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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격 인터뷰] 분당(分黨) 기로에 선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 

“자유한국당과 선거 연대? 국민이 웃을 일 아닌가” 

글 박성현 월간중앙 기자 park.sunghyun@joongang.co.kr / 사진 김현동 기자 kim.hd@joongang.co.kr
보수 정치권 안 변하면 차기 대선, 차차기 대선도 질 것 … 홍준표, 여론조사에서 밀려 지난 대선 보수후보 단일화 거부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한 번도 도망가는 정치를 해본 일이 없다”고 말한다.
바른정당 유승민(대구 동을) 의원은 보수 진영의 논쟁적 인물이다.

새누리당 원내대표 시절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며 정부 정책의 허점을 파고들면서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눈 밖에 났다. 지난 대선 때는 바른정당 후보로 나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와 보수의 적통을 놓고 한바탕 격돌했다. 요즘은 바른정당을 탈당해 자유한국당으로 복귀하려는 이른바 ‘통합파’ 인사들과 밀고 당기는 기싸움을 벌인다.

그간 유 의원은 “보수가 한국 정치의 희망이 되려면 철저히 반성하고, 책임지고, 변해야 한다”며 ‘비타협적’ 개혁 노선을 추구했다. 정치적 반대파들은 그가 “정치적 입지를 도모하고자 보수의 가치와 질서를 흔드는 독불장군”이라며 확신에 찬 분노를 표출해 왔다. 그가 함께하는 사람들에게 좋게 말하면 긴장감을, 다르게 말하면 불편함을 안기는 정치인으로 분류되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유 의원을 생애 첫 대선후보로 만들어준 바른정당이 분열 조짐을 보인다. 안보 무능과 복지 포퓰리즘으로 치닫는 정부 여당을 견제하자면 자유한국당과 합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10월 13일 오후 국회에서 월간중앙과 만난 유 의원은 “현 시점에서의 보수 통합은 무의미하며, 오히려 퇴행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늘 논쟁의 중심에 서 있다. 정치여정이 고달프지 않나?

“내가 쉽게 타협을 안 하니까 그렇다. 이리저리 남들 하자는 대로 따르면 그리 힘들진 않을 것이다.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고 해서 청와대의 분노를 산) 2015년 새누리당 원내대표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 파동, 2016년 총선 공천 배제에 따른 무소속 출마, 지난해 말 탄핵 찬성 등등. 제 신념을 따른 정치를 하다 보니 현실이 평탄할 수 없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바른정당 창당 정신은 오간 데 없고 자유한국당과 합치자고 한다. 나는 또 묻는다. 지금 뭘 위해, 왜 통합해야 하느냐고.”

지금 통합하면 다음 총선, 대선 못 이긴다


▎20대 총선을 앞둔 지난해 3월 유승민 의원은 박근혜 당시 대통령 사진이 걸린 대구 동구 선거사무소에서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자유한국당 강효상 대변인은 유 의원을 일러 ‘대통령병’에 걸렸다고 공격했다.

“(고개를 살짝 저으며) 전혀, 전혀 아니다. 자신이 믿는 바에 따라 정치하는 걸 대권병이라고 할 수 있나. 2002년 2월 야당이던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 소장으로 처음 정치권에 발을 디딘 저는 정권을 되찾는 게 당시 최고의 목표였고, 2008년 보수 정권 출범 뒤로는 국정의 책임을 진 집권여당이 잘하도록 노력하는 데 최선을 다했다. 이대로 가면 큰 위기가 온다 싶어서 2011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2015년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에 도전해 보수여당의 물줄기를 바꾸고자 했던 것이다. 그건 대통령의 꿈 때문이 아니라 보수 정치인으로서의 책임을 다하는 것이다.”

정치인에게 신념과 대권 욕구는 동전의 양면 아닐까?

