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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추적] 사이코패스 이영학 사건의 顚末 

악마의 이빨 드러낸 ‘어금니 아빠’ 

문상덕 월간중앙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
어린 딸을 이용해 딸 친구를 성추행하고 살해한 소아성애자의 범죄…상담심리학자 “지능적인 사이코패스로 정신장애자라고 하기 어려워”

가족을 이용해 국민을 상대로 돈벌이를 하고, 아내의 죽음을 방조한 것도 모자라 열네 살 딸아이의 친구를 성욕의 도구로 삼아 살해해 유기한 ‘어금니 아빠’ 이영학 사건은 사이코패스가 지능적으로 벌인 희대의 범죄로 드러났다.


▎얼굴이 공개된 ‘어금니 아빠’ 이영학. 지능적 사이코패스로 드러났다.
추석 연휴 첫날이었던 9월 30일 토요일. 중학교 2학년 김지연(14·가명) 양은 여름방학이 다시 온 것처럼 재미있게 놀러 다닐 생각에 들떠 있었다. 마침 전날 초등학교 6학년 때 친하게 지냈던 이수영(14·가명) 양에게서 전화가 왔다. “우리 집에서 영화 보고 놀자!” 김양은 초등학생 때도 이양 집에 종종 놀러 가곤 했었다. 낮 12시쯤 이양 손에 이끌려 도착한 건물은 망우동 네거리 근처 주택가의 5층짜리 상가건물. 1년 전 맨 위층으로 이사 왔다고 했다.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맨 위층으로 올라가자 이양의 아버지인 ‘어금니 아빠’ 이영학(35·구속)이 김양을 반갑게 맞이했다. 친구 엄마(가명 최은선·32)가 없어 의아했지만 친구가 자기 방에서 놀자며 김양을 이끌었다. 친구가 건넨 음료수를 마신 김양은 얼마 지나지 않아 의식을 잃었다. 이영학이 복용하는 졸피뎀 성분의 수면제가 음료수에 녹아들어 있었다.

10대 소녀에게 가학적 성욕 해소한 뒤 살해


▎이영학에 대한 경찰의 현장 검증이 10월 11일 서울 중랑구 망우동 자택에서 열렸다. 건물 5층이 이영학이 거주하던 집이다.
이영학은 잠든 김양을 딸과 함께 안방 침대로 옮기곤 딸에게 “나가서 놀다 오라”며 내보낸 뒤 김양을 마음껏 추행하며 욕망을 채우기 시작했다. 1년 전 성 기능을 상실한 이영학은 김양을 반항하지 못하게 한 뒤 자신의 가학적 성욕을 마음껏 해소했다. 잠든 지 꼬박 하루가 지난 이튿날 낮 12시30분쯤 김양이 깨어났다. 김양이 놀라 소리를 지르며 반항하자 이영학은 수건으로 김양의 목을 졸라 살해했다.

그날 밤 이영학 부녀는 김양의 시신을 여행 가방에 넣은 뒤 강원도 영월군의 한 야산에 매장했다. 사건을 수사한 서울 중랑경찰서에 따르면 이영학은 범행 전 딸에게 “엄마가 죽었으니 엄마 역할이 필요하다. 네 친구 지연이(가명)가 착하고 예쁘니 데리고 오라”며 김양을 지목했다고 한다. 이영학은 김양을 살해하고 유기한 데 이어 성 학대에 시달리던 아내 최 씨의 자살을 방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영학이 처음 사회에서 주목 받은 건 2005년 11월 MBC TV 프로그램 <화제집중>에서 그의 사연을 다루면서부터다. 이영학은 치아와 뼈를 연결하는 부분에 종양이 계속 자라는 희귀병인 ‘거대백악종’을 앓고 있었다. 유전병인 줄 모르고 스무 살에 아이를 가졌다고 한다. 이영학은 방송에서 “돈이 없으니 사랑이라도 줘야 하는데, 아픈 것만 물려줬다”며 눈물지었다. 이영학은 다섯 번 수술 끝에 어금니 하나만 남아 ‘어금니 아빠’라고 불렸다.

