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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한반도 ‘가을 위기설’의 실체 

“파국 피해도 불씨는 남아”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squeeze@joongang.co.kr
北 두차례 ICBM 발사 후 트럼프 ·김정은 대치 국면으로 위기감 고조 … 美 핵심 인사들 같은 날 언론 통해 대북 ‘톤다운’, 북·미 비밀접촉설도

늦여름 메가톤급 태풍이 한반도를 강타하고 있다. 이른바 ‘한반도 가을 위기설’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이 벼랑 끝 대치국면에 접어들면서 긴장감이 증폭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이 화염과 분노에 직면할 것”이라며 가장 강력한 대북 경고 메시지를 보내자, 김정은 위원장은 괌을 폭격할 수 있다며 맞불을 놓았다. 한반도는 정말 파국으로 가는 걸까?


▎(왼쪽)사진:조선중앙통신 / (오른쪽)사진·연합뉴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8월 6일 새벽 4시(한국 시간) 초강력 대북제재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지난 7월 두 차례에 걸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대응한 새로운 대북제재다. 북한의 주력 품목 수출 금지와 신규 노동자 수출 제한 등이 제재 결의안의 핵심이다. 북한 수출 3분의 1 수준인 10억 달러가량을 감축시키는 효과가 있으리라는 분석이 나온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이번 세대(a genera tion)의 가장 혹독한 제재”라며 “북한 정권에 대한 단일 제재로서는 가장 광범위한 경제제재 패키지”라고 평가했다.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 2371호는 기존의 대북제재안들을 강화시키는 데 초점을 맞췄다. 지금까지 대북제재 결의는 이번을 포함해 총 8차례 채택됐다.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에 대응한 1718호를 시작으로 1874호(2009년), 2087·2094호 (2013년), 2270·2321호(2016년), 2356호(2017년) 등이다.

이번 결의를 통해 유엔은 북한의 석탄·철·철광석·납·납광석(lead ore) 수출을 전면 금지시켰다. 지난해 2321호 결의안에서는 북한의 석탄 수출에 상한선을 설정했지만, 이번에는 상한선을 없애고 완전 차단한 것이다. 다만 러시아를 고려해 나진항을 거쳐 제3국산 석탄을 수출하는 경우에는 제재 적용을 제외하는 기존 내용은 유지했다.

“화염과 분노” vs “미 본토 타격”


북한 노동력의 신규 수출도 막았다. 유엔 회원국은 자국 내에 체류하는 북한 노동자의 수를 앞으로는 더 늘릴 수 없게 됐다. 북한은 40여 개국에 5만 명 이상의 노동자를 파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이 벌어들인 달러의 대부분은 북한 당국이 가져가는 것으로 전해진다.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 채택 3일 후인 8월 9일 북한군 전략군은 대변인 성명을 통해 현재 개발 중인 ICBM 화성-12호로 미국의 태평양 군사기지가 있는 괌을 향해 포격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이어 “괌도 포위사격 방안은 충분히 검토·작성돼 곧 최고사령부에 보고하게 되며, 우리 공화국 핵 무력의 총사령관이신 김정은 동지께서 결단을 내리시면 임의의 시각에 동시다발적으로, 연발적으로 실행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한군 총참모부도 이날 별도의 대변인 성명을 통해 “미국이 새롭게 고안해내고 감행하려는 ‘예방전쟁’에는 미국 본토를 포함한 적들의 모든 아성을 송두리째 없애버리는 전면전쟁으로 대응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총참모부 대변인은 “미국의 선제타격 기도(시도)는 우리 식의 보다 앞선 선제타격으로 무자비하게 짓부숴버릴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그는 “우리 식의 앞선 선제타격은 미국의 선제타격 기도가 드러나는 즉시 서울을 포함한 괴뢰 1, 3야전군 지역의 모든 대상을 불바다로 만들고 남반부(한국) 전 중심에 대한 동시타격과 함께 태평양 작전지구의 미군 발진기지들을 제압하는 전면적인 타격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는 허버트 맥매스터 미국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의 대(對)북한 ‘예방전쟁’ 발언을 겨냥한 것이다. 그는 8월 5일(현지시간) MS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북한에 대한 예방전쟁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물론이다. 우리는 그것을 위한 모든 옵션을 제공해야만 한다. 거기에는 군사옵션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예방전쟁이란 적의 임박한 공격 징후가 없더라도 적을 사전에 무력화하기 위해 적을 미리 공격하는 전쟁을 의미한다.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 대표적이다. 미국 조야(朝野)에서는 또 북한의 핵 및 미사일 시설이 가동되기 직전에 무력화시키는 선제공격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8월 8일(현지시간) 여름휴가 중인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에 있는 자신의 소유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더 이상 미국을 위협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세계가 보지 못했던 ‘화염과 분노’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발언은 북한이 미 본토 타격이 가능한 ICBM에 탑재할 수 있는 소형 핵탄두 개발에 성공했다는 [워싱턴 포스트(WP)] 보도에 대한 반응으로 해석된다.

