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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이슈] 철강계 트랜스포머 ‘기가스틸’ 개발한 포스코 

10원짜리 크기로 10t 무게 견딘다 

박지현 기자 centerpark@joongang.co.kr
4차 산업혁명 시대 전기차, 무인자동차 등 스마트카의 대항마로 재활용… 동급 알루미늄보다 가볍고 안전하며, 친환경 면에서도 탁월

▎알루미늄과 기가스틸 강도를 동일조건에서 자체 비교 실험한 영상 스틸 컷. / 사진:포스코
전기차 및 무인자동차 등 스마트카 시대에 발맞춰 철강 산업에도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포스코가 꿈의 소재로 알려진 ‘기가스틸(GIGA steel)’로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기가스틸은 차세대 강판소재로 튼튼하면서도 자동차의 무게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양쪽 끝에서 강판을 잡아당겨 찢어지기까지의 인장강도가 980GPa(1기가파스칼) 이상이어서 기가스틸이라고 이름 붙였다.

10원짜리 동전 크기로 무려 10t을 견딘다. 1t가량인 준중형차 1500대를 가로 10㎝, 세로 15㎝인 손바닥만 한 크기의 기가스틸에 올려놓아도 견딜 수 있는 것이다. 기가스틸을 자동차 소재로 적용하면 알루미늄 등 대체소재에 비해 경제성·경량화·안전성 측면에서 우수하다. 특히 가공성이 우수해 알루미늄 부품보다 더 복잡한 형상의 제품도 만들어낼 수 있다. 철강소재는 일반적으로 강도를 높이면 단단해서 잘 구부러지지 않지만, 포스코는 역설적이게도 강도와 가공성(연신율)을 동시에 높이는 ‘기가스틸’을 개발했다. 철강계에선 ‘트랜스포머(Transformer)’인 셈이다.

포스코는 자동차 경량화와 대체소재의 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가볍고 튼튼한 철을 만드는 데 힘써왔다. 그 결과 강도를 높이면서 소비자가 철강의 성형을 쉽게 할 수 있는 ‘더 강하고 잘 구부러지는 철’을 만들어냈다. 더욱 안전하고 가벼운 차체를 구현하기 위한 미래 철강소재 기가스틸을 개발한 것이다. 이를 포스코가 자체적으로 설계·제작한 ‘PBC-EV’ 차체에 적용시켜 경량 철강소재로서 기가스틸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자동차 경량화는 시대적 요구에 따른 것이다. 1970년대 두 번의 오일쇼크를 거치고, 2000년대 들어 중국 등 신흥국의 경제성장과 함께 장기적인 유가 상승이 이어지면서 까다로워진 연비 규제 및 온실가스 배출 규제 강화에 따라 자동차 경량화가 가속화됐다.

또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며 철강을 대체하는 경량 소재도 증가했다. 자율주행차와 스마트카 등이 출현하면서다. 전기차가 장시간 달리기 위해선 큰 용량의 무거운 배터리를 사용해야 하는데,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해 상대적으로 차체를 가볍게 하는 알루미늄과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 등을 적용한다.

기가스틸은 자동차 경량화에 있어 알루미늄보다 높은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강도 면에서도 더 우월하다. 대체소재로 불리는 알루미늄은 철보다 비중이 3분의 1 정도 작아 자동차 무게를 크게 줄여줄 수 있지만 강도는 철강소재보다 많이 낮다. 포스코의 기가스틸을 적용하면 알루미늄보다 아주 얇은 소재를 사용하고도 강도 높은 가벼운 자동차를 만들 수 있다.

세계 철강사들도 기가스틸 개발을 놓고 경쟁을 벌여왔지만, 지금까지 철강을 생산해 상용화한 것은 포스코뿐이다. 포스코의 기가스틸을 자동차 차체에 상용화시킨 대표적 사례로 쌍용차가 개발해 최근 일반에 공개한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G4 렉스턴’을 들 수 있다. 이 차량에는 1.5GPa급 기가스틸이 적용됐다.

포스코는 기가스틸 생산을 위해 지난 4월 광양제철소에 전용 공장인 ‘No.7 CGL(Continuous Galvanizing Line)’을 준공했다. 이 공장은 합금화용융아연도금(GA)과 용융아연도금(GI) 강판을 모두 생산할 수 있다. 연간 생산량은 50만t 규모다. 포스코 관계자는 “알루미늄 등 같은 대체 소재의 사용이 점차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경제성·친환경·기능성 면에서 더 우수한 ‘기가스틸’을 기반으로 재편될 것”이라며 “디자인 및 부품 설계까지 포함하는 토털 솔루션마케팅과 연구개발 투자 확대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철강은 인류와 가장 가까운 소재로서 위상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설명했다. 포스코는 고객사와의 공동 프로모션 등을 통해 기가스틸을 비롯한 각종 철강재의 ‘솔루션 판매량’을 지난해 390만t에서 2019년에는 650만t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50주년 앞두고 도약 위해 신(新)중기 전략 내세워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북미오토쇼에 전시된 포스코의 철강 차체. / 사진:포스코
원래 철은 자동차 생산의 전통적인 소재였다. 가공성·용접성이 뛰어나고 경제적이며, 도금으로 녹이 스는 것도 쉽게 방지할 수 있어 자동차 제작에선 최적의 소재로 꼽혀왔다. 재활용이 쉬운 친환경 재료이기도 하다.

세계철강협회 자료에 따르면 소재 1㎏을 생산할 때 배출되는 탄소 양은 철은 2.0~2.5㎏인 데 비해 알루미늄은 11~12.6㎏으로 다섯 배 넘게 차이가 난다. 자동차로 생산된 이후에도 제품의 수명주기를 감안한 누적 온실가스의 배출 또한 10%가량 적어 철강제품이 전체 온실가스 배출에 있어 더욱 친환경적이다.

포스코는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자동차강판 생산 기술로는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게 됐다. 2000년 초부터 독자적인 자동차강판 기술 개발에 돌입했고, 당시 광양제철소를 세계 최대·최고의 자동차강판 생산 제철소로 발전시킨다는 계획 아래 대대적인 투자로 2003년 1월에는 자동차강재연구센터를 준공하기도 했다.

내년 창립 50주년을 앞둔 포스코는 ‘신(新)중기 전략’을 발표하며 새로운 50년을 위해 도약할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세계 제일의 철강사업 수익력을 지속하기 위해 고유 기술과 차별화된 역량을 기반으로 미래성장 사업을 육성한다는 것이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밝힌 신중기 전략의 주요 내용이다. 신중기 전략이 완료되는 2019년 말엔 지난해 2조8000억 원 수준이던 연결 영업이익은 5조원으로 늘고, 미래성장 분야 매출액도 2025년까지 11조2000억원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포스코는 전망하고 있다.

신중기 전략에 따라 포스코는 철강 부문에서 최고 품질의 제품을 생산, 판매하며 2위 기업과의 격차를 계속 넓혀갈 계획이다. 권 회장은 취임 초부터 월드프리미엄(WP) 제품 판매 확대 전략을 펴 지난해 전체 판매량의 50%까지 WP제품 비중을 늘린 바 있다.

- 박지현 기자 centerpark@joongang.co.kr

201708호 (2017.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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