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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선단장(이재용)’ 없는 삼성의 行路 

“배가 가라앉는 것은 순식간”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squeeze@joongang.co.kr
79년 만에 총수 장기 공백, 최소 연말까지는 불가피할 듯…신사업 적극 경영 어렵고, 대규모 투자에도 먹구름만 잔뜩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8월 25일 1심에서 징역 5년 실형을 선고받았다. 삼성의 총수 공백이 결국 장기화에 들어간 것이다. 항소심 등에서 집행유예의 가능성이 없진 않겠지만 이 부회장 공백은 최소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총수의 장기 공백으로 삼성 앞에는 안개가 자욱해졌다. 반도체·디스플레이·스마트폰 등 주력사업의 경쟁력은 당분간 유지될 전망이지만, 미래사업에 대한 큰 그림과 대규모 투자 등에는 차질이 불가피할 것 같다. 재계에서는 삼성이 총수 부재의 여파로 지배구조 재편과 신사업 투자, 인수합병(M&A) 등 적극적인 경영을 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15년 6월 23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한 뒤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TV·가전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윤부근 사장은 8월 23일 서울구치소를 찾아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면회했다. 윤 사장은 “이 부회장이 몇 가지 말씀하신 게 있다. 비즈니스와 관련해서는 글로벌 1등을 놓치면 안 된다고 했다”고 털어놓았다. 1심 선고를 이틀 앞두고 사실상 그룹의 총수인 이 부회장은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핵심사업 책임자인 윤 사장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던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는 이 부회장 등 삼성 전·현직 수뇌부 5명의 1심 선고공판에서 이 부회장에게 적용된 뇌물공여·횡령·재산국외도피·범죄수익은닉·위증 혐의를 대부분 유죄로 인정하며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부회장 등이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의 승마를 지원하기 위해 송금·지급한 77억9735만원 가운데 선수단 차량, 마필 수송차량 구입대금을 제외한 72억9427만 원을 뇌물로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이 부회장 등이 그룹 내 지배력 확대를 위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등 승계 작업을 추진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도움을 기대해 승마 지원 요구에 응했다고 봤다. 이 부회장은 2016년 2월 이전에는 최씨를 알지도 못했다는 입장을 펴왔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부회장이 “2015년 7월 말 이후에는 승마 지원이 실질적으로 최씨에 대한 지원이고, 곧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금품 공여라는 점을 인식했다”고 판단했다.

삼성그룹 계열사의 자금을 활용한 승마 지원은 횡령죄로 인정됐고, 동시에 국내 재산을 국외로 빼돌린 죄도 성립했다. 재판부는 최씨가 실질적으로 설립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삼성 측이 지원한 16억여 원도 뇌물로 판단했다. 다만 국정농단 사태의 도화선이 된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204억원은 뇌물로 보지 않았다. 기소된 뇌물 금액 298억원 중 89억원가량만 유죄가 인정된 것이다.

재판부는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과 장충기 전 미래 전략실 차장에 대해서는 각각 징역 4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에게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에게는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대형 M&A, 신수종 발굴 난항


▎서울 서초동 삼성 사옥의 깃발 아래 노란 점멸 경고등이 켜져 있다. / 사진·연합뉴스
삼성 측 송우철 변호사는 “법률가로서 도저히 수긍하기 어렵다. 항소심에서는 무죄가 선고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1심 선고 결과에 승복하지 못한 삼성은 즉각 항소했다. 반면 특검은 “항소심에서 일부 무죄 부분이 유죄로 바로잡힐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의 1심 유죄 판결로 삼성은 1938년 설립 이후 79년 만에 처음으로 총수 장기 공백 사태를 맞게 됐다. 재계는 계열사들이 이미 전문경영인(CEO)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만큼 이 부회장의 부재가 당장 사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미래 신사업을 위한 전략적 투자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올해 2월 17일부터 구속된 상태로 재판을 치르고 있는 이 부회장은 아무리 빨라도 검찰 측과의 항소심이 결론 날 때까지는 영어(囹圄) 신세를 면키 어려울 전망이다. 항소심 변론 기일이 10월 10일 이후 열릴 수 있다는 점, 1심 재판이 매주 3~4회씩 진행됐음에도 결심(結審)까지 5개월이 걸렸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올해 안에 항소심이 마무리되기는 어려울듯하다.