이영학은 방송이 나간 후 ‘70만 천사의 1000원의 기적’이라는 이름을 단 딸의 후원 카페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70만 명이 1000원씩만 후원해 주면 딸의 수술에 필요한 돈 7억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호소했다. 모금활동을 홍보하려고 자전거를 타고 국토대장정도 했다. 후원 카페 운영자였던 이영학의 아이디는 딸아이를 뜻하는 ‘아기천사’였다. 당시 이영학은 실제 생활고를 겪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 1995년 이영학의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한 뒤 어머니는 가출했고, 아버지는 새살림을 차렸다. 이영학 스스로 생계를 유지해야 했다.

어린 시절 이영학은 ‘아기천사’와는 거리가 멀었다. 94년 경기도 의정부시 소재 S중학교 2학년 재학 시절, 동급생이던 여학생을 성폭행하는 범죄를 저질렀다. 김복준 한국범죄학연구소 연구위원은 당시 의정부경찰서에서 형사로 근무하고 있었다. 김 위원은 이번 사건이 일어난 뒤 TV에서 마스크를 벗은 이영학을 보고 대번에 ‘그때 그 학생’을 기억해냈다. 김 위원은 JTBC에 출연해 당시를 이렇게 기억했다. “이영학이 옷에 피를 묻혀서 오니까 당시에 학생지도를 담당한 선생님이 ‘무슨 일이냐’고 캐물었다. 결국엔 ‘여학생을 성폭행했다’며 자백했다고 하더라고요. 선생님은 퇴학을 권유했는데, 어떻게 유야무야됐는지 모르지만 퇴학은 당하지 않았어요.”

이영학, 중학교 2학년 때 동급생 성폭행


▎지난 9월 이영학은 아내 영정 옆에 자기 사진을 둔 영상을 동영상 스트리밍 사이트에 게재했다. 경찰은 아내 최씨의 죽음에도 이영학이 관련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 사진·유투브 캡처
하지만 당시 이영학은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다. 성폭행 피해자인 여학생이 고소를 포기했기 때문이다. 2013년 6월, 성범죄에 대한 친고죄 조항이 폐지되기 전까지는 당사자가 직접 고소해야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었다. 이영학은 성인이 된 후에도 고집스럽게 ‘14세 이상 여자 청소년’을 원했다고 한다. 아내 최씨와 동거를 시작한 2002년 당시 아내는 16세였다. 이듬해 2월 딸을 낳았다. 2016년 11월에는 ‘양아오빠’라는 닉네임으로 트위터에 가입해 “함께할 동생 구함. 나이 14부터 20 아래까지. 개인 룸, 샤워실 제공” 등 여자 청소년들을 유인하는 트윗을 올렸다. 이영학은 서른이 넘어서도 여전히 어린 10대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삼았다.

심영섭 대구사이버대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이영학의 이런 행태와 관련해 “전형적인 소아성애자 증상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소아성애증(Pedophilia)은 사춘기 이전의 아동에 대한 성적 기호를 갖는 일종의 성도착이다. 아동에 대한 성적 환상을 반복적으로 체험하며, 이 때문에 아동에 대한 성적 학대를 동반하고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대인 관계에 어려움을 겪는다. 심 교수는 “소아성애자들은 성인 여성과 관계 맺는 걸 두려워한다”며 “남성으로서 자신감이나 정체성 확립이 부족하기 때문에 소아를 선택한다”고 말했다.

이영학은 2007년에 낸 책 <어금니 아빠의 행복>에서 “여자애들 앞에서 무안당한 일이 계속해서 머릿속을 맴돌았다. 좀처럼 잊을 수 없었다. 나중에는 나도 모르게 눈물까지 주룩 흘렀다”고 썼다. 희귀병을 앓으면서 외모 콤플렉스에 시달렸을 가능성이 있다. 신경안정제를 장기 복용한 부작용으로 성 기능 장애를 겪고 있었다는 점, 성기에 기형적인 보형물을 삽입했던 점도 이영학에게 콤플렉스가 있었다는 증거다. 이영학은 이 같은 콤플렉스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인지 자기과시를 즐겼다. SNS에 자신의 문신 사진을 올리는가 하면, 범법 행위를 통해 벌어들인 돈으로 구매한 외제차를 자랑하는 게시물도 여러 차례 올렸다.

