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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이슈] ‘자동차밸리’로 질주하는 광주광역시 

미래형 자동차 클러스터 유치, 제조업 르네상스 연다 

나권일 월간중앙 기자 na.kwonil@joongang.co.kr
“30만 대 완성차 자동차 클러스터 조성해 4차 산업혁명 선도” 비전 제시...‘광주형 일자리’ 모델도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로 선정돼 ‘청신호’

친환경 자동차와 전기자동차 등 미래형 자동차 클러스터를 조성해 광주에서부터 제조업 르네상스를 열겠다는 광주광역시의 비전이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무르익어 가고 있다. 미래형 자동차 클러스터에 적용할 광주형 일자리 모델도 재조명되면서 광주를 ‘자동차밸리’로 탈바꿈시킬 그랜드 디자인이 눈앞의 현실로 다가왔다.


▎미래형 자동차 클러스터로 구축될 빛그린 국가 산단 조감도. 광주를 자동차 밸리로 탈바꿈시킬 대규모 프로젝트가 무르익어가고 있다. / 사진:광주광역시
장면 하나. 지난 9월 8일 오후 7시 광주광역시 서구 치평동 광주광역시청 대회의실에서 ‘광주형 일자리 성공 정착을 위한 함께 날자! 광주야!’ 행사가 열렸다. 광주은행 노동조합과 금속노조 기아차지부 광주지회, 전국전력노동조합 광주·전남지부 등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소속 7개 사업장 노조는 광주광역시가 추진해온 ‘광주형 일자리’ 지지를 표명했다. 윤장현(68) 광주광역시장은 “노선을 달리하던 한국노총과 민주노총도 광주형 일자리 창출을 위해 이렇게 10년 만에 손을 잡았다. 광주의 제안에 광주형 일자리의 당사자이자 주체가 되는 근로자들이 한데 모여 광주형 일자리 성공을 위해 연대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었다”며 크게 의미를 부여했고, 윤종해 한국노총 광주지역본부 의장은 “노동조합이 이렇게 모여 광주형 일자리 성공을 기원하는 자체가 획기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광주형 일자리’는 노사와 지방정부가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4000만원대의 적정 임금으로 기업을 유치해 일자리를 나누자는 지역맞춤형 일자리 창출 모델이다. 노사민정이 상생협력을 통해 함께 만들어 나가는 광주형 일자리 모델은 문재인 정부의 100대 정책과제에도 포함됐다. 정부가 확정한 2018년 예산안에도 ‘광주형 일자리 전국 확산을 위한 모델 개발 용역비’ 8억원이 책정됐다.


▎광주형 일자리는 노사민정의 대타협이 핵심이다. 사진은 광주광역시가 2014년 자동차산업과를 신설하자 감사의 마음을 담아 방문한 기아차 노조원들과 윤장현 시장(왼쪽 셋째). 노사정 타협의 상징적인 사진이다. / 사진:광주광역시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는 일자리위원회(부위원장 이용섭)를 별도기구로 둘 정도로 일자리 창출을 국정과제의 중심으로 삼고 있는 문재인 정부가 이렇듯 ‘노사 상생형 일자리 모델로 광주형 일자리의 전국적 확산’을 내걸고 나서자 다른 지방정부들도 비상한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소비도시 광주를 친환경 자동차 도시로


소비도시 광주를 혁신적으로 탈바꿈시킬 ‘미래형 자동차 클러스터’(일명 광주자동차밸리)에 주목하는 이가 늘고 있다. 광주 빛그린 국가산단에 친환경 자동차, 케넥티드카, 전기자동차 등 미래형 자동차를 생산할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연간 30만 대를 생산할 완성차 공장을 유치해 광주에서부터 제조업 르네상스를 열겠다는 광주의 그랜드 비전이 현실로 다가왔다고 보는 이들도 있다. 광주형 일자리 모델과 광주자동차밸리 사업이 무르익기까지는 숨은 스토리와 몇 가지 쟁점들이 있다.

광주형 일자리 문제는 우선 ‘왜 광주인가?’에서 출발해야 한다. 광주하면 중·장년층이라면 금남로와 충장로를 먼저 떠올린다. ‘인권과 평화의 도시’라는 말도 귀에 익숙하다. 하지만 광주 현지 분위기는 밖에서 보는 광주와 온도차가 있다. 2017년의 광주는 여느 지방 대도시와 마찬가지로 쇠락해가는 소비도시일 뿐이다. 광주를 대표하는 제조업체는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기아자동차와 금호타이어 정도다. 젊은 구직자들에게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정규직(연봉 1억원)과 비정규직(사내 하청 연봉 5000만원) 입사는 하늘에서 별따기나 마찬가지다.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의 1·2차 협력사(연봉 3000만~4000만원)에 취업하는 것도 가물에 콩 나듯 쉽지 않은 일이다. 금호타이어도 경영 부실로 몇 차례 매각 위기를 겪었다. 이런 처지에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년들은 수도권으로 상경하거나 산업단지가 많은 기업도시를 찾아 떠나기 일쑤였다.

