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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마을 범죄예방 ‘특효약’ 셉테드 확산 

주민·지자체와 함께하면 효과 ‘쑥쑥’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squeeze@joongang.co.kr
2004년부터 부천시 시작으로 전국적 확대… 범죄환경 등에 대한 면밀한 분석 뒷받침돼야

형사정책연구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범죄로 인해 매년 160조원에 이르는 사회·경제적 비용을 치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201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등 38개국을 대상으로 삶의 질을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는 28위에 그쳤다. 최근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 수락산 살인사건, 섬마을 여교사 성폭행 사건 등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범죄에 대응하는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충남 천안시 동남구 청당동 천안동남경찰서 앞에 범죄예방 메시지를 담은 이색 버스정류소가 설치돼 시민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 사진·김성태
경찰의 지속적인 노력 등으로 국내 범죄 총 발생 건수는 2004년(196만8183건) 이후 10년 동안 9.7% 감소하는 등 전체적인 치안 지표는 향상되고 있다.(2014년 177만8966건) 하지만 국민의 생활 안전과 체감안전도에 큰 영향을 미치는 강력범죄, 성폭력, 절도 등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에 범죄에 대응하는 패러다임이 사후 검거에서 사전 예방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있어 왔다. 이런 가운데 학계를 중심으로 셉테드(Crime Prevention Environmental Design·CPTED)의 효과를 증명하는 연구보고서가 발표되는 등 셉테드가 범죄예방의 새로운 분야로 주목받는다.

범죄예방의 ‘특효약’으로도 평가되는 셉테드는 1970년대 미국에서 시작돼 영국·호주·일본 등 주요 선진국으로 확산된 ‘범죄예방 환경설계’다.

서울 염리동, 78.6% 범죄예방 효과 거둬


▎서울 마포구 염리동 소금길의 달라진 풍경.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비상벨 등이 설치되고 벽화가 그려지는 등 환경이 개선됐다.

한국에서는 경찰이 셉테드 도입에 앞장섰다. 경찰은 2004년 처음으로 경기도 부천시에 셉테드를 도입한 이래 전국 각지로 사업을 확대해왔다. 셉테드 도입 후 범죄는 줄고, 국민의 체감안전도는 높아졌다는 것이 대

체적인 평가다. 셉테드는 낡은 건물과 방치된 공·폐가, 어두운 골목길, 개별 건물의 부실한 보안시설, 가로등·CCTV·비상벨 등의 개선을 통해 범죄예방 효과를 높이는 데 목적이 있다.

셉테드 효과는 이미 여러 나라에서도 입증됐다.

영국은 1980년대 후반 런던의 에드먼턴, 햄리츠 타워, 해머스미스 세 지역에서 가로등 조명을 평균 5럭스(lux) 이하에서 10럭스로 높였다. 그 결과 세 지역 모두 무질서와 범죄에 대한 두려움이 감소하고, 보행자의 도로 사용률도 50% 이상 증가했다.

미국은 1970년대 초반 범죄 발생이 잦았던 코네티컷주 하트포트시에 위치한 아실럼힐 지역에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기 위해 도로 구조를 개선하고, 가로등을 정비했다. 그 덕분에 강도범죄는 전년보다 30% 이상 감소하는 효과를 거뒀다.

일본 도쿄의 미드타운과 롯폰기힐스 등은 도시계획 단계부터 셉테드를 도입했다. 모든 주차장에는 비상벨이, 보행자 통로에는 5m 간격으로 조명이 설치됐다. 다른 지역에서는 기존 가로등 불빛을 주황색에서 범죄예방 효과가 높은 푸른색으로 바꿨다. 이런 노력 덕분에 이들 지역에서는 범죄율이 20%가량 낮아지는 효과를 거뒀다.

한국에서도 셉테드 효과는 작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 2014년 부산시 금정구 가마실 행복마을 등의 아동 안전 지킴이집, 치안 올레길 등에 셉테드 기법을 적극 적용한 결과 5대 범죄(살인·강도·절도·성범죄·폭력)가 65.9%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2012년 서울시에서 추진한 범죄예방디자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마포구 염리동에 운동공간·지킴이집·사랑방·담벼락 등에 셉테드를 적용한 결과 78.6%의 범죄예방 효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셉테드 우수 지자체로 선정된 서울 강동구 천호 3동 일대. 방치된 골목길 벽에 그림을 그려 화사하게 바꿨다. / 사진제공·경찰청
주민이 순찰 지역 지정하는 ‘순찰 신문고’


