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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패트롤] 물류·교통의 중심 김천시 박보생 시장 

“국토 한가운데로 철도길 연다” 

박성현 월간중앙 기자 park.sunghyun@joongang.co.kr
김천-거제 잇는 남부내륙철도 조기 착공에 총력… 수돗물을 지하수로만 공급하는 힐링 도시 위상 굳힐 터

▎박보생 김천시장은 맑은 공기, 깨끗한 물이 행복도시 김천을 상징한다고 말한다. / 사진제공·김천시청
2006년 4대 김천시장에 당선돼 올해까지 11년째 시정을 이끄는 박보생(66) 김천시장은 입지전적인 인물로 통한다. 1969년 고교 졸업과 함께 당시 5급 을(현 9급) 공무원 공채 1기로 공직에 입문한 그는 기획실장·행정지원국장 등 김천시의 요직을 두루 거쳤다. 2005년 김천시에서 명예 퇴직한 그는 2006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해, 김천시장으로 돌아왔다.

그의 시정 방침은 ‘Central Gimcheon’이라는 슬로건으로 대변된다. 경상북도 내륙의 교통 요지에 자리한 김천시의 지리적 이점을 도시 발전의 지렛대로 활용하겠다는 말이다. 남한의 정중앙에 위치하는 김천시는 예로부터 사통팔달 교통의 요지로 잘 알려져 있다. 강원도 강릉, 전남 목포 어디든 승용차로 2시간에 닿는 곳이라고 박 시장은 강조한다. 내년 6월까지 남은 임기를 철도교통의 중심지 김천의 입지를 극대화하는 데 올인한다는 각오다. 그 정점에 김천과 경남 거제를 잇는 남부내륙철도 건설 계획이 자리한다. 박 시장은 “남부내륙철도 조기 착공에 시의 모든 역량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남부내륙철도에 그처럼 공을 들이는 이유는?

“KTX 김천구미역에서 경남 진주와 거제를 잇는 총 연장 172㎞에 이르는 철도 건설 사업으로 5조3천억원이 투입되는 대형 사업이다. 남부내륙철도가 완공되면 경북 안동의 신도청과 남해안을 연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반도 내륙의 낙후지역 개발을 촉진하고 국토 균형발전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철도와 같은 사회간접자본시설은 건설비뿐만 아니라 유지비용도 적지 않게 들어가는 사업이다.

“김천시는 2008년부터 철도가 지나는 지역의 국회의원들과 힘을 모아 정부에 건의도 하고, 관련 연구기관, 학계를 방문하는 등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또한 노선이 통과하는 9개 시·군과 행정협의체를 구성하고, 지자체 간 결속도 도모했다. 그 결과 2차(2011년)와 3차(2016년)에 걸친 국가철도망 구축 확정고시를 통해 사업 당위성을 확보했다. 국가재정사업으로 추진코자 사업비를 줄이고 연장을 늘리는 방향으로 계획 변경을 추진했으나 재정사업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대신 이 사업을 민간자본 유치 사업으로 전환해 지속하기로 했다.”

민자사업의 진척도는?

“지난해 현대건설이 사업성이 보장되는 추진계획을 제안했다. 현대건설에 따르면 애초 국가철도망 구축 계획에 따른 시속 200㎞의 준고속철도를 대신해 KTX 같은 시속 300㎞ 고속철도를 도입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운행시간이 단축되고 운행 횟수는 늘어나 이용객들의 만족도, 운영주체의 수익성 모두 올라간다.”

시 예산 1조원 시대 눈앞


▎박보생 시장이 집무실에 설치된 상황판을 보면서 남북내륙철도 노선을 설명하고 있다. / 사진제공·김천시청
철도가 완공되면 국민 실생활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사업이 완료되면 수도권에서 거제까지 2시간40분, 김천에서 거제까지는 1시간10분대로 연결할 수 있다. 또 건설 중인 서울~여주~충주 간 중부내륙철도를 문경-김천까지 연장하면 남부내륙철도와 이어지면서 국토의 한가운데로 철로가 새로 열린다. 친환경적인 교통수단의 증가로 국민 삶의 질도 한 단계 도약하게 될 것이다.”