광주형 일자리 모델은 쇠락해 가는 소비도시 광주를 기업하기 좋은 도시로 만들어낼 특단의 대책이자 일종의 도시 재생 프로젝트로 준비됐다. 그 중심에 윤장현 광주광역시장과 사)자동차산업밸리추진위원회가 있다.

윤장현 시장은 광주의 대표적인 시민운동가 출신이다. 1997년 기아자동차 부도로 지역 경제가 송두리째 흔들리자 광주시민연대 대표로 기아차 살리기 범시민운동을 펼쳤다. 윤 시장은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에서 노사공동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일자리의 중요성을 실감하고 노사 관계에 대한 해법을 모색했다. 당시 박병규 기아자동차노조 광주지회장과도 적극 소통하며 자동차 공장 유치와 일자리 창출로 광주를 부흥시킬 경제 콘텐트를 채워 갔다. 윤 시장은 1998년 독일 볼프스부르크(Wolfsburg) 공장의 폴크스바겐 자동차 조립라인을 방문해 노동 일자리를 나누고 임금을 나누는 근로 형태에서 강한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2014년 광주광역시장 당선을 계기로 윤 시장의 일자리 구상은 단순한 아이디어 차원을 넘어 비전을 현실화시킬 동력을 얻게 된다. 광주형 일자리가 언론을 통해 알려지고 인구에 회자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광주광역시는 내부 조직으로 자동차산업과를 신설했다. 외곽에서는 2014년 11월 (사)자동차산업밸리 추진위원회(위원장 정찬용)가 구성돼 광주를 자동차의 메카로 만들기 위한 여론 조성을 맡았다. 광주형 일자리 업무를 담당할 ‘사회통합지원센터’를 열었고, 광주 지역 노사민정이 참여하는 ‘광주시 더나은일자리위원회(공동위원장 윤장현·윤종해)를 구성해 의견 수렴에도 나섰다.

이후 일본 기타큐슈시(市)와 도요타자동차가 별도 법인을 세워 렉서스를 생산하고, 도요타자동차 근로자보다 40% 낮춘 임금을 40년 동안 유지한 사례 등을 벤치마킹해 광주형 일자리 모델을 세밀하게 다듬어 갔다. 지방 도시의 저렴한 땅값으로 대규모 산업단지를 조성해 자동차 공장을 유치하고, 사회적 대타협을 거쳐 광주형 일자리 모델로 광주를 자동차밸리로 탈바꿈시킨다는 원대한 계획은 이처럼 지난 3년간 꾸준히 전개돼 왔다.

그렇다면 광주를 명실상부한 자동차 도시로 탈바꿈시킬 핵심 콘텐트인 광주형 일자리 모델이란 무엇인가? ‘광주광역시 더나은일자리위원회’는 지난 2년여 동안 10여 차례의 토론회를 하고 광주형 일자리의 뼈대를 세워왔다. 지난 6월에는 한국노총 광주본부와 광주경영자총협회, 광주상공회의소 등 22개 기관·단체가 모여 ‘광주형 일자리 모델 실현을 위한 기초협약’을 체결하고 4대 원칙에 합의했다. 적정 임금(연대임금) 실현, 적정 근로시간 실현, 원·하청 관계 개혁, 노사 책임경영 구현이 그것이다. 풀이하자면 적정 임금과 적정 노동시간으로 개별 노동자에게 안정적인 노동 환경을 제공하고, 원·하청 관계 개혁으로 노사 책임경영을 실현해 일자리를 둘러싼 생태·환경을 진전시키는 일자리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연봉 4000만원대 안정적 일자리 제공


▎기아차 광주공장의 생산라인 현장 모습. 광주는 울산에 이어 국내 제2의 자동차 생산도시다. / 사진:광주광역시
광주형 일자리를 연구 중인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에 따르면 한국 사회의 일자리는 고용안정 보장 정도와 임금·복지 등 노동 조건, 크게 이 두 가지를 기준으로 네 가지 형태로 구분할 수 있다. 예컨대 고용이 안정돼 있고 임금도 높은 공기업 정규직은 A, 고용이 불안하고 임금이 낮은 저숙련 간접고용 노동자나 아르바이트 등은 D에 해당한다. 임금은 높지만 고용이 불안한 고숙련 프리랜서는 B, 이와 반대인 공공부문 무기계약직은 C로 분류한다. 광주형 일자리는 이 네 가지 형태 중 원칙적으로 A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되, A를 만들어내는 것이 힘들다면 상대적으로 작은 스몰에이(a)를 추구해 보자는 데 의견을 모아가고 있는 중이다.