그럼에도 경찰은 셉테드가 모든 지역·공간·범죄에 유효한 ‘만병통치약’으로 여겨지는 것은 경계한다. 지역의 특성과 체계적 전략 없이 무분별하게 도입되는 등 일부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지자체의 재정 여건에 따라 사업지역과 규모가 편중되거나 저소득층이 소외되는 등 ‘빈익빈 부익부’ 현상도 야기되는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지역의 범죄환경, 시설과 특성 등에 대한 면밀한 분석 없이 일부 지자체장 등의 관심에 따라 일회성, 인기성 위주의 사업으로만 진행될 경우 셉테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에 셉테드 효과 극대화를 위해서는 경찰·지자체·주민이 함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지역의 특성과 범죄 위험요소에 대한 면밀한 진단 ▷지역의 범죄예방 주체 간의 체계적인 협업체계 구성 ▷셉테드의 신뢰성 확보를 위한 평가체계 및 지속적 사후관리 ▷셉테드 사업의 지역 편중을 방지하기 위한 국가 예산 지원책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

셉테드 확대와 함께 경찰은 주민이 희망하는, 꼭 필요한 순찰을 위해 3단계 시스템을 도입·운영하고 있다.

첫째 순찰 신문고다. 순찰 신문고란 주민들이 원하는 순찰 지점과 시간을 직접 선택하는 국민 참여 치안 플랫폼이다. 골목길 등이 상세하게 나오는 관내 지도·요도(要圖) 등을 비치함으로써 주민 스스로 구체적인 시간과 장소 등을 선택할 수 있다.

둘째, 경찰서 홈페이지에 ‘순찰 신문고’와 함께 ‘모아모아 지도’를 게시함으로써 순찰 희망 장소를 접수하고 있다. ‘모아모아 지도’는 지역주민이 순찰 희망장소를 상시 입력할 수 있도록 운영하되, 경찰청 본청·지방청 담당관이 직접 관리함으로써 신규 요청 지점을 일선 경찰서에 정확히 통보하도록 하고 있다.

셋째, 탄력 순찰이다. 탄력 순찰이란 국민이 원하는 지점과 시간을 순찰계획에 반영하는 것이다. 지리적 특성, 위험도 등을 고려해 ▷도보·차량 순찰 여부 ▷순찰 범위 ▷투입 인력의 종류 ▷반복·거점 순찰 여부 등을 적절하게 조합한다.

범죄예방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높아지면서 자치단체는 물론, 민간단체·기업 등 각계가 치안 서비스의 공동 생산자로 참여하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이에 발맞춰 생활 속에서 범죄예방 의식을 고취시키고, 장려하기 위해 지난해 경찰청과 중앙일보가 공동으로 제1회 범죄예방대상 시상식을 개최했다. 경찰청과 중앙일보는 범죄예방에 참여와 공헌이 큰 지자체 등 공공기관, 사회단체, 사회공헌기업 등 3개 부문 총 20개 단체를 선정하고, 12월 15일 시상식을 열었다.


▎경찰청 소속 CPO(범죄예방진단팀) 요원들이 한 편의점을 찾아 점주(店主)와 범죄예방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사진제공·경찰청
경찰청·중앙일보 ‘범죄예방대상’ 시상식 개최


▎지난해 12월 15일 열린 ‘제1회 대한민국 범죄예방 대상’ 시상식. 이철성 경찰청장(앞줄 왼쪽에서 넷째)과 이상언 중앙일보플러스 대표이사(앞줄 왼쪽에서 다섯째)가 수상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경찰청과 중앙일보는 올해는 ▷대통령 표창 ▷국무총리 표창 ▷행정자치부장관상 ▷지자체 등 공공부문 ▷자율방범대 등 사회단체부문 ▷사회공헌 등 기업부문 등 6개 부문에서 수상자를 선정해 시상할 계획이다.

경찰청과 중앙일보는 7월 17일부터 8월 18일까지 한 달간 지원자를 공모했으며, 교수·연구원·학회 임원 등으로 구성된 심사위원회는 8월 21일부터 29일까지 두 차례에 걸쳐 심사를 진행했다. 시상식은 10월 18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서소문로 호암아트홀에서 개최된다.

경찰 관계자는 “수상 단체들의 활동과 노력은 대한민국 범죄예방의 대표적인 모범사례로서 우리 사회를 더욱 안전하게 하는 초석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활발한 범죄예방 활동을 통해 더욱 촘촘한 사회안전망 구축에 함께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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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호 (2017.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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