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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인터뷰] 존 박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선임연구원 

“워싱턴은 ICBM 보유한 북한 좌시 못해” 

한기홍 월간중앙 선임기자, 김동현 보스턴 통신원 glutton4@joongang.co.kr
트럼프, 본토 위협 요인으로 판단하면 한국 대통령과 협의 없이 군사행동 명령할 수 있어…대북 제재 강화돼도 북한은 새로운 조달 경로 발견해내는 ‘수퍼버그’ 경향 나타나

군사적 압력으로 북한을 비핵화하기엔 기술 진전도가 너무 높다. 최근 힘을 얻고 있는 의견 중 하나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역량을 갖춘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핵 군축 협상에 북한의 관심을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본토를 겨냥한 북한의 ICBM을 미국은 과연 용납할 수 있을까? 하버드대 공공정책대학원(케네디스쿨) 존 박 선임연구원에게 북핵 위기의 본질과 구조를 물었다.


▎존박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선임연구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주변국 모두의 입장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상당히 어려운 입장에 처해 있다”고 진단했다. / 사진·Joan R. Harvard University
존 박(John S. Park)은 네 살 때 부모를 따라 캐나다로 이민을 떠난 동포 1.5세대다. 캐나다 토론토대에서 국제관계학을 전공했고,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하버드 케네디스쿨 코리아 워킹 그룹(Korea Working Group)의 디렉터, 케네디스쿨 벨퍼 센터 내 핵관리 연구소의 겸임교수(Faculty Affiliate)를 맡고 있다. 그는 미국에서 가장 촉망받는 차세대 한국전문가로 잘 알려져 있다. 실력만큼이나 연구 경험도 풍부하다. 메사추세츠공과대(MIT)의 스탠튼 핵안보 연구위원을 거쳐 2007년부터 2012년까지 미국평화연구소에서 동북아 트랙 1.5 프로젝트를 총괄했다. 미 국방부, 국무부, 재무부, 국가안전보장회의, 의회 위원회에서 동북아 정책을 자문했다.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의 북한 분석 그룹(the North Korea Analysis Group) 프로젝트를 이끌었으며, 골드먼삭스의 미군 민영화 자금조달 부서, 골드먼삭스 기업인수합병 자문 그룹과 보스턴컨설팅 그룹에서 근무했다. 이처럼 미국 금융권 출신 대북 제재 전문가란 점에서 그는 분석과 통찰의 독보성을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 8월 그는 존 월시 MIT 연구원과 함께 ‘북한 멈추기(Stopping North Korea, Inc.: Sanctions Effectiveness and Unintended Consequences)’란 제목의 논문을 썼다. 이 논문에서 그는 대북 제재의 효과를 심층 분석했다. 북한이 유엔 등 국제사회의 제재를 어떻게 회피하며 새로운 탈출구를 모색했는가를 정밀하게 들여다봤다는 평가를 받았다.

끔찍한 시나리오, 한반도에서의 무력 충돌


▎지난해 11월 30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원국 대표들이 북한 석탄수출 제재 등을 내용으로 하는 초강경 대북제재결의안 2321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하고 있다.
그는 10월 10일 오후(보스턴 현지시간)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월간중앙과의 인터뷰를 통해 현재 북핵 위기의 구조를 상세히 설명했다. 그가 분석한 위기의 본질은 자못 심각하다. “북한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역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더 이상 실험으로 간주되지 않는다”는 진단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7월 28일 두 번째 ICBM 실험 당시 고도와 거리를 조정하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그는 부연 설명했다.

