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멤버십

특종.심층취재

Home>월간중앙>특종.심층취재

[심층취재] 경찰청장 vs 중앙경찰학교장 갈등 전말 

이철성 경찰청장 판정승? 

나권일 월간중앙 기자 na.kwonil@joongang.co.kr
사상 초유의 경찰 수뇌부 간 갈등은 표면적으로 봉합됐을 뿐 수면 아래에서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언론중재위원회 테이블이나 재판정에서 벌어질 제2라운드에서 진실이 가려질 전망이다.

▎이철성 청장은 경기도 수원에서 태어나 검정고시를 거쳐 국민대를 졸업했으며 영등포경찰서장, 경찰청 정보국장, 경남경찰청장, 청와대 치안비서관을 역임한 관록의 인물이다.
“혼신의 힘을 다해 일을 하셔야 할 여러분이 국민께 걱정을 넘어 분노를 끼치고 있다. 이 시각 이후에도 불미스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 8월 13일 서울 미근동에 있는 경찰청의 수뇌부 회의장.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긴급회의를 소집해 자리에 앉자마자 물의를 일으킨 이철성(59) 경찰청장과 강인철(57) 중앙경찰학 교장을 질타했다. 경찰 지휘권을 가진 행정안전부 장관이 연일 진흙탕 싸움을 벌이던 당사자들을 면전에서 꾸짖는 희대의 이 장면을 온 국민이 생중계로 지켜봤다. 12만 경찰의 수장인 이철성 경찰청장은 국민 앞에서 상당히 체면을 구겼다. 이 청장은 “국민께 매우 부끄럽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사태를 촉발시킨 또 다른 당사자인 강인철 중앙경찰학교장도 고개를 들지 못했다.

가뜩이나 북핵문제로 나라 안팎 사정이 심상찮은데, 국민의 안전과 치안을 책임진 경찰 최고 간부들이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라듯’ 이전투구를 벌였으니 국민 시선이 고울 리 없다. “깊이 반성하고 재발 않도록 하겠다. 다시 한 번 기회를 달라.” 방송카메라 앞에서 김부겸 장관과 이철성 청장, 강인철 학교장은 다 함께 손을 잡고 머리를 숙였다. 참담한 그 장면을 지켜보던 한 경찰간부는 “어른이 아이들 싸움을 말리고 화해시키는 것 같다. 치욕적이다”고 말했다.

이틀 뒤인 8월 15일, 이철성 청장은 경찰 내부 통신망에 “경찰조직 책임자로서 국민에게 실망을 드리고 동료들에게 상처를 줘 대단히 송구하다”며 사과 편지를 올렸다. 상처가 난 경찰조직을 다독이고 추스르는 게 그만큼 급했다. 두 사람에 대한 동반사퇴까지 거론되는 등 여론이 악화됐지만 김부겸 장관은 “국민의 화가 가라앉을 때까지 (인사조치)는 조금 미루는 게 좋겠다”며 두 사람에 대해 당장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밝혔다. 표면적으로 사태는 그렇게 봉합됐다.

SNS 삭제 논란과 ‘강인철 의혹’은 별개


▎문제가 된 광주경찰청의 페이스북 게시 글. 정치적 오해를 부르는 글이라기보다는 교통 통제에 따른 시민의 양해와 협조를 구하는 안내문이다.
하지만 수면 아래에서는 여진(餘震)이 계속되고 있다. 시민단체인 ‘정의연대’(대표 양건모)는 “지난해 11월 18일 광주지방경찰청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 올라온 ‘민주화의 성지’ 문구를 문제 삼아 강제로 삭제를 지시했다”며 지난 8월 8일이 경찰청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이 같은 사실이 몇몇 언론에 보도되자 이철성 청장은 즉각 “사실무근”이라며 반박 입장문을 내고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를 청구했다. 사태가 봉합되기는커녕 언론중재위원회 테이블이나 재판정에서 제2라운드가 벌어질 태세다.

진실은 무엇일까? 발단은 경찰 지휘부에서 벌어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게시 글 삭제 논란으로 알려져 있다. 아래는 문제가 됐던 지난해 11월 18일 광주지방경찰청의 페이스북 공식 계정 글의 전문이다.