철도망 확충에 집중하는 배경은 뭔가?

“1949년 국내 도시 중에서 가장 먼저 시(市)로 승격한 김천이지만 1970년대 산업화에 뒤쳐지기도 했다, 당시 이웃한 구미시에 정부 지원을 등에 업은 공단이 대거 들어서면서 김천시민 12만 명 정도가 그쪽으로 이전한 탓도 컸다. 철도 같은 사회간접자본 확충을 통해 물류와 교통을 활성화하자는 취지에서 이 사업에 몰입하고 있다.”

혁신도시 조성으로 김천시의 면모가 바뀌었다던데.

“김천 혁신도시는 전국에서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꼽힌다. 380만㎡ 규모로 조성된 경북 드림밸리 김천 혁신도시는 2013년 우정사업조달센터 이전을 시작으로 2016년 6월 농림축산검역본부까지 이전을 완료했다. 12개 공공기관 5천여 명의 임직원과 가족들이 김천에 새 보금자리를 꾸렸다. 현재 1만9천 명이 거주하는 신도시로 성장해 있다.”

혁신도시는 지역균형개발을 국가 시책으로 내건 노무현 정부의 작품이다. 2008년 보수정부가 들어서면서 혁신도시 계획을 재검토하자는 논란이 일었다. 당시 박 시장은 전국 혁신도시협의회 회장으로 정부와 청와대를 상대로 원안추진 관철을 주도하기도 했다.

김천은 쾌적한 환경과 살기 좋은 주거 여건으로도 주목을 받는다.

“공장이 적은 탓에 공기가 맑고 물이 깨끗해 사람이 살기 좋은 도시로 선정되는 등 청정도시로서의 경쟁력은 상당한 편이다. 김천시는 2015년 서울대 행정대학원이 기획한 ‘전국 행복도 조사’에서 전국 5위, 한강 이남 1위를 차지해 살기 좋은 도시로 입지를 다졌다. 김천은 수돗물을 지하수로만 공급하는 도시이기도 하다. 도시명[김천(金泉)]에 샘 천(泉)을 쓸 정도로 수자원이 풍부한 고장이다. 몇 년 전 보건복지부 조사에서 전국 지자체 중 여섯째로 장수하는 도시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는 김천이 가진 맑은 공기, 깨끗한 물과 무관치 않다고 믿는다. 주거지역으로는 최적지라고 자부한다.”

시장에 취임한지도 11년이 됐다. 시에 어떤 변화가 왔나?

“시장으로 취임하면서 ‘경제제일주의’를 표방한 만큼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기업을 유치해서 일자리를 만드는 데 주력했다. KTX역사 준공·개통으로 고속철도시대에 동참하는 한편, 혁신도시 건설과 공공기관 이전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또한 전략적인 스포츠 마케팅으로 연간 25만 명이 넘는 방문객이 찾았고, 관광인프라를 확충하면서 관광객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도농복합도시의 장점을 살려 살기 좋은 농업농촌으로의 변신을 시도했다. 그 결과 귀농·귀촌인이 매년 늘어난다. 2006년 3094억원이던 시 예산은 올해 9453억원으로 1조원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시 재정 규모가 3배 불어난 것이다. 2005년 이후 10년 만에 14만 인구를 회복했고 현재 14만3천여 명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산업단지 조성 성과는?

“도농복합도시의 취지를 살려 산업단지 조성에도 박차를 가했다. 80만㎡에 달하는 1차 산업단지에는 KCC, 코오롱생명과학 등 15개 기업을 유치했으며, 142만㎡ 규모의 2차 산업단지에도 준공 전 56개 기업이 몰려들어 100% 분양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타 지자체와 달리 개발공사를 위탁하지 않고 시에서 직접 개발하는 방식을 취해 파격적인 분양가로 제시했던 게 성공적인 분양의 동력이라고 하겠다. 11년간 300개가 넘는 기업을 유치했으며, 그만큼 일자리도 창출했다. 올해 안으로 115만㎡ 규모의 3차 산업단지 조성을 위한 토지보상을 마무리하고, 오는 10월 착공할 계획이다.”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직지사 관광권역


▎2006년 전국체전을 개최한 김천은 스포츠마케팅 도시로의 도약을 꾀한다.
관광도시 김천의 기치도 함께 내걸었던데.

