기업이 원가를 늘리기는 너무나 쉬운 일이고, 결국 시간이 지나면 원가에 연동한 요금은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새로운 시장 진입자가 경쟁 유발해야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6월 22일 25% 요금할인을 포함한 통신비 절감대책을 발표했다. 왼쪽부터 박광온 국정위 대변인,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의장, 이개호 국정위 경제2분과 위원장, 김정우 국정위 경제2분과 위원, 최민희 국정위 통신부문 자문위원. / 사진:신인섭
요금 인하의 해법으로 인가제도 안 되고, 원가 공개도 무용지물이라면 나머지 쓸 수 있는 카드는 없을까? 결국 경쟁 활성화가 방법이다. 많은 사업자가 시장에 진입할수록 이용자 선택의 폭은 넓어지고 수요 전환이 이뤄져 요금이 저렴해진다. 한국의 이동통신 역사는 KT의 자회사로 분리된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에서 시작한다. 한국이동통신 독점 시장에 경쟁이 도입된 건 1990년대 말이다. 신세기통신과 PCS 3사(한국통신프리텔, 한솔PCS, LG텔레콤)가 출현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2000년대 초 국내 이동통신 시장은 SK텔레콤+신세기통신, 한국통신프리텔+한솔PCS, LG텔레콤 등 3강 체제로 재편됐고, 현재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이다.

견고한 이동통신 3사에 도전장을 내민 것은 이른바 ‘알뜰폰’이다. 알뜰폰이란 별도의 통신시설 없이 기존 이동통신사 (SKT, KT, LG유플러스)의 주파수와 통신회선을 사용하기 때문에 설비투자 부담이 없어 기존 이통사와 비교해 통신요금이 평균 30∼50% 싸다. 이는 2G와 3G 표준요금제는 물론 LTE 데이터중심 요금제까지 지나치게 똑같은 요금제로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한 이통 3사와 다르다.

알뜰폰 사업에는 CJ헬로비전, SK텔링크 등 대기업군도 뛰고 있지만 39개 기업 중 대다수는 세종텔레콤, 에넥스텔레콤, 큰사람 같은 중소기업이다. 알뜰폰 요금은 절반 이상 저렴하나 이통 3사보다 뒤떨어지는 자본력이나 마케팅 노하우, 부족한 서비스 때문에 아직은 국내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의 11.5%에 해당하는 696만 명 정도(올해 2월 기준)만 사용한다.

하지만 2011년 0.8%에 불과했던 점유율이 우체국 판매가 시작된 2013년 9월 이후 급증해 2014년 8.1%, 2015년 10.2%, 2016년 11.4%로 늘어난 것은 알뜰폰이 가진 잠재력을 말해준다. 황성욱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 부회장은 “지난해 알뜰폰으로 1조9000억 원 정도의 가계통신비를 절감했는데 11%인 알뜰폰의 이동통신 시장 점유율이 20%까지 되면 매년 4조원 정도의 통신비를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가 기본료 항목이 없는 LTE까지 일괄로 1만1000원을 내리면 7조원의 요금 인하가 가능하나 그렇게 되면 이동통신 3사 모두 적자가 나므로 불가능한 일이다”고 덧붙였다.

4차 산업혁명도 결국 5G 같은 초강력 네트워크 위에서 이뤄질 것이니, 이번 기회에 직접 전국에 설비를 까는 제4이동통신 사업자 진입을 적극적으로 유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금까지 정부는 제4이동통신 사업자 출현을 위해 전파사용료 감면, 로밍 의무화 등 다양한 혜택을 부여하는 정책안을 제시했지만, 자본 규모가 부족한 재정 문제로 번번이 실패했다.

하지만 사람뿐 아니라 사물들까지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사물인터넷(IoT) 시대에 늘어날 수밖에 없는 네트워크 비용 문제를 해결하려면, 새로운 시장 진입자가 나타나 획기적인 요금상품을 개발해 경쟁을 주도하는 메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이내찬 한성대 교수는 “지금까지 정부는 자본 규모가 부실한 사업자가 진입했다가 경영악화로 퇴출하면 그 책임을 고스란히 떠안을까 걱정했지만, 이제는 그런 부담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며 “요금경쟁을 촉발하는 게 목적이라면 더욱 그렇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통신요금 자체의 문제뿐 아니라 고가의 단말기 가격이 소비자 가계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단말기 구입을 이동통신 3사가 대리점 판매를 통해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비판이다. 한국 소비자들은 단말기를 이동통신사 대리점에서 구입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세계 최초 CDMA 상용화’ 덕분이다. 우리나라는 칩 제조사인 퀄컴과 함께 CDMA를 2G에 도입하면서 가입자식별모듈(USIM)을 단말기에 내장시켜 탈부착되지 않는 ‘CDMA 단말기 규격’을 택했다. 2G 때부터 단말기와 USIM을 분리할 수 있는 GSM 규격을 적용한 유럽과 달리 우리는 기술적으로 단말기 구매와 이동통신서비스 가입을 한꺼번에 하도록 강제한 것이다.