점차 강화되는 대북 제재에 대해서도 그는 그 실질적 효과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논문 ‘북한 멈추기’에서 분석한 대북 제재의 예상외 양상을 수퍼버그(superbug: 항생제로 쉽게 제거되지 않는 박테리아) 현상으로 비유하기도 했다. “제재를 항생제라고 가정하면 북한 정권에 더 많은 제재를 부과해도 북한 정권이 수퍼버그의 경향을 보이는 것”이란 진단이다. 요컨대 북한 정권이 상당한 곤란을 겪으리라는 직관적 예상에 반하는 결과가 초래되고 있다는 지적인 셈이다. “제재 초반부에는 정권에 타격을 주지만 북한 정권은 새로운 조달(procurement) 경로를 발견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현 상황에서 초미의 관심사는 한반도에서의 무력 충돌 가능성이다. 초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정부와 협의 않고 단독으로 군사행동을 명령할 수 있는가”로 모아진다. 이 첨예 한 질문에 대한 존 박의 응답은 냉정하고 단호했다. “북한의 행동이 미국 본토에 임박한 위협을 주는 것으로 해석된다면 미국의 논리와 대응은 한국 대통령의 동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북한 핵 위협의 수준이 과거와 확연히 달라진 상황이며, 한·미동맹의 균열이 예고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의 전략적 딜레마를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북핵에 대응할 때 보여주는 ‘찰떡궁합’에 대해선 긍정적인 평가 일색이다. 미국 입장에서 사태를 바라보는 존 박의 한계이기도 하지만 바로 그런 인식이 트럼프 정권 주류의 논리이기도 하다. 이 대목이 문 대통령이 귀담아듣고 대처해야 할 전략적 포인트 중의 하나일 것이다.

북한의 ICBM과 핵프로그램 위력과 역량, 개발 진척도를 어떻게 평가하나?

“최근 북한 정권의 미사일 실험을 기술적으로 분석한 결과 북한은 미국 본토를 타격할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7월 28일 두 번째 ICBM 실험 당시 고도와 거리를 조정하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다는 의미다. 북한이 그러한 역량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미사일을 발사할 때마다 미군은 미국 본토 타격을 가정하고 만반의 태세를 갖춘다. 상황의 중대성을 고려할 때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더 이상 실험으로 간주되지 않는다.”

대북 제재가 만능이 아닌 이유는?


▎환호하는 북한 주민에게 둘러싸인 김정은. 강력한 대북 제재에도 불구, 북한은 새로운 조달 경로를 계속 발견하며 생존하고 있다.
북한의 비핵화는 비현실적인 정책 목표인가? ICBM으로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북한을 인정하고 공생을 모색해야 하는가?

“북한의 탄도미사일과 규모 6.3 지진급 제6차 핵실험은 북한의 기술 진전 정도를 잘 보여준다. 현 상황에서 인센티브, 추가 제재 혹은 군사적 압력으로 북한을 비핵화하기에는 기술 진전도가 너무 높다. 최근 힘을 얻고 있는 의견 중 하나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을 ICBM 역량을 갖춘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핵 군축 협상에 북한의 관심을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주장은 미국이 북한의 핵무기를 봉쇄하고 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한다. 미국이 핵보유국인 중국과 ICBM을 가진 러시아와 옛 소련을 지속적으로 봉쇄해온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심리적인 장애물은 김정은이 30대 나이라는 점이다. 미국 안보를 다루는 군 장성급 엘리트 그룹의 관점에서 보자면 김정은이 핵무기와 ICBM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심리적 장애물로 작용한다. 일반적으로 강대국들만이 핵탄두 탑재 가능한 ICBM을 보유한다. 워싱턴 국가 안보팀의 관점에서 2000만 명 수준의 인구와 김정은 단일 지도체제 아래 있는 북한이 ICBM 역량을 보유한다는 것은 좌시하기 어렵다. 현 상황에서는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평화롭게 공존하되 북한의 핵무기와 ICBM을 억제하고 봉쇄하자는 그룹과 북한을 신뢰할 수 없다는 그룹 간의 토론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대북 제재는 현 상황에서 얼마나 효과적인가? 대북 제재가 더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는가?

