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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인터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구닐라 린드베리 평창 담당 조정위원장 

“내년 2월 강원도에서 세계인의 축제가 열린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평창겨울올림픽은 서울올림픽 후 한국의 성장을 지구촌에 알리는 계기… 한국인 특유의 에너지로 남북관계 발전 및 세계 평화 이끌 것

▎구닐라 린드베리 IOC 조정위원장은 평창겨울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확신한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1896년 창설 이래 여성이 위원장에 오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오로지 남성들의 독무대였다. 유색 인종의 도전도 아직 불허했다. 이런 보수적 환경에서도 구닐라 린드베리(70) IOC 위원 겸 2018 평창겨울올림픽 담당 조정위원장은 입지를 꾸준히 다져온 드문 케이스에 속한다.

2011년 7월 평창이 뮌헨을 압도적 표차로 물리치고 승리하자, 자크 로게 당시 위원장은 그를 IOC에서 평창과의 관계를 대표하는 조정위원회(coordination commission) 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올림픽 전문 저널리스트인 로라 월든은 린드베리에 대해 기자에게 다음과 같이 평했다. “2006년 이탈리아 토리노겨울올림픽, 2010년 캐나다 밴쿠버겨울올림픽, 2014년 러시아 소치겨울올림픽의 성공 뒤엔 린드베리가 항상 있었다. 그는 지칠 줄 모르는 열정과 사람을 움직이는 카리스마를 지녔다. 그가 평창을 위해 일한다는 건 한국에 행운이다.”

린드베리 조정위원장은 최근 월간중앙과의 e메일 인터뷰에서 대회 개막까지 남은 7개월 동안의 준비와 관리가 평창겨울올림픽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평창올림픽 준비는 잘돼가고 있나?

“남은 7개월은 한국인들에게 매우 흥분되는 시간이자 중요한 고비가 될 것이다. 각 종목 경기장 입장권 판매가 9월에 시작되고, 뒤를 잇는 성화 봉송 릴레이도 한국 내 17개의 지역에서 펼쳐진다. 1988년 서울올림픽의 성공을 기억하는 우리 모두에게 평창의 성공은 한국의 그간의 성장을 보여주는 계기가 될 것이고 확신한다.”

우여곡절이 많은 평창겨울올림픽이 될 것 같다.

“세상에 쉬운 올림픽은 없다. 평창겨울올림픽조직위(POCOG)에 난 절대적 확신을 갖고 있다. 우리는 함께 평창올림픽을 성공으로 이끌 것이다. 지난해부터 25개의 시범 경기를 성공적으로 치러냈다. 이 과정에서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본선인 평창올림픽을 제대로 치러내기 위한 노하우를 얻었다. 게다가 문재인 대통령 역시 든든한 지원군이 돼주고 있다. 이젠 축제를 마지막까지 잘 준비하기만 하면 된다. 한국인에겐 특유의 에너지가 넘친다. 우린 그 에너지를 믿는다. 보다 많은 한국인이 경기장에서 직접 평창의 열기를 느껴보길 바란다.”

한국인들은 이번 겨울올림픽에서 어떤 영감을 얻게 될까?

“평생에 한 번 있을 법한 멋진 축제가 될 것임을 확신한다. 여름올림픽과 달리 겨울올림픽은 진정한 선진국 문턱에 있는 국가들이 주로 개최해왔다. 각국의 선수가 한국에서 올림픽 정신을 나누는 것을 직접 볼 수 있다는 건 한국 국민 모두에게 일생일대의 대단한 추억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음껏 즐겨주시길 바란다.”

분단국가인 한국에서 열리는 평창올림픽의 의미를 부여한다면?

“평창올림픽이 남북관계, 나아가 세계 평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문 대통령과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의 지난 7월 3일 만남은 그런 점에서 의미가 크다. 문 대통령과 바흐 위원장이 나눈 의견에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당시 청와대에서 바흐 위원장을 접견한 문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북한의 참가는 IOC 결정에 달려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만약 북한이 참가한다면 올림픽 정신의 고취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우리 지역과 세계의 평화, 그리고 인류 화합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바흐 위원장도 “문 대통령의 남북 화해와 한반도 평화 정책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며 이것이 올림픽 정신에 부합하는 길”이라고 화답했다. 나아가 바흐 위원장은 “오늘 문 대통령과의 면담은 1998년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만남을 연상케 한다”고 돌이키기도 했다. “그때도 북한의 시드니올림픽 참가 문제를 논의했는데, 김 전 대통령께서는 ‘북한이 동의하면 나는 무엇이든 동의한다’고 말씀하셨는데, 나는 김 전 대통령의 그 말씀으로 북한을 설득했다. 북한의 시드니올림픽 참가와 동시 입장이라는 성과를 이뤘고 결과적으로 시드니올림픽의 성공에도 기여했다.”

“올림픽 현장 체험은 일생일대의 추억”


▎평창겨울올림픽을 365일 앞둔 지난 2월 서울광장에서 열린 평창올림픽 카운트다운 오메가 시계탑 제막행사에 참석한 린드베리 조정위원장(왼쪽 셋째).
북한의 평창겨울올림픽 참가가 가능하리라고 보는가?