단말기 구매-통신서비스 분리도 해법


▎휴대전화 보조금을 규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 2014년 10월 1일부터 시행됐다. 고가 요금제와 연계한 보조금 차등 지급을 금지하고, 통신사뿐 아니라 제조사 장려금(보조금에서 제조사가 부담하는 부분)도 규제 대상에 포함하는 게 핵심이다. / 사진:김경빈
이후 오랫동안 통신사들은 고가 요금제 가입을 조건으로 최신 스마트폰 지원금을 몰아줬고, 고가 단말기와 고가 이동통신 요금을 하나로 묶어 팔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스마트폰 가격은 시장과 장소에 따라 몇 배씩 차이가 났고, 집토끼(기기변경 고객)는 무시하고 산토끼(번호이동 고객)에게만 지원금을 주는 이용자 차별도 심했다. 통신사들은 매출액의 3분의 1을 마케팅비로 쓰면서 욕을 먹었다. 2015년 이동통신 3사의 총 매출액 규모는 약 24조원인데, 보조금을 포함한 마케팅비는 7조9000억원이나 됐다. 이 과정에서 등장한 게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하 단통법)이었다.

단통법은 통신사들에 요금제별 지원금 공시 의무를 줬고, 저가 요금제에도 지원금을 주도록 강제했다. 집토끼와 산토끼를 차별하지 못하게 했다. 지원금 상한제를 통해 시장을 관리하면 제조사들은 단말기 출고가를 낮추고, 통신사들은 요금으로 경쟁할 것으로 믿었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 단통법에 따른 출고가 인하 효과나 요금 경쟁 활성화는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삼성·LG·애플 등은 프리미엄폰의 출고가를 10% 정도 올리고 있고, 가격 차별화가 불가능해진 중소 유통점은 거리로 내몰리고 있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에 따르면 단통법 시행 이후 2014년에만 판매점이 9.09% 줄고, 대형유통이 23.7% 증가했다. 단말기 가격통제 정책이 결과적으로 단말기 가격 인하에 별 도움이 안 되고 중소 판매점에만 직격탄이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최근 다른 나라처럼 아예 단말기 구매와 이동통신서비스 가입을 분리해 휴대전화 가격과 통신요금 가격 경쟁을 전면화하자는 논의가 한창이다. 소위 ‘단말기 완전 자급제’로, 이는 통신사가 휴대폰을 팔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즉 휴대전화는 사고, 통신사 가입은 따로 하는 방식이다. ‘단말기 완전 자급제’는 2015년 전병헌 더불어민주당 의원(현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이 법안으로 발의했지만 2014년 ‘단말기유통법’ 시행 직후여서 빛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단말기 완전자급제’가 되면 단말기에 대한 이통 3사의 지배력이 사라져 통신사들은 ‘요금’과 ‘품질’로만 경쟁하게 되고, 제조사들은 TV나 냉장고 같은 가전제품처럼 단말기 판매에 자율성을 얻게 된다. 초고속인터넷을 쓰기 위해 통신사에서 PC를 사는 게 아니라 용산 전자상가 등에서 PC를 사고, KT 같은 통신사에서 서비스에 가입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지금까지는 통신사 유통점에서 주로 휴대전화을 샀는데 앞으로는 거의 무제한으로 살 수 있게 되니 휴대전화 가격 경쟁이 전면화된다. 이통사 경쟁력에서 단말기를 떼내는 셈이어서 이통사는 서비스 품질이나 요금정책에 더 신경 쓸 수밖에 없다. 소비자로서도 할부니, 약정이니, 위약금이니 하는 복잡하고 이상한 구조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통 3사나 저렴한 알뜰폰의 USIM을 판매점 등에서 산 단말기에 꽂아 쓰는 게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통사 무료 프로모션 기간마다 3개월은 SK텔레콤, 3개월은 KT, 3개월은 LG유플러스 등으로 쉽게 옮겨갈 수도 있다.