“우선 미국과 아시아 정부의 내부 정책 토론에서 일반적으로 빠져 있지만 매우 중요한 것은 대북 제재의 구체적인 목표가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제재는 수단에 불과하다. 제재가 더 큰 전략의 일환이라면 수단으로서의 대북 제재가 작동하는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의 제재는 전략으로 활용되고 있다. 더 많은 제재를 통해 우리가 원하는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는 구상이지만 구체적인 논의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제재를 비확산의 수단으로 본다면 이를 북한 정권이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술 혹은 부품의 이중용도 수입 방지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이중용도 방지 목적의 제재는 이미 실패했다. 김정일의 17년 통치 기간에 총 16번의 탄도미사일 실험과 두 번의 핵실험이 있었다. 김정은의 6년 통치 기간엔 85번의 미사일 실험과 네 번의 핵실험이 있었고, 제6차 핵실험은 전문가들이 열핵무기에 속하는 수소폭탄으로 평가할 정도의 파괴력을 과시한 바 있다. 비확산의 관점에서 제재를 평가하자면 점수가 좋지 않다.

MIT 짐 월시(Jim Walsh) 박사와 나는 3년간 공동으로 북한 정권이 제재에 어떻게 반응했는지를 연구했다. 북한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제재를 받고 있는 국가가 아니라는 점, 제재를 가할 여지가 충분히 남아 있다는 점에 동의 한다. 그러나 점차 강화되는 대북 제재가 북한 정권에는 직관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을 발견했다. 제재의 초반부에는 정권에 타격을 주지만 북한 정권은 새로운 조달(procurement) 경로를 발견해냈다.”

더욱 강력한, 추가적인 제재가 필요하다는 뜻인가?

“추가적인 제재 부과는 북한과 사업을 하는 제3자의 위험 부담을 가중시킨다. 추가 제재와 가중된 위험 부담이 제3자를 쫓아버리는 것이 아니라 중간상 역할을 하는 중국 사기업들이 가중된 위험 부담을 현금화하는 기회가 된다. 가중된 위험 부담에 중국 중간상들이 더 많은 중개료를 요구하는 것이다. 북한 정권을 대표하는 엘리트 소유의 국영기업들은 비싼 중개료를 부담할 자금을 보유하고 있다. 자금의 원천은 석탄 거래로 추정되는데 최근 석탄 거래뿐만 아니다. 2000년대 중반 국제 석탄 가격이 치솟았을 당시 중국에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석탄을 수출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많은 자본을 축적했을 것이다. 확산(proliferation)에 필요한 자금과 비싼 중개료를 지불할 수 있는 북한의 역량이 효과적인 조달을 위한 인센티브 구조와 시장을 형성하게 된 것이다. 북한에 더 많은 제재를 부과했음에도 직관에 반하는 부정적인 결과가 나타나게 된다. 정책 결정자들은 이러한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 현재는 더 많은 제재를 부과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지만 이는 수퍼버그 현상을 야기하게 된다. 제재를 항생제라고 가정하면 북한 정권에 더 많은 제재를 부과함에도 북한 정권이 수퍼버그의 경향을 보이는 것이다. 특정 분야에서는 제재가 북한으로 하여금 더욱 혁신적인 조달 경로를 개척할 수 있도록 한다. 이러한 사실과 현실이 고려돼야 하며, 그렇지 않다면 더 많은 제재를 부과해도 우리가 원하는 효과를 얻지 못한 채 군사 옵션만 남겨두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누가 워싱턴을 실제 운영하는지 혼란 줄 수도


