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생활

Home>월간중앙>문화. 생활

[신간] 원하는 대로 꿈꿀 수 있다면 

 

박지현 기자 centerpark@joongang.co.kr

▎잠1, 2 /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전미연 옮김|열린책들|각 1만원
인간은 평생의 3분의 1을 잠으로 보낸다. 이 중 12분의 1은 꿈을 꾼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잠을 몸을 회복시키는 시간 정도로만 여길 뿐, 잠을 자고 꿈을 꾸는 메커니즘은 뚜렷이 규명된 바 없다. 잠은 아직 인간이 정복하지 못한 미지의 영역인 셈이다.

인간의 수면 주기는 잠의 깊이와 뇌파의 종류에 따라 5단계로 나뉜다. 마지막 단계에는 두뇌 활동이 활발해지며 선명한 꿈을 꾼다. 렘(REM) 수면 또는 역설수면(逆說睡眠) 단계다. 작품은 역설수면 다음의 여섯 번째 단계가 존재한다는 가정에서 시작한다. 스스로 꿈이라는 것을 자각하고, 기대한 대로 꿈을 꿀 수 있다는 ‘루시드 드림(Lucid Dream)’이다.

이 작품은 베르베르의 경험과도 무관하지 않다. 1980년대 과학 전문기자를 하며 쓴 자각몽 르포가 바탕이 됐고, 실제로 3년 전 불면증을 겪으며 경험한 ‘루시드 드림’이 소재가 됐다.

작품은 모자(母子)의 탐험을 그린다. 수면을 연구하는 신경생리학자인 어머니 카롤린은 의대생 아들 자크에게 꿈을 통제하는 법을 가르쳤다. 비밀 시험 도중 피시험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고 카롤린은 다음날 실종된다. 어머니를 찾던 자크는 꿈에서 20년 뒤 자신을 만난다. 그리고 자각몽을 완벽히 통제해 불안·우울·공격성·자살충동 등을 제거한 ‘꿈의 민족’, 말레이시아의 세노이족을 만나러 간다.

이야기는 수면과학의 실제 연구 결과와 상상력이 절묘하게 결합해 있다. 등장인물들의 입을 빌려 소개하는 ‘잠 잘 자는 법’이나 ‘잠을 이용해 공부하는 법’ 등 유용한 과학 정보도 흥미롭다. 미지의 영역에 접근하는 과정은 베르베르 특유의 문체 덕분에 명쾌하고 빠르게 전개된다. 비대해진 수면제 산업이나 의료계 등에 대한 날카롭고 해학적인 사회 풍자도 곁들였다.

- 박지현 기자

201708호 (2017.07.17)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