“제 신념은 우리 보수가 한국 정치의 희망이 되도록 개혁하는 일이다. 줄곧 얘기했듯이 성장과 복지의 조화를 추구하고, 지역·세대·이념·계층 간의 갈등을 해소하는 국민통합적 보수를 꿈꾼다. 이는 정치를 그만둘 때까지 놓을 수 없는 가치다. 그 과정에서 대권 기회가 올 수도 있고 안 올 수도 있다. 제가 대통령병에 걸린 사람도 아니고…. 만약 대권욕에 빠졌다면 신념을 접고 타협할 때 적당히 타협하고 말았을 터이다. 신념은 노선과 가치에 근거하는 것이고, 대통령에 도전하고 안 하고는 정치인으로서 어떤 정치를 하느냐의 문제다. 대통령이 돼 나라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고자 한다면 보수든 진보든 각 당의 경쟁을 거친 후보로 대선에 도전하는 것이다.”

주변을 아우르거나 포용하는 데 서툴다는 비판이 따른다.

“그건 저를 비난하려는 이들이 하는 얘기다. 저를 지지하는 이들의 평가는 다르다. 그런 인상비평은 저를 반대하기 위한 핑계일 뿐이다. (탈당을 만류하기 위한) 설득을 왜 안 하겠나. 탈당하려는 분들 다 붙잡고 설명했다. 잘 안 되는 경우가 있을 따름이다.”

“박 전 대통령 부관참시하는 게 혁신인가”


▎지난해 4월 총선 당시 대구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한 유승민 후보. 유세차량에 올라 출근길 시민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탈당하는 이들을 어떻게 다독이고 설득했나?

“김용태 의원이 저하고 정책과 노선이 다르다고 하기에 대화를 나눴다. 김 의원의 저서 <문재인 포퓰리즘>을 다 읽어봐도 우리 둘 사이에서 정책적 간극을 찾기 어려웠다. 혁신성장, 노동시장 2중구조 개선, 중부담·중복지 등에 대한 의견은 비슷하고 최저임금 인상은 폭과 속도를 달리할 뿐이었다. 김 의원은 또 문재인 정부를 제대로 견제하려면 자유한국당과 합쳐야 한다고 하더라. 바른정당에서 몇 명이 새누리당으로 가서 107석이든 의석이 110여 석이 된다고 치자. 뭐가 달라지나? 바른정당도 각종 안건에서 충분히 견제하고 있지 않나? 지방선거에서 힘을 모아야 한다는 얘기를 하던데 지금의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 통합한들 정당 지지도가 오르지 않으면 선거에서 이길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런 식으로 다음 총선과 대선을 어떻게 이길 수 있겠나? 결국 보수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제일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탈당파들과 견해차가 좁혀졌나?

“설득이 되는 사람들이 있고, 일부는 이미 마음을 정해둔 상태라 어떤 설득에도 안 되는 경우가 있다.”

선거공학적으로 볼 때 보수정당이 단일화하면 승산이 있지 않을까?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이기려면 보수가 바뀌어야 한다. 지난 대선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와 제가 얻은 표를 더하면 30%(24%+6.8%) 정도다. 대선 이후 보수가 반성하고 달라져 확장성을 키웠는가? 문재인 정부의 실정이 계속돼 빠지는 표가 보수진영으로 올 수는 있어도 보수가 잘해 올라가는 지지도는 아닌 것이다. 기본 지지도가 안 오르는데 지방선거를 무슨 수로 이긴다는 말인가?”

수도권에서 기본 30%에다 여권 실정에 따른 플러스알파가 붙는다면 해볼 만하다는 게 탈당파들의 셈법인데.

“그건 옛날식 논리다. 반사이익으로 정치를 하겠다는 건데…, 보수에 대한 국민의 평가도 중요하다. 저는 보수가 대다수 중산층의 마음을 잡을 수 있는 정책·정치·철학으로 완전히 환골탈태하지 않으면 힘들다고 본다. 더구나 2008년 보수 집권 이래 9년 동안 안보와 경제는 망가졌다. 보수 정치권이 이런 식으로 계속 가면 다음 대선, 다다음 대선에도 패배할 수밖에 없다. 국민의 마음을 사려고 노력해야지. 골수 보수 지지층 10~20%를 보면서 정치를 하면 언제 무슨 수로 절대 과반수인 51%의 표심을 얻겠나.”

유 의원도 전당대회 출마 선언문에서 ‘문재인 정부의 탄생은 그들이 잘해서가 아니라 보수가 잘못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여당 지지율이 붕괴된다면 혁신적인 변화가 없는 자유한국당에도 기회가 오리라고 믿는 이도 있다.

