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포토포엠] 11월의 문양 

 

김병호

▎사진. 김현동
당신은 오래오래 서성입니다

울음에 그을린 얼굴로 우레와 폭우를 감춥니다
구름의 헐거운 안부는 당신의 몫입니다

발목이 얇고 입술이 얇은 당신은
낯설고 다정한 귓속말로 묻습니다

사랑이라 부르면 안되는 마음이 있냐고
한낮에 겹겹의 별자리를 긋는 마음을 아냐고

돌연하고도 뜻밖인 자리에
당신의 뜨거운 숨처럼, 아무런 궁리도 없이

그저 마음에서 밀어내야 하는, 당신의 눈빛만 반짝입니다

마음에서 놓여날 수 없는, 이미 저편의 일입니다

※ 김병호 - 2003년 <문화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달 안을 걷다> <밤새 이상을 읽다> <백핸드 발리>가 있다. 한국시인협회 ‘젊은시인상’, 윤동주문학대상 ‘젊은작가상’ 등을 수상했다. 협성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1711호 (2017.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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