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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격 인터뷰] 대선 패배 후 당대표로 돌아온 안철수 

“文 미·중 신뢰구축 실패, 외교·안보라인 교체돼야” 

글 최경호·문상덕 월간중앙 기자 squeeze@joongang.co.kr / 사진 김현동 기자 kim.hd@joongang.co.kr
강·온 양면책이 햇볕정책 본질, 현 정부는 ‘달빛정책’에 불과…소득 주도 성장정책은 경제성장 대신 재정 부담만 가중시켜

9월 11일 오후 내내 국회는 어수선했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부결되자 벌집을 쑤셔놓은 듯했다. 청와대와 여소야대 국회 간 힘겨루기가 본격화됐다는 해석이 나왔다. 야권 일각에서는 “안철수의 힘이 입증된 것”이라고도 했다.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 직후 월간중앙은 국회 본청에서 안철수(55) 국민의당 대표를 만나 1시간여 동안 인터뷰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돌아왔다. 8월 27일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된 그는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당이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위기감 때문에 대선 ‘경력관리’를 포기하고 당대표 경선에 출마했다”고 말했다.
안철수 대표는 월간중앙과의 인터뷰 직전 국회 본청 국민의당 대표실 앞에서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었다. 그는 취재진을 향해 “국민의당은 20대 국회에서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정당”이라고 힘줘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를 앞두고 국민의당에 “당론(黨論)으로 찬성해달라”는 의사를 전달했다. 하지만 국민의당은 의원총회를 열어 자유투표 방침을 정했다. 안 대표는 의원총회 모두발언에서 표결과 관련해 “사법부 독립의 적임자인지 또한 소장으로서 균형 잡힌 사고를 할 수 있는 분인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주시기 바란다”며 사실상 부정적 의사를 밝혔다.

투표 결과 찬성 145표, 반대 145표, 기권 1표, 무효 2표로 임명동의안은 부결됐다. 가결에 2표가 모자랐다. 투표에 참여한 민주당 의원들이 전원(120명) 찬성하고, 자유한국당이 전원(102명) 반대했다고 가정했을 때 43명이 반대표를 던졌다고 볼 수 있다. 국민의당 의석은 40(투표는 39명)석이다.

대선 직전이었던 4월 13일 이후 다섯 달 만에 월간중앙과 다시 만난 안 대표는 “8월 27일 전당대회 출마는 당이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서 결정한 일”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1시간여 동안 진행된 인터뷰에서 안 대표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고언(苦言)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외교·안보와 관련해서는 “미·중과의 신뢰구축에 실패했다. 외교·안보라인은 교체돼야 한다”며 발언 수위를 높이기도 했다.

헤어스타일이 좀 달라진 것 같다.

“자기자신도 못 바꾸면서 어떻게 나라를 바꾼다고 할 수 있겠나. 제 스스로 끊임없이 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대선 기간 때보다 조금 더 올린 편이다.”

‘정치인 안철수’의 두발은 ‘교수 안철수’ 때와 비교해 많이 짧아졌다. 그래도 어지간해서는 머리에 ‘힘’을 주지는 않았다. 하지만 8·27 전당대회 때는 앞머리를 올려서 고정시키는 헤어스타일을 선보였다. 주위에서는 “한결 단단해진 느낌을 준다”고 했다.

대선 패배 후 넉 달이 지났다. 어떻게 지냈나?

“마치 1년쯤 지난 것 같다. 전당대회를 통해서 당원의 선택을 다시 받았다. 엄중하게 받아들인다. 국민의당은 없어질 위기에 처했었다. 당을 살리라는 명령으로 받들겠다.”

정계 입문한 지도 만 5년 됐는데.

“제가 직접 출마한 선거로는 지난 대선, 19대 보궐선거와 20대 총선이 있었고, 당대표로서 지휘한 선거로는 지난해 총선, 2010년 지방선거, 같은 해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등이 있었다. 당대표 경선, 대선후보 경선을 포함하면 정치인으로 거의 모든 선거를 경험해봤다고 할 수 있다.”

직접 출마한 선거 중에서는 지난 대선이 첫 패배였다.