“<광주시민의 안전 광주경찰이 지켜드립니다.> 11월 19일(토) 내일 오후 6시부터 5·18민주광장에서는 광주 10만 시국 촛불 집회가 개최될 예정으로 금남로와 5·18민주광장 주변에 교통 통제가 예상되오니 다소 불편하시더라도 양해해주시길 바랍니다. 아울러, 도심 혼잡으로 지하철 환풍기에 많은 분이 올라가시는 일은 절대 없어야 될 것입니다. 이것만은 꼬옥 지켜주세요~!! 연일 계속되는 촛불집회에 성숙된 시민의식을 보여주신 민주화의 성지~!! 광주시민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오른쪽 위 페이스북 캡처 사진 참조)

광주경찰청이 게시한 글은 다음날 도심에서 시국 관련 촛불집회가 열린다는 사실을 알리고 이 집회 때 시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겠으니 교통 통제에 대한 양해와 협조를 요청하는 안내문이다.

애초부터 경찰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할 만한 내용이나 정치적 성향을 문제 삼아 삭제 지시를 할 만한 글이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게다가 강인철 치안감이 직접 작성한 글도 아니다. 그렇다면 문제는 간단하다. 이철성 청장이 앞뒤 사정도 잘 살펴보지 않고 견문발검(見蚊拔劍)을 했거나 아니면 강인철 치안감이 자신에 대한 경찰청의 감찰이라는 예봉을 피하기 위해 정치적 논란으로 변질시켰거나 둘 중 하나다.

이철성 청장을 고발한 정의연대는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다음날 이철성 청장이 강 치안감에 전화해 ‘민주화의 성지에서 근무하니 좋으냐?’ ‘촛불 가지고 이 정권이 무너질 것 같으냐’라며 협박했고, 이후 강 치안감은 같은 달 단행된 경찰 인사에서 좌천됐다”며 부당 인사 의혹을 제기했다. 강 치안감이 지난해 11월 말 경기남부경찰청 1차장으로 전보됐다가 두 달 만인 올해 1월에 중앙경찰학교장으로 부임한 것은 사실이다. 이와 관련해 강 치안감은 이철성 청장이 자신과의 통화에서 ‘벌써부터 촛불에 동조하고 그러느냐. 내가 있는 한 안 된다’ 등의 발언을 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강 치안감은 또 이철성 청장이 ‘바로 글을 내리면 문제가 될 수 있으니 기술적으로 (처리)하든지 하라’고 말했다고 밝혔다.(당시 광주경찰청의 ‘민주화의 성지’ 표현이 SNS에 확산되면서 화제가 됐고, 광주경찰청이 해당 글을 삭제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철성 경찰청장의 주장은 이와 다르다. 이 청장은 반박 입장문을 통해 “당시 강인철 광주청장에게 페이스북 게시물과 관련해 전화하거나 질책한 사실이 없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이 청장은 “다만 11월 6일 고 백남기 농민 노제를 앞둔 상황에서 11월 4일 내지 5일께 강인철 전 광주청장이 해외여행 휴가를 신청한 데 대해 질책한 바는 있다”고 해명했다. 질책을 하긴 했지만 전혀 다른 내용이었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번 사태가 이철성 청장이 경찰청 감사관실의 감찰을 받고 있는 와중에 발생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누가 진실을 말하고 있는지는 두 사람만이 안다. 지난해 말과 올해 초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국면이 한창일 때다. 역대 어느 정권이건 정치적 입김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는 게 주요 권력기관 중 하나인 경찰청의 인사이고 보면 강인철 학교장의 주장이 전혀 터무니없지만은 않다. 탄핵 국면에서 청와대에 파견된 경찰 고위간부가 각계의 인사 청탁 관련 내용을 적나라하게 적어 놓은 ‘청와대 비밀 노트’가 공개돼 파문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SNS 게시글 삭제 논란에 따른 좌천 인사 문제와 강인철 학교장에 대한 감찰 과정에서 제기된 의혹은 별개의 문제다.