한마디로 A급 일자리의 노동시간을 줄이고 임금 감소를 다소 감수하는 방식으로 일자리를 늘리자는 주문이다. 광주광역시는 이에 기초해 연봉 4000만원대의 적정 임금을 받도록 하는 안정적인 일자리로 광주의 제조업 기반에 가장 적합한 미래형 자동차 제조공장을 유치한다는 청사진을 밝혀왔다. 근로자는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고, 자동차 기업은 인건비가 적게 드는 생산시설을 운용함으로써 노사가 서로 윈윈하는 모델이 광주형 일자리 모델이다.

이 같은 구상은 그 이상적인 취지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현실화될 가능성이 낮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한국 사회의 경직된 노사 관계가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우려를 확실히 씻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이른바 강성 노조로 회자되는 민주노총 등 기존 근로자들의 동의를 얻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현실론을 펴기도 했다. 국내외 자동차 제조사들의 정서도 비슷했다. 실제 광주형 일자리에 관심을 가진 대형 완성차 제조사는 ‘광주시가 강성 노조를 설득할 수 있겠느냐, 그 뒷감당을 끝까지 할 수 있겠느냐?’는 데 우려를 나타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분위기는 문재인 정부 출범을 전후해 많이 달라졌다. 우선 광주 현지에서 장애물로 꼽혔던 기존 노조원들의 반발이 거세지 않다. 앞서 9월 8일 열린 광주형 일자리 지지 행사가 그 결실이다. 이 과정에서 박병규 광주광역시 일자리 특보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장현 시장이 2014년 취임 직후 광주광역시 사회통합단장으로 발탁했을 정도로 광주광역시 당국과 긴밀하게 협력해 온 ‘광주형 일자리 전도사’다.

광주 민주노총과 한국노총도 지지


▎광주시 한복판에 자리 잡은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62만 대 생산 규모를 갖추고 있다.
광주형 일자리의 현실화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 데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원도 크게 작용했다. 문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대표 당선 직후인 2014년 6월, 국회에서의 첫 토론회 주제를 ‘소득주도 일자리 성장과 광주형 일자리’로 했을 정도로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왔다. 당시 박병규 사회통합단장이 직접 문 대표에게 광주형 일자리 모델에 대해 여러 차례 설명했다고 한다. 이후 2015년 3월 10일, 광주형 일자리가 더불어민주당의 소득주도형 일자리 창출의 모범적 사례가 되면서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박병규 특보는 “문 대통령은 당 대표 시절부터 제조업 위기 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 주요한 방안으로 광주형 일자리를 직접 언급할 정도로 깊은 관심을 가져왔다”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캠프였던 ‘더문캠 일자리위원회’(홍영표 공동위원장)도 올해 3월 ‘광주형 일자리 확산방안 토론회’를 열고 “노사민정 대타협을 통해 적정 임금을 보장하면서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를 이끌어내는 광주형 일자리 모델을 도입하고 전국으로 확산시켜 나가겠다”며 광주 민심에 호소했다. 이런 기류를 타고 광주광역시는 광주자동차밸리와 광주형 일자리에 대한 새 건의안을 마련해 국정기획자문위원회 활동 기간인 지난 5월부터 7월 중순까지 ‘새 정부 대응협력반’을 서울에 상주시켜가면서 문재인 정부 국정기획 자문위원회와 긴밀하게 소통해 왔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광주형 일자리가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된 것이다.