“부족한 점이 많았다. 다시 한 번 부족한 점들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한편으로는 희망도 갖게 됐다. 지난해 총선 때 636만 명이 국민의당에 표를 주셨다. 지난 대선 때는 수가 더 늘었다. 1인 2표제로 치러졌던 총선 때 636만 표를 얻었지만 1인 1표제였던 대선 때 700만 표를 받았다. 국민의 지지를 큰 숙제로 알고 일하겠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제20대 총선에서 635만 5572명(26.74%)이 국민의당 비례대표 후보에게 투표했다. 올해 5월 제19대 대선에서는 699만8342명(21.41%)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를 지지했다.

“안빠·조직·소통 부재가 패인? 맞는 말!”


▎대선을 하루 앞둔 5월 8일 열린 대전 유세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얼마 전 대선평가보고서가 나왔다. ‘안빠·소통·조직 부재’를 패인으로 지적하기도 했는데.

“오·탈자도 고치지 말고 무조건 원본 그대로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중에 보니 오·탈자가 많더라(웃음). 그렇게 했던 이유는 그만큼 소중한 기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보고서에서 지적한 부분들은 다 인정한다. 제대로 고치겠다.”

국민의당은 대통령선거 패배 원인을 분석한 대선평가보고서를 9월 1일 공개했다. 8월 하순 박주선 당시 비대위원장에게 접수됐으나, 8·27 전당대회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공개를 미뤘다. 총 176쪽 분량의 보고서는 문재인 민주당 후보에게는 있었고, 안철수 후보에게는 없었던 것들을 주목했다. 요약하면 안빠(안철수 열성 지지층)·소통·조직 세 가지다.

대선 패배 후 당이 많이 흔들렸다. 혹자는 탈당을, 혹자는 민주당과의 연대·통합을 거론하기도 했다.

“당대표 당선 후 많은 분과 일대일로 만나서 식사를 했다. 당선 후 열흘이 지나도록 탈당이라는 말은 나오지 않고 있다. 내부 결속의 중요성을 강조한 결과가 아닌가 싶다. 우리의 경쟁자는 당 밖에 있다. 그들과 제대로 된 경쟁을 해보자고 호소했다. 앞으로 더 만나고 호소하겠다.”

안 대표의 정계 복귀가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당이 소멸될 위기라고 생각했다. 그런 상황에서 5년 후 대선을 위한 ‘경력관리’를 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온 몸을 던져 당을 살리겠다고 결심했다. 유승민 의원이 바른정당 비대위원장으로 나설 거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렇게 되면 지난 대선에서 국회 원내교섭단체 정당 후보로 나온 분들이 다 복귀하는 셈이다. 유독 안철수에 대해서만 반대하는 건 명분이 없다고 생각한다.”

전당대회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에 성공했다. 어떤 의미로 받아들이는가?

“엄중하게 받아들인다. 당원들도 그만큼 위기라고 판단하신 것 같다. 네 명이 출마했는데 51%는 압도적인 수치다.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전당대회 때 문재인 대표는 40%대로 당 대표에 당선되지 않았나.”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2·8 전당대회에서 문재인 후보는 45.30%를 얻어 41.78%를 기록한 박지원 후보를 어렵게 따돌리고 당대표에 당선됐다. 대의원 현장투표 45%, 권리당원자동응답전화(ARS) 투표 30%, 일반당원 여론조사 10%, 국민 여론조사 15%로 선거가 치러졌다. 여론조사 비중이 낮았다면 승부를 예측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당대표만 세 번째다. 앞선 두 차례와 어떤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앞선 두 차례는 선거가 임박한 시점에서 대표가 됐다. 선거를 위한 대표였던 셈이다.(안 대표는 2014년 3월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 지난해 2월 국민의당 공동대표에 올랐다. 2014년에는 6월 지방선거가, 지난해에는 4월 총선이 있었다) 두 번 다 선거 끝나고 얼마 안 돼서 (대표직을) 내려놓았다. 특히 지난해에는 박근혜 정권이 ‘리베이트 조작사건’으로 안철수를 죽이려 했다. 당시에는 아무도 (결백을) 믿어주지 않아서 아쉬웠다. 그런데 1, 2심에서 관련자 전원이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례적인 일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버티면서 당의 체계를 보다 확실하게 만들었다면 대선 결과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갖는다. 이번에 세 번째 당대표가 됐는데 선거가 목전에 있지 않기 때문에 당을 제대로 혁신할 기회를 가진 셈이다.”

“기성 양당은 이념 정당에 불과”


▎제19대 대선 다음날인 5월 10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당 대선캠프 해단식에서 박지원·손학규(오른쪽) 공동 상임선대위원장이 안철수 후보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다.
기존의 중도노선과 안철수의 극중주의는 어떻게 다른가?