▎지난해 9월 21일 북한의 5차 핵실험 확장억제를 위해 미 전략폭격기 B-1B와 한국공군의 F-15K 전투기가 21일 한반도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 / 사진제공·한미연합사
트럼프와 김정은의 상호 비방이 지속되는 가운데 무력 충돌로 발전될 가능성은? 트럼프의 강력한 레토릭은 북한과의 협상에서 우위에 서기 위한 전략인가?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구체적인 예를 들자면 최근 미국은 B-1B 폭격기를 비무장지대(DMZ) 북쪽으로 가장 멀리 비행시켰다. 북한의 영공을 비행한 것은 아니지만 21세기 들어 가장 북쪽으로 비행한 것이다. 북한은 미군 폭격기가 다시 비행하면 격추시킬 것이라고 대응했다. 현 상태의 레토릭, 트위터, 트럼프 대통령의 성명과 북한의 대응을 볼 때 오판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른 아침과 늦은 밤 여러 메시지를 내놓는데 이는 정부 기구 간 토론을 거쳐 나온 입장이 아닌 트럼프 대통령이 본인의 생각을 직접 작성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적인 옵션에 집중하고 있다는 성명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강력한 성명과 함께 또 다른 B-1B 폭격기의 비행이 이뤄진다면 오판 가능성은 극적으로 커지게 되며 이는 매우 우려스럽다.

다른 한편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트위터 그리고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 간에 간극이 있기 때문에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미국의 우방뿐만 아니라 중국과 북한에도 혼란을 주고 있다. 누가 워싱턴을 실제로 운영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생기는 것이다. 이러한 모호성과 혼란은 바람직하지 않다. 일각에서는 이를 효과적인 광인 이론(madman theory)의 실제 사례로 보기도 하지만 닉슨 정권을 돌이켜보면 당시 키신저가 광인 이론을 직접 맡아 닉슨 대통령의 강경 발언에 이어 정책과 전략을 조율했다. 현 정부에는 그러한 수준의 조율을 관찰하기 어렵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틸러슨 국무장관의 이견과 갈등 국면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트럼프에게 나오는 트위터 메시지가 과연 미국 대통령의 발언으로 적절한 것인가? 정부 내에서도 혼란과 당혹감이 조성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틸러슨 국무장관은 국무부의 행동반경과 예산을 줄이고 대선 공약을 실행하는 등 본연의 업무를 다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미 국무부는 공동화(空洞化) 과정에 있으며 국가 안보와 외교 정책 결정도 몇몇 전·현직 장군에게 집중되고 있다. 이례적 혹은 우연적이라기보다 이는 계산된 움직임이다. 트럼프 정권의 대북 정책은 ‘최대 압박과 관여’가 키워드다. 틸러슨 국무장관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외교적 접근법을 모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선순위는 제재와 잠재적 군사행동의 조건에 집중돼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틸러슨 국무장관의 관계는 큰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외교 정책과 국가 안보 정책을 실행하는 데 있어 국무부가 소외되고 있는 계산된 움직임의 일부이며 두 개인의 성격 차이로 보기는 어렵다.”

북한, 중국의 핵 전략에서 배운다


▎9월 3일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왼쪽)과 조셉 던퍼드 미 합참의장이 북한의 6차 핵실험에 대한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정부와 협의 않고 단독으로 군사행동을 명령할 수 있는 상황은 어떤 경우인가?

“북한의 행동이 미국 본토에 임박한 위협을 주는 것으로 해석되면 (예를 들어 북한의 ICBM 실험이 미국 본토에 위해를 가하는 궤도를 보일 때) 트럼프 대통령은 최고사령관으로서 미국 본토 수호를 위해 즉각적인 방어를 위한 군사행동을 명령할 수 있다. 북한의 임박한 위협에 대응하는 미국의 논리와 대응은 한국 대통령의 동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한·미 동맹의 관점에서 북한의 군사행동이 한반도 내에서 대응을 필요로 할 때는 한·미 간 합의가 있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군사행동에 비토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한반도 내 전쟁을 허락하지 않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전까지 북한은 미국 본토에 명백한 위험을 준다고 인식되지 않았는데, 현 시점에서는 이전에는 없었던 요소들이 인식을 변화시키고 있다.”.

북한이 ICBM과 핵무기를 개발해 얻을 수 있는 핵심 이익은 무엇인가?