실제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는 확고한 것으로 알려진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도 지난 6월 15일 광주를 찾아 광주형 일자리 현실화에 힘을 보탰다. 장하성 실장은 “광주형 일자리는 지역사회의 특성에 맞는 새로운 유형의 모형”이라며 “필요한 예산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광주시가 요청한 8억원이 전액 반영됐고, 고용노동부 주관으로 ‘노사상생형 일자리 컨설팅 지원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광주를 자동차밸리로 탈바꿈시키기 위한 가장 중요하고도 긴급한 문제는 광주형 일자리가 실행되기 위한 전제조건, 즉 친환경 자동차, 커넥티드카, 전기자동차 등을 생산할 미래형 자동차 클러스터 구축이다. 그중에서도 연간 30만 대 생산 규모의 완성차 공장 유치가 핵심이다. 기업체를 유치해야 일자리도 생긴다. 광주형 일자리가 현실화되려면 자동차 기업이, 제조공장이 들어서야 한다. 광주형 일자리가 소프트웨어라면 완성차 공장은 하드웨어다. 소프트웨어가 아무리 좋아도 이를 적용할 하드웨어가 없으면 공염불이다. 광주광역시는 한국 최초 자동차 생산도시라는 역사성에다 현재도 자동차산업이 지역 경제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최대 주력산업이다.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은 이미 62만 대 생산 규모를 갖추고있다. 광주는 현재도 울산에 이어 국내 제2의 자동차 생산도시다. 이런 여건을 바탕으로 광주는 일찌감치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흐름을 주도하는 전기자동차 등 친환경 자동차로 미래형 자동차 클러스터를 조성한다는 비전을 제시하고 중앙 정부를 설득해 왔다. 그러한 노력이 결실을 맺어 지난해 광주 빛그린 국가 산단에 조성할 ‘친환경 전기자동차 클러스터’ 사업비 3030억원이 확정됐다. 그리고 올해 ‘미래형 자동차 클러스터’ 사업으로 최종 확정됐다. 미래형 자동차는 고효율 친환경 디젤자동차와 무선 주행하는 커넥티드카, 전기자동차를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현재 광주광역시는 3030억원을 마중물로 삼아 광산구 삼도동 일대 123만 평에 조성되는 빛그린 국가산단을 미래형 자동차 클러스터로 조성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연간 30만 대 생산 규모의 완성차 공장과 함께 200여 개 부품기업을 집적화한 클러스터에 ‘광주형 일자리 모델’을 적용해 유연한 노사 관계를 핵심으로 하는 친기업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빛그린 국가산단은 현재 1단계 조성 작업이 진행 중으로 오는 2019년 말까지 2단계 산단 조성을 완료하게 된다. 미래형 자동차 클러스터와 관련된 구체적인 작업은 R&D 집행기관인 광주그린카진흥원(원장 오일근)을 통해 진행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미 “빛그린 국가산단 조성을 통해 광주를 미래형 자동차 선도 도시로 만들겠다”고 공약한 만큼 실현 가능성이 높다.

핵심은 미래형 자동차 클러스터 조성


▎미래형 자동차 클러스터와 관련된 구체적인 작업은 R&D 집행기관인 광주그린카진흥원을 통해 진행되고 있다. / 사진:광주광역시
광주의 지역 특성을 활용한 대규모 일자리 창출에 대한 청사진도 마련 중이다. 우선 친환경 자동차 완성차 공장, 모듈, 소재 산업체를 유치해 조성되는 미래형 자동차 클러스터를 통해 4만 개 일자리를, 자동차 테마파크 등 문화·서비스를 결합한 자동차서비스 복합단지 조성을 통해 3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낸다는 복안이다. 이 두 가지 대형 프로젝트로 총 7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가 지원하고 지역사회가 제반 준비를 다 끝냈다고 해도 정작 기업이 결단하지 않으면 성사되기 어렵다. 과연 광주가 광주형 일자리와 미래형 자동차 클러스터 조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 자동차 밸리로 도약하는 실행파일이 가능할 수 있을까? 이와 관련해 광주 현지에서는 국내외 자동차 제조 기업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다양한 방안이 모색되고 있다. 구체화되고 있는 방안 중 하나는 광주광역시와 글로벌 자동차기업, 자동차부품회사 등이 투자자로 참여해 1조원대 펀드를 조성, 별도법인 형태의 자동차 제조사를 설립하는 방안이다.