“흔히 중도라고 하면 좌우의 중간쯤을 생각한다. 하지만 제가 말하는 중도, 실천적 중도개혁 노선은 다르다.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이념 정당이다. 반면 국민의당은 문제 해결 정당을 지향한다. 문제 해결을 위한 최선의 방법을 찾는 게 우리가 나아갈 길이다. 원전(原電)를 예로 들면 좌·우는 편하고 간단하다. 무조건 찬성 혹은 반대다. 국민의당은 그렇지 않다. 탈(脫) 원전에는 찬성한다. 그러나 대체수단이 필요하다. 지금은 대안이 없다. 우리는 신재생에너지 양산과 전력 소모를 줄일 수 있는 기술 개발에 투자하고, 전력 낭비를 초래하는 풍조를 개선해나가자고 대안을 제시한다. 3년마다 평가하면서 탈원전 속도를 조절하는 것이다. 그게 바로 문제 해결 정당이다.”

극중주의는 ‘radical centrism(래디컬 센트리즘)’을 우리말로 번역한 것이다. ‘radical’은 근본적인·철저한·급진적인·과격한·기막히게 좋은·끝내주는 등으로 해석된다. ‘centrism’은 중도주의다. 번역하기에 따라 ‘끝내주는 중도주의’라고 할 수도 있다.

당의 외연 확대 필요성이 제기된다. 어떤 식으로 당의 문호를 개방할 것인가?

“우선 정체성 확립이 필요하다. 전에는 이념의 잣대로 국민의당을 중간 정도로만 여기기도 했다. 앞으로 혁신을 통해 문제 해결 정당이라는 정체성을 분명하게 보여준다면 (국민의) 신뢰를 얻게 될 것이다. 정기국회 등을 통해서 존재감을 인식시킨다면 국민이 다시 국민의당을 인정해줄 것이라 생각한다. 그것이 바로 제3세력이 중심세력으로 자리 잡는 길이다. 그렇게 되면 뜻을 같이 하려는 사람들이 동참하게 될 것이다.”

친호남·탈호남 등 호남을 두고 말이 많다.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복잡하지 않다. 지난해 총선에서 우리 당은 호남을 중심으로 지역구 의원을 많이 배출했다. 그리고 전국적 지지를 통해 비례 대표를 확보했다. 그 두 가지가 상징하는 바는 크다. 호남을 기반으로 하되 전국으로 뻗어나가는 자랑스러운 정당이 돼달라는 것이었다. 우리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전국 17개 광역 시·도에 후보자를 내고, 당선시키는 명실상부한 전국 정당이 될 것이다.”

여야 정당들과의 관계 설정은 어떻게 해나갈 것인가?

“양쪽의 의견을 청취하다가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는 식으로는 하지 않을 것이다. 정부·여당의 안이 문제 해결의 핵심을 정확히 짚고 있다면 적극 지원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대안을 제시할 것이다. 같은 야당이라도 이념 정당과 문제 해결 정당은 다르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연대(합당)설도 들리던데.

“바른정당이 (새누리당에서) 나와서 창당했던 초심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합리적인 보수라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위기를 잘 극복하기 바란다.”

지방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선거 전 정계개편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가?

“역대로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계개편이 일어난 예는 찾아보기 어렵다. 총선 전에는 그런 움직임이 활발했지만. 우리는 열심히 노력해서 제3세력의 중심으로 우뚝 서겠다. 그리고 뜻을 함께하는 많은 분에게 문호를 활짝 열겠다. 국민의당은 중도통합의 중심이 되려 한다.”

바른정당과의 연대 또는 제휴를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먼저 국민의당이 서야 한다. 지금 국민의당 지지율은 꼴찌다. 국민의당이 누구랑 손잡을 계제가 아니다. 어떻게 해야 국민들이 다시 신뢰를 보내주실지 고민하고 노력해야 한다. 사람으로 치면 심장이 멎어 있는 상태다. 심장을 다시 뛰게 하는 게 우선인데 그런 사람한테 ‘연애하겠느냐’고 물으면 되겠는가?”

“심장이 멎은 상태, 소생시키는 것이 급선무”


안 대표가 직접 서울시장선거에 출마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던데.