“문재인 정부 스스로 잘못해서 ‘폭망’(폭삭 망함)하면 보수에 기회가 온다는 말인데, 글쎄다. 보수는 어떤 노력도 안 하고 상대의 실수로 집권한다? 그런 방식으로 정치를 하기에는 보수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너무 떨어져 있다.”

자유한국당이 혁신위를 만드는 등 변신을 모색하는 것 아닌가?

“자유한국당 혁신위는 극우정당화로 가고 있어 중도 보수, 건전한 보수를 바라는 국민의 마음에 상처를 키우고 더 아프게 한다. (류석춘) 위원장과 위원 구성을 보면 이념적 스펙트럼에서 가장 오른쪽에 가 있는 분들이다. 자유한국당도 변해야 한다. 허구한 날 막말에다 꼴통 짓이나 하면서 무슨 건전한 보수를 얘기하나.”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 추진, 친박계 인사 척결 등 인적 청산에 착수한 것은 사실인데.

“자유한국당은 박 전 대통령을 출당할 테니 당대당 통합을 하자고 한다. 박 전 대통령? 탄핵당하고 구속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법적 절차만 남겨뒀을 뿐 정치적으로 이미 사망한 분이지 않나. 당내 친박계도 뿔뿔이 흩어지고 힘이 빠졌다. 대선 전까지 박 전 대통령을 이용해 표를 받던 사람들이 지금의 자유한국당 사람들이다. 박 전 대통령 출당이라는 명목으로 부관참시하는 게 혁신인가? 그래서 국민들이 자유한국당이 변했다고 봐주겠나? 혁신은 자유한국당에 남은 사람들이 앞으로도 수행해야 할 과제다.”

보수의 근거지인 대구·경북에서는 친박계의 영향력이 아직 상당한 편이다. 자유한국당이 그런 친박계 인적 청산에 나선 건 나름 의미 있는 변화 아닐까?

“자유한국당 내 친박계라고 해봐야 박 전 대통령 구속 연장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는 게 전부다. 서청원·최경환 의원 등의 힘이 얼마나 빠졌나. 보수층에 남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연민·동정 그런 게 홍준표 대표나 자유한국당 정치인들에게는 무섭겠지. 그게 무서우면 박 전 대통령 출당을 안 해야 하는데… 구속 연장은 반대하는 당론을 정해놓고 출당은 왜 하는지 모르겠다.”

바른정당도 박 전 대통령의 사당화, 인적 청산을 기치로 자유한국당을 탈당한 인사들이 만든 정당 아닌가?

“제가 이명박 전 대통령,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적 얘기를 한 건 그분들이 살아 있는 권력일 때다. 국가를 움직이는 힘이 있을 때 나름대로 용기를 내서 대통령의 잘못을 꼬집었다. 개혁이란 새로운 보수의 길을 찾는 것인데 자유한국당이 그런 노력을 했던가? 내 눈에는 전혀 아니다. 경제와 안보를 책임지고 민생을 다독여 정의로운 공동체를 만들겠다는 정치인들이 하는 통합일 때 명분도 있고, 국민의 박수도 받는다. 자유한국당은 아무것도 변한 게 없는데 몇 명이 가서 하는 통합이 무슨 의미가 있겠나.”

“수도권, 국민의당과의 연대 염두”


▎9월 4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한 김세연 정책위의장, 김무성 의원, 권오을 최고위원, 유승민 의원(왼쪽부터)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언론 인터뷰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박 전 대통령의 1심 선고 후 국민통합 차원에서 정치적 결심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사면을 뜻하는 건가?

“1심 판결도 내려지지 않은 지금 미리 사면 얘기를 할 필요는 없다. 문 대통령이 그런 권한을 가진 사람이니까 국민통합을 위한 정치적 판단을 할 수 있지 않으냐는 말이다. 저는 대선 때 박 전 대통령 구속을 반대했던 사람이다.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없고 핵심 증인들이 구속 수사를 받는 상황인데 굳이 전직 대통령을 구속해서 재판해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사면 얘기를 꺼낼 타이밍은 아니지만 제가 말한 문 대통령의 정치적 결심에 사면이 포함됐다는 걸 부정하는 건 아니다.”

다음 총선에서 영남권, 특히 대구·경북에서 과거의 친박연대처럼 ‘박근혜 마케팅’에 의존하는 세력이 나오지 않을까?