북·미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한반도 위기설은 눈덩이처럼 커져 갔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강대강 대치국면에 시민들의 불안감도 고조됐다. “이러다 진짜 전쟁 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 핵심 인사들이 8월 13일(현지시간) 일제히 “전쟁이 임박하지 않았다”며 북한과의 대화를 강조하고 나서 눈길을 모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 발언 그리고 북한의 괌 포위사격 위협 이후 고조된 한반도의 긴장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조치로 해석됐다.

“전쟁 임박 아니다… 외교적 수단 선호”


▎1. 북한의 ICBM 도발에 대응해 8월 5일 동해안에서 열린 한·미 연합 탄도미사일 타격훈련에서 한국군 탄도미사일 현무-2A(왼쪽)와 주한미군 에이태킴스(ATACMS)가 동시 발사되고 있다. / 2.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 / 3. 마이클 폼페이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공동 기고문을 싣고 “미국은 북한 정권 교체나 한국의 급격한 통일에 관심이 없다. 북한과 협상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두 장관은 이번 사태에 대해 “한국전쟁 이후 경험하지 못했던 수준의 긴장상황”이라면서도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평화적 압박’ 캠페인을 계속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또 “대화는 북한 정권의 의지에 달려 있다. 핵·미사일 실험의 즉각적인 중단이 이런 의지를 보여줄 수 있는 방편”이라며 다음과 같이 언명했다. “외교적 수단을 선호하지만, 군사적 선택이 그 뒤에 있다. 중국과 러시아에 북한에 대한 경제적 생명줄을 끊고 북한 정권이 위험한 길을 선택하지 않도록 설득해줄 것을 요구하겠다.”

마이클 폼페이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일부에서는 미국과 북한이 핵전쟁의 문턱에 있다고 가정하는데 그 상황에 있다는 것을 보여줄 만한 어떤 정보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맥매스터 보좌관도 이날 ABC에 출연해 “10년 전보다는 북한과의 전쟁에 가까워졌지만 한 주 전과 비교한다면 가까워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가세했다.

트럼프 행정부 외교안보 책임자들이 일제히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열어둔 점은 뜻하는 바가 크다. 핵심 인사들이 같은 날 같은 목소리를 냈다는 것은 트럼프 정권 차원의 사전조율이 있었음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북한이 괌 미사일 포위사격 실행 계획을 완성하겠다는 8월 중순을 앞두고 위기가 고조되는 ‘한반도 정세’를 관리하기 위한 포석으로도 보인다. 다만 틸러슨 장관 등은 미국의 유화 제스처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끝내 대화에 응하지 않는다면 군사행동도 고려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행정부 핵심 인사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8월 11일 통화 이후 가시화됐다. 시 주석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와 담판을 촉구했다. 중국의 협조 없이는 현실적으로 대북 압박이 어려운 만큼 트럼프 행정부로서도 최대한 성의를 보인 것이라 할 수 있다.

미국 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강한 압박이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이끄는 촉매제가 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2003년 6자회담도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이후 미국과 북한이 무력 충돌 직전까지 간 시점에 극적으로 이뤄졌다.

대북 압박의 키를 쥔 중국에 대한 미국의 압력도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8월 15일(한국시간)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 문제에 대해 통상법 301조를 적용하는 방안 검토를 지시했다. 통상법 301조는 불공정 무역으로 판단될 경우 보복 관세를 매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8월 14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이 북·미 사이에 긴장이 고조된 이후 첫 메시지를 내놓았다. 북의 무력 도발에 대해서는 경고하고, 북·미 간 충돌 가능성에 대해서는 우려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한반도의 평화는 무력으로 오지 않는다. 평화와 협상이 고통스럽고 더디더라도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던퍼드 의장 文 대통령 예방의 함의(含意)