“그 주장은 8월 당대표 경선 때 TV토론에서 상대 후보의 질의로 시작됐다. 그때 제 입장을 다 이야기했다. 당을 혁신하고 좋은 인재를 영입해서 지방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진용을 갖추는 것이 대표로서 가장 중요한 임무다. 저 스스로 서울시장을 하겠다고 손을 든다면 그거야말로 ‘셀프공천’ 아닌가? 제가 서울시장 선거에 나서겠다고 하면 서울시장후보가 될 만한 분들의 설 자리가 없어진다. 인재 영입 등 진용을 제대로 갖추고 난 뒤에 제가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이 당에 가장 도움이 될지 생각해보겠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연대를 전제로 ‘안철수 서울시장후보’ ‘남경필 경기지사후보’론이 제기된다. 양당에서 가장 상품성 있는 후보가 간판으로 나서야 승산이 있다는 주장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서울시장선거에서 박원순 현 시장,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삼파전을 벌일 것으로 전망하기도 한다. 그럴 경우 서울시장선거는 ‘미리 보는 2022년 대선’으로 판이 커질 수 있다.

대선 이후 문재인 대통령과 통화한 적은 있나?

“(당대표에) 당선된 다음날 통화했다. (문 대통령이) 축하하고 협조를 바랐던 것 같다. 짧게 덕담을 주고받는 정도였다.”

출범 초기 문재인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잘한 점과 아쉬운 점이 있다. 잘한 점은 지난 정부에서 잘못했던 점들을 고치려는 노력과 탈권위주의다. 아쉬운 점은 지난 100일 동안 쏟아낸 수많은 약속이다. 중요한 약속을 쏟아내다 보니 몇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법이 정한 민주적 절차를 어겼다. 둘째, 세부적인 실행계획이 보이지 않는다. 특히 재정 뒷받침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수많은 약속을 했다. 셋째, 한 가지 결정을 할 때는 다른 분야에 부작용이 생기게 마련이다. 이런 부작용을 예상한 대안들도 함께 마련돼야 하는데 그런 게 없다. 정기국회 때 제대로 짚을 생각이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정책을 평가해달라.

“소득 주도 성장정책으로 경제를 성장시킨 예는 찾아보기 힘들다.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의 주체는 민간과 기업이 돼야 한다. 소득 주도 성장이란 경제성장에 정부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재정만 쏟아붓고 효과는 보지 못하면 경제가 더 어려워진다.”

“인사시스템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으로 시간 부족을 꼽았다. 안 대표가 월간중앙과의 인터뷰를 마친 뒤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 위해 재킷을 입고 있다. / 사진·김현동
문재인 정부의 인사는 어떻게 평가하는가?

“대통령이 먼저 인사의 5대 원칙을 얘기해놓고 나중에 다 어겼다. 한두 건이면 몰라도 연속되는 것으로 봐서 인사시스템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인사의 5대 원칙을 강조했다. ▷병역 면탈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논문 표절 ▷위장전입 등에 저촉되는 인사는 고위직에 임명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 김기정 국가안보실 2차장,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박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이유정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나 여론 등의 검증을 통과하지 못하고 낙마했다.

현 정부의 외교·안보정책에 대한 지적도 많은데.

“외교·안보는 문제가 더 심각하다. 국내 정치는 실수하면 금세 바로잡을 수 있고, 또 (여당이 못하면) 야당이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외교·안보는 한 번 실수하면 치명적이다. 그런데 대통령이 다른 나라 정상들과 신뢰관계를 구축하지 못했다. 특히 미국·중국과는 더하다. 심각한 국익 손실이 우려된다. 대통령이 그런 상황이라면 보좌가 잘돼야 하는데 지금 외교·안보라인은 북핵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없는 사람들로 짜여 있다. 외교·안보라인은 교체돼야 한다. 4대 강국 대사들은 경험과 경륜을 갖춘 사람으로 채워져야 한다. ”

대북정책은 어떻게 보고 있나?

“햇볕정책은 강·온 양면책이다. 가장 중요한 기본은 튼튼한 안보와 굳건한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전쟁을 막는 것이다. 그 다음에 북한과의 교류를 통해서 평화를 지키는 것이다. 그래서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달빛정책’이라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유화책이 통하지 않는다. 유일한 해결책은 미국 등과의 국제 공조를 통해서 대북 제재를 강화한 뒤 대화를 견인해내는 것이다. 제재의 목적은 체제 붕괴가 아니라 북한이 대화를 할 수밖에 없도록 하는 데 있다. 우리가 원하는 시기·조건에 맞춰 협상 테이블에 앉게 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전술핵 재배치가 거론되던데.

