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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여울의 셀프테라피(9)] 현장 트라우마,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재난의 전과 후 

정여울 문학평론가
사고 현장에서 느낀 충격으로 통증이나 감정 느끼지 못하기도 해··· ‘내가 조금 더 용감했더라면’이라는 자책감 벗어나며 존재 의미 찾아가야
문명의 이점이 ‘속도의 발명’이라면 문명의 그림자는 ‘재난의 발명’이다. 더 빨리 달리고, 날고, 움직이고, 보낼 수 있게 될수록, 우리는 더 크고, 더 무섭고, 더 끔찍한 재난에 노출된다. 날이 갈수록 그 범위와 파급력이 커져가는 재난의 이면에는 끊임없이 상처받고, 고통받으며, 점점 ‘예전의 자신’을 잃어가는 인간의 깊은 상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가로놓여 있다.

과학기술문명의 허를 찌르는 철학자 폴 비릴리오는 에서 이런 명언을 남겼다. “범선이나 증기선을 발명한다는 것은 곧 난파를 발명한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열차의 발명은 탈선의 발명이며, 자가용의 발명은 고속도로상에서 벌어지는 연쇄 충돌의 발명이고, 공기보다 무거운 물체(비행기나 기구)를 날게 만든다는 것은 추락의 발명이다.”

우리는 더 빠르고 더 세련된 기계를 발명할 때마다, 더 무섭고 더 끔찍한 재난을 함께 발명하고 있는 셈이다. 문명이 발전할수록 재난의 파괴력도 함께 커지면서, 우리는 편리한 기계문명의 이점을 누리는 대신 항시적인 대재난의 위험을 떠안고 살아가게 됐다. 속도의 발명은 재난의 발명으로 이어지고, 그 뒤를 따르는 것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비롯한 갖가지 정신적 고통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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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호 (2017.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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