“그런 시도를 하는 사람들은 있을 수 있겠지만 그게 미래로 가는 정치는 아니다. 지금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법적 절차가 진행 중인 까닭에 보수층도 마음 정리를 못하고 있다. 재판이 종결되면 보수유권자들도 동정이나 연민은 남겠지만 마음의 정리를 해나가지 않을까 싶다. 결국 시간문제다. 지금 대구·경북을 비롯한 영남권, 보수 지지층에서 약간의 민심 변화가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변화인가?

“대구·경북 등 보수진영에서 박 전 대통령 탄핵과 바른정당 창당 과정에서 저를 많이 비난했다. 그런데 홍 대표와 자유한국당 사람들이 개혁 미명 아래 박 전 대통령의 출당·제명 등 인적 청산에 나서는 모습에 영남 등 보수층이 ‘저 사람들은 또 뭔가’라며 갸웃하는 걸로 안다. 대선 때 박 전 대통령을 이용해 표를 얻었는데 지금 와서는 출당 운운하는 걸 더 나쁘게 보는 것이다.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혼란스러워하는 것 같다.”

대구·경북에서 자유한국당이 민주당을 제치고 지지도에서 선두를 달린다. 유 의원이 지역구가 있는 대구를 떠나 중앙정치권에서 입지를 도모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더라.

“아니다. 아니라고 얘기했다. 저는 한 번도 도망가는 정치를 해본 일이 없다. 서울시장 출마는 내 정치의 목표가 아니라고 밝혔고, 대구시장도 생각이 없다. 대구시장은 바른정당에서 좋은 후보를 낼 것이다.”

다음 총선에 대구에서 출마한다는 말인가?

“당연히 지금으로서는 대구에서 나오는 걸로 생각하지 무슨 다른 생각을 하겠나.”

“홍준표, 의원 빼가려고 정치공작”


▎5월 2일 대선주자 TV토론에 참석한 홍준표 자유한국당(왼쪽)·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가 서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당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바른정당의 깃발은 계속 펄럭이게 될까?

“물론이다. 저를 포함해 전당대회 출마 선언자가 다섯 분이나 된다. 모두 어떤 경우에도 전당대회를 굳건히 치른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우리는 끝까지 길을 갈 것이고, 자유한국당은 절대 우리를 무시하지 못한다. 몇 사람이 자유한국당에 넘어가 의석이 더해진들 그게 대수인가. 다시 시작하는 바른정당이 지지율을 두 자릿수로 끌어올리면 자유한국당은 위기의식을 느끼고 조바심을 낼 것이다. 저는 바른정당이 강력하게 존재해야 보수 전체가 바뀐다고 믿는다.”

11월 전당대회에서 대표에 당선되면 내년 지방선거에서 첫 시험 대에 오르게 된다. 승리할 복안은 있나?

“당 대표가 되면 당 지지도를 끌어올리는 것을 제1의 목표로 삼겠다. 자유한국당과 다른 모습으로 문재인 정부를 정확하게 견제하면서 지지도를 끌어올리느냐가 관건이다. 지지도가 올라야 인재 영입에도 탄력이 붙는다. 광역단체장부터 기초의원까지 좋은 후보를 최대한 많이 공천하도록 할 것이다. 남경필 경기지사, 원희룡 제주지사를 지켜내는 건 당연한 목표다.”

다른 정치세력과의 후보 단일화 등 연대 가능성은?

“그 문제에 최대한 유연하게 임할 참이다. 뜻이 맞으면 전략적으로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본다. 수도권 국민의당과의 연대 얘기가 나오는데 그 가능성도 일단 염두에 두고 있다. 남경필 지사를 지키고, 경기도에서 승리하기 위해 필요하면 그것(국민의당과의 연대)도 생각해봐야 하지 않겠나.”

자유한국당도 연대 대상에 포함되나?

“그건 잘 모르겠다. 지금 이런 일을 겪는데 가능할지. 만약 바른정당의 일부라도 탈당해서 나가면 연대가 가능할까. 현실적으로 의문이 든다. 왜 남의 당 전당대회를 방해하고 사람을 빼가려고 하나? 그런 정당하고 선거 연대를 한다면 국민들이 얼마나 웃겠나? 가능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영남권은 3파전 대결구도로 가는 건가?