1심 결과에 대해 삼성뿐 아니라 재계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 부회장의 재판 결과가 반(反)기업 정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 홍보 관계자는 “합병이나 순환출자 해소, 금융지주사 전환 추진 등 삼성의 경영 현안을 모두 부정 청탁으로 몰고 가는 것을 보면서 모든 기업 활동을 정경유착으로 매도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기업 관계자는 “그동안 삼성이 쌓아온 브랜드 가치의 하락과 투자, 신규 채용 등 주요 사업계획이 차질을 빚을 경우 한국 경제 전반에 큰 악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재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삼성그룹의 간판인 삼성전자만 보면 당장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삼성전자는 국내 제조업 전체 매출액의 11.9%, 영업이익의 30.7%를 차지하고 있다. 또 삼성그룹의 연매출은 300조원, 자산총액은 363조원(62개 계열사), 브랜드 가치는 518억 달러(세계 7위, 2016년 기준)다. 말 그대로 ‘글로벌 삼성’인 것이다.

실제 삼성전자는 지난 6개월간 이 부회장이 자리를 비웠음에도 오히려 실적이 늘고 주가는 올라갔다.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매출액 61조원, 영업이익 14조700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전년 같은 기간 대비 각각 19.76%, 72.7% 늘어난 데다 영업이익률은 23.1%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미국 인텔과 애플을 넘어 세계 1등 정보기술(IT)·전자 기업으로 우뚝 섰다. 반도체 부문에서만 매출 17조5800억원, 영업이익 8조300억원을 올렸다.

윤부근 “우리에게는 선단장(船團長)이 없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월 25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뒤 서울구치소로 이동하는 호송차량에 오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현재 삼성전자는 이사회를 중심으로 한 ‘집단경영체제’로 운영된다. 권오현 부회장과 윤부근 CE(소비자가전)부문 사장, 신종균 IM(IT&모바일)부문 사장 등 3명의 대표이사로 구성된 경영위원회에서 주요 현안들을 논의하고 이사회에서 최종 결정을 내린다. 삼성전자 이사회는 권 부회장 등 3명의 대표이사와 5명의 사외이사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올해 3분기 애플이 아이폰 시리즈 10주년을 맞아 ‘아이폰 8’을 내놓고 메모리 반도체 ‘수퍼 사이클’이 올 연말로 막을 내릴 경우 삼성전자의 실적 또한 꺾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올해 들어 글로벌 메모리 시장은 제품 가격이 두 배 이상 치솟는 등 ‘수퍼 사이클’을 보이고 있다.

주요 증권사들도 3분기를 정점으로 4분기에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영업이익이 감소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비(非)메모리인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사업 확대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지만, 메모리에 버금가는 성장을 단기간에 이루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더구나 중장기적인 전략을 세우고 추진하는 데는 반드시 오너의 결단이 필요하다.


당장의 인사·투자도 문제지만 글로벌 경영전략 차질과 미래를 위한 사업구조 개편 등은 더 큰 문제다. 자칫하면 글로벌 경쟁에서 만회하기 어려운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실제 신성장동력인 자동차용 전장(電裝)사업에서는 하만(Harman) 인수에도 불구하고 삼성의 경쟁력 강화가 지연되고 있다. 이에 반해 인텔이 자율주행차 핵심기술을 보유한 이스라엘 ‘모빌아이’를 인수하는 등 경쟁자들은 대형 M&A를 속속 진행하고 있다. 반면 삼성은 이 부회장 구속기소 이후 굵직한 M&A를 성사시키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윤부근 사장이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작심한 듯 오너 부재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배가 가라앉는 것은 순식간이다. 미래를 생각하면 무섭고 참담하다”고 토로했다.

윤 사장은 8월 31일(현지시간) 유럽 최대 IT전시회 ‘IFA 2017’ 개막을 하루 앞두고 독일 베를린 웨스틴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이 삼성전자의 미래에 큰 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동안 오너와 전문경영인이 서로 보완하며 성장해왔으나, 오너 리더십 공백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삼성전자의 사업 구조 재편과 미래 성장동력 발굴에 차질이 생겼다는 것이다.