신재형 (사)자동차산업밸리추진위원회 상임이사는 이와 관련, 글로벌 스마트폰 기업 애플과 제조업체인 대만 폭스콘 공장의 스마트폰 제조 방식을 벤치마킹한 별도법인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신 이사는 “글로벌 자동차 회사가 자동차의 기획과 설계, 부품소싱, 판매·A/S를 담당하고 별도법인은 자동차를 조립해 완성차로 만들어 납품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광주에 완성차 공장이 들어서기 위해선 지금까지와는 다른 유연한 노사 관계가 핵심이다. 이는 국내 자동차산업협회가 요구해 온 고정 레퍼토리이기도 하다. 신재형 이사는 이 문제도 역시 별도법인 설립으로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노사 관계 갈등이나 파업 등의 문제가 생기면 별도법인에서 해결할 수 있게 미리 협약을 맺으면 된다는 것이다. 기존 국내 완성차 제조사들에는 솔깃한 제안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수도권에 미래형 자동차 완성차 라인을 짓기에는 토지 등 사회적 비용이 많이 들어가게 되고, 노조와 갈등이라도 빚을 경우 지속 가능 여부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또 하나, 광주형 일자리 모델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산업생태계의 조성을 전제로 추진된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근로자 삶의 질까지 포괄한다는 개념이다. 예를 들어 근로자들에게 연봉 4000만원대의 안정적인 임금을 보장해 주는 대신 중앙정부나 광주광역시가 근로자들을 위해 주택과 육아, 자녀교육, 의료 등을 일정 부분 지원해 주는 형태다. 근로자들에 대한 다양한 복지가 뒷받침돼야 광주형 일자리가 지속 가능한 모델이 될 수 있다는 노동계의 의견에 따른 것이다. 기존 자동차 제조사 입장에서도 긍정적으로 검토해볼 만한 사안이다. 광주에서 별도법인으로 시작하면 광주광역시가 투자 지분에 대한 이익금을 재원으로 해 근로자들에게 주택과 육아, 복지, 교육을 지원할 것이므로 기업은 비용 부담을 덜게 되기 때문이다.

별도법인 설립, 특별법 청원 논의도


▎2014년 11월 (사)자동차산업밸리 추진위원회가 출범해 광주를 자동차의 메카로 만들기 위한 전방위적인 노력을 벌여왔다. / 사진:광주광역시
이와 관련해 박병규 광주광역시 일자리 특보는 “광주형 일자리의 성공을 위해 정부가 산업 정책적 측면에서 지원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박 특보는 “미래형 자동차, 예를 들어 전기자동차가 중심이 된다면 전기자동차 수요 기반을 만들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 대통령의 공약처럼 광주를 친환경 전기자동차, 미래형 자동차 선도 도시, 시범도시로 지정해 주고, 대중교통이나 공공기관 차량을 전기자동차로 교체하는 것, 충전 시설의 충분한 확충, 전기자동차 구매자에게 보조금이나 세제 혜택 등을 주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앙정부를 대신해 광주광역시가 이 같은 지원을 대신할 수도 있다. 광주광역시는 이에 대비해 광주형 일자리 모델을 친환경 자동차산업과 연계해 실현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작업에도 착수했다. 필요하다면 특별법 제정을 위한 청원도 할 수 있다는 것이 광주 현지의 분위기다.

가칭 ‘광주형 일자리 모델 확산과 미래형 자동차 시범도시 지정 및 혁신산업단지 조성에 관한 특별법’이 그것이다. 빛그린 국가산단 입주 기업들이 광주형 일자리 모형을 선도할 수 있도록 기업들에 인센티브를 확실하게 주자는 것이 핵심이다. 빛그린 산단 내 미래형 자동차 클러스터 조성사업을 ‘노사상생 혁신단지특구’로 지정하고 노사상생 일자리 나눔과 확산 기업에 대한 조세 및 보조금 등 재정 지원을 확대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특별법을 통한 지원은 국회 입법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정치적 합의를 필요로 하므로 쉬운 문제는 아니다. 일자리 창출의 시범 모델인 광주형 일자리가 광주에서 성공하더라도 경제 상황이나 노사 관계가 다른 지방정부에 똑같은 정책이 적용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큰 의미를 부여하긴 힘들다는 목소리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주형 일자리는 문재인 정부 초기 일자리 창출 방안의 대표적인 모델로 급부상하는 흐름이다. 특히 국내의 유력 자동차 제조사가 광주의 동향에 큰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의 상전벽해를 불러올 그랜드 디자인이 이르면 내년에 현실화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도 있다. 광주 현지에서도 광주형 일자리가 선도적인 모델이 되어 전국으로 확산될 것을 기대하는 희망 섞인 관측이 나온다.

친환경 자동차, 커넥티드카, 전기자동차 등 미래형 자동차 클러스터가 광주에 조성되면 국내 자동차 제조사들 입장에서는 자동차 패러다임 전환을 자동차 도시 광주에서 순조롭게 도모할 수 있게 된다. 광주의 근로자는 고용 없는 성장 속에서도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할 수 있다. 광주광역시도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며 제조업 르네상스를 열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문재인 정부는 국정과제인 일자리 창출의 성과를 낼 수 있다. 한마디로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모델이다. 노사정이 손잡고 자동차 법인을 세우고 적정 임금으로 고용 창출을 이뤄내는 광주의 실험이 눈앞에서 현실화될 날이 성큼 다가왔다. 이제 미래형 자동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자동차 기업들의 결단만 남았다.

- 나권일 월간중앙 기자 na.kwon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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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호 (2017.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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