강인철 치안감, 광주지역 여론 부정적


▎고개 숙여 사과하는 강인철 치안감. (오른쪽) 광주경찰청장 재임 시절 SNS 게시 글 삭제 논란으로 이번 사태를 촉발시킨 강 치안감은 감찰 결과 여러 의혹이 제기돼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취재 결과 경찰청 감사관실이 강인철 중앙경찰학교장에 대해 감찰에 나선 배경은 다음과 같았다. 지난 8월 7일 김 모 경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강인철 학교장의 ‘갑질’을 고발하는 글을 올렸다. 김 경감은 “강인철 중앙경찰학교장에게 학교 운영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자 ‘대기발령’이라는 문책성 징계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언론에 ‘관용차를 사적으로 이용했다는 의혹’이 보도되자 (강 학교장이) 차량업무 담당자를 불러 4시간 동안 추궁하고 그것도 모자라 이튿날 전체 회의석상에 불러 재차 추궁하면서 모욕하는 등 갑질을 했다”며 관계 요로에 진정했다.

김 모 경감의 진정서는 청와대를 통해 경찰청에 접수됐고, 감사관실은 즉각 강 치안감에 대한 감찰에 착수했다. 감찰 기록 분량만 1400쪽에 달했다고 한다. 이를 토대로 경찰청은 8월 7일 “강 학교장이 예산 2700만여 원을 들여 관용차를 고급 사양으로 불법 개조하고 자신의 운전병을 자정이 훨씬 넘은 새벽 시간에 호프집 앞에 대기시키는 등 부하 직원들에게 갑질을 했다는 점, 상조회 돈 7000만원을 사용해 학교 내에 치킨 매장을 설치할 것을 지시해 직권을 남용했다”며 정부 인사혁신처 중앙징계위원회에 강인철 학교장에 대한 중징계를 요청했다. 강 치안감이 지난해 광주경찰청장 재직 당시 조사 대상이었던 모 대학에서 컴퓨터단층촬영(CT) 등을 무상으로 진료 받았다는 혐의(뇌물수수)도 포착했다고 한다.

같은 날 경찰청 감사관실은 본청 수사국에 뇌물수수 및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수사를 의뢰했고, 본청 수사국은 산하 특수수사과에 수사 착수를 지시했다. 이철성 청장은 경찰청에서 열린 전국경찰지휘부 회의를 마친 뒤 강 치안감을 불러 “감찰 결과 사안이 중대해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정식 수사를 의뢰하겠다”는 방침을 알렸다. 강인철 치안감이 SNS 게시 글 삭제 문제를 폭로하기 불과 나흘 전에 일어난 일이다. 이후 강인철 치안감이 자신에 대한 ‘표적 감찰’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반격’에 나서면서 SNS 게시 글 삭제 논란이 벌어졌다. 이번 사태가 민감한 권력 교체기에 물갈이 흐름을 타고 정치문제로 ‘변질’됐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강인철 치안감에 대해 진정서를 낸 김 모 경감은 사태 초기에 SNS 게시 글 삭제 논란이 커지자 “한창 지난 이 시기에 그 문제가 왜 논란이 이는지 그 배경에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다”며 “(권력 교체기에) 보이지 않는 손들이 작동되고 있는 느낌”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취재 결과 강 치안감은 광주경찰청장 재직 때도 광주 지역에서 그리 좋은 평판을 듣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 현지 분위기에 정통한 한 인사는 “부하 직원들에 대한 권위적인 태도라든지 잦은 외부 일정, 그리고 인사문제 등에서 잡음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강 치안감은 광주경찰청장 재임 시절 부속실 의경에게 1주일에 두 차례씩 자신의 관사를 청소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치안감은 이런 사실을 부인했다. 광주 지역 인사에 따르면 SNS 게시 글 삭제 논란을 불러온 것처럼 야당 성향이라고 볼 만한 기질이나 ‘문빠’(문재인 열혈 지지층)들이 지지할 만한 인사도 아니었다고 한다. 정치적으로 격변기에 광주경찰청장으로 재임한 것일 뿐 ‘광주정서’와도 거리가 멀었다고 했다.

이철성 경찰청장 유임? 교체?