▎문재인 대통령이 8월 14일 청와대 본관에서 조지프 던퍼드 미 합참의장과 인사한 뒤 배석자들에게 함께 기념촬영을 권하고 있다.
이날 오후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미군 현역 군인 서열 1위인 조셉 던퍼드 미 합참의장을 만나 “한반도 안보 상황은 북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로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하며 실재하는 급박한 위협”이라며 “북의 추가 도발에 대해서는 굳건한 한·미 연합 방위태세를 근간으로 강력히 대응해 나가자”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8월 7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한반도에서 전쟁은 안 된다. 지금은 북한과 대화에 나설 때가 아니다”고 했지만, 이후 일주일 동안 대북 관련 발언을 하지 않았다. 그러다 이날 입장을 밝힌 것이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북한은 더 이상 상황을 악화시키지 말고 도발과 위협적 언행을 즉시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며 “우리는 북한이 올바른 선택을 할 경우 남북 간 교류 협력을 획기적으로 발전시켜 우리 민족의 밝은 미래를 함께 개척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던퍼드 미 합참의장은 문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미군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미국 정부의 외교적·경제적 압박을 지원하는 데 우선적 목표를 두고 있으며, 이런 노력이 실패할 경우를 대비해 군사적 옵션을 준비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모두가 현 상황을 전쟁 없이 해결하길 기대하고 있다”며 “미군의 대응과 조치는 한국과 긴밀히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던퍼드 의장은 청와대 방문을 마친 후 중국으로 출국하기 직전 한미연합사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던퍼드 의장은 “우리는 김정은의 수사(修辭)를 매우 주의 깊게 듣고 있으며, 이 같은 위협은 우리에게 매우 심각하다”며 “한반도, 괌, 미 본토를 방어할 능력이 있느냐에 대한 짧은 대답은 ‘그래,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북한의 괌 포위사격 시 선제타격을 검토하느냐’는 질문에는 “군사행동이 일어날지에 대해 추측하지 않겠다. 그건 미국 대통령이 내리게 될 정치적 결정”이라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모든 결정과 토의는 동맹국과 함께할 것이다. 나는 선제타격에 관한 어떤 대화나 토론도 한 적이 없다. 위기는 임박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던퍼드 의장은 송영무 국방장관, 이순진 합참의장도 만났다. 던퍼드 의장은 송 장관에게 자신의 중국 방문 사실을 언급하면서 “역내(域內) 국가를 방문하면서 미국의 최우방국이자 동맹국인 대한민국에 안 올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합참의장에게는 “만일 유엔 안보리 결의 등 외교적·경제적 조치가 실패할 경우에 대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옵션을 준비하고 있다”며 “중국에 가면 중국이 경제·외교적 압박을 북에 가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위기 뒤 훈풍은 불까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위원장이 8월 14일 전략군사령부를 시찰하면서 김낙겸 전략군사령관으로부터 ‘괌 포위사격’ 방안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군부대 시찰 후 사병들과 함께 박수를 치며 웃고 있는 김 위원장. / 사진:조선중앙통신
안보리가 고강도 추가 제재 결의안을 채택하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은 한층 더 높아졌다. 북한은 기존 대북제재 결의안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추가 도발을 감행해왔다. 미사일 발사나 6차 핵실험 등 추가 도발 가능성까지 언급하고 있다. 북한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제기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시기적인 문제도 민감하다.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체계 배치가 소규모 환경영향평가가 끝나는 8월에 이뤄질 수 있다. 8월 하순에는 한·미 연합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을지훈련)이 예정돼 있다. 9월 9일은 북한의 노동당 창건일인 ‘구구절’이다. 지금까지 북한은 을지훈련에 반발하거나 힘을 과시하기 위해 8~9월을 도발 시점으로 택해 왔다. ‘가을 위기설’의 또 다른 배경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위기를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주장도 대두된다. 또 이번 결의안 채택으로 미국·중국·러시아 등 강대국들의 입장을 확인한 북한이 대화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 북한의 외교라인이 수개월간 비밀접촉(engaging in backchannel diplomacy)을 해오고 있다고 [AP통신]이 익명의 미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8월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를 통해 북한 핵·미사일로 인해 악화된 양국 관계를 개선하고,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들을 송환하는 문제가 논의되고 있다고 [AP]는 덧붙였다.

양국 간 대화 통로는 미 국무부의 조셉 윤 대북정책특별대표와 박성일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차석대사다. 이른바 ‘뉴욕 채널’이 재가동된 것이다. 재미동포인 윤 특별대표는 북한에 억류됐다가 혼수상태에 빠졌던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를 송환하는 과정을 주도하며 북한과의 협상에 데뷔했다. 박차석대사는 2000년대 중·후반부터 2011년 6월까지 뉴욕 북한대표부에서 박길연 전 대사와 신선호 전 대사 아래 참사로 장기간 근무하면서 북·미 간 스포츠 교류 업무를 맡았던 경력이 있다.