윤 사장의 기자간담회는 당초 삼성전자의 하반기 TV·가전 전략을 공개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윤 사장도 처음 10분간 사업 전략에 대해 준비한 원고를 읽어 내려가며 “삼성전자는 소비자들이 사용하는 모든 T 가전제품을 만들고 반도체와 네트워크 장비까지 보유한 전 세계 유일의 기업”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다 한 기자가 “최근 인수합병 같은 중요한 작업이 제대로 진행되는 것 같지 않다”고 묻자 작심한 듯 이 부회장의 부재로 인한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윤 사장은 여러 차례 한숨을 내쉬었고, 감정이 격해지면 이따금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윤 사장은 삼성전자를 대규모 선단(船團)에, 자신과 같은 전문경영인을 선장에, 이 부회장 단장(船團長)에 비유하며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삼성전자는 여러 척의 배에 각각의 선장(부문장)들이 공동작업을 하고 있는 선단인데, 지금은 선단장이 없는 상황”이라며 “(나를 비롯해) 각 사업을 담당하는 문장들이 그룹의 구조 개편이나 인수합병 같은 큰 결정을 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윤 사장은 “지금 IT업계는 인공지능·빅데이터·사물인터넷(IoT) 등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고 있고, 그 변화 속에서 함나 배가 가라앉는 것은 순식간”이라며 “반도체 사업이 잘되고 있지만 잘나가던 회사가 망한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고강조했다. 이어 “불안한 마음에 여러 가지 전략을 짜고 있는데 지금의 전문경영인 체제로는 올나 내년 전략은 짤 수 있지만 3년 뒤, 5년 뒤 전략은 짜기 힘들다”면서 “(이 부회장이) 실제로 현장을 보고 느끼고 글로벌 네트워킹을 통해 세상의 리더들과 만나고 미래를 만들어 가야 하는데 지금은 완전히 중단된 태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삼성 내부적으로는 이 부회장의 부재에 따른 조직이나 의사결정 구조 개편 작업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삼성전자 내에 중대한 결정을 하는 경영위원회가 있지만, 그런 기구들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윤 사장은 “나도 내 사업의 주인이라고 생각하지만 이재용 부회장에 비하면 (주인의식이) 1000분의 1도 안 된다”며 “그런 오너십이 오늘의 삼성을 이뤘는데 지금 그게 부재중인 것”이라고 호소했다.

WSJ “삼성의 혼란기 이어질 것”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맨 뒤)이 2011년 10월 16일(현지시간) 미국 스탠퍼드대 내 교회인 ‘메모리얼 처치’에서 열린 애플의 공동 창업주인 고(故) 스티브 잡스의 추도식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비공개로 진행된 추도식에는 이 부회장을 포함해 정보기술(IT)업계 유명인사들과 잡스의 지인 몇 사람만 초대됐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해외부패방지법으로 삼성을 제재할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또 이 부회장이 유죄 선고를 계기로 당분간 항소 절차에 집중하면서 ‘결단’을 내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오해가 풀리지 않으면 삼성을 대표할 수 없다”고 말했듯이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 부회장,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 삼성문화재단 이사장 등 자신이 갖고 있는 직위를 모두 내려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의 1심 판결이 나오자마자 외신들은 대체로 삼성그룹의 앞날을 어둡게 전망했다. 1심 판결이 있기 전부터 “이 부회장이 유죄를 받을 경우 삼성전자의 ‘리더십 부재’가 장기화되는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우려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심 선고 직후 “이건희 회장이 병상에 있는 가운데 이 부회장이 이 같은 선고를 받으면서 삼성의 혼란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삼성의 세계적 명성과 장기 전략에 큰 타격”이라며 “이번 유죄 판결로 삼성의 장기적인 방향은 물론 가족 승계가 타당한 것인지 의구심이 생기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뉴욕타임스>, 영국 , 일본 , 중국 등 세계 유력 매체들은 이재용 부회장의 1심 판결과 함께 삼성의 미래를 걱정했다.

외신들의 평가를 종합해볼 때 삼성그룹과 이 부회장의 대외신인도 하락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해외사업과 해외 M&A에서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삼성은 이 부회장이 구속 수감된 이후 해외 M&A를 전혀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준비하는 신사업 추진도 속도가 떨어졌다.

사실 재계에서는 1심 재판이 열리기 전부터 “진짜 싸움은 항소심”이라는 말이 나돌았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국민 정서상 1심에서 무죄나 집행유예가 나오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됐다. 삼성 내에서도 1심보다 항소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귀띔했다.

1심 판결 직후 삼성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내부 분위기가 침통하지만 결과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 변호인단의 입장으로 대신해달라”고 직접적인 언급은 피하고 있다. 1심 판결 직후 삼성 측 변호인단은 “유죄가 선고된 부분을 전부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송우철 변호사는 “1심 판결은 법리 판단과 사실 인정 모두에 도저히 수긍할 수 없다”며 “즉각 항소할 계획으로 공소 사실 전부에 대해 무죄가 선고될 것을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집행유예? 항소심도 만만치는 않을 듯