▎지난 7월 28일 경찰청을 찾은 문무일 검찰총장 (오른쪽)을 배웅하는 이철성 경찰청장의 표정이 밝다. 사상 초유의 경찰 수뇌부 간 갈등은 관록의 이철성 청장이 판정승을 거둘 것이라는 예상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강인철 치안감은 자신이 교장으로 있는 중앙경찰학교가 위치한 충북 지역 한 언론과도 갈등을 빚었다. 지난 6월 5일 <충북인뉴스>가 ‘경찰간부, 고가 이불 구입 논란’ 기사를 통해 “관사에서 강 치안감 부부가 사용할 용도로 300여 만원을 들여 이불을 구입했다”며 호화이불 의혹을 제기하자 “사실과 다른 보도로 심각하게 명예가 훼손되었으며 회복할 수 없는 막대한 정신적 피해까지 입었다”며 정정보도와 3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 이에 언론중재위원회 조정회의에 참석한 강 치안감의 대리인이 “강 치안감이 부임하기 전에 구입한 것”이라고 증언해 충북인뉴스가 정정보도문을 게시하면서 사건이 일단락되는 듯했다. 하지만 이불을 구매한 직원이 “강 치안감의 부인이 직접 이불을 구매했다”고 경찰의 감찰 과정에서 진술한 것이 뒤늦게 밝혀져 강 치안감은 거짓말 논란에 휩싸여 있다.

강 치안감에 대한 경찰청의 감찰 내용이 알려지고 의혹에 대한 수사 착수 사실이 전해지면서 경찰청 주변에서는 이번 사태의 진상과 관련해서는 이철성 청장의 판정승을 조심스럽게 예측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경찰 수뇌부의 ‘사과 퍼포먼스’ 정도로 그냥 덮어서는 안 된다는 기류도 상당하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지난해 취임을 전후해 음주운전 사고 은폐 논란으로 기가 꺾인 데다 자신보다 2계급이나 낮은 강 치안감과 이전투구를 벌여 경찰조직의 사기를 떨어뜨렸다. 게다가 지금은 권력 교체기로 중앙부처 관련 기관장들의 물갈이가 속속 이뤄지고 있는 엄중한 시기다. 권력이 작동하는 방식의 변화에 따라 조직의 수장이 교체되는 것은 한순간이다. 10월은 또한 국정감사 시즌이다. ‘국회발’ 경찰청장 교체설이 사라지지 않고 피어오르는 이유다. 치안정감 6명의 후보군 가운데 김정훈 서울청장과 이주민 인천청장이 유력하다는 등 때이른 보도도 나온다.

반면 유임설도 상당하다. 경찰청장은 2년 임기제로 이 청장은 내년 8월까지다. 경찰 정기인사가 이뤄진 지도 한 달 남짓 지났다. 수사권 독립을 놓고 권력 교체기마다 검찰과 줄다리기를 해 온 경찰조직으로서는 이럴 때 힘을 비축해놓을 필요가 있다는 논리다. 문재인 정부가 경찰보다 검찰조직에 먼저 메스를 댈 것으로 전망하는 이도 많다. 그렇게 되면 이철성 청장이 시간을 벌 수 있다. 촛불집회 때 차분히 잘 대응하고 안전사고 하나 없이 평화집회에 기여했다는 ‘공로’에다 경찰개혁에 대한 의지를 적극적으로 밝혀온 점도 유임설이 도는 배경이다. 이철성 청장은 경기도 수원에서 태어나 검정고시를 거쳐 국민대를 졸업했으며 영등포경찰서장, 경찰청 정보국장, 경남경찰청장, 청와대 치안비서관을 역임한 관록의 인물이다. 밑바닥에서부터 지금의 자리까지 올라오기까지 쌓아온 노하우와 경력을 무시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조직경영의 달인들은 티 없는 엘리트보다는 흠결이 조금 있어도 능력이 있는 사람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자신의 결함을 덮기 위해 자신을 등용해준 리더에게 충성을 다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휘권자로서 경찰조직을 들여다보고 있는 김부겸 장관의 구상이 무엇일지, 문재인 정권 핵심부의 용인술이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하다. 한두 달 안에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 나권일 월간중앙 기자 na.kwonil@joongang.co.kr

/images/sph164x220.jpg
201710호 (2017.09.17)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