또 정부 관계자들은 윤 특별대표와 박 차석대사의 접촉이 정기적으로 이어져왔다고 확인했다. 북·미 양국이 트럼프 행정부 들어서도 대화 채널을 열어놓고 있었음이 드러난 셈이다. 백악관과 국무부는 [AP] 보도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임기의 마지막 7개월 동안 미국과 북한은 대화를 완전히 단절했지만, 북한이 트럼프 행정부 출범과 함께 북·미 양측 모두 대화 의지를 보이면서 ‘대화를 위한 대화’가 재개됐다고 [AP]는 전했다.

[AP]는 이어 정부 관계자들과 정통한 외교 소식통들을 인용해 북한이 최근 몇 주 사이에 탄도미사일 시험에 속도를 내면서도 ‘대화의 문’이 열려 있다는 신호를 발산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틸러슨 국무장관은 최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북한이 대화할 열망이 있다면 우리는 확실히 북한의 얘기를 들을, 소통을 위한 다른 수단들이 북한에 열려 있다”고 대화 채널 가동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근식 경남대 정외과 교수는 “북한과 미국 모두 극단의 상황은 부담스럽기 때문에 극적으로 출구를 모색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북한은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체제를 보장받으려 하겠지만, 미국은 당장의 협상보다 중국을 통해 북한을 압박하려 할 것으로 김 교수는 분석하기도 했다. 따라서 당장 파국은 피한다고 하더라도 불씨는 남게 된다는 것이다. “정부는 북핵·남북대화 등의 문제와 관련해 우리가 운전석에 앉았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 승객은 아무도 없는 빈 차에 불과하다. 만에 하나 한반도에서 전쟁이 나든, 북한과 미국이 평화협상을 하든 우리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박스기사] 北 리스크, 깜짝 반전 이룰까 -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을 경우, 올해 경제성장률 3%에서 최대 1%까지 주저앉을 수도

핵 리스크가 우리나라 경제 전반에 장기간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핵 리스크에 대해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한국 경제의 투톱인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8월 16일 긴급 회동을 갖고 북핵 리스크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김 부총리는 8월 14일 “과거와 달리 금융·외환시장 영향이 글로벌 불안으로 일부 확산되고 있으며, 작은 충격에도 시장 변동성이 증폭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이 총재도 8월 10일 “북핵 리스크로 주가가 큰 폭 하락하고 환율은 상당 폭 상승했다. 일회성으로 끝날 게 아니다”고 공감했다.

이 총재의 말처럼 북핵 리스크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큰 이유는 두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북한의 ICBM 발사와 핵탄두 소형화 성공으로 북핵 위협이 보다 현실화됐다. 북·미 간 무력 충돌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경제심리 위축으로 국내 소비와 투자가 얼어붙을 가능성이 그만큼 커졌다.

둘째, 북한이 괌 포위사격 위협으로 미국과 대치국면을 만들면서 국내 금융시장뿐 아니라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칠 수 있는 상황이 조성되고 있다.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강해지면서 원화 약세, 자본 유출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정부 전망(3%)을 크게 밑도는 1%대로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KB증권은 8월 14일 ‘지정학적 리스크 재평가’ 보고서에서 “가계와 기업의 경제심리를 나타내는 지수(ESI)가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 재정절벽 우려가 겹쳤던 2009년 3분기처럼 10% 악화한다고 가정했을 때 올해 성장률이 1.11%포인트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렇게 된다면 올해 성장률은 1.7~1.8% 수준에 그치게 된다.

윤덕민 한국외대 석좌교수는 “북한의 장거리 로켓 개발은 1965년 김일성이 함흥군사학원에서 개원(開院) 연설을 했을 때 시작됐다”며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과정에 주목했다. 윤 석좌 교수에 따르면 당시 김일성은 ‘조선반도에서 또 한 번 전쟁이 일어나면 미국 제국주의와 일제가 다시 개입할 것이므로 이들의 개입을 막기 위해서는 그들의 심장을 겨눌 수 있는 로켓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김일성의 꿈이 이뤄진 것이다.

윤 교수는 “ICBM 개발에 성공한 북한은 미국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면서 “그렇다 하더라도 북한이 계속해서 강대강으로 가기보다는 ICBM을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해 미국과의 충돌을 피할 가능성이 80%”라고 진단했다.

윤 교수는 이어 “북한이 핵 동결이라는 팁(tip)을 미국에 건네주고 제네바합의를 도출한 것처럼 ICBM을 포기하겠다는 시그널을 보내 평화협정까지 맺으려 할 가능성도 있다”며 “북한과 미국이 평화협정을 맺고 그 결과 주한미군이 철수하게 된다면 북한의 핵 억지력이 없는 우리에게는 큰 문제로 다가온다”고 대안 모색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squeez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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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호 (2017.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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