“평창을 ‘Games for Peace(문 대통령의 ‘평화올림픽‘을 인용한 표현)’로 만들기 위해 조직위와 IOC는 여러 가지 많은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특히 훈련 프로그램에서 그렇다.”

IOC는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바흐 위원장이 밝힌 입장이 곧 나의 입장이다. IOC를 대표해 이 점은 말씀드릴 수 있다. 우리는 평창올림픽이 한반도와 세계 평화에 기여하길 바라는 문 대통령의 비전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언론에는 공식적으로 밝힐 수 없어 아쉽지만 그 비전을 실현하고자 우리 모두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점은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다.”

한국 일각에서는 여전히 북한과의 공동 개최 주장이 나오고 있다.

“IOC의 올림픽 헌장을 보시면 공동 개최는 어렵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개최지는 평창이다.”

린드베리는 이렇게 북한과의 공동 개최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공동훈련 등에서는 가시적 성과가 나올 수 있다는 점을 내비쳤다.

그는 IOC 여성 위원들 중에서 입지전적 인물로 일컬어질 정도로 신중하고 치밀하다. 그의 일처리 능력과 균형감각을 높게 산 IOC가 그를 평창 담당 조정위원장에 낙점했고 그만큼 POCOG도 든든한 우군을 얻게 됐다. 올림픽 유치 전문 컨설턴트인 미국인 테런스 번스는 “린드베리가 있으니 평창의 개최 성공은 걱정하지 않는다”면서 “십수 년을 지켜봐온 그는 올림픽 정신을 구현할 진정한 대사(大使)”라는 찬사를 보냈다.

린드베리가 꾸린 조정위원회의 면면은 국적과 성별 측면에서 ‘드림팀’ 그 이상이라는 평을 얻었다. IOC 위원인 프레데릭 왕세자(덴마크), 당시 국제빙상연맹(ISU) 회장이었던 오타비오 친콴타(이탈리아), 르네 파젤(스위스), 선수위원인 앤절라 루지에라(미국), 배리 마이스터(뉴질랜드), 애덤 펭길리(영국) 등 쟁쟁한 인물들이 포진했다. 나아가 자이칭유(중국 IOC 위원)와 IOC 올림픽국장인 질베르 펠리(스위스), 겨울올림픽 국제경기연맹연합(AIOWF) 대표인 지안-프랑코 카스퍼(스위스), 국가올림픽위원회 총연합회(ANOC) 대표 다케다 쓰네카즈(일본) 등도 합류하는 등 매머드급 위원회가 출범한 것이다.

카타리나 비트를 따돌린 린드베리


▎7월 3일 청와대로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한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
실제로 기자가 만나본 린드베리 위원장은 대단한 내공과 세련된 매너의 소유자였다.

2018년 겨울올림픽 유치전이 한창이던 2010년 IOC 본부가 있는 스위스 로잔의 한 호텔에서 그와 마주친 적이 있다. 당시 한국의 평창, 독일의 뮌헨, 프랑스의 안시(Annecy)가 유치전에 뛰어들어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평창의 호적수는 뮌헨. 뮌헨 유치전을 총지휘한 이는 현 IOC 위원장인 토마스 바흐였다. 평창 유치위에 김연아 선수가 있었다면 뮌헨엔 김 선수가 롤모델로 삼았던 겨울올림픽 여자 피겨스케이팅 금메달 2연패에 빛나는 카타리나 비트가 맹활약했다. 그리고 로잔의 화장실 안쪽에 있던 기자는 세면대에서 비트와 린드베리가 조우하며 인사를 나누는 장면을 우연히 접했다.

비트 _“유치전이 팽팽하네요.”

린드베리 _“많이 힘들죠? 체력 유지가 중요해요.”

비트 _“그렇죠. 린드베리 당신이 평가위원이어서 참 많이 배워요.”

린드베리 _“별말씀을 다 하시네. 난 그저 여러분들에게 힘이 되고 싶을 뿐이에요. (비트가 뭔가를 얘기하려 하자) 자 그럼, 밖에서 다들 기다려서 먼저 나가볼게요. 행운을 빌어요.”

그렇게 린드베리가 먼저 화장실을 나갔다. 비트는 여기에서 뮌헨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려고 했던 것 같다. 그런 의도를 간파한 린드베리는 외교적이고도 우아하게 자리를 떴다.

평창겨울올림픽이 성공적으로 치러진다면 린드베리 위원장의 역할도 평가될 전망이다.

올림픽 유치 열기와는 달리 개최를 위한 준비는 더디기만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정농단 주역 최순실의 평창 관련 스캔들 등으로 국민의 관심도 예전보다 사그라든 탓이다. 린드베리 위원장은 평창을 자주 방문하며 상황을 챙겼다. 2015년 평창의 경기장 건설이 부진하면서 일본 등과의 분산 개최 가능성이 언급됐다. 평창만으로는 성공적인 개최를 장담할 수 없다는 우려에서였다. IOC를 대표해 선을 그은 인물이 린드베리다. 그는 당시 강릉 라카이샌드파인리조트에서 POCOG와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분산 개최 문제는) 이미 지난 1월 모든 베뉴(개최지) 문제를 확정하면서 답을 한 상태”라며 분산 개최 가능성을 일축했다.

-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201708호 (2017.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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