“이영학은 소아성애자이자 사이코패스”


▎일각에서는 현재 정신장애 판정 절차에 헛점이 있다고 주장한다.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국립정신건강센터 전경.
경찰은 아내 최씨의 죽음에도 이영학이 관련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영학이 2009년께부터 아내 최씨를 성매매에 동원한 정황이 나왔고, 최씨가 다른 남자와 성관계를 맺는 장면을 몰래 촬영한 동영상도 발견했다. 심 교수는 “아내가 성관계 하는 걸 관음적으로 지켜보기만 한 점으로 미뤄 볼 때 성인이 된 이후에는 아내와 관계를 맺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이영학은 경찰이 전문 프로파일러를 통해 조사한 결과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보이는 사이코패스(Psychopath)로 진단됐다. 취재 결과 이영학의 이웃들도 크게 다르지 않은 이야기를 내놨다. 이영학의 집에서 가까이 사는 마을 주민 김 모(65) 씨는 “아내 최씨가 사망했던 9월 6일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퍽’ 소리가 나서 나가 봤더니 사람이 뛰어내린 거였다. 이영학의 아내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 건 윗옷이 가슴 위까지 말려 올라가 있었다는 거다. 쫄티를 입었으니 떨어질 때 올라갔을 리는 없을 텐데 참 이상하더라. 이영학이 골목으로 내려오더니 쫄티부터 슬쩍 내리더라.”

김씨에 따르면 이영학이 아내 최씨가 사망한 지 일주일 뒤에 자신을 찾아왔다고 한다. “내게 대뜸 ‘사장님도 아시죠?’라고 묻더라. 제 발이 저린 건지 ‘성폭행 당하고 수치스러워서 자살한 겁니다’ 그랬다. 범인을 잡았다고 하더라. 그래서 어떻게 했느냐고 물었더니 ‘저는 용서했어요’ 그랬다. 도무지 이해가 안 되더라.”

이영학의 이상행동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이영학은 아내가 숨진 다음 날인 9월 7일 오전 4시쯤 JTBC에 영상을 보냈다. 영상에서 이영학은 죽은 아내의 시신에 입과 발등에 입을 맞추며 “여보, 오빠가 갈게. 쉬어”라고 말했다. 그러고는 “아내의 장례비용과 딸 수술비 3500만원이 필요하다”는 글을 올렸다. 이영학은 과거 자신이 출연한 방송 관계자들에게도 수백만원대의 후원을 요청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영학은 아내가 죽은 뒤에도 자신이 ‘좋은 남편’이었다는 것을 의도적으로 알리려고 애썼다. 아내의 죽음을 이용해 후원금을 받아내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심 교수는 “이영학은 소아성애 경향이 있는 사이코패스로 보여진다”며 “소아성애적 성향이 성범죄를 반복해서 일으켰고, 사이코패스적 성향이 범죄를 은폐하고 포장해왔다”고 진단했다.

심 교수는 또 “이영학이 인터넷에 글을 올린 내용들을 보면 장애등급 2급의 정신장애자로 보기 어렵다”며 “굉장히 지능적인 사이코패스다”고 말했다. 희대의 사이코패스 이영학 사건은 정신질환 등 장애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과 체계적 관리가 부족한 상태에서 발생해 큰 충격을 줬다.

아내 학대, 성매매 강요한 의혹도 수사


이영학의 집에서는 기괴한 성인용품이 다수 발견됐고, 자살한 아내의 몸에는 멍, 상처 등 폭행의 흔적이 있었다. 여성을 비하하는 내용을 담은 문신도 발견됐다. 아내 최씨가 남긴 유서에는 의붓시아버지로부터 8년 동안 지속적인 성폭행을 당했다는 내용 등이 담겨 있었다. 위와 같은 내용으로 강원도 영월경찰서에 고소장을 접수한 최씨는 닷새 만에 투신해 목숨을 끊었다. 하지만 최씨가 남긴 유서는 친필이 아닌 프린트된 것으로 밝혀졌다. 조사 결과에 따라서는 이영학이 아내 자살을 방조한 게 아니라 아내의 죽음에 깊숙이 관여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서울 중랑경찰서는 이영학을 둘러싼 이 같은 의혹을 풀기 위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이영학 살인사건 수사 과정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형사과와 수사과에 전담팀을 만들어 수사 중이다. 수사가 진행되면 아내 최씨의 죽음에 대한 의혹, 이영학이 최씨에게 성매매를 강요했다는 의혹, 이영학의 기부(후원)금 유용과 재산 형성 관련 내용들에 대한 진상이 어느 정도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김양의 실종 신고를 받고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결국 죽음을 막지 못한 경찰의 부실한 초동수사에 대한 반성도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문상덕 월간중앙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

201711호 (2017.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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