“김천은 자연 경관이 잘 보존된 도시다. 도심 어디에도 난개발의 흔적이 없는 게 특징이다. 그래서 힐링의 최적지라고 자랑한다. 2009년부터 2014년까지 대덕면 추량리 일원 59㏊에 총 사업비 160억원 규모로 조성된 ‘수도산 자연휴양림’은 체류형 산림휴양지로 소문이 나 공휴일에는 예약이 힘들 정도로 인기를 끈다. 올 6월 문을 연 증산 수도계곡 캠핑장도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수도계곡, 무흘구곡과 더불어 지역의 명소로 발돋움하는 중이다.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댐으로 평가받는 부항댐과 산내들에 자리한 오토캠핑장은 주말 100% 예약률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국내 최장 길이의 출렁다리 조성을 필두로 한 부항댐 관광자원화 사업, 생태체험 마을조성이 완료되면 부항관광권역이 ‘힐링, 가족, 생태’를 테마로 하는 색깔 있고 특색 있는 관광단지로 인기를 끌 것으로 기대한다.”

지역 특유의 역사·지리·문화 자원으로는 어떤 게 있나?

“경부고속도로 추풍령휴게소 일원에 조성하는 역사·문화 테마파크, 고대국가 감문국의 흔적과 기록을 음미하는 감문국 이야기나라, 테마가 있는 괘방령 장원급제길 조성사업 등을 들 수 있다. 조성이 완료되면 김천은 체류형 생태관광의 1번지로 우뚝 설 것이다. 또 1117억원의 예산을 쏟은 황악산 하야로비공원은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직지사 관광권역의 주요 테마의 하나로 각광받을 전망이다.”

김천은 스포츠마케팅으로도 유명하더라.

“2006년 10월에 중소도시로는 처음으로 전국체육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해 시의 역량을 과시했다. 당시 건설한 종합 스포츠타운에 국제실내테니스장, 국민체육센터 등을 보강해 2015년 세계군인체육대회 일부를 김천에 유치하기도 했다. 김천이 국제적으로도 주목받는 계기가 됐다. 최근 5년간 200개의 국내외 스포츠 대회를 개최했고, 500개 팀이 전지훈련을 다녀가는 등 적극적인 스포츠 마케팅은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졌다. 지난해만 해도 11개 종목에 59개 대회를 개최했다. 연인원 25만 명이 다녀가면서 250억원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거두었다고 평가된다. 또 국내 최초로 창단된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 여자프로배구단이 2015년 5월 김천으로 연고지를 이전하여 ‘경북김천 하이패스 배구단’으로 이름을 바꾸는 등 명실상부한 스포츠 중심 도시로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이 고장의 발전 전략은 어떻게 설계되고 있나?

“미래 신성장동력산업을 발굴하는 한편, ‘2030 장기발전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미래의 일자리를 준비하고, 저출산 고령화에 대비한 지역발전 방안을 마련할 것이다. 얼마 전에는 신성장산업 TF팀을 꾸렸다. 정부의 국정기조에 발맞춰 제4차 산업인 ICT-정보통신기술 융합산업을 지역에 유치하고 육성하는 업무를 전담토록 할 예정이다. 특히, 국방·군수 ICT 융합산업 육성에 노력하고 있다. 다양한 사례들을 참조해 첨단국방 ICT기술과 기업을 유치, 지역의 미래전략 산업으로 키워나갈 방침이다.”

- 박성현 월간중앙 기자 park.sunghyun@joongang.co.kr

201710호 (2017.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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