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생활

Home>월간중앙>문화. 생활

[책갈피] 창조적 질문이 운명을 바꾼다 

 

한기홍 월간중앙 선임기자 glutton4@joongang.co.kr
‘전략적인 실용서’인 동시에 ‘지혜로운 소통의 바이블’… 좋은 질문에는 상황을 돌파하는 통찰과 추진력 담겨

▎판을 바꾸는 질문들 / 프랭크 세스노 지음┃김고명 옮김┃중앙books┃1만6000원
인류의 진리 추구는 질문하기로 시작됐다. 인간은 궁금해함으로써 더 넓은 세계를 획득했다. 질문은 인간의 삶을 더 높은 차원으로 이끌었다. 일상에서 직면하는 크고 작은 문제의 해결도 질문을 통해 실마리를 찾았다. 존재의 의미를 묻는 더 크고 심오한 질문도 끊임없이 이뤄졌다. 그 과정을 우리는 역사라고 부른다. 인간은 질문을 통해 성숙해진 것이다. 우리는 매일 질문의 힘을 절감한다. 좋은 질문은 그 질문 안에 종종 해답을 머금고 있다. 좋은 질문은 때로 질문하는 자는 물론, 질문받는 자를 변화시킨다.

CNN 백악관 출입기자 프랭크 세스노가 쓴 이 책은 질문의 또 다른 효용을 제시한다. 질문의 전략적 활용으로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다는 메시지다. 실상 지혜와 통찰 없이 성공적인 삶은 불가능하다. 질문을 통해 성공적인 삶이 가능하다면, 그 질문은 소크라테스의 ‘위대한 질문’과 본질적으로 무엇이 다르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전략적인 실용서’인 동시에 ‘지혜로운 소통의 바이블’이라 할 수 있다.

필자 프랭크 세스노의 전문성은 독보적이다. 30여 년 동안 세계 곳곳을 누빈 인터뷰 전문기자다. CNN에서 앵커, 백악관 출입기자, 토크쇼 진행자로 활약했다. 다섯 명의 미국 대통령, 다수의 국가원수, 비즈니스 리더를 비롯해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인물들을 다양하게 인터뷰했다. 그 과정에서 질문의 달인이 됐다.

열한 가지 유형의 질문 노하우가 제시된다. 그중 공감형 질문과 대립형 질문의 방법론과 지혜가 눈길을 끈다. 사람들을 저마다의 우여곡절을 가진 3차원적인 존재로 탐구하게 하는 것이 공감형 질문이다. 이런 질문은 그 자체로 커뮤니케이션의 비결이다. “사람을 목적으로 대하라”는 칸트의 정언명령이 이 공감형 질문의 개념 안에 녹아 있다. 인간성의 복잡한 면면을 파헤쳐 그 영혼의 깊이를 드러내 보이는 질문 기법이 다양한 사례를 통해 소개된다.

대립형 질문은 하나의 스킬이면서 동시에 깊은 확신이다. ‘신념에서 나오는 용기와 사실에서 나오는 근력’ 없이 대립형 질문은 성립될 수 없다. 진실을 드러내려면 때로 불편한 상황의 조성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상대방의 말에 반대되는 근거를 보란 듯 내밀면서 반박하는 인터뷰, 그 사람이 한 말을 근거로 맞서는 인터뷰가 대립형 문답의 요체다. 그러기 위해선 ▷목표를 명심해야 하고 ▷정확한 사실 확인을 통해 ▷질문을 정교하게 만들어야 한다. 공직자를 상대로 집요하고도 깊이 있게 책임을 추궁해야 할 우리 정치인과 기자들이 참고할 대목이다.

창조형 질문, 유희형 질문, 유산형 질문 등 나머지 아홉 가지 질문법에도 기상천외한 관점의 전복, 다양하고 현란한 테크닉이 제시된다. 예컨대 이런 질문이 있다. “백만장자처럼 차를 타고 다니는 건 어떤 기분일까?” 뒷좌석에 사지를 쭉 뻗고 편하게 앉아 제국을 다스리는 것이다. 이 얼마나 효율적인가. 이 창조적인 질문은 첨단기술에 심취한 두 명의 몽상가에게 어마어마한 영감을 불어넣었다. 창조형 질문은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가정하며, 그게 바로 백만장자처럼 차를 타고 다니는 기분이다. 저자는 시선을 터무니없이 높은 곳에 두고, 파괴를 수용하라고 조언한다. 이보다 멋진 제안이 있을까? 질문으로 운명을 바꿀 수 있다는 선언이다.

- 한기홍 월간중앙 선임기자 glutton4@joongang.co.kr

201708호 (2017.07.17)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