“영남에서는 국민의당이 약하므로 바른정당·자유한국당·민주당의 3파전으로 갈 것으로 예상한다.”

홍 대표의 바른정당 전당대회 전 당대당 통합 발언의 진의는 뭐라고 보나?

“남의 정당 전당대회를 방해하고 의원을 빼가려는 정치공작이라고 본다. 옳지 못한 일이다. 사실 바른정당을 탈당하는 건 개인의 의사에 따른 것이고, 우리가 설득해서 안 되면 또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다고 본다. 그런데 우리 입장에서 교섭단체가 깨지는 극히 어려운 시기로 접어드는 때에 당의 대표라는 분이 전당대회 시한을 못 박아 노골적인 정치공작을 하는 건 떳떳하지 못한 처사다.”

지난 대선 당시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홍준표·유승민 후보 단일화를 진지하게 모색했었다. 당시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주호영 바른정당 공동선대위원장이 자유한국당에 단일화안을 여러 차례 제안했으나 홍준표 후보 측에서 거절했다”고 밝힌 바 있다. 유 후보 본인 또한 부적절한 처신 등으로 대선후보 자격이 없는 홍 후보와의 단일화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누차 피력했었다.

지난 대선 때 보수진영의 후보 단일화 압력이 대단했다. 지금과 마찬가지로 ‘반(反)문재인 연대’가 명분이었다.

“대선 당시 얘기를 길게 하고 싶지 않지만 한 가지 밝혀두고 싶은 게 있다. 당시 바른정당과 자유한국당의 물밑 협상에서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여론조사를 통해 대선후보를 단일화하는 방안이 제시됐다고 나중에 들었다.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 정몽준 국민통합21 후보가 단일화를 이룬 방식이 전 국민 대상 여론조사였듯 말이다. 그런데 그걸 홍준표 후보가 반대했다.”

왜 반대했다고 보나?

“질 게 자명하기 때문이다. 당시 (전 국민을 상대로 한) 자유한국당 여의도연구원 조사에서 제가 이긴 걸로 안다. 다른 곳에서 진행된 몇몇 조사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제가 홍 후보를 크게 앞서거나 심지어 두 배 가까이 이겼다고 한다. 그래서 홍 대표가 완강히 반대했다고 (협상이 결렬되고 나서) 나중에 들었다.”

홍 대표의 의중이 반영됐다고 보나?

“협상 테이블에 홍 대표 쪽 사람이 나왔는데 그걸 거부했다는 건 홍 대표의 의중이 작용했다고 봐야 한다.”

언젠가 보수가 통합한다면 그 시기와 조건은 뭘까?

“바른정당을 창당한 이유는 낡고 부패한 보수로는 더 이상 국민에게 지지해 달라고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전당대회 출마선언에서 밝혔듯이 개혁보수의 큰길 위에서는 자유한국당이든, 국민의당이든 통합의 길이 열려 있다고 생각한다. 가급적 총선 전에는 국민의 박수를 받는, 가치와 명분 있는 통합으로 보수가 단결해야 한다. 총선과 대선에서 보수가 승리해야 한다.”

“혁신성장 칭찬하고 싶지만 성과는 미지수”


▎4월 25일 대선후보 초청 토론회에 나선 문재인 당시 민주당 후보와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유승민 의원은 대선 당시의 우려대로 안보와 경제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허점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한다.
김무성 의원이 분당과 탈당에 앞장서는 분위기다.

“많이 아쉽고 서운하다. 바른정당을 창당할 때부터 생각이 달랐던 것 같다. 대선 전 바른정당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김 의원이 노골적으로 ‘바른정당은 반기문 대통령을 만들기 위해 만든 정당’이라고 하더라. 당시는 대선 이전이고 당을 지켜야 하는 입장이라 문제 삼지 않았지만 저로서는 굉장한 충격이었다. 출마 의지를 밝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스스로 사퇴하면서 흔적도 없이 사라질 그런 사람을 위해 김 의원은 정치생명을 걸고 탈당했던가. ‘반기문 대통령’을 만들고자 창당한 사람들은 그 작업이 실패했으므로 바른정당에 있을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반기문’이든 ‘김무성’이든, 혹은 ‘남경필’ ‘유승민’이든 누구든 경쟁을 통해 선출된 후보의 당선을 위해 노력하는 게 당원의 도리이거늘 ‘반기문 대통령을 만들기 위해 창당했다’는 김 의원의 말은 충격 그 자체였다.”