“우선적으로 이는 북한의 병진 정책의 일부다. 병진 정책은 국방을 위한 최소한의 핵 억지력 개발과 경제 개발을 동시에 진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김정은이 권력을 잡은 초기 병진 정책을 언급했을 때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인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그동안 기록이 보여주듯 김정은은 핵무기 탑재 ICBM 역량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켰다. 많은 전문가가 그 역량이 완성단계에 이르렀다고 분석한다. 병진 정책 중 국방 분야는 그간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 북한이 국방 분야의 필요한 역량을 확보하면 전통적 군사력에 투자하는 자원을 경제개발로 이전시켜 경제 발전에 전념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북한 정권의 장기적인 생존을 위한 전략이다.

중국 정부 분석관들은 북한의 정책과 그 논리에 공감한다. 많은 측면에서 북한 정책은 중국의 정책을 닮아 있다. 중국은 현재 중국의 국력에 비해 최소한의 핵 억지력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과 같은 국가가 적은 수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는 핵 선제타격으로부터 생존할 수 있는 최소한의 핵 억지력을 보유하면서 경제 성장에 집중하겠다는 계산의 일부다. 중국은 미국과 상호확증파괴(MAD)를 이룬 뒤 이를 전략적 안정성의 기회로 활용했다. 중국은 값비싼 핵무기 경쟁에 자원을 투자하기보다는 저렴한 비용으로 미국과 일련의 균형을 이뤘다. 북한이 중국의 길을 따르는 것은 중국의 관점에서는 현명하고 논리적인 선택이다. 중국 지도부는 북한의 불안정성에 놀란 것은 사실이지만 전략과 논리에 있어 중국은 공감하는 편이다.”

트럼프가 향후 선택할 수 있는 대북 옵션을 예상해보면?

“향후 16개월 동안 우리는 두 개 중 하나의 현실에 살게 될 것이다. 첫째는 트럼프 정권이 ICBM 역량을 갖춘 핵보유국 북한을 억지하고 봉쇄하며 평화롭게 공존하는 것이다. 둘째는 (예를 들자면) B-1B 폭격기의 북한 영공 부근 비행과 북한의 방어적 조치에 따른 의도치 않은 긴장 국면에 빠져드는 것이다. 트럼프 정부는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물론 추가 제재도 가능하지만 북한의 핵·ICBM 프로그램의 진전 수준을 고려하면 원하는 결과를 이뤄내지 못할 것이다. 북한은 실험마다 추가적인 제재를 예상하고 있기 때문에 추가 제재로 인해 행동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다. 북한 정권이 조달에 수반되는 위험에 비례하는 비싼 중개료를 지불해 더욱 효과적이고 능력 있는 중국 중개인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직관적으로 예상하는 것과는 반대 방향의 결과가 발생하게 될 것이다.”

북핵 동결과 한·미 ·합동 군사훈련 중지 협상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유엔 대북 제재에 동참하고 있지만 북·중 관계의 안정성을 담보해야 할 전략적 필요성에서 자유롭지 못한 처지다.
위의 모든 상황을 종합할 때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가장 바람직한 로드맵을 제시한다면? 예컨대 현재 수준으로의 핵동결을 전제로 미국이 북한과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협상을 시작할 수 있을까?

“외교적으로 북한의 기술 진전을 중단시키는 접근법에는 불리한 면이 있다. 중국이 제안하고 러시아가 지지한 ‘동결 대동결’은 북한이 핵무기 관련 활동, 실험 및 개발을 중단하는 대가로 한·미 합동 군사훈련을 중단하는 해법이다. 이는 연례 한·미 훈련을 통한 대북 전투력 유지를 손상시킨다는 점에서 한·미동맹을 약화시키는 것과 같다. 한국의 군복무 기간을 기준으로, 기초훈련을 제외하면 한국군은 한 번의 훈련 일정에 완전하게 참여할 수 있다. 따라서 한·미 연합 훈련을 중단한다는 것은 한국군이 미군과 모든 일정을 함께할 수 있는 한 번의 훈련 기회를 포기하게 된다는 뜻이다. 미군도 마찬가지로 2년 정도의 순환 복무기간을 고려할 때 정착 기간을 제외하면 한 번의 훈련 일정에 완전하게 참가할 수 있다. 동결 대 동결 해법은 군사훈련을 포기함으로써 물리적·작전 측면에서 불리한 비용이 발생한다.