“우리가 가진 모든 옵션을 테이블에 꺼내놓고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다. 여러 가지를 검토하자는 입장이다.”

전술핵도 그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인가?

“그것까지는 말씀드릴 수 없다. 모든 옵션을 꺼내놓고 미국과 의논할 때라는 이야기만 하겠다.”

1991년 9월 미국은 해외에 배치한 전술핵을 철수한다고 발표했으며, 같은 해 11월 노태우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를 선언했다. 이에 따라 그해 말 주한미군이 보유하고 있던 전술핵은 모두 철수됐다. 그러나 최근 북한이 6차 핵실험 등 잇단 도발을 감행하자 일각에서는 전술핵 재배치론이 일고 있다. 박선원 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전략비서관은 최근 “핵 균형과 전천후 대북 억지력 유지를 위해 전술핵을 재반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전 비서관은 노무현 정부 시절 비핵화 전략을 주도했고, 문재인 대선캠프에서도 외교·안보 전략 마련에 깊이 관여했다. 청와대는 “개인 의견일 뿐”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신뢰 회복할 수 있도록 다시 시작할 터”


▎국민의당 전당대회 직후 국회 본청 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실로 문재인 대통령이 보낸 축하 난. / 사진·최경호
최저임금 16.4% 인상, 공공부문 성과연봉제 폐지 등을 둘러싸고 갑론을박이다.

“최저임금을 (대통령) 임기 내에 1만원까지 올리겠다고 했다. 그런데 저임금으로 고통받는 아르바이트생은 다른 방법으로 지원할 수 있다. 근로장려세제(EITC·Earned Income Tax Credit)로 보완하면 된다. 최저임금을 올리기 전에 근로자뿐 아니라 자영업자·중소상공인 등도 살폈어야 했다. 임금에 부담을 느낀 중소상공인들이 고용 대신 자기 가족을 투입한다면 결국 일자리가 줄어들게 된다.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모든 이해관계자들을 위한 최선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공공부문 성과연봉제 폐지에 앞서 공공개혁이 필요하다. 복지를 늘리다 보니 증세가 시작됐다. 보유세 얘기도 나온다. 그런데 순서가 맞지 않는다. 공공개혁 등 정부부터 모범을 보이면서 국민에게 협조를 구해야 옳다.”

최근 광주를 비롯해 호남을 방문했다.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얻었나?

“(저와 우리 당에) 기대하시는 분이 굉장히 많다는 걸 느꼈다. 앞서 말씀드렸던 대로 총선 때 636만 명, 대선 때 700만 명이 안철수와 국민의당을 지지하셨다. 그분들은 ‘그래 우리 선택이 옳았어’라고 믿고 싶어 하신다. 다만 지금은 지지를 유보하고 지켜보고 계시는 것이다. (광주 방문을 통해) ‘우리가 제대로 하면 다시 마음을 주실 수 있겠구나’라고 느꼈다. ‘결과로 보여드리겠다’고 결심했던 (광주 방문) 4박5일이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을 하나만 꼽는다면.

“이른바 ‘본선’이 한 달에 불과했다. 5년 임기 대통령을 뽑는데 한 달 만에 끝난 것이다. 본선이 짧을수록 덩치 큰 정당의 후보가 유리하다. 원래는 대선 기간이 6개월 정도이고, 그랬다면 실수를 하더라도 만회할 기회가 있었을 것이다. (우리로서는 시간이) 부족했다. 4차 산업혁명은 정말 중요하다. 교육 개혁도 중요하다. 국민의 삶과 동떨어진 게 아니다. 정말로 중요한 일이라는 걸 제대로 알려드렸다면 사회 변화의 중요한 동력으로 삼을 수 있었을 텐데….”

2012년 대선 때 안철수 열풍이 참 거셌다. 당시 지지율을 회복할 수 있을까?

“사회 개혁에 대한 진정성을 알리도록 노력하겠다. 저는 여러 분야를 경험했는데 정치는 다른 분야와 다른 점이 하나 있더라. 적극적으로 왜곡하는 상대방이 있다는 점이다. 제대로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는 것이 정치인과 정당의 실력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다시 시작하겠다.”

- 글 최경호·문상덕 월간중앙 기자 squeeze@joongang.co.kr / 사진 김현동 기자 kim.hd@joongang.co.kr

201710호 (2017.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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