지지도는 말처럼 그리 쉽게 오르지 않는다는 걸 지난 대선에서 절감하지 않았나?

“대선에서 저를 지지해준 220만8771표는 제가 당선 안 되는 걸 알면서도 보태준 표다. 유승민 후보를 찍어주고 싶었지만 홍준표 후보가 될까봐 문재인 후보를 택했다는 분, 또 문재인 후보가 될까봐 홍준표 후보를 밀었다는 분을 많이 만났다. 고민이 많았던 분들이다. 투표 당일 제게 한 표를 준 분들은 바른정당에서 새 보수의 희망, 씨앗을 봤으니 힘을 실어주고자 한 분들이다. 바른정당이 잘하면 지지율은 오른다. 대선 당시와 달리 지금은 누가 당선된다는 걱정에서 누구를 억지로 찍어야 하는 그런 스트레스는 없지 않나. 그런 속박, 족쇄가 풀린 만큼 우리가 하는대로 지지도는 올라간다고 확신한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에 점수를 매긴다면?

“대선 전 우려했던 대로 가는 것 같다. 안보는 너무 심하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도 안보에 무능했지만 현 정부는 국가 안보,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인정하지도 않는다. 북·미 간 말폭탄 싸움이 언제 우발적 충돌로 번질지 모르는 상황인데 문 대통령은 ‘안보 위기에 대해 우리가 주도적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못한다’고 무력감이나 토로하고 있다. 이는 군 최고통수권자가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 트럼프에게 집요하게 매달려 어떤 일이든 한·미 공조를 통해 처리하도록 설득하고 중국도 전쟁을 막고 핵 문제를 해결하도록 설득해야 한다. 문 대통령의 자포자기하는 식 태도는 안보를 위험에 빠뜨린다.”

경제나 민생도 마찰 요인이 많다고 한다.

“경제도 소득 주도 성장이라지만 분배 정책에 불과하고, 성장 대책은 안 보인다. 최근 들어 혁신성장을 얘기하는데 그건 칭찬하고 싶지만 제대로 할지는 모르겠다. 혁신성장은 자본과 노동의 유연성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노동개혁은 뒷전이라서 그렇다. 민생은 복지와 노동 부분이 너무 과격하다.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건강보험 확대 등은 국가 재정을 고려하지 않아 빚만 잔뜩 지는 결과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대기업과 고소득자에 대한 법인세·소득세 인상만으로는 공약 이행에 필요한 재원 178조원에 턱없이 모자란다.”

“문 대통령, 북한에 낭만적 환상 가진 듯”


▎인터뷰 도중 유승민 의원의 표정은 주제별로 다양하게 변화했다.
대통령의 어법과 메시지에 유감인가?

“가령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식의 자조적 발언은 대통령이 절대 해선 안 되는 것이다. 리더십과 자질 부족을 의심하게 하는 표현이다. 문제를 해결하라고 대통령으로 뽑아줬는데 문제 해결을 못 한다는 것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전쟁은 절대 안 된다고 얘기할 게 아니라 최대한 막아야 하는 것이다. 만약 불가피하게 전쟁이 일어나면 무조건 이겨야 한다. 문 대통령에게는 이 자세가 가장 아쉽다고 하겠다. 베를린선언, 유엔총회 연설, 현충일과 8·15 광복절 메시지를 보면 문 대통령은 아직도 북한에 대해 낭만적 환상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그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나?

“현 정부 외교안보 정책의 ‘키맨(핵심)’이 누구인지 궁금할 때가 많다. 정책의 책임은 누가 지고 결정을 누가 하는 걸까. 청와대에 포진한 운동권 출신 참모들이 그때그때 정치적 잣대로 외교안보 이슈를 판단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그들에게 외교안보의 원칙이 있을까? 그래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식의 대통령 푸념이 나오는 게 아닐까.”

- 글 박성현 월간중앙 기자 park.sunghyun@joongang.co.kr / 사진 김현동 기자 kim.hd@joongang.co.kr

201711호 (2017.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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