또한 검증의 문제와 관련된 구체적인 사항도 고려돼야 한다. 북한의 ICBM과 탄도미사일 발사 실험 중단은 검증할 수 있다. 그러나 은밀한 미사일 역량 개발은 만족스러운 절차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검증하기 어렵다. 따라서 검증되지 않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중단을 대가로 합동 군사훈련을 포기해야 하는 것이다.”

동아시아 내 미국의 억지력은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 진전에 어떤 영향을 받는가?

“미국 핵 억지력의 상징은 역내에서 운용되는 핵잠수함이다. 핵잠수함은 한국과 일본 방위를 위해 북한에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미국의 역량이 압도적이며 극도로 효과적이라는 메시지를 발신한다. 그러나 핵 탑재 ICBM의 개발로 북한은 핵보유국이 됐으며 전통적으로는 지역 내 핵보유국으로 분류된다. 미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북한의 역량으로 인해 한국과 일본이 미국의 동맹 이탈(decoupling)을 우려하는 심리적인 트라우마가 증대한다. 미국이 도쿄와 서울을 미국 도시와 마찬가지로 보호할 것이라는 계산은 미국 본토가 위협에 노출될 때는 달라진다. 근본적으로 미국은 서울과 도쿄를 미국 도시와 같이 생각하지 않는다. 이는 한·미동맹과 미·일동맹 맥락에서 고려돼야 할 사항이다. 한국에서 미 전술 핵무기 재도입 주장도 나오고 있다. 현재 미국의 핵 억지력이 충분하지 않다고 느끼는 것이다. ”

핵무기 검증, 북한과 미국 기준이 다르다

그간 “안보리의 대북 제재가 중국 기업들에는 ‘고위험 고수익’ 기회가 됐으며 북한 역시 그런 거래를 통해 필요한 걸 얻었다”고 진단한 바 있다. 대북 제재 관련 북한의 조달행위는 어떤 양상을 보였으며 앞으로 제재 국면에서의 조달행위를 예상하면?

“우선 중국 시장 내 북한 국영기업의 활동은 우연히 발생한 것이 아니다. 2009년 원자바오 총리가 고위급 인사들과 함께 평양을 방문했을 때 회복 중인 김정일과 만나 당대 당으로 세 가지 중요한 협약을 맺었다. 이 협약들은 경제 개발, 관광, 교육에 관한 것이었다. 중국 공산당이 북한 노동당의 안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길을 열어준 것이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북한 노동당의 연장선인 엘리트와 국영기업에 중국 경제로의 접근권을 주는 것이다. 김정일이 뇌졸중을 회복한 이후 김정은에게 권력 승계 작업을 가속화했다. 이는 당대 당 구조 아래서 이뤄진 것이다. 이후 경제 활동과 중국 내 북한 조달 기업이 증가했다. 이들은 사실상 북한 외교관으로 중국에서 비자 없이 오래 머물 수 있는 이들이다. 경제 활동에 있어 이들은 효과적인 사업가로서 노하우를 터득했고 북한의 관점에서는 조달행위로 이어졌다. 정치적 관점에서 중국은 북한의 지도자와는 별 상관없이 당대 당 교류를 지속해왔다.

이는 중국의 관점에서 북·중 관계의 안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중국 시장 접근권은 북한에 국제사회의 제재를 피할 수 있는 출구로서 작용한다. 중국 시장 내부에서의 유엔 안보리 결의안, 특히 미 재무부 제재는 주권 문제로 해석된다. 제재 이행에서 의구심을 불러일으키는 부분이 바로 이것이다. 유엔 안보리 결의안 이행에서 중국 정부는 결의안 내용만큼 이행하겠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표명해왔다. 그러나 무역 통계에 따르면 중국이 지속적으로 북한으로부터 석탄을 수입하고 북한에 밀수출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의심의 여지가 남는다. 유엔 전문가 패널의 관점에서 중국은 전방위적 제재 이행과는 거리가 멀다. 미 국무부 제재는 중국의 관점에서 외국의 법이기 때문에 자신들의 주권적인 영토 안에서 준수해야 할 강제력으로 생각지 않는다. 따라서 제재 이행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점증하는 대북 제재는 그 효과에도 불구하고 중국 시장 내 대북 조달행위를 중개료 인상이라는 방법을 통해 사실상 돕게 된다.”