미국 이통사 T모바일(T-Mobile)은 이 같은 ‘단말기 완전 자급제’ 환경 속에서 기존 이통사들이 시도하지 않던 소비자 중심의 파격적인 요금 혜택을 주는 ‘언캐리어(Uncarrier)’ 전략을 쓴 덕분에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약 30%의 가입자 성장률을 기록하며 3위 사업자로 등극했다. 단말기 지원금 없이 최소 50달러에 무제한 음성통화, 문자, 데이터를 제공하는 무약정요금제 ‘심플 초이스(Simple Choice)’ 등이 시장에서 성공했다. 고용진 의원(민주당)은 7월 4일 열린 유영민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통신사는 통신상품으로, 제조사는 단말기 가격으로 경쟁(단말기 완전자급제)해야 불필요한 논란이 없어진다”고 언급했다.

[박스기사] 보편 요금제의 함정… 알뜰폰 죽이기?


6월 22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와 정부가 내놓은 ‘통신비 절감’ 대책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보편 요금제’ 출시다. 국정위는 ▷이통사에 가입할 때 단말기 지원금 대신 받을 수 있는 선택약정 할인율을 20%에서 25%로 올리고 ▷어르신·저소득층에 대한 요금 감면도 월 1만1000원 이상 확대하기로 했다. 또 임기 내 공공와이파이와 2만원 보편 요금제(음성 200분, 데이터 1GB, 문자기본) 도입 시 연 4조6000억원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중 ‘보편 요금제’가 관심을 받는 이유는 요금제 설정권을 정부가 가져가겠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국정위와 정부는 통신비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월 2만원에 음성 200분, 데이터 1GB, 문자 기본’을 주는 보편 요금제를 이통 3사에서 출시하도록 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하반기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비슷한 법안을 이미 추혜선 의원(정의당)이 발의했다. 추 의원은 ‘이용자들의 음성·문자·데이터 평균 사용량 등을 고려해 일정 수준 이상의 서비스를 누구나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요금 기준(보편 요금제)을 고시하고, 이통 3사가 이에 맞는 요금제를 이용약관에 하나 이상 포함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정부는 보편 요금제가 필요한 것은 취약계층의 통신비 부담이 크고 저가 요금제가 경쟁에서 소외됐기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데이터 중심 요금제의 경우 저가와 고가 구간의 요금 차이는 3배이나 제공량 차이는 최소 119배에서 최대 324배(무제한 요금의 일 제공량 포함시)나 되니, 국민이 적정 요금으로 기본적인 수준의 음성·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의 보편 요금제 출시를 의무화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말한 2만원대 보편 요금제는 이미 우체국 알뜰폰에도 존재하는 상품이다.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 회장인 윤석구 ㈜큰사람 대표는 “2만원대에 데이터 1G, 음성 200분 등을 주는 ‘보편 요금제’를 만들게 하자는 논의가 나오는데, 알뜰폰에는 이미 그런 상품이 있다”며 “(통신 3사에 내야 하는) 도매대가를 할인해주고 전파사용료를 감면해주면 알뜰폰이 더 큰 통신비 절감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이미 알뜰폰이 서비스하는 보편 요금제를 기존 이통사가 출시하도록 강제하려는 이유는 뭘까? 정부 고위 관계자는 “알뜰폰으로는 (보편 요금제) 대중화에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SK텔레콤에 같은 상품이 있다면 누가 알뜰폰을 쓰겠는가.

정부가 통신비 절감에 기여하고 있는 알뜰폰이라는 특정 산업군을 망하게 하고, 직접 사회주의 계획 경제식으로 세세한 요금제를 정하는 게 옳은 일일까? 김성환 아주대 교수는 “많이 쓰는 사람이 많이 내고, 싸게 쓰고 싶다면 싸게 사는 기회가 열려 있는, 시장은 차별화될수록 좋은 것”이라며 “기업이 이윤을 많이 내면 고용을 창출하고, 정부는 기업에 세금을 걷어 재정을 확충해서 소득 재분배에 쓰고 이게 바로 진보 정치가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대로 된 정치는 기업이 돈을 못 벌게 하거나 얼마만큼 벌라고 지정해주는 게 아니라 번 만큼 제대로 세금을 내고, 그 세금으로 복지 수준을 높이는 것이다.

- 김현아 이데일리 기자 chao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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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호 (2017.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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