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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om Up] 이제는 어른들의 놀이문화, ‘BB탄총’ 

“진짜 총 같은 사격감이 포인트죠!” 

글·사진 전민규 월간중앙 기자 jun.minkyu@joins.com
국내 기업 기술력에 세계적으로 호평 이어져… 탄속 규제 완화해 미래 산업으로 키워야

서바이벌 게임은 실제 총격전을 모사한다. 무엇보다 사격하는 순간의 ‘손맛’이 재미를 좌우하게 된다. 최근 국내 한 중소업체에서 제작한 모형 총이 이 ‘손맛’을 실제 총기에 가깝게 살렸다는 평을 받고 있다


▎경기도 가평의 한 서바이벌 게임장에서 게이머들이 전투를 벌이고 있다.
가평의 한 서바이벌 게임장. 청팀과 홍팀으로 나뉜 게이머들이 숨가쁘게 움직인다. “탕! 탕!” 귀청을 때리는 총소리가 실제 총격전을 방불케 한다. 이들이 사용하는 총은 ‘에어소프트건’으로 불리는 모형 총이다. 우리에게는 ‘BB탄총’이라는 이름으로 익숙하다. 아티산 인더스트리의 전병주 대표는 “주말은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게임에 참가할 수 없을 정도”라고 밝혔다.

직장 동료들과 처음 서바이벌 게임장을 찾은 김용희(35) 씨는 “생각보다 소리가 커서 맞으면 아플까 봐 걱정했는데 안전장구 덕분에 아프지 않았다”며 “상대를 제압할 때 스트레스가 풀렸다”고 말했다.

“에어소프트건 즐기는 인구 30만명 넘어”


▎게임이 시작되면 팀 단위로 참가자들이 숨가쁘게 움직인다.
주차장을 개조해 만든 이 게임장은 정부 허가를 받은 몇 안 되는 곳이다. 전 대표는 “국내에 에어소프트건을 즐기는 인구가 30만 명이 넘는다. 그런데도 제대로 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곳이 몇 개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또 “세계시장 규모로는 8조원이 넘는다. 미국은 며칠간 한 마을 전체를 실제 전장처럼 꾸며놓고 게임 할 정도로 인기”라며 “한국도 관련 규제를 풀어서 서둘러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업체 마루이(MARUI)는 에어소프트건 업계에서 손꼽히는 강자다. 아예 에어소프트건의 표준규격을 만들었다. 그런데 2014년 부산에 둥지를 튼 중소기업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에어소프트건 제조업체 ㈜GBLS(대표 김광석)다.

이 업체가 개발한 ‘DAS M4’는 실제 총기인 듯한 ‘사격감’이 특장점이다. 온도에 민감한 가스방식과 노리쇠의 움직임이 없는 전동방식의 단점을 모두 극복했다. 김광석 대표는 “격발 할 때마다 오차 없이 움직이는 것을 표현해 내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라고 밝혔다.


▎부산의 에어소프트건 제조업체 ㈜GBLS의 연구실에서 직원들이 총기를 제작하고 있다.
김 대표는 실제 총의 사격감을 구현해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기계, 전기, 전자, 재료공학 등을 모두 섭렵했다. 총기 내부 노리쇠 등의 부품을 제작하는 데만 4년이 넘게 걸렸다. 그는 “가스방식은 열 등에 민감해서 한 탄창이 똑같이 격발되지 않는다”라며 “반면 아날로그 기술을 적용한 우리 총은 몇 만발을 쏴도 똑같다”고 말했다.

국내업체, 내년 200억원 수출 목표


▎강남의 한 에어소프트건 판매점을 찾은 고객이 판매용 모형 총을 바라보고 있다.
김 대표 역시 국내 시장에 규제장벽이 높다고 지적했다. 특히 ‘탄속 규제’가 문제라고 말했다. 한국의 탄속기준(0.2J)은 인접국인 일본(1.0J)이나 대만(2.0J)에 비해서도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김 대표는 “손으로 BB탄을 힘껏 던진 것과 비슷한 속도로 총알이 나가는데 누가 100만원이 넘는 돈을 주고 총을 사겠느냐”며 “지금 규제로는 시장에 내놔도 팔리지 않는다”고 밝혔다.

현재 국내외 특수부대, 아카데미 등이 이 업체가 개발한 DAS M4로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기존의 훈련 총기보다 격발, 안전조치, 급탄 불량 등에서 뛰어난 점이 주효했다. 최근에 국방벤처센터 협약기업에 선정돼 제품을 군 훈련용으로 납품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왼쪽부터)김광석 대표가 직접 제작한 DAS M4 모형 총의 도면을 살펴보고 있다. / 에어소프트건이 탄생하기까지는 기계, 전자, 재료공학 등 많은 기술이 필요하다. / ㈜GBLS 직원이 탄속 측정기를 이용해 에어소프트건 제품을 테스트하고 있다.
기술력이 알려지면서 해외 러브콜도 이어지고 있다. 독일의 우마렉스(UMAREX)는 특수부대에서 사용하고 있는 소총 HK417의 에어소프트건 버전을 (주)GBLS와 협업해 만들자고 제안했다. 또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유통망을 갖고 있는 홍콩의 레드울프(REDWOLF)와 DAS M4의 단독 납품을 조율하는 중이다. 내년에는 200억원 규모의 해외수출을 내다보고 있다.

에어소프트건은 실물보다 더 비싼 가격에 판매되는 유일한 모형이다. DAS M4의 실제 모델인 M4 카빈의 가격은 1500달러지만, 모형 총인 DAS의 M4는 1600달러에 판매된다. 대만은 정부에서 관련 규제를 풀고 장려 산업으로 지정한 결과 업계 선두인 일본을 제칠 수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 손기술은 세계적으로 알아준다”며 “에어소프트건은 중소단위의 임가공 업체가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는 분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 글·사진 전민규 월간중앙 기자 jun.minkyu@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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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호 (2017.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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