▎삼성가(家)가 2012년 런던올림픽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을 관전하기 위해 수영장을 찾았다. 뒷줄 두 손을 번쩍 든 이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어 시계방향으로 김재열 제일기획 사장,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홍라희 여사,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 부회장의 왼쪽은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 / 사진·공동취재단
법조계 일부에서는 유죄가 인정된 ‘횡령’과 ‘재산국외도피’의 최저 형량이 5년이라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법원이 이재용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한 것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반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받는 것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중요한 것은 형량이 아니라 유무죄 입증”이라며 “2심에서 집행유예를 받으려면 1심에서 유죄로 판결된 일부를 뒤집어야 하는데 2심 재판부가 과연 이를 뒤집는 선고를 내릴지는 의문”이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최지성 전 실장과 장충기 전 차장을 법정구속한 것은 매우 충격적인 일”이라며 “삼성 입장에서 항소심도 만만치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법무법인 태평양이 맡고 있는 삼성 측 변호인단의 교체 여부를 두고도 말이 많았다. 1심에서 기소된 혐의가 모두 유죄를 받은 까닭이다. 이에 대해 삼성 소식에 정통한 한 재계 인사는 “판결 직후 변호인단이 형량을 낮추겠다며 유감을 표명한 것이 아니라 모든 부분을 무죄로 돌리겠다고 할 만큼 강한 의지를 보였다”며 “변호인단을 추가 구성하는 등 보강은 몰라도 지금까지 재판을 준비해온 변호인단을 교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1심 판결이 최종 3심에서도 확정된다면 이 부회장은 특별 사면이나 가석방 결정이 없는 한 2022년 2월까지 수감 생활을 해야 한다. 특검법에는 1심 판결은 기소 뒤 3개월 이내에, 2·3심은 하급심 판결 뒤 2개월 이내에 끝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대법원에 따르면 형사재판 평균 처리기간은 구속 시 1심에서 178일, 2심에서 116.2일, 3심에서 59.4일이 걸린다. 항소심 변론 기일은 10월 10일 이후 열릴 수 있다. 따라서 이 부회장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된다고 하더라도 연내 복귀는 어렵다.

그룹의 대표인 오너의 장기 부재 시 글로벌 비즈니스는 직격탄을 맞는다는 지적이 많다. ‘격(格)’을 중시하는 글로벌 파트너일수록 책임 경영이 가능한 오너와의 직접 대화를 원한다는 설명이 뒤따른다. 10대 그룹의 한 관계자는 “전문경영인이 10번 해외 현장을 방문하는 것보다 오너가 한 번 가는 게 훨씬 효과가 크다”며 “중장기 프로젝트일수록 해외 사업자들은 오랫동안 회사를 책임지는 오너들을 만나 협상하려 한다. 난제(難題)일수록 오너가 직접 나서서 풀어야 한다”고 전했다.

이재용 부회장의 경우 삼성과 애플의 장기 파트너십을 직접 확보한 일화로 유명하다. 이 부회장은 애플이 아이폰 차기 모델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공급받기 원했다. 하지만 핵심 공정에 이용된 캐논도키의 설비가 대량 생산이 어렵다는 보고를 받자 이 부회장이 직접 일본 니가타현을 방문해 문제를 풀었다.

이 부회장은 도키의 최고경영자인 데루히사 쓰가미 회장을 만나 도키 장비를 삼성디스플레이에 독점 공급해줄 것과 현재의 생산 규모를 두 배가량 늘려줄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이후 이 회사는 생산 규모를 늘렸고, 삼성전자가 이 회사의 장비 대부분을 사들임으로써 애플과의 장기 계약에 성공했다.

“난제(難題)일수록 오너가 직접 풀어야”

삼성은 이 부회장의 부친인 ‘이건희 효과’ 효과도 이미 경험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2007년 애플의 아이폰 등장으로 ‘제2의 노키아’로 전락할 뻔했다. 하지만 이 회장의 복귀 이듬해인 2011년 갤럭시노트를 출시해 세계 스마트폰 점유율 1위에 오르며 위기를 극복했다. 이후 삼성은 반도체와 스마트폰 사업에서 글로벌 기업의 지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김승연 한화 회장도 경영에 복귀한 2014년 11월 이후 굵직한 사업을 추진해 왔다. 한화는 그해 말 삼성그룹 계열가 4개를 인수하는 빅딜을 성사시켰다. 그 결과 현재 한화종합화학·한화토탈·한화탈레스·한화테크윈으로 변신을 완료했으며, 이를 위해 투자된 금액만 1조9000억원이었다.

대기업 홍보 관계자는 “솔직히 말해 기업 특성상 전문경영인은 수조원에 달하는 시설 투자와 M&A에 나설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결국 오너가 제때 전략적 판단을 내려줘야 한다”며 “오너 공백이 길어진다면 기업의 장기 투자 전략에도 차질이 생기고 글로벌 경쟁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squeez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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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호 (2017.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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