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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인터뷰] 개원 20주년 맞은 KDI대학원 전홍택 원장 

“글로벌 정책전문가 양성 아시아 최고 교육기관 꿈” 

문상덕 월간중앙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
이론과 현장 연결한 교육 프로그램이 경쟁력…외국인 학생이 절반, 졸업 후 각국 정부 요직에서 활약

▎KDI국제정책대학원은 1998년 KDI(한국개발연구원) 산하 교육기관으로 문을 열었다. 개교 20주년인 올해 다양한 기념행사와 평가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 사진제공·KDI국제정책대학원
세종시에 위치한 KDI국제정책대학원(이하 KDI대학원)이 올해로 개원 20주년을 맞았다. KDI대학원은 ‘세계화’의 기치를 내건 김영삼 정부가 출범한 1998년 서울에서 개원했다. 당시 한국은 세계무역기구(WTO)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잇달아 가입하면서 해외 기관들과 소통할 정책전문가가 절실한 시기였다.

지난 20년 동안 KDI대학원은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는 요람으로 자리 잡았다. 2014년 12월 세종시로 캠퍼스를 이전하고, 정부세종청사 등에서 근무하는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석사학위 과정을 개설했다. 2015년 1월 취임해 ‘KDI대학원 세종시 시대’를 이끌고 있는 전홍택 대학원장을 만나 대학원의 과거와 오늘, 미래 20년의 청사진을 들었다.

캠퍼스에 와 보니 외국인이 많다.

“국내 64개 정책·행정대학원 가운데 외국인 학생 비율이 가장 높다. 재학생 400여 명 중 절반가량이 외국인이며, 출신 국가도 78개국에 이른다. 개발도상국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장학금 덕분이다. 외국인 학생 95% 이상이 장학금을 받고 공부한다.”

장학금 재원은 어떻게 마련하나?

“정부나 공공기관이 개발원조 차원에서 KDI대학원을 대상으로 만든 장학 프로그램이 많다. KDI(한국개발연구원)가 1982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국제개발교류프로그램(IDEP) 덕택이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KDI는 개발도상국 공무원들을 초청, 한국의 발전 경험을 전수해왔다. KDI대학원의 모태가 된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지금도 장학금 혜택을 받는 외국인 학생 대부분이 개발도상국 출신이다.”

KDI대학원에 대한 평가는 어떤가?

“KDI 원장이 KDI대학원 총장을 겸임하고 있다. KDI와 우리 대학원 간 연구협력이 긴밀하게 이뤄지고 있는 요인이다. 2010년부터 4년간 KDI와 함께 한국의 발전 경험을 138개 사례로 정리하는 ‘경제발전경험 모듈화 사업’을 진행했다. ‘한강의 기적’ 시기뿐만 아니라 2000년대 전자정부나 대중 문화산업 사례까지 총망라했다. 무엇보다 KDI는 자타가 인정하는 최고 수준의 정책연구기관이다. KDI의 유전자를 이어받아 정책전문가를 키워온 것이 KDI대학원이 좋은 평가를 받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KDI 유전자가 KDI대학원 성공 원동력”


▎KDI국제정책대학원은 2014년 12월 세종시로 이전했다. 2015년 1월 취임한 전홍택 대학원장은 ‘KDI대학원 세종시 시대’를 이끌어왔다. / 사진·김성태
차별화된 인재 양성 프로그램은?

“KDI대학원은 3개 석사과정과 2개 박사과정을 운영한다. 2014년 정책학 석사과정에 이어 올해 7월에는 개발정책학 석사과정이 전미행정대학원연합회(NASPAA) 인증을 받았다. 국내에선 KDI대학원이 유일하다. NASPAA는 행정학 석사과정을 평가하는 기관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하버드 케네디 스쿨’를 비롯해 세계 180여 개 대학원이 참여하고 있다. 매년 교육과정을 NASPAA에 보고해 인증을 유지하는 일도 까다롭다. NASPAA 회원 학교와 교류를 확대해 KDI대학원의 국제화 수준을 더욱 끌어올리려고 한다.”

현장교육 중시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KDI대학원 산하에 ‘영향평가 연구실(IEL)’이 있다. 개발 원조 사업의 효과를 평가하는 연구실이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나 세계은행 등이 진행하는 개발원조 사업에 참여해 영향평가 연구를 실시한다. 연구 결과를 담은 논문을 국제학술지에도 기고한다. KDI대학원 학생들은 IEL에서 진행하는 연구에 참여해 실무를 배운다. 이런 식으로 현장교육을 장려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인턴십은?

“KDI대학원에는 국내 대학을 졸업한 학생이 50명 정도다. 석사과정을 공부하는 내국인 학생 195명의 25% 수준이다. 이 학생들은 대학원 졸업 후 취업을 고민하기 때문에 인턴십에 관심이 많다. KDI대학원은 해외 인턴십으로 매년 10명가량 파견하고 있다. 50명 가운데 10명이니 적지 않은 편이다. 파견 기관도 아프리카개발은행(AfDB)이나 워싱턴D.C.에 있는 미주기구(OAS) 등 우수한 곳들이다. 내년에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부를 둔 아시아재단에도 7명을 파견할 예정이다. 나머지 75% 정도의 학생은 현직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임직원이다.”

국내 기관에서 인턴십 기회는?

“세종시청이나 신용보증기금 등 국내 공공기관에도 매년 20여 명 규모로 인턴을 파견한다. 국책연구기관의 연구조교로 파견되는 인원도 많다.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관리하는 국책연구기관 26곳 중 15곳이 세종시에 있는 덕분이다.

각 분야에서 두드러지는 졸업생은?

“문재인 정부 들어 고형권 동문이 기획재정부 1차관에, 김용진 동문이 기획재정부 2차관에 임명됐다. 차영환 청와대 경제정책비서관도 동문이다. 외국인 동문의 활약상도 만만치 않다. 2000년 정책학 석사학위를 받은 엠바츄 메콘넨(Ambachew Mekonnen)은 현재 에티오피아 도시개발주택부 장관이다. 엠바츄 장관은 지난해 11월 방한해 KDI대학원 후배들을 격려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KDI대학원의 20년 후 모습은?

“지난해 위원회를 만들어 지난 20년의 역사를 돌아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세계적인 학교라고 자평하지만 어느 정도 세계적 수준인지 명확하게 말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KDI대학원은 어떤 프로그램이 강점’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앞으로도 ‘국제’와 ‘정책’을 두 바퀴로 KDI국제정책대학원이 힘차게 질주하도록 이끌겠다.”

- 문상덕 월간중앙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

201711호 (2017.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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