북핵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서 경제적 접근법을 동원할 수는 없을까? 핵 폐기를 조건으로 북한 경제 복원을 대대적으로 지원하는 방안 제시가 효과를 발휘할 가능성은 없을까?

“검증 문제에 맞닥뜨리게 된다. 북한이 경제 원조와 핵 동결 및 비핵화 맞교환에 동의하더라도 우리가 원하는 검증 수준은 북한 정권 입장에서는 지나치게 높을 것이다. 만족스럽지 못한 북한의 핵 동결을 대가로 경제 원조를 제공할 때는 정치적 계산도 고려해야 하는데 이 또한 쉽지 않을 것이다. 북한 경제는 주민들에 의한 상향식 시장화 성향을 보인다. 이는 북한 정권과는 무관하게 중국으로부터의 물자 유입과 소매시장 성장으로 발생한 것이다. 안타깝게도 현재 북한의 핵 프로그램 진전 정도를 고려할 때 과거에 가능했던 인센티브가 현 시점에서 작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며, 만약 가능하더라도 검증 문제가 매우 어려울 것이다.”

미국은 문 대통령이 ‘어려운 결정’ 내려주길 기대


▎7월 7일 독일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 내외가 콘서트홀 공연을 관람했다. 공연 시작 전 트럼프 미국 대통령(앞줄 왼쪽)이 문재인 대통령의 손을 잡고 있다.
북핵 위기가 최고조에 달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활동 반경이 극히 위축되고 있다. 현재 문 대통령이 취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지침을 조언하면?

“안타깝게도 문 대통령은 정책결정에 있어 유연한 입장을 견지하기가 어렵다. 문 대통령의 활동 반경은 주로 일본으로 인해 많이 위축돼 있다. 아베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으로부터 야기되는 위협 인식을 정확하게 공유하고 있다. 미국 고위급 인사의 관점에서는 한국이 동일한 위협 인식을 공유하는지에 대한 깊은 혼란이 존재한다. 상대적으로 출범한지 얼마 되지 않은 (트럼프 정부의) 국가안보팀에 이는 한국의 우선순위가 무엇인가에 대한 의심을 품게 한다. 이런 이유로 북한과 관련된 이슈가 생기면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이 아닌 아베 총리와 항상 통화를 먼저 한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같은 입장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며 문 대통령의 입장이 어떠한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남는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관계가 개선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지도자대 지도자의 관계를 볼 때 현 시점에서는 긴 설명보다는 짧고 직접적인 입장 표명이 매우 중요하다. 북한 문제는 미국에서 국가 안보 위기로 생각되고 있기 때문에 위기 상황에서는 직접적으로 불안감을 해소하는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 워싱턴 내 한·미 간 공감이 부족하다는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우선순위가 무엇인가에 대한 매우 구체적인 결정이 필요하다. 희망의 여지는 있다.”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입장을 100% 같이 하는 것이 한국에서 정치적으로 가능하다고 보는가?

“북·미, 미·중 관계 속에서 문 대통령의 어려운 입장을 많은 이가 이해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선순위를 정하고 이를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사람의 입장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대한민국의 전략적 위치가 매우 어렵다. 문 대통령은 어려운 입장에 놓여 있고 쉬운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미국은 문 대통령이 어려운 결정을 내려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와 트럼프 정부의 임기 초반부에 그러한 결정을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

- 한기홍 월간중앙 선임기자, 김동현 보스턴 통신원 glutton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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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호 (2017.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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